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섭의 바이오 탐구영역] '펩타이드 강자' 케어젠…코로나19 치료제로 신약 개발회사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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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젠은 펩타이드를 활용해 신약과 미용 제품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업계에선 미국에서 박사와 박사 후 연구과정을 마치고 2001년 케어젠을 설립한 정용지 대표의 사업 수완을 상당히 높게 평가합니다.
펩타이드를 활용한 신약 개발이 궁극적인 목표지만 필러 등 소위 ‘돈이 되는’ 미용 제품으로 신약 개발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20년 동안 개발한 펩타이드 특허가 374개에 달합니다. 650여 가지의 펩타이드 조합을 통해 치료제와 건강기능식품, 미용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했습니다. 연간 2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죠. 영업이익률은 2019년 현재 53%입니다.
2021년은 케어젠이 한 단계 도약하는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가 임상 1상 시험에 들어갑니다.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 형태와 주사제 모두 개발을 합니다. 코로나19 치료제로 두 제형을 모두 개발하는 회사는 없습니다. 펩타이드를 활용해 혈당을 낮춰주는 건강기능식품도 올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가 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탈모가 심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헤어필러 역시 지난해부터 유럽에서 매출이 폭증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매출이 더욱 늘어날 예정입니다. 정 대표는 인터뷰에서 “헤어 관련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이미지가 각인되는 것이 위험하고 아쉬운 측면이 있다”며 “펩타이드를 활용한 신약 개발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치료의 게임체인저
정 대표는 코로나19 치료제 ‘스파이크 다운’ 개발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신약 개발 회사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치료제의 작용기전을 보겠습니다. 아미노산 12개를 조합한 펩타이드 기반 치료제입니다. 펩타이드란 단백질의 기능적 최소 단위입니다. 세포 밖에서만 움직이는 항체보다 크기가 훨씬 작습니다. 생체 신호전달 및 기능 조절에 관여하는 물질이죠. 우리의 몸에서 유래한 것이어서 부작용이 적습니다.
코로나19는 바이러스 바깥 부분의 외막에 못처럼 생긴 돌기인 스파이크 단백질이 사람의 세포 수용체와 결합해 세포 속으로 침투하는 질병입니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는 단일 가닥의 리보핵산(RNA)과 단백질을 복제한 뒤 밖으로 나와 또 다른 세포를 공격하는 걸 반복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왕관처럼 생긴 스파이크 단백질의 S1이 정상 세포와 결합하는 형태입니다. 케어젠의 스파이크 다운은 스파이크 단백질 머리 부분인 S1을 공격하는 펩타이드를 몸속에 넣는 방식입니다. 단백질이 세포 안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침투하더라도 세포 내에서 막을 형성해 복제를 막습니다.
정 대표는 “세포 안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들어가는 자체를 막는 방식이기 때문에 돌연변이가 생겨도 치료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또 “펩타이드 자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부분을 찾아가 공격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양한 제형으로 승부
작용기전 자체는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항체 치료제와 비슷합니다. 다만 펩타이드를 재구성해 만들다 보니 확실한 장점이 있습니다. 이 회사의 코로나19 치료제는 아미노산 12개로 구성된, 비교적 단순한 펩타이드에 속합니다. 상온에 2~3년 있어도 변성이 되지 않고, 대량 생산도 쉽습니다. 특히 제형을 여러 개로 바꿀 수 있습니다. 케어젠은 정맥주사보다는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형 치료제에 더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케어젠은 지난해 10월 비임상시험수탁(CRO)업체 노터스를 통해 햄스터를 대상으로 스파이크 다운의 효과를 실험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투입한 햄스터를 세 부류로 나누고 실험군 A에는 ‘스파이크 다운’을 코흡입 방식으로 투여하고, 실험군 B에는 정맥주사를 놓았습니다. 대조군에는 아무것도 투여하지 않았죠. 3일 후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발현되는 유전자를 유전자 증폭 검사(RT-PCR)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PCR 검사는 보통 코로나19 바이러스의 4가지 유전자(N gene, RdRp gene, S gene, E gene)를 보고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검사합니다. 코 스프레이를 투여한 햄스터는 3일 뒤에 RdRp gene과 E gene 수치가 각각 0.046, 0.033이 나왔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주입하기 전에 햄스터를 마취하고 스프레이를 코에 미리 뿌려두는 방식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이 수치는 가짜 약을 투여한 햄스터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수치를 1로 두고 비교한 것입니다. 반면 정맥주사를 투여한 햄스터는 RdRp gene과 E gene 수치가 각각 0.583, 0.083이 나왔습니다. 다시 말해 코 스프레이에 예방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RdRp gene의 경우 정맥주사의 10분의 1 이하로 나온 것이죠. 일주일 뒤엔 코로나19 RdRp gene과 E gene이 거의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N gene 수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치료 효과도 확실했다는 겁니다.
