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❷노벨화학상] 유전자 혁명 가져온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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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수 한양대 화학과 교수
2020년 노벨화학상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구성요소와 작동원리를 최초로 규명한 공로로,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 병원체 연구소장과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수상했다.
노벨 과학상 분야에서 여성 과학자들만이 공동수상한 경우는 처음이다. 두 과학자는 지난 2012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작동원리와 구성요소를 처음으로 밝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개발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는데, 이후 불과 8년 만에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사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개발 이후로 생명 관련 분야 전반에 걸쳐 매우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에 2015년부터 이미 매년 노벨상 후보로 오르내렸다. 혹자는 과학 발전 역사의 한 축으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개발 전과 후로 나누어 구분할 정도로 그 변화는 분명하면서도 거대했다.
1953년에 왓슨과 크릭에 의해 DNA의 구조가 밝혀지고, 2001년 인간유전체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30억 쌍에 달하는 인간의 유전체 염기서열이 처음으로 밝혀지면서 인류는 인간의 DNA 안에 담겨 있는 신비를 밝히는 데 큰 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하지만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의 조합으로 구성된 인간 DNA 염기서열을 다 밝혔다 하더라도, 각각의 유전자가 가지고 있는 역할과 기능들은 현재까지도 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유전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DNA가 지닌 염기서열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유전자가위 기술이 필수적이다. 더 나아가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하면 잘못된 유전자를 교정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유전체(3Gb)처럼 크기가 큰 경우에는 타깃 서열이 너무나 많아 하나의 유전자만을 표적해서 자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인간 유전체에 적용 가능한 유전자가위를 개발하고자 노력해왔다.
그 결과물로 크게 1세대 유전자가위로 구분되는 징크핑거(ZFN·Zinc Finger Nuclease), 2세대 탈렌(TALEN·Transcription Activator Like Effector Nuclease) 등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제작이 어렵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서 널리 사용되지는 못했다.
2012년 말~2013년 초에 등장한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기존 도구들에 비해 사용하기가 매우 쉬우면서도 정교하고 효율이 높을 뿐 아니라 가격도 저렴하여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비로소 유전자가위 기술이 대중화된 것이다.
박테리아는 외부의 바이러스가 공격을 해오면, 일부 DNA 조각을 크리스퍼 영역에 저장해두는데, 이 과정은 일종의 메모리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기억해뒀던 바이러스가 또다시 공격 해오면 카스9과 같은 효소가 트레이서 리보핵산 (tracrRNA)과 크리스퍼 리보핵산(crRNA)의 도움을 받아 바이러스 DNA를 표적해 자르게 된다.
샤르팡티에 박사와 다우드나 교수는 마지막 단계의 구성 요소들을 최초로 밝혀냈고, 이를 활용하여 인간세포에서도 특정 DNA 표적만을 정확하게 잘라낼 수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개발했다.
당시에는 이렇게까지 파급력을 갖춘 기술이라고는 상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2년 화농성연쇄상구균(Streptococcus pyogenes) 이 가지고 있는 카스9 단백질(SpCas9)과 관련된 RNA 구성요소 및 염기서열들을 모두 밝혀냈다. 특히 자연계에 존재하는 crRNA와 tracrRNA에서 주요한 부분을 찾아내고 일부를 삭제한 다음 둘을 연결하여 하나의 단일 가이드 RNA(sgRNA)를 만들어냈다. 지금은 대부분 연구실에서 이와 같은 형태로 연구를 하고 있다.
샤르팡티에-다우드나 연구팀은 이를 통해 효율이 극대화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개발했고, 시험관 수준에서 유전자가위의 작동을 구현했다. 이 연구 결과는 2012년 6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온라인 판에 공개됐는데, 구글 통계 기준으로 현재까지 1만 회 정도 인용됐다. 연구 분야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피인용 수가 1000회 이상이면 아주 뛰어난 업적으로 평가받는 것을 고려했을 때 그 파급력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엿볼 수 있다.
지난 시기 미생물의 크리스퍼 면역체계를 밝혀내는 데 크게 기여한 연구자로는, 1987년 반복된 염기서열을 처음으로 발견한 일본 오사카대 소우 이시노 박사, ‘CRISPR’라는 이름을 붙인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모히카 교수와 네덜란드의 루드 얀센 박사, 크리스퍼의 면역기능을 최초로 증명한 덴마크 요구르트 회사 ‘다니스코’ 연구자들 등이 있었다.
