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part.1]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돕는다?…면역치료제가 넘어야 할 허들과 종양미세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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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 고려대 의대 교수
면역항암제는 인체의 면역기능을 이용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약물이다. 항체치료제와 세포치료제, 바이러스 치료제, 사이토카인 치료제 등이 여기 포함된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외부에서 침입하는 바이러스나 세균뿐만 아니라 유전자 변이에 의해 생성되는 암세포까지 인식하고 이를 사멸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암세포는 우리의 면역체계로부터 공격을 받지 않기 위해 다양한 면역 회피 수단을 탑재하게 된다. 그 결과 암세포와 암 조직을 무찌르기 위해 찾아간 면역세포들은 암 조직을 자신의 정상조직으로 인식하게 되며 암세포를 도와 암을 성장시키게 된다.
부작용 적고 완치 기대도 가능한 면역항암제
기존 항암제는 암을 직접 공격해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암 조직을 사멸하는 방식에 초점을 두었다. 반면,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활성화시켜 암을 사멸하며, 또다시 암이 발생할 때를 대비하고 기억해 재발까지 방지할 수 있는 광범위한 효과가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대부분 바이오의약품으로, 단백질 제제나 바이러스 제제, 세포 제제들로 구성이 된다. 최근까지 암 치료의 표준요법으로 널리 쓰이는 대부분의 항암치료제는 화합물(합성) 의약품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의 성장에도 필수적인 경로를 저해하기 때문에 세포 성장이 지속해서 일어나는 혈구세포들과 위장관, 골수, 신장 조직 등에 심각한 부작용을 나타냈다. 이는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기력을 잃고, 머리카락이 모두 빠지며, 위장관 및 신장 장애 및 각종 감염질환에 취약함을 호소하는 원인이다.
이와 달리 면역항암제는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암을 사멸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다. 또한 재발 방지 및 완치까지 기대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고전적인 항암제가 주로 일으킨 구역 또는 구토, 설사, 탈모, 골수 억제 등의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적다.
다만 면역체계가 활발해지다 보니 면역세포들이 정상세포들까지 공격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갑상샘질환이나 간염, 폐렴, 장염, 뇌하수체염, 피부염 등 정상 조직에 과다한 염증반응을 초래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이런 부작용은 한 가지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때보다 서로 다른 종류의 면역항암제를 병용할 때 더 자주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암세포 발생 초기에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암세포를 인지하고 공격할 수 있다. 하지만 암은 성장하면서 획득하는 면역감시 회피 기전을 통해 면역체계의 공격을 피해 지속적으로 성장을 하고 인체의 다른 부분으로 퍼져가게 된다. 즉 적군을 무찌르기 위해 찾아간 아군이 암세포들의 ‘최면술’에 걸려 오히려 친구가 되고 이들을 돕게 되는 식이다. 면역항암제는 이렇게 암세포가 우리 몸의 면역체계로부터 회피하는 것을 억제하거나 면역세포의 작용을 강화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더욱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의 원리
암세포가 면역체계를 회피하는 첫 번째 방법은 면역관문(checkpoint)을 이용하는 것이다. 면역관문 단백질이란 자동차의 브레이크와 같은 기능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우리 몸은 면역세포가 활성화되면 면역관문 단백질을 함께 발현시켜 브레이크를 걸고 과다한 면역반응을 조절한다. 그런데 암세포는 이런 원리를 악용한다. 암세포 자신을 무찌르기 위해 접근해오는 면역세포들에 발현하는 면역관문 단백질의 짝꿍인 리간드를 과발현해 면역세포를 무력화시킨다. 면역관문 단백질과 리간드가 만나면 면역세포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돼 더 이상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하고 친구가 되게 하는 것이다. 암세포는 이런 방식으로 우리 몸의 면역감시 체계를 피한다.
이런 작용을 하는 대표적인 면역관문 단백질에는 면역 관련 T세포 표면에 위치한 단백질인 PD-1, CTLA-4, Lag3, Tim3, KLRG1 등이 있다. 면역관문억제제로 개발된 약물은 이러한 면역관문 단백질이 암세포에 결합하는 것을 방해해 T세포의 불활성화를 막는다. 또 친구가 된 면역세포들이 다시 정신을 차리게 만들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한다.
