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과제를 수행하게 되면 외부기관으로부터 연구비가 지급되며, 연구비의 사용대상은 과제마다 다양하지만 대부분 인건비, 원재료비 또는 장비대금의 보조이다. 회계기준은 이와 같은 보조금을 부채로 처리하거나, 관련 비용과 상계하거나, 구입한 자산의 장부금액을 차감하는 회계처리를 하도록 돼있다. 바이오 기업이 연구과제와 관련해 겪는 실무적인 어려움은 과제비를 정산하는 것 뿐 아니라 이를 올바르게 회계처리하는 것이다.

과제비 정산의 주 목적은 보조금이 사용목적에 따라 정당하게 사용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관련 증빙이 맞는지를 관리하고, 회계처리는 항목별로 구분해 부채로 처리할 것은 부채로 처리하고 비용과 상계할 것 등은 비용과 상계처리를 해서 재무제표에 보조금을 얼마나 받았고, 얼마를 사용했고, 얼마가 남았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정산과는 차이가 있다.

각고의 노력으로 연구과제를 따내서 단비와 같은 보조금을 받았으나 이를 매출로 인식하거나, 영업외수익 또는 잡이익으로까지 회계처리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보조금을 수익으로 처리한 것이 의도적으로 매출액 증가를 고려해 공격적으로 회계처리한 것이 아니라면, 회계담당자가 보조금 회계처리에 아무런 회계지식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외에도 실무에서 자주 생기는 실수는 과제별로 보조금이 구분돼 있지 않고, 항목별로도 구분돼 있지 않아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사용된 보조금이 관련 비용과 상계되거나, 감가상각비와 상계되지 않은채 재무제표에 몇 년간 계속 남아 있는 것이다. 이 상태로 시간이 흐른 후 상장을 위한 회계감사를 받게 되면 보조금 회계처리 오류 때문에 과거 재무제표를 모두 수정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보조금의 경우는 매출로 처리한 경우가 아니라면 관련 비용과 상계처리하는 것이니 당기순이익 효과로 보면 그 영향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연구개발비를 관련된 보조금과 상계처리하지 않고 발생액 전체를 무형자산으로 계상한 경우는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 최근의 추세는 연구개발비를 발생 시점에 모두 당기비용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과거처럼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더욱이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바이오 기업의 경우에는 지정감사에서 개발비의 자산성을 인정받기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대다수의 바이오 기업들은 사전에 회계정책을 정해 내부에서 발생한 연구개발비는 모두 당기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으로비용으로 반영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개발비를 자산화할 수 있는 요건에 해당돼도 내부 문서화 등의 이유로 회사에서 내부적으로 비용처리를 한다고 하면, 이걸 정책으로 계속 유지한다는 의미다. 참고로 2018년도에 금융감독원에서 바이오기업들의 개발비 자산화 가능여부의 판단을 돕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으며, 내용은 아래와 같다.
[바이오 회계 상담] 연구과제 보조금과 연구개발비의 회계처리
위의 가이드라인을 보고 많은 회사들이 판단하고자 하는 것은 회사의 개발단계가 가이드라인 상의 자산화 가능 단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예를 들어 바이오시밀러는 임상1상 개시 승인을 받으면 이후의 비용은 자산화할 수 있다고 일반적으로 회사들은 판단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자산화 가능 단계에 도달했는지 여부도 중요하지만 내부 발생 비용을 자산화하기 위한 내부 통제 절차에 따른 문서화가 더 어렵기 때문에 자산성을 인정받기가 어렵다. 가령 진단시약을 제조하는 회사의 경우 식약처 인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관련 내부 발생 비용을 무조건 자산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허가를 받은 이후에 발생한 연구개발비를 개발계획서, 연구보고서, 연구일지, 연구원 투입 현황, 비용집계표 등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된 문서화를 충실히 준비해야 한다.

그러면 과제수행 보조금과 연구개발비를 어떻게 회계처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가. 실무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필자의 의견은 보조금은 항목별로 잘 구분해 관련 항목에서의 비용과 상계처리해 장부에서 바로바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또 연구개발비는 발생액을 당기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 편안한 회계처리 방법이다. 연구개발비 항목에서도 인건비, 재료비 등 보조금으로 구입한 항목은 보조금과 상계처리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조금에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이슈는 기술료에 대한 회계 처리이다. 일반적으로 과제협약서의 내용에는 과제가 종료된 이후에 기술료를 납부해야 하며, 향후 매출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경상기술료도 납부하는 조건이 포함돼 있다. 과제가 종료되는 시점에 납부해야 하는 기술료가 통상 수령한 보조금의 10% 내외로 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일부 기업들이 사업성공 시 납부해야 하는 기술료를 과제가 종료되는 시점까지 부채로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 기술료는 수령하는 시점에 이미 10%의 기술료를 납부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한 것이므로 해당 기업은 보조금 수령 시 결산 시점에 수령한 보조금의 10%를 장기미지급비용으로 계상해야 한다.
조완석
2003년부터 바이오 기업의 상장전략 수립 및 자문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바이오 기업이 상장하는 데 주의해야 할 회계, 세무 및 기타 이슈 사항에 대해서 사전에 점검하고 해결책을 제공해 효율적으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국내의 투자기관들과도 오랜 기간 협업해 지속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