특히 리투아니아 빌니우스대 비르기니우스 식스니스 교수팀은 샤르팡티에-다우드나 연구팀과 거의 동시에 스트렙토코커스 서모필러스균(Streptococcusthermophilus)에서 유래한 카스9 단백질(StCas9)을 통해 시험관 수준에서 유전자가위 기술을 구현하기도 했다. 이 연구는 2012년 9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저널에 실렸는데, 당시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근래에 와서 재조명돼 노벨상에 준하는 연구로 평가받고 있다.
유전자 에디팅 기술의 역사 속에서는, 1세대 유전자가위인 징크핑거를 시험관에서 구현한 미국 존스 홉킨스대학의 스리니바산 찬드라세가란 교수, 이후 징크핑거를 처음으로 동물세포에 도입한 미국 유타대의 다나 캐롤 교수, 2세대 탈렌 개발 연구자들, 3 세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인간세포 에디팅에 최초로 성공한 매사추세츠공대(MIT) 브로드연구소의 장펑 교수, 하버드대학 조지 처치 교수, 기초과 학연구원(IBS) 김진수 수석연구위원, 그리고 현재 유전자가위 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하버드대학의 데이비드 리우 교수 등 많은 연구자의 노력이 함께했다.
샤르팡티에-다우드나 연구팀이 개발한 크리스퍼 기술은 2형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 외에도 5형 크리스퍼 시스템을 활용한 유전자가위가 개발됐는데(Cas12 혹은 Cpf1으로 불림), 이는 기존 Cas9에 비해 표적이탈효과(off-target effect)가 적어 정확도가 높은 반면 에디팅 효율은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6형 크리스퍼 시스템에서 유래한 유전자가위, Cas13가 개발됐는데, 기존 크리스퍼 기술과 다르게 DNA 대신 RNA를 타깃으로 한다. 현재는 Cas13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세포 내에서 유전자 발현 양을 조절하거나 코로나바이러스 진단 등에 활용하고 있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DNA 이중나선을 절단하지 않으면서도 단일 염기를 정확하게 교정해내는 염기교정(base editing) 기술과 더 나아가서, 수십 개의 염기서열을 정확하게 수정해낼 수 있는 프라임 에디팅(prime editing) 기술 등이 최근 개발됐다. 이들은 모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모태로 개발된 형태로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근육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망가뜨려 근육질의 ‘슈퍼돼지’를 만든다든가, 시간이 오래되면 갈색으로 변하는 갈변 현상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망가뜨려 오래도록 싱싱한 ‘버섯’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 중 하나의 유전자를 망가뜨리면 에이즈 환자를 치료할 수도 있고, 선천적인 뇌질환, 안구질환, 근육질환, 혈우병, 암 치료 등 DNA 변이를 기반으로 한 대부분의 질환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유전자가위 기술을 인간의 수정란에 적용하면, ‘맞춤형 아기’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실제 2019년 중국에서 에이즈에 저항성을 갖는 맞춤형 아이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태어나기도 했다. 이는 과학계뿐 아니라 사회, 법, 윤리 분야에 큰 충격을 주었는데, 특정 유전자의 변이에 기인한 유전질환에 대한 치료법으로서의 기대감과 정상적인 개체로 자랄 수 있는 인간 배아의 유전자를 교정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유전자 에디팅 분야는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앞으로 더욱 획기적인 유전자가위 기술의 개발은 물론, 인류의 삶을 크게 증진시킬 수 있는 정밀 유전자 치료제 개발, 혁신적 동식물 품종 개량, 멸종 동물의 복원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유전자 에디팅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배상수 한양대 화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받은 후 분야를 크게 바꿔 서울대 화학부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개발 연구를 수행했다. 현재는 한양대 화학과 조교수로 임용돼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노벨 과학상 분야에서 여성 과학자들만이 공동수상한 경우는 처음이다. 두 과학자는 지난 2012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작동원리와 구성요소를 처음으로 밝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개발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는데, 이후 불과 8년 만에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사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개발 이후로 생명 관련 분야 전반에 걸쳐 매우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에 2015년부터 이미 매년 노벨상 후보로 오르내렸다. 혹자는 과학 발전 역사의 한 축으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개발 전과 후로 나누어 구분할 정도로 그 변화는 분명하면서도 거대했다.
