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핫뉴스] 빅파마가 움직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도 파이프라인 확대를 위한 빅파마들의 인수합병(M&A)은 멈추지 않았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완치되면서 코로나19 항체치료제에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美 BMS, ‘HCM’ 퍼스트인클래스 마이오카디아 인수

10월 빅파마의 빅딜 소식은 브리톨마이어스스큅(BMS)이 열었다. 비후성심근증(HCM) 치료제인 ‘마바캠텐’을 개발하고 있는 미국 바이오회사 마이오카디아를 131억 달러에 인수했다. 마이오카디아의 마바캠텐은 HCM 치료제 중 세계에서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르다. HCM 치료제 후보물질로는 노바티스의 ‘엔트레스토’가 임상 2상, 셀트리온의 ‘CT-G20’이 임상 1상 단계다.

HCM은 고혈압 등 다른 질환 없이 심장 벽이 두꺼워지는 질환이다. 세계시장에서 승인받은 치료제는 없다. 환자들은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고혈압약이나 부정맥 치료제 등을 처방받는다. 미국 내 HCM 환자는 70만 명으로 추정된다.

올해 5월 마이오카디아는 HCM 환자에게 마바캠텐을 투여한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마바켐텐을 사용해 혈류 저하 등의 영향으로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하루 한 번 마바켐텐을 30주간 복용한 환자는 36.6% 정도가 심장 기능과 산소 소비량이 향상됐지만 위약(가짜약)은 이 비율이 17.2%였다. 마바캠텐으로 치료한 환자는 운동능력이 좋아졌고 호흡곤란 증상도 개선됐다. 삶의 질 점수도 높아졌다.

국제학술지 <란셋>에 발표된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마이오카디아는 내년 1분기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마바캠텐의 승인 신청을 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로 BMS는 임상 1상 단계에 있는 또 다른 비후성심근증 치료 후보물질인 ‘MYK-224’, 확장성심근병(DCM) 치료 후보물질로 임상 2상 단계에 있는 ‘다니캄티브 (MYK-491)’도 확보하게 됐다. DCM은 심장근육이 제대로 수축하지 않아 심장이 혈액을 정상적으로 내보내지 못하는 질환이다.

BMS는 2023년부터 마바캠텐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업계는 2025년께 마바캠텐 매출이 1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인수로 항암제에 쏠린 BMS의 매출 구조도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BMS의 매출 200억 달러 중 항암제 관련 매출은 160억 달러가 넘는다.

日 다케다, 애로헤드 RNAi 치료제 공동 개발·판매 계약

일본 제약사 다케다가 미국 바이오회사 애로헤드의 알파1 항트립신 결핍으로 인한 간질환(AATLD) 치료제 후보물질(ARO-AAT)을 공동 개발·판매키로 했다. 애로헤드가 받는 계약금은 3억 달러, 전체 계약 규모는 7억4000만 달러다.

임상 2상 단계인 ‘ARO-AAT’는 간섭 리보핵산 (RNAi)으로 AATLD를 치료하는 물질이다. 다케다와 애로헤드는 ARO-AAT의 미국 시장 상업화 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이익을 절반씩 나눌 계획이다. 미국 밖에서는 다케다가 판권을 갖게 된다. 수익이 생기면 매출의 20~25% 정도를 애로헤드가 로열티로 받는 구조다. AATLD는 아직 치료제가 없는 질환이다.

알파1 항트립신 결핍증(AATD)은 소아와 성인 간질환, 성인 폐질환과 연관된 희귀 유전질환이다. 미국에서는 3000~5000명 당 1명, 유럽에서는 2500명 당 1명꼴로 AATD가 생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알파1 항트립신 단백질은 간세포를 통해 합성, 분비된다. 정상적인 결합조직을 분해하는 효소를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Z돌연변이 질환이 가장 흔한데 돌연변이가 있으면 간세포가 계속 망가져 간 섬유증, 간경변, 간암 위험이 높아진다. AATD로 인한 폐질환은 몸속 알파1 항트립신 단백질을 늘려 치료하지만 간 질환에는 이런 방식이 도움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간 이식 외에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

ARO-AAT는 AATLD 진행의 원인인 돌연변이 단백질 생산을 차단하는 방식의 치료제다. RNAi를 활용하기 때문에 AATLD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케다와 애로헤드는 RNAi 분자 플랫폼을 활용해 심장대사질환, 폐질환 등도 개발할 계획이다.

