지난해 열린 '2019 대한민국 바이오 투자 콘퍼런스'에서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자사 파이프라인을 설명하고 있다./ 한경DB
지난해 열린 '2019 대한민국 바이오 투자 콘퍼런스'에서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자사 파이프라인을 설명하고 있다./ 한경DB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대기업 등을 두루 거친 이상훈 대표가 2016년 설립한 바이오의 약품 개발업체다. 이중항체 기술을 기반으로 항체 치료제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2018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이중항체 기반기술, 면역관문 조절 및 항암 관련 신규 타깃 발굴·검증 기술, 혈뇌장벽(BBB) 통과 기능을 향상시킨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 기술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항체 기반 항암제·뇌질환 파이프라인 보유

이중항체를 활용한 주요 항암 치료제 파이프라인으론 ABL001과 ABL101, ABL501,ABL503 등이 있다. ABL001은 신생혈관 형성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작동하는 바이오항체 신약으로 위암과 난소암, 대장암, 안구질환 등에 적용할 수 있다. 이중항체 기반 기술을 이용, 항체 분자 1개로 VEGF와 DLL4 2개 분자와 결합해 신생혈관 형성을 억제한다.

VEGF와 DLL4는 신생혈관 형성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현재 위암을 적응증으로 ABL001의 임상 1b·2a상을 진행하고 있다. 2018년 11월에는 미국 트리거테라퓨틱스와 약 6억 달러(로열티 별도)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ABL101은 이중항체가 암세포와 T세포에 동시 결합할 때만 T세포가 활성화되도록 구현한 혈액암 항체 치료제다. T세포가 적극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설계했다. 비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ABL501과 ABL503은 모두 고형암을 타깃으로 하는 이중항체 치료제다. 암세포에 과발현하는 물질과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면역조절인자에 동시에 결합해 암특이적으로 면역세포의 활성을 유도한다. 2021년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을 목표로 중국 아이맵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ABL301은 파킨슨병 치료 후보물질이다. BBB를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한 이중항체 치료제다. 파킨슨병의 원인 물질인 α-시누클레인 응집체에 결합하는 항체와 BBB를 통과할 수 있는 igf1R 항체가 결합된 이중항체로 설계했다. 세포주 개발 후 GLP 독성시험을 거친 뒤 기술이전 계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뇌질환 후보물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열린 '2019 대한민국 바이오 투자 콘퍼런스'에서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자사 파이프라인을 설명하고 있다./ 한경DB
지난해 열린 '2019 대한민국 바이오 투자 콘퍼런스'에서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자사 파이프라인을 설명하고 있다./ 한경DB
국내 이중항체 치료제 개발 주도

‘차세대 항체’로 꼽히는 이중항체는 서로 다른 2개 항원에 결합할 수 있는 항체 단백질이다. 긴 단백질 사슬 하나와 짧은 단백질 2개로 된 ‘Y 자형’ 구조다. 이중항체 치료제는 단일항체 치료제를 단독으로 쓰거나 병용치료를 할 때보다 약효는 유지되면서 약물 투입량을 절반가량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대표는 “이중항체는 타깃하는 단백질을 달리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질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약 플랫폼 기술로도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면역관문억제제와 이중항체 항암 후보물질의 병용요법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키트루다 등 면역관문억제제는 단독 요법으로 투여했을 때 고형암에서 치료율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다른 항암 후보물질들과 병용투여할 경우 항암 효능이 개선된다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이중항체도 병용요법 치료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열린 '2019 대한민국 바이오 투자 콘퍼런스'에서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자사 파이프라인을 설명하고 있다./ 한경DB
지난해 열린 '2019 대한민국 바이오 투자 콘퍼런스'에서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자사 파이프라인을 설명하고 있다./ 한경DB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지난 해 말 기준 세계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이중항체 파이프라인은 333개다. 국내서도 이중항체 치료제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이중항체 후보물질 임상을 시작한 에이비엘바이오에 이어 종근당, 앱클론 등도 이중항체 신약을 연구하고 있다.

종근당은 이중항체 후보물질 ‘CKD-702’를 개발 중이다. 고형암을 성장시키는 수용체 EGFR과 c-Met을 동시에 타깃하는 이중항체로 미국에서 전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어피맵 플랫폼 기술을 확보한 앱클론은 류머티즘 관절염을 치료하는 이중항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세계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 50여 개

현재 항체 의약품은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루츠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세계 이중항체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7년 1억8000만 달러에서 2030년까지 93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은 세계적으로 5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청(EMA)의 허가를 받은 이중항체 의약품은 3개에 불과하다.

T세포의 CD3와 림포마 B세포에서 과발현하는 CD19를 타깃으로 하는 급성림프구성백혈병 치료제인 글로벌 제약사 암젠의 ‘블린사이토’, CD3와 암세포에 발현하는 EpCAM을 동시에 타깃하는 트리온파마의 ‘리무밥’,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A형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가 그것이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이중항체 치료제는 블린사이토와 헴리브라 둘 뿐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14억 달러어치가 팔린 헴리브라가 2023년엔 약 23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