모든 생명체의 유전물질인 DNA의 발견 및 에디팅 도구의 필요성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우리 속담이 있듯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각각의 고유한 유전체인 DNA를 통해 생명활동을 하는 한편, DNA를 자손에게 전달함으로써 세대가 이어진다.1953년에 왓슨과 크릭에 의해 DNA의 구조가 밝혀지고, 2001년 인간유전체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30억 쌍에 달하는 인간의 유전체 염기서열이 처음으로 밝혀지면서 인류는 인간의 DNA 안에 담겨 있는 신비를 밝히는 데 큰 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하지만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의 조합으로 구성된 인간 DNA 염기서열을 다 밝혔다 하더라도, 각각의 유전자가 가지고 있는 역할과 기능들은 현재까지도 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유전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DNA가 지닌 염기서열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유전자가위 기술이 필수적이다. 더 나아가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하면 잘못된 유전자를 교정할 수 도 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제한효소의 한계와 인공적인 유전자가위 기술의 등장
자연계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은 특정 DNA 염기서열을 인식하여 절단할 수 있는 제한효소를 가지고 있다. 제한효소들이 인식하는 DNA 염기서열은 보통 6~8개 정도로 짧아서 DNA 플라스미드(10kb 이하)와 같이 아주 작은 유전체에는 적용될 수 있다.하지만 인간의 유전체(3Gb)처럼 크기가 큰 경우에는 타깃 서열이 너무나 많아 하나의 유전자만을 표적해서 자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인간 유전체에 적용 가능한 유전자가위를 개발하고자 노력해왔다.
그 결과물로 크게 1세대 유전자가위로 구분되는 징크핑거(ZFN·Zinc Finger Nuclease), 2세대 탈렌(TALEN·Transcription Activator Like Effector Nuclease) 등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제작이 어렵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서 널리 사용되지는 못했다.
2012년 말~2013년 초에 등장한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기존 도구들에 비해 사용하기가 매우 쉬우면서도 정교하고 효율이 높을 뿐 아니라 가격도 저렴하여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비로소 유전자가위 기술이 대중화된 것이다.
미생물의 면역체계에서 유래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미생물들은 종종 외부의 박테리오파지와 같은 바이러스로부터 공격을 받는데, 이에 대한 방어기작으로 크리스퍼-카스 시스템(CRISPR Cas System)이라고 불리는 후천적 면역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박테리아는 외부의 바이러스가 공격을 해오면, 일부 DNA 조각을 크리스퍼 영역에 저장해두는데, 이 과정은 일종의 메모리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기억해뒀던 바이러스가 또다시 공격 해오면 카스9과 같은 효소가 트레이서 리보핵산 (tracrRNA)과 크리스퍼 리보핵산(crRNA)의 도움을 받아 바이러스 DNA를 표적해 자르게 된다.
샤르팡티에 박사와 다우드나 교수는 마지막 단계의 구성 요소들을 최초로 밝혀냈고, 이를 활용하여 인간세포에서도 특정 DNA 표적만을 정확하게 잘라낼 수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개발했다.
크리스퍼 미생물학자와 RNA 전문 생화학자의 만남
2011년 무명의 미생물학자였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박사는 미생물이 가지고 있는 크리스퍼 면역체계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오던 중, 당시 RNA 전문가였던 생화학자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를 만나 공동연구를 제안했다.당시에는 이렇게까지 파급력을 갖춘 기술이라고는 상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2년 화농성연쇄상구균(Streptococcus pyogenes) 이 가지고 있는 카스9 단백질(SpCas9)과 관련된 RNA 구성요소 및 염기서열들을 모두 밝혀냈다. 특히 자연계에 존재하는 crRNA와 tracrRNA에서 주요한 부분을 찾아내고 일부를 삭제한 다음 둘을 연결하여 하나의 단일 가이드 RNA(sgRNA)를 만들어냈다. 지금은 대부분 연구실에서 이와 같은 형태로 연구를 하고 있다.
샤르팡티에-다우드나 연구팀은 이를 통해 효율이 극대화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개발했고, 시험관 수준에서 유전자가위의 작동을 구현했다. 이 연구 결과는 2012년 6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온라인 판에 공개됐는데, 구글 통계 기준으로 현재까지 1만 회 정도 인용됐다. 연구 분야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피인용 수가 1000회 이상이면 아주 뛰어난 업적으로 평가받는 것을 고려했을 때 그 파급력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엿볼 수 있다.
역사적 흐름 속에서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개발
올해 두 과학자가 노벨화학상을 수상했지만,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한순간에 어느 한두 과학자만의 노력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다. 다우드나 교수의 말처럼 역사적으로 많은 중요한 발견과 발명의 바탕 위에 지금의 기술이 개발됐고, 두 연구자가 이 분야를 대표해서 노벨상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지난 시기 미생물의 크리스퍼 면역체계를 밝혀내는 데 크게 기여한 연구자로는, 1987년 반복된 염기서열을 처음으로 발견한 일본 오사카대 소우 이시노 박사, ‘CRISPR’라는 이름을 붙인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모히카 교수와 네덜란드의 루드 얀센 박사, 크리스퍼의 면역기능을 최초로 증명한 덴마크 요구르트 회사 ‘다니스코’ 연구자들 등이 있었다.