일라이릴리와 리제네론, 코로나19 항체치료제 EUA 신청

코로나19 유행이 10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항체치료제 개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일라이릴리와 리제네론이 각각 항체치료제의 긴급 사용 승인(EUA)을 해달라고 미국 FDA에 신청했다.

릴리가 EUA를 신청한 것은 ‘LY-CoV555’ 단일치료제다. 임상 2상 시험을 통해 700mg, 2800mg, 7000mg 등 용량이 다른 세 종류의 항체치료제를 투여했다. 11일 정도 몸속 바이러스 양을 분석했지만 700m과 7000mg 용량의 제품은 위약보다 바이러스 양이 줄어든다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 1차 지표에 충족한 것은 2800mg뿐이었다.

릴리는 LY-CoV555 단일제 700mg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10월 중 10만 개까지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임상데이터 때문에 릴리의 단일항체 코로나 치료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높지 않다.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것은 다른 항체치료제 후보물질인 ‘LY-CoV016’과의 콤보 치료제다. 병용 투여군(2800mg) 112명, 위약군 156명을 분석했더니 11일 후 두 군 모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제거됐다. 다만 병용 투여군은 치료 3일째와 7일째 바이러스 수치가 감소했다. 릴리는 이 부분에 기대하고 있다. LY-CoV555와 LY-CoV016 병용치료제는 11월께 EUA 신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 치료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리제네론의 ‘REGN-COV2’도 EUA 신청을 했다. 리제네론에 따르면 5만 명 정도를 치료할 수 있는 REGN-COV2를 보유하고 있다. 몇 달 안에 30만 명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REGN-COV2는 REGN10933과 REGN10987을 활용한 칵테일 치료제다.

9월 발표된 첫 임상에서 8g, 2.4g, 위약 등 세 그룹 275명에게 투여한 뒤 비교했더니 증상 회복까지 위약군은 13일, 8g은 8일, 2.4g은 6일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근거로 리제네론은 2.4g, 8g 용량 제품을 모두 사용할지, 2.4g만 사용할지 등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미국 이외 지역에서 REGN-COV2 유통은 스위스 제약사 로슈가 맡을 예정이다. 로슈는 캐나다에 REGN-COV2 생산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5억 달러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FDA, 리제네론의 에볼라바이러스 항체 치료제 허가

미국 FDA가 리제네론의 ‘인마제브’를 첫 에볼라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제로 승인했다. 이 치료제는 아톨티비맙과 마프티비맙, 오데시비맙 등 세 종류의 단일클론항체를 혼합해 만든 약이다.

성인과 소아 환자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에볼라바이러스 감염증은 4종류의 에볼라바이러스 중 자이르에볼라바이러스에 감염돼 주로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볼라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이나 야생동물의 혈액, 체액, 조직을 통해 직접 감염되는 것은 물론 침구, 옷 등을 통해서도 전파된다.

인마제브는 에볼라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당단백질(탄수화물과 결합한 복합단백질)을 타깃으로 한 치료제다. 에볼라바이러스의 당단백질은 세포 수용체에 붙어 세포 안으로 진입한다. 인마제브의 항체가 에볼라바이러스 당단백질에 결합해 세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무작위 임상시험을 통해 154명에게 인마제브를 투여한 임상 결과 백신 투여군은 33.8%가 28일 안에 사망했지만, 대조군은 153명 중 51%가 사망했다.

FDA는 지난해 12월 머크의 ‘어베보’를 첫 에볼라바이러스 백신으로 승인했다. 2014년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에볼라바이러스가 창궐한 지 6년 만에 백신과 치료제가 모두 개발된 셈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