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지쳐버린 온 세상 사람들이 코로나19 백신이 나오기를 희망하고 있다. 지난달 발표한 화이자의 백신 임상시험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고 희망적이다. 하지만 mRNA 합성물질로 구성된 이 백신이 영하 70도 이하에서 보관돼야 한다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물류를 좀 더 학술적으로 지칭하는 로지스틱스의 문제이다. 영하 70도를 유지하는 배달(配達)이 아프리카에서도 가능할까.
배달의 민족, 세포 내 배달까지 도전하다
“왜 전단지를 보고 음식을 주문해야 되지?” 시작은 단순한 질문이었다. 질문을 던지면 당연히 답이 나온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단지 대신 스마트폰용 음식 쿠폰북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만든 앱이 ‘배달의민족’이었다. 초창기 데이터베이스 확보는 엄청난 발품을 팔았다고 한다. 배달음식 주문이 많은 동네로 매일 출근해 골목골목 전단을 모조리 주웠다. 스캐너를 이용해 이들 식당 정보를 하나하나 입력했다. 그렇게 초기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했고 2010년 ‘배민’ 앱이 탄생했다.
‘배달의민족.’ 이름을 잘 지었다. 우리 말 ‘배’의 한자 의미를 양쪽으로 이용한 것이다. 배달민족이란 무엇인가. 요즘 젊은이들에게 물어보면 야식문화가 발달해 밤에 먹는 배달음식을 즐기게 도와주는 가장 좋은 친구라고 답한다. 그러나 배달민족(倍達民族)은 우리 민족을 부르는 말이다. 왜 우리 민족을 배달민족이라고 불렀을까. 배달의 의미를 살펴보면 ‘배’는 백(白), 밝음이고, ‘달’은 땅이나 터의 옛말이기에 ‘밝은 터’를 의미한다. 배달은 조선, 한, 환, 밝다는 뜻이기에 우리 민족이 밝은 백산 민족, 곧 백두산 민족을 의미하기도 한다.
질문은 이어진다. 환자에게 사용하고 있는 약을 암 조직과 같이 약이 필요하고 몸이 원하는 곳에 배달하는 방법은 없을까. ‘바이오드론’이 가능할까. 드론(Drone)은 수벌(Drone)이라는 영어다. 자동비행장치에 의해 움직이는 무인 비행체에서 나는 소리가 수벌이 윙윙거리는 소리와 비슷하기에 수벌의 드론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언택트 사회에서 ‘드론 배송시스템’이 새로운 배송의 시대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우리 몸이 고장 난 부위, 원하는 아픈 곳에다 필요한 약물을 드론처럼 정확히 보내주는 배송 기술이 필요하지 않을까.
엠디뮨은 압출 엑소좀을 기반으로 한 약물전달기술(DDS)을 보유하고 있다. 배신규 엠디뮨 대표는 2018년 초반에 압출 엑소좀 유래 DDS 기술에 바이오드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기존에 있는 약을 암 조직과 같이 원하는 곳에 배달하는 엑소좀의 특성에 착안해 생각해낸 이름이다. 엑소좀이란 무엇인가. 세포는 다양한 크기의 지질 이중막으로 싸서 세포 밖으로 방출하는 것을 소낭이라고 부른다. 소낭은 크기의 차이에 따라 분류돼 있으며, 엑소좀(Exosome; 30~200㎚), 미세수포(Microvesicle; 200~1000㎚), 대형 온코좀(Large oncosome; 1~10㎛)이 있다. 그 중에서도 엑소좀은 2000년대 후반부터 세포 간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써 또한 각종 질환의 조기진단 목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분비, 이동 방식 및 엑소좀 내 포함된 물질 등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엑소좀은 소포체로 세포간 신호전달에 핵심적인 물질들을 운반해 인체에 중요한 시그널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엑소좀은 면역세포, 줄기세포 등 세포가 분비하는 천연의 전달체 역할을 하는 나노 사이즈 캐리어다. 엑소좀의 이중으로 된 지질막 구조가 세포에 있는 유효한 성분들이 파괴되지 않게 안전하게 보호하고 다른 세포로 전달해 세포의 활력과 생명력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세포 간 정보전달체 역할을 하는 기능이 알려지면서 최근 차세대 약물전달체로 주목을 받고 있다. 바이오 드론 역할하는 엑소좀, 대량생산 기술이 관건
엑소좀은 언제 분비되는가. 엑소좀은 정상 상태에서는 그다지 많이 분비되지 않고, 암 등의 이상 상태가 되면 정상 세포에서 분비가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암세포 자신도 많은 엑소좀을 분비하는 필요한 환경을 구축한다는 내용이 최근의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엑소좀의 역할을 분석함으로써 엑소좀이 질병 마커(Marker)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에 보다 효과적인 신약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세포가 분비하는 엑소좀은 그 양이 적어 사업화에 어려움이 존재한다.
엠디뮨은 세포로부터 직접 압출방식에 의해 대량으로 베지클(엑소좀 모사체)을 30배가량 늘리는 특허기술을 확보했다. 적은 양으로도 내츄럴 엑소좀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경쟁력이 있다. 세포에서 분비되는 자연 엑소좀과 비교할 때, 엠디뮨의 ‘세포 유래 베지클(cell derived vesicle, CDV)’은 다양한 원천 세포에서 균일한 베지클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CDV를 통해 ‘바이오드론 기술’을 완성해 가고 있다.
