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part.2 - 체외진단산업의 현재와 미래] 나노엔텍, 랩온어칩으로 진단기술을 명품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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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엔텍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히든 챔피언’입니다. 어려운 기술을 구현하기 때문에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시장에서 성공할 정예 멤버를 여럿 가지고 있는 기업입니다.”
정찬일 나노엔텍 대표는 당차게 회사를 소개했다. 아무나 따라올 수 없는 나노엔텍만의 기술로 세계시장을 제패하겠다는 그의 큰 그림이 보인다. 나노엔텍은 랩온어칩(lab-on-a-chip)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현장진단 의료기기와 진단키트를 개발한다. 랩온어칩은 집적기술을 이용해 손바닥보다 작은 칩 위에서 실험실 내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국내에서는 나노엔텍이 최초로 랩온어칩을 이용해 진단키트를 제작했다.
코로나19는 마중물 역할을 했을 뿐
나노엔텍 역시 코로나19의 ‘덕’을 본 기업 중 하나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진단이 시급해짐에 따라 진단업계가 전반적으로 수혜를 입었다.
나노엔텍은 다른 진단업체들보다는 조금 늦게 개발에 착수했다. 하지만 나노엔텍만의 랩온어칩 기술로 개발한 현장진단용 코로나19 진단키트는 개발한 지 한 달여 만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출허가를 받았다. 코로나19 진단키트 ‘FREND COVID-19 total Ab’는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을, ‘FREND COVID19 Ag’는 독일 연방정부 보건국의 사용승인을 받았다.
코로나19가 인플루엔자(독감)처럼 상주하는 감염병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자 나노엔텍은 코로나19의 백신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측정할 수 있는 진단키트까지 개발했다. 정 대표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관련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면서도 “랩온어칩은 감염성 질환보다는 정량적인 수치가 필요한 질병의 진단에 더 적합한 기술이기 때문에 코로나19가 나노엔텍의 중점사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진입장벽 높은 ‘랩온어칩’으로 포스트 코로나 돌파
코로나19의 ‘수혜’가 끝나는,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나노엔텍이 선택한 전략은 ‘남들이 갈 수 없는 길을 돌파하는 것’이다. 이미 레드오션이 된 시장은 과감히 포기하고 아직 가능성이 높은 블루오션을 공략하는 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질환의 진단은 감염인지 여부만 알면 되는 ‘온-오프(on-off)’ 방식의 진단이다. 나노엔텍이 주력하고 있는 진단의 타깃은 비타민D,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전립선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전립선 특이항원(PSA)이다. 3가지 타깃의 공통점은 감염성 질환처럼 온-오프 방식이 아니라 정확한 수치가 나와야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정확도가 요구된다.
나노엔텍이 개발한 ‘프렌드 칩(FREND Chip)’은 손바닥만 한 칩이다. 혈액 샘플을 주입하면 혈액의 전처리부터 항원항체반응, 검출까지 모든 과정이 이 작은 칩 위에서 이뤄진다. 프렌드 칩에는 머리카락 두께 3분의 1 정도의 얇은 미세관이 있는데, 혈액이 이 관을 따라 천천히 흘러가며 항원항체반응을 일으킨다. 반응을 마친 프렌드 칩을 현장진단 의료기기인 프렌드(FREND)에 넣어주면 진단 결과가 나온다. 이 모든 과정이 3분 안에 끝난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여러 질병을 대상으로 진단키트를 제작할 수 있다.
비타민D나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호르몬은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가 만만치 않다. 대형 병원에서 가지고 있는 대형 진단장비를 써야 수치 파악이 가능하지만 웬만한 동네 병원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정 대표는 “갈수록 사회는 고령화되고 있는데, 모든 사람이 대형 병원에서 진단하기는 어렵다”며 “프렌드와 같은 소형 진단장비는 동네 병원에서도 진단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비타민D 결핍 진료환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17년 현재 9만여 명에 이른다. 테스토스테론의 경우 40대부터 매년 1.4%씩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두 호르몬 모두 생명에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골다공증이나 근육량 감소 등을 일으켜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때문에 꾸준히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며 수치의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 정대표는 “일회성 진단으로 질병이 있다, 없다를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한 매출이 발생할 수 있는 진단 항목”이라고 말했다.
진입장벽 높은 시장으로, 후리소매 전략으로!
나노엔텍의 또 다른 전략은 ‘후리소매(厚利少賣·많은 이윤을 남기고 적게 판매한다)’다. 적게 팔더라도 큰 이윤을 남기는 ‘명품’을 만들겠다는 취지에서다. 랩온어칩 기술은 적은 시료로 빠르게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의료 분야에서 잠재성이 높은 기술로 평가된다. 하지만 나노 단위의 미세관을 제작해야 하는 데다, 관을 흐르는 혈액의 속도와 양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칩도 오차 없이 편편해야 하는데 일반 공정으로는 이조차도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랩온어칩을 제작할 때는 반도체 공정인 초소형 정밀기계기술(MEMS)을 이용한다. 여기에 미세관에서의 유체 움직임을 파악하는 미세유체역학이 더해져 탄생한 것이 랩온어칩이다.
이처럼 랩온어칩 기반의 진단은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다. 정 대표는 “쉽게 할 수 있는 진단은 이미 너무 많은 업체가 뛰어든 레드오션 시장”이라고 말했다. 프렌드 칩의 주요 시장은 미국과 독일, 인도네시아다. 우리나라에 비해 인구밀도가 낮고 대형병원의 접근성이 낮은 미국은 바로 진단 결과가 나와야 하는 현장진단기기의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소형화를 무기로, 해외에서는 현장진단을 주무기로 판매하고 있는 셈이다.
