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19' 에 입장하기 위해 관람객들이 줄을 서고 있는 모습. /사진=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지난해 11월1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19' 에 입장하기 위해 관람객들이 줄을 서고 있는 모습. /사진=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대형 게임사들의 신작 발표회 '장'이자 게임 산업계와 게임 팬들 간의 소통 창구 역할을 했던 지스타는 매년 11월 부산을 시끌벅적하게 했습니다.

행사가 열리기 한 달 전부터 게임사들은 분주히 신작 발표를 준비하고, 대회 조직위원회는 '붐 업'을 위한 본격적인 채비에 들어갑니다. 게임 팬들도 조직위에서 준비한 라인업을 보면서 한 달 뒤 열릴 지스타를 기대하는 시기가 바로 이맘때입니다.

올해 지스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11월19~22일 온라인으로 개최됩니다. 대부분의 신작 발표는 지스타 공식 온라인 채널인 '지스타TV'를 통해 이뤄지며, 부산 벡스코 현장에는 3000개가 넘는 부스 대신 온라인 방송을 위한 스튜디오 정도만이 차려집니다.

올해는 예년과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게임사와 게임팬들 사이에서 그야말로 '관심 밖' 입니다. 현재 지스타에 참가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힌 국내 기업은 10곳도 되지 않습니다. 넥슨, 크래프톤, 네오위즈, 컴투스 정도가 참가 사실을 밝힌 기업입니다.

아직 시간이 남았다지만 지난해 36개국에서 691곳에 달하는 기업이 참가한 것과 비교하면 기업들의 무관심은 꽤 충격적입니다.

게임 팬들 사이에서도 지스타에 대한 관심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지스타 온라인 공식 채널인 유튜브 '지스타TV' 구독자수는 현재 2400여명 정도입니다. 지난해 직접 현장을 찾은 하루 관람객만 5만명이 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조적인 수치입니다.

게임팬들이 궁금해하는 대형 게임사들의 신작 발표 소식이 거의 없는 데다 업로드 된 동영상 콘텐츠가 다른 채널 콘텐츠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스타 2019'에서 유튜브 관계자들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지스타 2019'에서 유튜브 관계자들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일각에선 코로나19가 지스타 '붐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오히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지스타의 '진짜 문제'를 앞당겨 보여줬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이미 지난해 지스타에서 게임 산업의 환경 변화는 대두됐습니다. 하는 게임 못지 않게 '보는 게임'이 본격적인 산업의 한 축으로 등장했다는 평가와 함께 저조한 신작 발표로 국내 게임 산업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대형 게임 개발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사이, 국내 게임사들은 대형 신작 없이 과거 게임만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올해 지스타에서 넥슨이 신작 발표를 하는 것이 업계에선 가장 '희소식'입니다. 넥슨도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14년 전 출시된 '던전앤파이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시장에서 '보는 게임'은 이미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지난해 유튜브와 아프리카TV는 벡스코에 대규모 전시 부스를 차리고 게임사들을 압도하는 콘텐츠들을 선보였습니다. 유명 유튜버와 BJ들을 앞세운 라이브 게임 방송을 선보이면서 현장에서 관심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이들은 게임 방송 콘텐츠를 통해 게임의 노하우와 스토리를 알려주는 방법으로 게임 산업의 또 다른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게임 팬들이 직접 게임을 하는 대신 게임 크리에이터들을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입니다.

또 클라우드 게임 같은 게임산업의 새 트렌드도 지스타가 제대로 '낚아채지' 못한다는 아쉬움도 나옵니다. 클라우드 게임은 이미 콘솔 게임이 강세인 선진국에선 시장 판도까지 급격히 바꿀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게임사를 비롯해 통신사, IT부품사까지 산업을 크게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팬데믹 시대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지스타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