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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60년 전 줄기세포를 발견한 이래 많은 과학자가 배아줄기세포,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성체줄기세포 등을 치료제로 상용화하기 위해 상당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줄기세포 치료제는 과연 상용화가 가능할까. 줄기세포 상업화의 선결 과제와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하나씩 짚어봤다.

① 종양 발생 가능성
줄기세포와 암세포는 의외로 비슷한 구석이 많다. 지킬과 하이드처럼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유사한 특징을 가진다. 그중 하나가 무한증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분화를 마친 체세포의 경우 분열할 수 있는 횟수가 정해져 있다. 하지만 줄기세포와 암세포만은 무제한으로 분열이 가능하다.

줄기세포가 반복적으로 증식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와 같은 유전자 변형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줄기세포 입장에서 치료제로 제조되는 과정은 대부분 스트레스 상황에 해당한다. 체외 조건에서 반복적인 증식과 조작을 거치기 때문에 유전적 변형이 발생할 확률은 더 높아진다. 모든 유전적 변형이 암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암화 또는 암의 억제와 관련된 유전자에 변형이 일어나면 암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어떤 종류의 줄기세포도 세포 자체의 종양원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많은 연구자와 기업들이 개발과정에서 유전자 검사와 동물실험을 통해 최대한 암 발생 요인을 가진 세포를 배제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임상적으로 투여한 뒤 환자의 안전을 위해 장기적으로 추적 관찰 역시 진행하고 있다. 암이 유발돼 발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 5년간 추적 관찰을 하는 것이 의무화돼 있다.

이런 장기 추적 관찰이 가장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이에 따른 업계의 부담이 크고 국제적으로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따라서 해외에서는 환자의 레지스트리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국가가 관리하는 시스템을 확립하는 등의 방법을 적용한다. 환자의 안전은 확보하면서도 업계의 부담을 덜 수 있어 우리나라를 포함해 많은 나라에서 고려해볼 만한 방법이다.
[Cover Story - part.2] 줄기세포 치료제 상업화의 장애요인,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② 기성품 개발이 가능할까
줄기세포 치료제는 누구의 줄기세포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자가 유래 줄기세포와 동종 유래 줄기세포로도 나눌 수 있다. 자가 유래 줄기세포의 경우 환자의 줄기세포를 추출한 뒤 적절한 제조과정을 거쳐 환자에게 재이식을 하는 방법이다.

자가 유래의 경우 공급원이 환자 본인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치료할 만큼 충분한 양의 세포를 얻기 어렵다. 또 이미 질병이 있는 환자에게서 유래한 세포이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동종 유래는 기준을 충족하는 다수의 공여자로부터 제조하기 때문에 충분한 양의 세포를 대규모로 제조할 수 있고, 건강한 사람의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치료적 활성이 더 높을 수 있다. 따라서 일반 합성의약품처럼 ‘기성품’으로 출고하기 위해서는 동종 유래 줄기세포가 좀 더 유리하다.

하지만 줄기세포 이식도 장기이식과 같아서 면역거부반응 문제가 발생한다. 채취 부위에 따라 일부 줄기세포는 면역거부반응의 가능성이 좀 더 낮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줄기세포는 면역반응의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줄기세포 연구자들 사이에서 면역거부반응을 사전에 확인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계속 진행되어왔다.

중간엽줄기세포는 줄기세포 중 상대적으로 면역원성이 가장 낮아 치료제 개발에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분화능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이런 이유로 다른 종류의 세포를 사용하고자 할 때는 좀 더 적극적인 면역반응 관리가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우리 몸은 인간백혈구항원(HLA·Human Leucocyte Antigen)이라는 일련의 항원 조합으로 ‘본인 세포’와 ‘타인 세포’를 구분한다.

이와 같은 HLA 일치율·불일치율에 따라 면역거부의 가능성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HLA는 DNA 이중가닥에 각각 위치하는데 동일한 항원 정보를 가질 수도(동형접합), 서로 다른 정보를 가질 수도(이형접합) 있다. 동형접합 HLA를 가진 사람에게서 유래한 세포를 활용하면 환자와 HLA 불일치율이 낮아져서 이식이 가능한 환자의 범위가 더 넓어진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동형접합 HLA를 가진 공여자로부터 유래한 세포로 줄기세포 치료제를 만들어 면역반응을 낮추는 전략이 있다.

이를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다. 초창기에는 동형접합 HLA를 가진 환자에게서 유래한 세포를 원료로 iPSC를 제작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최근에는 유전자가위와 같은 기술로 유전적 조작을 통해 HLA 타입을 조절하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세포 자체의 면역원성 조절은 또 다른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어 안전성 검증은 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그 외에도 투여 전 면역원성을 예측할 수 있는 평가시스템을 더욱 정교하게 개발하는 법, 임상적으로 투여한 후 투여된 세포가 체내에 정착하는 동안 면역계의 공격을 피할 수 있도록 약물이나 생체적합성 지지체를 사용하는 방법 등도 함께 연구되고 있다. 또 임상적으로 면역원성을 낮출 수 있는 투여 부위와 경로를 탐색하는 연구도 필요하다.
[Cover Story - part.2] 줄기세포 치료제 상업화의 장애요인,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③ 균일한 품질, 대량생산의 문제
줄기세포가 제아무리 효능이 좋다고 하더라도 100개 중 1개만 효능이 좋아서는 치료제가 될 수 없다. 균일한 품질을 유지해야 치료제가 될 수 있다. 일반적인 화학의약품에서는 고민거리가 아니지만, 줄기세포 치료제는 살아 있는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외부 자극에 품질이 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개발 단계에서 소량 생산하던 방법을 대량화하는 과정에서 배양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평면배양을 3D 배양으로 바꾸는 식이다. 이런 변화들은 모두 제품의 특성에 영향을 미친다. 운이 좋다면 큰 변화 없이 지나갈 수도 있지만, 최악의 경우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특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치료제 개발 기업들은 어떤 방법으로 똑같은 줄기세포 치료제를 대량생산 할 수 있을까.

현재 세포를 대량생산 할 수 있는 기술로 생물반응기(바이오리액터·배양기)의 고도화나 지지체(스캐폴드)를 이용하는 등의 방법이 제안되고 있다. 또 제조공정 중 생산라인의 이동 없이 자동화된 단일 폐쇄 시스템을 이용하는 방법도 고안되고 있다. 이를 통해 제조공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편차를 줄이고 멸균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대량화 기술과 함께 세포의 품질과 상관성이 높은 세포의 특성을 발굴해야 한다. 또 품질관리를 위한 시험법의 정확도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의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글 조미영 가톨릭대 의대 연구원·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12월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