엑소좀 모사체에 대한 다른 연구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다른 연구자들에게 평가받기 위해 엠디뮨이 글로벌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전 세계 50개 국의 200여 개 기업이 참여한 행사다. 이 행사를 주최한 플러그앤플레이는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스타트업 투자 및 인큐베이팅 기관이다. 글로벌 기업인 로슈, 사노피, 론자,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함께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발굴 및 지원하고 있다. 특히 헬스케어, 인공지능(AI), 모바일,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시장성·성장성을 갖춘 기업을 검토해 유망 스타트업으로 선정하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엔 11개 기업이 선정됐으며, 이들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엠디뮨은 스위스 바이오 의약품 기업 론자의 파트너로 최종 선정됐다. 론자 그룹은 엑소좀을 활용한 약물 탑재 및 전달 분야 관련 로드맵을 발표했다. 엑소좀 분야의 난제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도 논했다.
특히 글로벌 엑소좀 회사들 중에서 엠디뮨의 ‘바이오드론 기술’을 소개했다. 프로그램 진행자 중 한 명인 슈겐플루그 파비안은 “약물 전달 플랫폼 개발 업체인 엠디뮨은 세포 유래 베지클(CDV)을 활용해 엑소좀 대비 10~30배 이상의 생산수율을 달성했다”고 소개했다. 바이오드론은 다양한 세포 압출로 베지클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이다. 바이오 제조 분야의 세계적인 리더인 론자와의 협력으로 바이오드론 기술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 같다.
필자는 지난 8월 엠디뮨이 개최하는 ‘1st BioDrone Award 차세대 약물전달 플랫폼’ 연구 공모전의 심사를 맡았다. 엠디뮨이 개최하는 연구 공모전의 주제는 ‘바이오드론 플랫폼 적용 신규 기술 발굴’이다. 엠디뮨은 최대 4개 과제를 선정해 과제당 연구비 5000만 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또 1년간 연구를 통해 우수한 성과를 낸 연구자, 연구기관과는 해당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후속 고도화 또는 상용화 공동 연구개발 등의 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필자는 기꺼이 이번 기회에 엑소좀에 관해 더 배우고자 수락했다. 아직 상장도 되지 않은 작은 회사가 이런 연구 공모전을 기획하는 것이 업계의 연장자로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9월 초 신진 연구자들이 제출한 연구계획서를 서면으로 받았다. 바이오드론 플랫폼에 적용 가능한 기술은 △바이오드론 약물 탑재 기술 △바이오드론 표적화 기술 △그 외 바이오드론 적용 및 활용 가능 기술 등으로 크게 분류해 볼 수 있다. 신청 접수된 연구계획서들을 먼저 꼼꼼이 읽었다. 그리고 심사위원들이 9월 중순에 한 자리에 모여 하루 종일 전체 연구에 대한 의견 교환 및 논의를 통해 1차로 6개를 추렸다. 그리고 연구계획 발표회를 가졌다. 韓 연구진, 바이오드론 플랫폼 기술 연구 활발
필자는 지난 10월 30일 건국대(박기수 교수 연구팀), 포항공대(손민주 교수 연구팀), 가톨릭대(박우람 교수 연구팀, 이현수 교수 연구팀)와 바이오드론 플랫폼 적용 신규 기술 발굴을 위한 연구 협약식에 참석했다. 심사를 통해 과제를 알았기에 젊은 조교수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고 그들의 강의를 직접 듣고 격려하고 싶은 간절함이 있었다.
이번에 선정된 연구팀들은 각자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노하우를 바이오드론과 융합해 혁신적인 기술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기수 교수팀은 ‘Toggle-Cell-SELEX’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단계의 암세포에 결합할 수 있는 압타머를 선별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손민주 교수팀은 전반사 형광 현미경을 이용해 표적단백질 사이의 상호작용을 단분자 형광 이미징을 통해 정량적으로 측정(1초 이내 결합~장시간 결합)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박우람 교수팀은 암세포 표적화 엔지니어링된 면역세포 유래 베지클을 연구하고 리포좀과의 퓨전 연구에 강점이 있으며, 가톨릭대 이현수 교수와 고려대 김혜정 교수팀은 알레르기 질환의 면역반응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중간엽 줄기세포 연구를 오랫동안 수행해오고 있다.
연구 협약식에서 배신규 대표가 각 연구팀에 특별히 당부한 내용이 있다. 바이오드론 어워드는 실패 가능성이 높은 혁신적인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시작하게 된 것이다. 연구 결과에 부담을 갖지 말고 실패해도 좋으니 원래의 연구 취지에 맞게 혁신적인 연구를 해달라는 당부였다. ‘혁신’을 핵심가치로 삼고 있는 엠디뮨의 경영철학과 연구문화를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젊은 교수들의 강의를 듣고 대화도 나누고 사진도 찍었다.
엠디뮨은 이번 공모전을 통해 역량 있는 젊은 연구자들과 함께 바이오드론 기술을 완성해 나가고 궁극적으로 이를 통한 신약개발 성과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신약 개발은 실패하기 위해 존재하기에 이런 연구가 바탕이 돼 배달의 민족이 바이오드론을 이용해 아픈 우리 몸 적소에 배달해 다시 회복되는 미래를 바라본다. 배진건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2008년 JW중외제약에서 연구총괄 전무를 지냈고 C&C신약연구소 대표를 역임했다. 한국아브노바 연구소장과 한독 상임고문을 거쳐 현재 이노큐어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이자 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을 맡고 있다. 국내외 신약 개발 분야의 석학으로, 저서로는 <사람을 살리는 신약개발>이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12월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