정 대표는 “코 스프레이 치료제가 예방 효과가 있다는 걸 보여준 수치”라며 “몸속에 들어온 코로나19 바이러스도 효과적으로 제거했다”고 말했습니다. 케어젠은 코 스프레이는 직접 완제품까지 개발하고, 정맥주사제는 기술수출하는 방안을 고려 중입니다.
여기에 안과질환인 황반변성 치료제도 곧 임상 1상에 들어갑니다. 전임상은 거의 마무리가 됐습니다. 이미 나와 있는 제품은 주사제입니다. 케어젠은 이를 펩타이드 기술을 활용해 점안제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현재 황반변성은 2~3개월에 한 번씩 눈 흰자 위에 직접 주사하는 방식으로 치료합니다. 점안제로 치료제가 개발되면 주사에 두려움을 갖는 환자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란 분석입니다.
오는 3~4월께엔 미국 또는 유럽에 임상 1상을 위한 신청서(IND)를 낼 예정입니다. 정 대표는 “모든 치료제의 방향은 기존 제품보다 더 뛰어난지를 중점적으로 볼 것”이라며 “주사제에 대한 공포감이 상당한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에서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유럽에서도 인정받은 헤어필러 제품
케어젠의 매출은 미용 제품에서 나옵니다. 특히 발모를 촉진하는 헤어필러 제품에 기대감이 높습니다. 헤어필러는 주사제입니다. 발모를 원하는 부분에 2주에 한 번씩 맞습니다. 일곱 종류의 펩타이드와 필러 재료인 히알루론산이 섞여 있습니다. 유럽인증(CE)을 받고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는 이 제품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100억 원으로 2019년 대비 세 배 정도 뛰었다고 합니다.
이 제품은 세포 중 노화 현상을 막기 위해 필요한 단백질들을 자극하는 역할을 합니다. 성장인자를 자극하는 것이죠. 우리 몸은 세포가 노화되거나 손상되면 이웃 정상세포에 신호를 보냅니다. 세포분열을 통해 적정 세포수를 유지하기 위해서죠. 이러한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이 바로 성장인자입니다. 성장인자가 부족하거나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세포분열이 원활하지 못해 모발 관련 세포수가 유지되지 못합니다.
모발 관련 성장인자에는 VEGF, PDGF, SCF, KGF, WINT 등이 있는데요. 케어젠의 헤어필러는 각질세포성장인자인 KGF와 WINT를 표적으로 합니다. 펩타이드를 넣어 이들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하죠. 이와 함께 탈모의 원인이 되는 BMP4라는 물질을 저해합니다. BMP4는 모낭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모낭의 성장을 방해하는 단백질입니다.
호르몬 조절 방식이 아닌 직접 주사 방식으로 발모를 하는 제품은 유럽시장에 없다고 합니다. 호르몬 변화 등 부작용 없이 탈모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주사제인 겁니다.
