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제동을 건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를 포함한 중국 기업 약 80곳을 무역 블랙리스트에 추가할 계획이라서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이른 시일 내에 80개 안팎의 중국 기업과 그 계열사를 거래 금지 목록에 추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체는 "블랙리스트에는 영유권 분쟁지 남중국해의 인공섬 건설과 군사화를 도운 업체를 포함해 중국군과 관련 있는 일부 기업이 거명될 것"이라며 "인권 침해에 연관된 기업도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상무부의 거래 금지 목록에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계열사 150곳 그리고 ZTE 등을 포함해 이미 275개 넘는 중국 기업이 들어있다. 위구르족 탄압에 관련됐다는 이유로 CCTV 제조업체 하이크비전도 거래 금지 조치를 받고 있다.

SMIC가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된다면 화웨이처럼 미국 기술에 대한 접근이 사실상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SMIC가 미국 공급업체로부터 핵심 부품을 들여오려면 미 상무부에 특별 허가가 필요해서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거래제한 명단을 통한 제재는 중국이 국가 대표기업인 SMIC를 통해 미국의 기술을 이용해 토착 첨단 기술의 수준을 높여 파괴적인 군사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막판까지 대중국 강경 조치의 굳히기를 계속하는 모양새다. SMIC는 이미 미국 정부의 주요 타깃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9월 SMIC에 특정 장비를 공급하려면 수출 면허를 취득하도록 조치했다.

미국 국방부 역시 최근 SMIC 등을 중국군이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기업으로 분류하고 블랙리스트에 추가해 미국 투자자들이 내년 11월부터 이들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을 제한했다.

미국의 이같은 조처에 대해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외국 기업을 탄압하는 잘못된 행위를 중단하라"며 "중국은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SMIC는 중국 최대의 파운드리 업체이자 반도체 굴기의 상징이다. 올해 4분기 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매출 기준 4.3%를 차지해 5위에 위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SMIC는 최근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의 전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부회장으로 영입하는 등 나름의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미국의 견제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미 행정부가 SMIC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생산 설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화웨이 자회사에 대한 모든 납품을 중지하는 등 4분기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11%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 선두 업체와의 기술 격차도 크다. 지난해 14나노(nm) 공정 개발을 완료한 SMIC는 오는 2021년 10nm, 2023년 7nm급 공정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와 TSMC가 5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