정 대표는 “현장진단 기기는 빠른 진단 시간도 중요하지만 진단의 정확성도 매우 중요하다”며 “대형 병원에서 제공하는 진단의 품질을 동네 병원에서도 구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
정찬일 나노엔텍 대표는 당차게 회사를 소개했다. 아무나 따라올 수 없는 나노엔텍만의 기술로 세계시장을 제패하겠다는 그의 큰 그림이 보인다. 나노엔텍은 랩온어칩(lab-on-a-chip)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현장진단 의료기기와 진단키트를 개발한다. 랩온어칩은 집적기술을 이용해 손바닥보다 작은 칩 위에서 실험실 내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국내에서는 나노엔텍이 최초로 랩온어칩을 이용해 진단키트를 제작했다.
코로나19는 마중물 역할을 했을 뿐
나노엔텍 역시 코로나19의 ‘덕’을 본 기업 중 하나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진단이 시급해짐에 따라 진단업계가 전반적으로 수혜를 입었다.
나노엔텍은 다른 진단업체들보다는 조금 늦게 개발에 착수했다. 하지만 나노엔텍만의 랩온어칩 기술로 개발한 현장진단용 코로나19 진단키트는 개발한 지 한 달여 만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출허가를 받았다. 코로나19 진단키트 ‘FREND COVID-19 total Ab’는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을, ‘FREND COVID19 Ag’는 독일 연방정부 보건국의 사용승인을 받았다.
코로나19가 인플루엔자(독감)처럼 상주하는 감염병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자 나노엔텍은 코로나19의 백신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측정할 수 있는 진단키트까지 개발했다. 정 대표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관련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면서도 “랩온어칩은 감염성 질환보다는 정량적인 수치가 필요한 질병의 진단에 더 적합한 기술이기 때문에 코로나19가 나노엔텍의 중점사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진입장벽 높은 ‘랩온어칩’으로 포스트 코로나 돌파
코로나19의 ‘수혜’가 끝나는,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나노엔텍이 선택한 전략은 ‘남들이 갈 수 없는 길을 돌파하는 것’이다. 이미 레드오션이 된 시장은 과감히 포기하고 아직 가능성이 높은 블루오션을 공략하는 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질환의 진단은 감염인지 여부만 알면 되는 ‘온-오프(on-off)’ 방식의 진단이다. 나노엔텍이 주력하고 있는 진단의 타깃은 비타민D,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전립선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전립선 특이항원(PSA)이다. 3가지 타깃의 공통점은 감염성 질환처럼 온-오프 방식이 아니라 정확한 수치가 나와야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정확도가 요구된다.
나노엔텍이 개발한 ‘프렌드 칩(FREND Chip)’은 손바닥만 한 칩이다. 혈액 샘플을 주입하면 혈액의 전처리부터 항원항체반응, 검출까지 모든 과정이 이 작은 칩 위에서 이뤄진다. 프렌드 칩에는 머리카락 두께 3분의 1 정도의 얇은 미세관이 있는데, 혈액이 이 관을 따라 천천히 흘러가며 항원항체반응을 일으킨다. 반응을 마친 프렌드 칩을 현장진단 의료기기인 프렌드(FREND)에 넣어주면 진단 결과가 나온다. 이 모든 과정이 3분 안에 끝난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여러 질병을 대상으로 진단키트를 제작할 수 있다.
비타민D나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호르몬은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가 만만치 않다. 대형 병원에서 가지고 있는 대형 진단장비를 써야 수치 파악이 가능하지만 웬만한 동네 병원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정 대표는 “갈수록 사회는 고령화되고 있는데, 모든 사람이 대형 병원에서 진단하기는 어렵다”며 “프렌드와 같은 소형 진단장비는 동네 병원에서도 진단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비타민D 결핍 진료환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17년 현재 9만여 명에 이른다. 테스토스테론의 경우 40대부터 매년 1.4%씩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두 호르몬 모두 생명에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골다공증이나 근육량 감소 등을 일으켜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때문에 꾸준히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며 수치의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 정대표는 “일회성 진단으로 질병이 있다, 없다를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한 매출이 발생할 수 있는 진단 항목”이라고 말했다.
진입장벽 높은 시장으로, 후리소매 전략으로!
나노엔텍의 또 다른 전략은 ‘후리소매(厚利少賣·많은 이윤을 남기고 적게 판매한다)’다. 적게 팔더라도 큰 이윤을 남기는 ‘명품’을 만들겠다는 취지에서다. 랩온어칩 기술은 적은 시료로 빠르게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의료 분야에서 잠재성이 높은 기술로 평가된다. 하지만 나노 단위의 미세관을 제작해야 하는 데다, 관을 흐르는 혈액의 속도와 양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칩도 오차 없이 편편해야 하는데 일반 공정으로는 이조차도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랩온어칩을 제작할 때는 반도체 공정인 초소형 정밀기계기술(MEMS)을 이용한다. 여기에 미세관에서의 유체 움직임을 파악하는 미세유체역학이 더해져 탄생한 것이 랩온어칩이다.
이처럼 랩온어칩 기반의 진단은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다. 정 대표는 “쉽게 할 수 있는 진단은 이미 너무 많은 업체가 뛰어든 레드오션 시장”이라고 말했다. 프렌드 칩의 주요 시장은 미국과 독일, 인도네시아다. 우리나라에 비해 인구밀도가 낮고 대형병원의 접근성이 낮은 미국은 바로 진단 결과가 나와야 하는 현장진단기기의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소형화를 무기로, 해외에서는 현장진단을 주무기로 판매하고 있는 셈이다.
정 대표는 “현장진단 기기는 빠른 진단 시간도 중요하지만 진단의 정확성도 매우 중요하다”며 “대형 병원에서 제공하는 진단의 품질을 동네 병원에서도 구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