정 대표는 “탈모 시장은 머리카락이 눈에 띄게 늘지 않으면 의사들이 제품 자체를 찾지 않는다”며 “유럽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기 시작해 올해엔 두 배 이상의 매출 증대가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2021년 약 200억 원 이상의 매출이 나올 수 있단 얘기입니다.
헤어필러 제품의 매출은 2020년 3분기에 약 23억 원으로 같은 기간 전체 매출(147억 원)의 15% 수준이었지만 더 올라갈 전망입니다.
필러 제품으로 탄탄해지는 매출과 영업이익
이 회사의 주요 매출 품목은 얼굴 등에 주입하는 필러입니다. 지난해 3분기 현재 47%(69억 원)의 매출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 회사의 필러 제품은 그 안에 펩타이드를 섞어 넣습니다. 그래서 가격도 비싼 편입니다.
자연 상태의 펩타이드는 몸 안에 들어가면 30분 안에 분해돼 없어집니다.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인체에 오래 머무르도록 하는 ‘서방형(徐放型) 방출’ 기술이 필요합니다. 천천히 약효가 작용한다는 뜻입니다. 일반 필러는 히알루론산을 피부 주름에 주입해 채운 후 히알루론산이 인체에서 모두 분해되면 다시 시술해야 합니다. 서방형 방출 기술을 이용하면 필러를 맞는 주기가 길어집니다.
정 대표는 “펩타이드가 인체에 들어가 콜라겐을 합성해 피부 처짐 현상 등을 근본적으로 없앤다”며 “채우는 게 아니라 오히려 피부를 들어 올리는 효과가 있어 반응이 좋다”고 말합니다. 일반 필러 제품보다 두 배 정도 높은 가격에 팔리지만 경쟁력이 있는 이유입니다.
다만 한국시장에선 펩타이드를 필러에 넣었다는 이유로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료기기가 아닌 의약품으로 임상을 거쳐 허가를 받으라고 하는 것이죠.
이와 함께 입 주변의 주름을 펴주는 새로운 필러 제품을 지난해 11월부터 유럽에서 팔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담배를 피우는 여성의 경우 입 주변의 주름 정도가 더 심하다”며 “입 주변 주름을 위한 거의 유일한 제품이어서 소비자의 반응이 좋다”고 전했습니다. 펩타이드 수출 시작한 케어젠
펩타이드를 활용한 미용 매출이 한차례 더 뛸 기회도 맞았습니다. 약 1년 반 동안의 협상을 통해 독일 화학업체인 바스프(BASF)와 펩타이드 원료 물질에 대한 글로벌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입니다. 신약 개발 기업으로 따지면, 판매 허가를 받은 상황에서 제품에 대한 판권을 넘긴 것입니다.
케어젠이 보유한 360여 개의 특허 펩타이드 중 미백·항노화·항염증·항아토피 기능의 펩타이드 4가지 원료 물질에 대해 2021년 1월부터 총 5년간 독점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바스프는 독일에 본사를 둔 글로벌 종합화학회사로, 한국에서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에 화장품 원료를 대량 납품하고 있습니다.
이번 건은 펩타이드를 이용한 화장품 원료를 개발 중인 바스프 본사가 먼저 찾아와 계약을 체결하자고 했다고 합니다. 바스프는 이 물질들로 화장품 원료를 만들어 화장품 회사에 판매할 예정입니다. 5년 동안 최소 금액을 사가는 조건입니다. 영업이익률이 50%가 넘는다고 합니다. 현재는 4개 펩타이드에 대해서 계약을 체결했지만 추후 물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개발한 지 5년이 지난 혈당 조절용 드링크제 ‘디글루스테롤(Deglusterol)’도 올 상반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개별인정형 제품으로 허가를 받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펩타이드를 활용한 제품으로 유럽 등에서 매출을 일부 올리고 있습니다.