특히 리투아니아 빌니우스대 비르기니우스 식스니스 교수팀은 샤르팡티에-다우드나 연구팀과 거의 동시에 스트렙토코커스 서모필러스균(Streptococcusthermophilus)에서 유래한 카스9 단백질(StCas9)을 통해 시험관 수준에서 유전자가위 기술을 구현하기도 했다. 이 연구는 2012년 9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저널에 실렸는데, 당시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근래에 와서 재조명돼 노벨상에 준하는 연구로 평가받고 있다.
유전자 에디팅 기술의 역사 속에서는, 1세대 유전자가위인 징크핑거를 시험관에서 구현한 미국 존스 홉킨스대학의 스리니바산 찬드라세가란 교수, 이후 징크핑거를 처음으로 동물세포에 도입한 미국 유타대의 다나 캐롤 교수, 2세대 탈렌 개발 연구자들, 3 세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인간세포 에디팅에 최초로 성공한 매사추세츠공대(MIT) 브로드연구소의 장펑 교수, 하버드대학 조지 처치 교수, 기초과 학연구원(IBS) 김진수 수석연구위원, 그리고 현재 유전자가위 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하버드대학의 데이비드 리우 교수 등 많은 연구자의 노력이 함께했다.
새롭게 발견되고 개발되고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앞서 언급한 것처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면역체계에서 유래한 기술이다. 따라서 수만 종의 미생물이 존재하는 만큼 자연계에는 다양한 형태의 크리스퍼 시스템이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샤르팡티에-다우드나 연구팀이 개발한 크리스퍼 기술은 2형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 외에도 5형 크리스퍼 시스템을 활용한 유전자가위가 개발됐는데(Cas12 혹은 Cpf1으로 불림), 이는 기존 Cas9에 비해 표적이탈효과(off-target effect)가 적어 정확도가 높은 반면 에디팅 효율은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6형 크리스퍼 시스템에서 유래한 유전자가위, Cas13가 개발됐는데, 기존 크리스퍼 기술과 다르게 DNA 대신 RNA를 타깃으로 한다. 현재는 Cas13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세포 내에서 유전자 발현 양을 조절하거나 코로나바이러스 진단 등에 활용하고 있다.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
2012년 처음으로 개발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타깃 DNA의 이중나선절단을 기본으로 유도한다. 그런데 2018년 이러한 DNA 이중나선절단이 유전체 구조 변이나 염색체의 대량결실 등을 야기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유전자가위 기술에 대한 세포의 안전성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DNA 이중나선을 절단하지 않으면서도 단일 염기를 정확하게 교정해내는 염기교정(base editing) 기술과 더 나아가서, 수십 개의 염기서열을 정확하게 수정해낼 수 있는 프라임 에디팅(prime editing) 기술 등이 최근 개발됐다. 이들은 모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모태로 개발된 형태로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이 가져온 변화와 다가오는 ‘유전자 에디팅 시대’
유전정보가 담겨 있는 DNA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도구를 활용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고 그동안 상상으로 생각했던 일들을 현실화할 수 있다.예를 들어 근육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망가뜨려 근육질의 ‘슈퍼돼지’를 만든다든가, 시간이 오래되면 갈색으로 변하는 갈변 현상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망가뜨려 오래도록 싱싱한 ‘버섯’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 중 하나의 유전자를 망가뜨리면 에이즈 환자를 치료할 수도 있고, 선천적인 뇌질환, 안구질환, 근육질환, 혈우병, 암 치료 등 DNA 변이를 기반으로 한 대부분의 질환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유전자가위 기술을 인간의 수정란에 적용하면, ‘맞춤형 아기’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실제 2019년 중국에서 에이즈에 저항성을 갖는 맞춤형 아이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태어나기도 했다. 이는 과학계뿐 아니라 사회, 법, 윤리 분야에 큰 충격을 주었는데, 특정 유전자의 변이에 기인한 유전질환에 대한 치료법으로서의 기대감과 정상적인 개체로 자랄 수 있는 인간 배아의 유전자를 교정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유전자 에디팅 분야는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앞으로 더욱 획기적인 유전자가위 기술의 개발은 물론, 인류의 삶을 크게 증진시킬 수 있는 정밀 유전자 치료제 개발, 혁신적 동식물 품종 개량, 멸종 동물의 복원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유전자 에디팅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배상수 한양대 화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받은 후 분야를 크게 바꿔 서울대 화학부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개발 연구를 수행했다. 현재는 한양대 화학과 조교수로 임용돼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