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하이라이트 part.2] 국내 1호 임상 진입 뉴냅비전
시야장애를 치료하는 ‘뉴냅비전’은 국내 1호 임상 진입 디지털 치료제다. 강동화 뉴냅스 대표는 시야의 절반을 포기한 환자들에게 “이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하는 게 답답해 관련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뉴냅비전’은 국내 1호 임상 진입 디지털 치료제로,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확증 임상시험을 승인받아 진행 중이다. 뉴냅비전을 개발한 뉴냅스는 국내 디지털 치료제의 정통파로 알려져 있지만, 의외로 강동화 뉴냅스 대표는 식약처에 뉴냅비전의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하고서야 디지털 치료제라는 단어를 알았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인 강동화 대표는 디지털 치료제라는 단어가 나오기 훨씬 이전인2011년부터 시야장애를 연구했다. 시야장애는 시신경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시신경 자극을 처리하는 뇌의 시각중추에 문제가 생겨 시야가 좁아지는 질병이다. 운전도 하지 못하고 걷다가 장애물에 쉽게 부딪히는 등 실생활에서 불편함이 많지만 아직까지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다.

반복적인 자극 노출로 양쪽 뇌 연결 강화, 시야각 넓힌다

우리의 양쪽 눈으로 들어온 시각 정보는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이 과정에서 오른쪽과 왼쪽의 시신경이 서로 교차해 반대쪽 뇌로 이어진다. 즉 오른쪽 눈의 시각 정보는 왼쪽 뇌가, 왼쪽 눈의 시각정보는 오른쪽 뇌가 처리한다. 만약 왼쪽 뇌가 손상된 경우 오른쪽 눈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야가 제한된다. 뇌졸중이나 뇌경색 등을 겪은 환자의 약 15% 정도가 시야장애를 겪는다.

뉴냅비전은 시야가 가려진 쪽의 눈에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는 시지각학습 소프트웨어로, 가상현실(VR) 기기를 이용해 학습한다. 예를 들어 가로줄이 있는 물체와 세로줄이 있는 물체를 보여주고 환자가 이를 맞추게끔 훈련한다. 청각검사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반복적인 자극을 통해 왼쪽 뇌와 오른쪽 뇌의 연결을 강화하고,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데 관여하는 뇌세포의 연결을 강화하는 것이다.

실제 강 대표가 공개한 연구 자료에는 왼쪽 뇌에 손상을 입어 오른쪽 시야가 가려진 환자의 사례가 나온다. 이 환자의 오른쪽 눈에 계속해서 시각정보를 노출시키자 양쪽 뇌의 연결이 강화되며 오른쪽 뇌의 활성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또한 초반에는 오른쪽 눈에 보여주는 그림을 맞힐 확률이 50%였지만, 점점 정확도가 올라 80% 이상을 기록했다.

강 대표는 “뇌세포의 연결은 주어지는 자극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며 “이런 현상을 뇌의 가소성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시력을 잃은 사람의 청각이 유난히 발달하는 것도 뇌의 가소성 덕분이다. 시력을 잃으면 뇌 뒤쪽에 있는 시각피질은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럼 우리의 뇌는 시각피질 영역을 그냥 놀리는 것이 아니라 귀 주위에 있는 청각피질이 그 역할을 하도록 뉴런의 연결을 재구성한다.
[이슈 하이라이트 part.2] 국내 1호 임상 진입 뉴냅비전
[이슈 하이라이트 part.2] 국내 1호 임상 진입 뉴냅비전
왼쪽 뇌에 손상을 입어 오른쪽 시야가 가려진 환자의 뇌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했다. 발병 1주 차보다 뉴냅비전을 통해 훈련을 받은 뒤 뇌의 활성이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손상된 왼쪽 뇌도 기능이 일부 살아났지만, 오른쪽 뇌의 활성이 더 눈에 띄게 늘었다. 훈련을 통해 왼쪽과 오른쪽 뇌 사이의 연결이 강화됐다는 의미다.

철저한 임상시험으로 디지털 치료제 의구심 불식할 것

뉴냅비전이 임상시험을 무사히 통과하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효과적인 시야장애 치료법이 될 수 있다. 기존에 개발된 약이나 치료법을 보완하는 존재가 아니라 최초의 치료제가 된다.

강 대표는 “국내에서 임상시험에 진입한 디지털 치료제는 처음이기 때문에 임상시험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첫 단추를 잘 꿰겠다는 다짐이다.

이를 위해 뉴냅스는 디지털 치료제 중에는 유일하게 임상시험에서 ‘이중 눈가림’을 도입했다. 의약품 임상시험에서는 환자와 임상 진행자 모두 환자에게 투여하는 약이 시험약인지 위약인지 모르게 하는 이중 눈가림을 채택하기도 하는데, 뉴냅비전의 임상시험에서는 환자, 연구자, 연구코디네이터, 데이터를 처리하는 사람 모두 어떤 환자에게 시험약을 줬는지 알 수 없도록 했다.

이 때문에 현재 확증 임상시험이 70% 정도 완료됐지만, 임상이 다 끝나고 데이터를 열어보기 전까지는 결과를 전혀 알 수 없다. 강 대표는 “시험약과 위약은 시각훈련 내용만 다를 뿐 껍데기는 모두 같다”며 “디지털 치료제의 플라시보를 이렇게 엄격하게 만든 건 뉴냅스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하기 위해서다. 뉴냅비전의 최종 임상시험 결과는 내년 상반기에 나온다.

뉴냅스는 향후 후보물질(파이프라인)로 안과 질환이나 다른 신경계 질환을 고민하고 있다. 시신경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된 경우가 아니라면 뇌의 기능을 향상해 시각의 인지능력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신경계 질환에 디지털 치료제를 도입해 기존에 없던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시야장애’란? 시야장애는 시신경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시신경 자극을 처리하는 뇌의 시각중추에 문제가 생겨 시야가 좁아지는 질병으로, 아직까지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으며, 현재 디지털 기기를 통해 뇌의 시각 처리 능력을 강화하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1호 임상 진입 디지털 치료제 뉴냅비전
뉴냅비전은 시야가 가려진 쪽의 눈에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는 시지각학습 소프트웨어로, 가상현실(VR) 기기를 이용해 학습한다. 가로줄이 있는 물체와 세로줄이 있는 물체를 보여주고 환자가 이를 맞추게끔 훈련하는데, 이를 통해 왼쪽 뇌와 오른쪽 뇌의 연결을 강화시키고,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데 관여하는 뇌세포의 연결을 강화한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