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변리사의 특허법률백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특허출원일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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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특허법인 아이피센트 대표 변리사
1789년 미국 연방 헌법은 제1장 제8조 제8항에서 ‘저작자 및 발명자에게 그들의 저작물과 발명에 관한 독점적인 권리를 일정 기간 보장함으로써 과학과 유용한 기술의 발달을 촉진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근거해 1790년 제정된 미국 특허법은 선발명주의(先發明主義) 원칙을 200년 넘게 고수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2013년 특허법 개정을 통해 선출원주의(先出願主義)로 전환했다. 이에 다른 국가들도 선출원주의를 따르게 됐다.
선출원주의는 동일한 발명에 대해 2개 이상의 특허출원이 있다면 먼저 출원한 자에게 특허권을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발명의 선후에 관계없이 특허출원일을 먼저 선점하는 것은 특허법상 매우 중요하다.
특허출원일의 조속한 확보를 위해 전략적으로 출원해야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까지만 하더라도 대학 교수 등이 영어 논문 공개에 앞서 특허출원일을 가능한 한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미국에 가출원을 먼저 한 후 우리나라에 역으로 진입하는 형태로 절차를 진행해야 했다. 그러나 국제적 흐름에 맞춰 특허법이 2015년 개정되면서 우리나라에서 영어로 출원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 논문의 내용을 특허명세서에 적어 제출하면 출원일을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 특허법에서 명시됐다. 따라서 논문 내용을 영어로 특허명세서에 기재해 청구항 없이 특허출원하는 것만으로도, 신속한 특허출원일 확보가 가능하다.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특허를 출원하기 전이라면 발명의 내용이 일부라도 공개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연구성과는 논문 외에도 언론과의 인터뷰, 홈페이지 게시, 기업 홍보자료 배포, 세미나 또는 학회 발표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공개될 수 있다. 이와 같이 발명이 공개되면 그 이후의 특허출원은 신규성 또는 진보성 위반을 이유로 거절된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공개의 범주에는 정량 데이터뿐만 아니라 발명의 컨셉, 아이디어, 결과 요약 등이 그 형태에 관계없이 모두 포함된다. 이와 관련, 대법원 96후1514 판결은 ‘출원 고안의 신규성 또는 진보성 판단에 제공되는 대비발명이나 고안은 반드시 그 기술적 구성 전체가 명확하게 표현된 것뿐만 아니라, 미완성 발명(고안) 또는 자료의 부족으로 표현이 불충분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기술 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경험칙에 의해 극히 용이하게 기술 내용의 파악이 가능하다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임상 중인 항암용 펩타이드에 대해 항염증 효과가 기대된다고 하면서 향후 관련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인터뷰에서 밝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해당 펩타이드의 항염증 효과는 항암 효과와는 다른 새로운 용도이므로, 이에 대한 아이디어가 제공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후 특허출원의 신규성 또는 진보성 판단 시 선행기술로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IP 담당자는 임원 인터뷰, 마케팅팀의 SNS 홍보 활동 등에 대해 아직 특허출원하기 전의 발명 내용이 일부라도 공개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환기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명이 이미 공개된 상황이라면… 최후의 보루는?
본인의 발명 공개로 인해 특허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취지에서, 발명자 본인에 의한 공지는 신규성 및 진보성 판단시 선행기술에서 제외한다는 공지예외주장 제도가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는 공지예외주장 제도가 존재하지만, 그 인정 사유 및 기한이 <표1>과 같이 국가마다 상이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미국과 인도는 발명이 공개된 이후 12개월 내에 우리나라에 출원하고, 그 후 우리나라 출원일로부터 1년 내에 조약우선권주장출원 또는 PCT 국제출원을 하면 공지예외주장 출원 기한 요건을 충족시킨 것으로 본다. <표1>에서 ‘유효출원’은 미국과 인도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의 출원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미국 및 인도와 달리 일본, 캐나다, 호주 등의 국가에서는 동일한 상황에서 공지예외를 적용받지 못한다. 발명이 공개된 이후 12개월 내에 우리나라에 출원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며, 발명이 공개된 이후 12개월 내에 특허협력조약(PCT) 국제출원을 하고 이를 통해 일본, 캐나다, 호주에 진입하는 경우에만 공지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다. <표1>에서 공지예외주장을 인정해주는 기한일은 ‘PCT 국제출원일’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유럽과 중국은 특히 논문 발표가 인정되지 않으며 공지예외주장 인정 사유가 매우 까다롭다. 필자는 우리나라 특허출원이 유럽과 중국에서 공지예외주장이 인정된 사례를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으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SNS에 향후 계획이나 요약된 결과를 업로드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나라, 미국,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특허권을 유효하게 확보할 수 있겠으나, 제약 분야에서 중요한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과 중국에서 특허권 확보 기회를 갖는 것조차 못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도 치명적이다.