케어젠은 디글루스테롤의 생산을 위해 306억 원 들여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을 충족한 화성공장을 세웠습니다. 연 10톤 정도의 펩타이드 물질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정 대표는 “디글루스테롤은 화성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할 2021년부터 새로운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펩타이드를 활용한 신약 개발이 궁극적인 목표지만 필러 등 소위 ‘돈이 되는’ 미용 제품으로 신약 개발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20년 동안 개발한 펩타이드 특허가 374개에 달합니다. 650여 가지의 펩타이드 조합을 통해 치료제와 건강기능식품, 미용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했습니다. 연간 2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죠. 영업이익률은 2019년 현재 53%입니다.
2021년은 케어젠이 한 단계 도약하는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가 임상 1상 시험에 들어갑니다.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 형태와 주사제 모두 개발을 합니다. 코로나19 치료제로 두 제형을 모두 개발하는 회사는 없습니다. 펩타이드를 활용해 혈당을 낮춰주는 건강기능식품도 올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가 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탈모가 심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헤어필러 역시 지난해부터 유럽에서 매출이 폭증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매출이 더욱 늘어날 예정입니다. 정 대표는 인터뷰에서 “헤어 관련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이미지가 각인되는 것이 위험하고 아쉬운 측면이 있다”며 “펩타이드를 활용한 신약 개발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치료의 게임체인저
정 대표는 코로나19 치료제 ‘스파이크 다운’ 개발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신약 개발 회사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치료제의 작용기전을 보겠습니다. 아미노산 12개를 조합한 펩타이드 기반 치료제입니다. 펩타이드란 단백질의 기능적 최소 단위입니다. 세포 밖에서만 움직이는 항체보다 크기가 훨씬 작습니다. 생체 신호전달 및 기능 조절에 관여하는 물질이죠. 우리의 몸에서 유래한 것이어서 부작용이 적습니다.
코로나19는 바이러스 바깥 부분의 외막에 못처럼 생긴 돌기인 스파이크 단백질이 사람의 세포 수용체와 결합해 세포 속으로 침투하는 질병입니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는 단일 가닥의 리보핵산(RNA)과 단백질을 복제한 뒤 밖으로 나와 또 다른 세포를 공격하는 걸 반복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왕관처럼 생긴 스파이크 단백질의 S1이 정상 세포와 결합하는 형태입니다. 케어젠의 스파이크 다운은 스파이크 단백질 머리 부분인 S1을 공격하는 펩타이드를 몸속에 넣는 방식입니다. 단백질이 세포 안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침투하더라도 세포 내에서 막을 형성해 복제를 막습니다.
정 대표는 “세포 안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들어가는 자체를 막는 방식이기 때문에 돌연변이가 생겨도 치료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또 “펩타이드 자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부분을 찾아가 공격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양한 제형으로 승부
작용기전 자체는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항체 치료제와 비슷합니다. 다만 펩타이드를 재구성해 만들다 보니 확실한 장점이 있습니다. 이 회사의 코로나19 치료제는 아미노산 12개로 구성된, 비교적 단순한 펩타이드에 속합니다. 상온에 2~3년 있어도 변성이 되지 않고, 대량 생산도 쉽습니다. 특히 제형을 여러 개로 바꿀 수 있습니다. 케어젠은 정맥주사보다는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형 치료제에 더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케어젠은 지난해 10월 비임상시험수탁(CRO)업체 노터스를 통해 햄스터를 대상으로 스파이크 다운의 효과를 실험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투입한 햄스터를 세 부류로 나누고 실험군 A에는 ‘스파이크 다운’을 코흡입 방식으로 투여하고, 실험군 B에는 정맥주사를 놓았습니다. 대조군에는 아무것도 투여하지 않았죠. 3일 후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발현되는 유전자를 유전자 증폭 검사(RT-PCR)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PCR 검사는 보통 코로나19 바이러스의 4가지 유전자(N gene, RdRp gene, S gene, E gene)를 보고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검사합니다. 코 스프레이를 투여한 햄스터는 3일 뒤에 RdRp gene과 E gene 수치가 각각 0.046, 0.033이 나왔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주입하기 전에 햄스터를 마취하고 스프레이를 코에 미리 뿌려두는 방식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이 수치는 가짜 약을 투여한 햄스터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수치를 1로 두고 비교한 것입니다. 반면 정맥주사를 투여한 햄스터는 RdRp gene과 E gene 수치가 각각 0.583, 0.083이 나왔습니다. 다시 말해 코 스프레이에 예방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RdRp gene의 경우 정맥주사의 10분의 1 이하로 나온 것이죠. 일주일 뒤엔 코로나19 RdRp gene과 E gene이 거의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N gene 수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치료 효과도 확실했다는 겁니다.