영어 논문의 내용을 특허명세서에 적어 제출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나라에서 특허출원일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허출원을 어떠한 형태로든 하기 전에는 공개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권장한다. 김정현
고려대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했다. 2007년부터
제약·바이오·화장품·건강기능식품 분야 전문 변리사로 활동
중이다. 특허법인 코리아나, 특허법인 오리진, 미리어드IP를 거쳐
현재 특허법인 아이피센트 대표로 재직 중이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12월호에 실렸습니다.
선출원주의는 동일한 발명에 대해 2개 이상의 특허출원이 있다면 먼저 출원한 자에게 특허권을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발명의 선후에 관계없이 특허출원일을 먼저 선점하는 것은 특허법상 매우 중요하다.
특허출원일의 조속한 확보를 위해 전략적으로 출원해야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까지만 하더라도 대학 교수 등이 영어 논문 공개에 앞서 특허출원일을 가능한 한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미국에 가출원을 먼저 한 후 우리나라에 역으로 진입하는 형태로 절차를 진행해야 했다. 그러나 국제적 흐름에 맞춰 특허법이 2015년 개정되면서 우리나라에서 영어로 출원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 논문의 내용을 특허명세서에 적어 제출하면 출원일을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 특허법에서 명시됐다. 따라서 논문 내용을 영어로 특허명세서에 기재해 청구항 없이 특허출원하는 것만으로도, 신속한 특허출원일 확보가 가능하다.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특허를 출원하기 전이라면 발명의 내용이 일부라도 공개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연구성과는 논문 외에도 언론과의 인터뷰, 홈페이지 게시, 기업 홍보자료 배포, 세미나 또는 학회 발표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공개될 수 있다. 이와 같이 발명이 공개되면 그 이후의 특허출원은 신규성 또는 진보성 위반을 이유로 거절된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공개의 범주에는 정량 데이터뿐만 아니라 발명의 컨셉, 아이디어, 결과 요약 등이 그 형태에 관계없이 모두 포함된다. 이와 관련, 대법원 96후1514 판결은 ‘출원 고안의 신규성 또는 진보성 판단에 제공되는 대비발명이나 고안은 반드시 그 기술적 구성 전체가 명확하게 표현된 것뿐만 아니라, 미완성 발명(고안) 또는 자료의 부족으로 표현이 불충분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기술 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경험칙에 의해 극히 용이하게 기술 내용의 파악이 가능하다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임상 중인 항암용 펩타이드에 대해 항염증 효과가 기대된다고 하면서 향후 관련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인터뷰에서 밝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해당 펩타이드의 항염증 효과는 항암 효과와는 다른 새로운 용도이므로, 이에 대한 아이디어가 제공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후 특허출원의 신규성 또는 진보성 판단 시 선행기술로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IP 담당자는 임원 인터뷰, 마케팅팀의 SNS 홍보 활동 등에 대해 아직 특허출원하기 전의 발명 내용이 일부라도 공개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환기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명이 이미 공개된 상황이라면… 최후의 보루는?
본인의 발명 공개로 인해 특허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취지에서, 발명자 본인에 의한 공지는 신규성 및 진보성 판단시 선행기술에서 제외한다는 공지예외주장 제도가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는 공지예외주장 제도가 존재하지만, 그 인정 사유 및 기한이 <표1>과 같이 국가마다 상이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미국과 인도는 발명이 공개된 이후 12개월 내에 우리나라에 출원하고, 그 후 우리나라 출원일로부터 1년 내에 조약우선권주장출원 또는 PCT 국제출원을 하면 공지예외주장 출원 기한 요건을 충족시킨 것으로 본다. <표1>에서 ‘유효출원’은 미국과 인도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의 출원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미국 및 인도와 달리 일본, 캐나다, 호주 등의 국가에서는 동일한 상황에서 공지예외를 적용받지 못한다. 발명이 공개된 이후 12개월 내에 우리나라에 출원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며, 발명이 공개된 이후 12개월 내에 특허협력조약(PCT) 국제출원을 하고 이를 통해 일본, 캐나다, 호주에 진입하는 경우에만 공지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다. <표1>에서 공지예외주장을 인정해주는 기한일은 ‘PCT 국제출원일’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유럽과 중국은 특히 논문 발표가 인정되지 않으며 공지예외주장 인정 사유가 매우 까다롭다. 필자는 우리나라 특허출원이 유럽과 중국에서 공지예외주장이 인정된 사례를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으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SNS에 향후 계획이나 요약된 결과를 업로드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나라, 미국,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특허권을 유효하게 확보할 수 있겠으나, 제약 분야에서 중요한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과 중국에서 특허권 확보 기회를 갖는 것조차 못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도 치명적이다.
영어 논문의 내용을 특허명세서에 적어 제출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나라에서 특허출원일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허출원을 어떠한 형태로든 하기 전에는 공개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권장한다. 김정현
고려대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했다. 2007년부터
제약·바이오·화장품·건강기능식품 분야 전문 변리사로 활동
중이다. 특허법인 코리아나, 특허법인 오리진, 미리어드IP를 거쳐
현재 특허법인 아이피센트 대표로 재직 중이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12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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