정 대표는 “코 스프레이 치료제가 예방 효과가 있다는 걸 보여준 수치”라며 “몸속에 들어온 코로나19 바이러스도 효과적으로 제거했다”고 말했습니다. 케어젠은 코 스프레이는 직접 완제품까지 개발하고, 정맥주사제는 기술수출하는 방안을 고려 중입니다.
여기에 안과질환인 황반변성 치료제도 곧 임상 1상에 들어갑니다. 전임상은 거의 마무리가 됐습니다. 이미 나와 있는 제품은 주사제입니다. 케어젠은 이를 펩타이드 기술을 활용해 점안제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현재 황반변성은 2~3개월에 한 번씩 눈 흰자 위에 직접 주사하는 방식으로 치료합니다. 점안제로 치료제가 개발되면 주사에 두려움을 갖는 환자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란 분석입니다.
오는 3~4월께엔 미국 또는 유럽에 임상 1상을 위한 신청서(IND)를 낼 예정입니다. 정 대표는 “모든 치료제의 방향은 기존 제품보다 더 뛰어난지를 중점적으로 볼 것”이라며 “주사제에 대한 공포감이 상당한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에서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유럽에서도 인정받은 헤어필러 제품
케어젠의 매출은 미용 제품에서 나옵니다. 특히 발모를 촉진하는 헤어필러 제품에 기대감이 높습니다. 헤어필러는 주사제입니다. 발모를 원하는 부분에 2주에 한 번씩 맞습니다. 일곱 종류의 펩타이드와 필러 재료인 히알루론산이 섞여 있습니다. 유럽인증(CE)을 받고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는 이 제품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100억 원으로 2019년 대비 세 배 정도 뛰었다고 합니다.
이 제품은 세포 중 노화 현상을 막기 위해 필요한 단백질들을 자극하는 역할을 합니다. 성장인자를 자극하는 것이죠. 우리 몸은 세포가 노화되거나 손상되면 이웃 정상세포에 신호를 보냅니다. 세포분열을 통해 적정 세포수를 유지하기 위해서죠. 이러한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이 바로 성장인자입니다. 성장인자가 부족하거나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세포분열이 원활하지 못해 모발 관련 세포수가 유지되지 못합니다.
모발 관련 성장인자에는 VEGF, PDGF, SCF, KGF, WINT 등이 있는데요. 케어젠의 헤어필러는 각질세포성장인자인 KGF와 WINT를 표적으로 합니다. 펩타이드를 넣어 이들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하죠. 이와 함께 탈모의 원인이 되는 BMP4라는 물질을 저해합니다. BMP4는 모낭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모낭의 성장을 방해하는 단백질입니다.
호르몬 조절 방식이 아닌 직접 주사 방식으로 발모를 하는 제품은 유럽시장에 없다고 합니다. 호르몬 변화 등 부작용 없이 탈모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주사제인 겁니다.
정 대표는 “탈모 시장은 머리카락이 눈에 띄게 늘지 않으면 의사들이 제품 자체를 찾지 않는다”며 “유럽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기 시작해 올해엔 두 배 이상의 매출 증대가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2021년 약 200억 원 이상의 매출이 나올 수 있단 얘기입니다.
헤어필러 제품의 매출은 2020년 3분기에 약 23억 원으로 같은 기간 전체 매출(147억 원)의 15% 수준이었지만 더 올라갈 전망입니다.
필러 제품으로 탄탄해지는 매출과 영업이익
이 회사의 주요 매출 품목은 얼굴 등에 주입하는 필러입니다. 지난해 3분기 현재 47%(69억 원)의 매출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 회사의 필러 제품은 그 안에 펩타이드를 섞어 넣습니다. 그래서 가격도 비싼 편입니다.
자연 상태의 펩타이드는 몸 안에 들어가면 30분 안에 분해돼 없어집니다.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인체에 오래 머무르도록 하는 ‘서방형(徐放型) 방출’ 기술이 필요합니다. 천천히 약효가 작용한다는 뜻입니다. 일반 필러는 히알루론산을 피부 주름에 주입해 채운 후 히알루론산이 인체에서 모두 분해되면 다시 시술해야 합니다. 서방형 방출 기술을 이용하면 필러를 맞는 주기가 길어집니다.
정 대표는 “펩타이드가 인체에 들어가 콜라겐을 합성해 피부 처짐 현상 등을 근본적으로 없앤다”며 “채우는 게 아니라 오히려 피부를 들어 올리는 효과가 있어 반응이 좋다”고 말합니다. 일반 필러 제품보다 두 배 정도 높은 가격에 팔리지만 경쟁력이 있는 이유입니다.
다만 한국시장에선 펩타이드를 필러에 넣었다는 이유로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료기기가 아닌 의약품으로 임상을 거쳐 허가를 받으라고 하는 것이죠.
이와 함께 입 주변의 주름을 펴주는 새로운 필러 제품을 지난해 11월부터 유럽에서 팔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담배를 피우는 여성의 경우 입 주변의 주름 정도가 더 심하다”며 “입 주변 주름을 위한 거의 유일한 제품이어서 소비자의 반응이 좋다”고 전했습니다. 펩타이드 수출 시작한 케어젠
펩타이드를 활용한 미용 매출이 한차례 더 뛸 기회도 맞았습니다. 약 1년 반 동안의 협상을 통해 독일 화학업체인 바스프(BASF)와 펩타이드 원료 물질에 대한 글로벌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입니다. 신약 개발 기업으로 따지면, 판매 허가를 받은 상황에서 제품에 대한 판권을 넘긴 것입니다.
케어젠이 보유한 360여 개의 특허 펩타이드 중 미백·항노화·항염증·항아토피 기능의 펩타이드 4가지 원료 물질에 대해 2021년 1월부터 총 5년간 독점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바스프는 독일에 본사를 둔 글로벌 종합화학회사로, 한국에서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에 화장품 원료를 대량 납품하고 있습니다.
이번 건은 펩타이드를 이용한 화장품 원료를 개발 중인 바스프 본사가 먼저 찾아와 계약을 체결하자고 했다고 합니다. 바스프는 이 물질들로 화장품 원료를 만들어 화장품 회사에 판매할 예정입니다. 5년 동안 최소 금액을 사가는 조건입니다. 영업이익률이 50%가 넘는다고 합니다. 현재는 4개 펩타이드에 대해서 계약을 체결했지만 추후 물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개발한 지 5년이 지난 혈당 조절용 드링크제 ‘디글루스테롤(Deglusterol)’도 올 상반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개별인정형 제품으로 허가를 받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펩타이드를 활용한 제품으로 유럽 등에서 매출을 일부 올리고 있습니다.
케어젠은 디글루스테롤의 생산을 위해 306억 원 들여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을 충족한 화성공장을 세웠습니다. 연 10톤 정도의 펩타이드 물질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정 대표는 “디글루스테롤은 화성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할 2021년부터 새로운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