최근에는 특정 암세포와 T세포를 동시에 인식할 수 있는 이중항체 구조의 면역항암제들도 개발되고 있다. T세포가 암세포를 더 잘 인식하고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을 강화한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승인된 면역항암제는 대부분 면역관문억제제 약물이다. 이들은 크게 T세포 표면의 면역관문에 결합하는 약물과 암세포 표면의 면역관문에 결합하는 약물로 구분된다. MSD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BMS의 ‘옵디보’(니볼루맙)는 T세포의 PD-1에, BMS의 ‘여보이’(이필리무맙)는 T세포의 CTLA-4에, 로슈의 ‘티센트릭’(아테졸리주맙)과 화이자-머크의 ‘바벤시오’(아벨루맙)는 암세포 표면의 PD-L1에 결합한다.
또한 암세포와 T세포의 결합을 촉진하는 면역세포 작용 강화제인 암젠의 ‘블린사이트’(블리나투모맙)는 암세포 표면의 CD19와 T세포 표면의 CD3에 동시에 결합하는 기전이다. 급성백혈구성 백혈병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이 외에도 현재 암세포와 T세포의 결합을 촉진하는 많은 이중항체가 임상시험에 진입해 유효성, 안전성, 독성평가를 진행하고 있어 앞으로의 면역항암제 시장은 급성장을 이룰 전망이다. 종양미세환경 잡아야 암 잡는다
암세포가 면역체계를 회피하는 두 번째 메커니즘으로는 종양미세환경(TME·Tumor Micro Environment)을 들 수 있다. 종양미세환경은 말 그대로 암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미세물질들을 모두 일컫는다. 암의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혈관, 암세포들을 지지해주고 있는 섬유아세포 및 조직을 이루는 구성성분인 콜라겐, 파이브로넥틴 등 세포외기질(ECM)을 포함한다. 우리 몸의 간, 신장, 위장관 등의 기관과 마찬가지 구조로 생각하면 된다. 다만 우리 몸의 기관은 제각각 역할이 있지만 암 조직은 역할이 없이 오직 자신의 급속도 성장을 위해 체내 모든 영양분을 끌어모으게 되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렇게 급속도로 커진 종양 조직은 종양 내부가 기존 혈액 공급에서 멀어지게 돼 극심한 저산소 환경을 이루게 된다. 고형암의 50% 이상에서 산소 분압은 5mmHg 미만(정상 정맥혈은 40mmHg)을 보이며, 이런 저산소 환경은 암세포의 변이 속도를 높이게 된다.
저산소 환경에서는 NER(Nucleotide Excision Repair)나 MMR(Mis Match Repair) 경로와 같은 DNA 복구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런 저산소증은 저산소증 유발인자 HIF1-α를 발현시키며 신생혈관을 비롯해 각종 전이와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을 유도해 예후를 악화한다.
암 조직에서 발현하는 HIF1-α는 혈관내피성장인자(VEGF·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의 분비를 증가시켜 자신의 성장을 위한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는 신생혈관을 만들게 된다. 우리 몸에서 VEGF는 혈액 순환 장애로 인해 산소공급이 부족할 때 세포와 조직에 혈액 공급을 복원하는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암세포는 이러한 신생혈관 형성을 이용해 자신의 성장을 촉진한다. 암세포에 의해 유도된 신생혈관은 정상 혈관과 다른 구성성분을 사용하기 때문에 혈관이 치밀하지 못하고 구멍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이런 구멍을 통해 빠져나간 암세포는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되는 원인이 된다. 종양미세환경의 또 다른 특징은 IL-10, IDO, TGF-β 등의 면역억제 신호단백질을 과량 분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암세포를 사멸하기 위해 들어온 T세포, NK세포, 대식세포, 수지상세포, 호중구 등의 활성화된 면역세포를 조절T세포, 골수유래억제세포 등 면역억제세포로 만들어 모두 ‘친구’가 된다. 따라서 아무리 강한 면역세포들이 암 조직에 들어오더라도 이러한 종양미세환경에 의해 모두 무력화되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종양미세환경을 억제하는 항체치료제, 표적치료제 등을 면역관문억제제와 함께 사용해 항암 효과를 증대하려는 시도가 다국적 제약회사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종양미세환경을 잡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시작됐다
뇌암(neuroblastoma)을 예로 들면 시클로포스파미드 또는 테모졸로마이드 같은 조절T세포 억제 화학요법과 뇌암 공격 GD2 항체를 조합해 항암 효과를 증진할 수 있다. TGF-β1 억제 또한 항체 매개 뇌암 세포 독성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TGF-β1 억제제는 종양미세환경 조절자로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제제다.
면역항암제는 그간 동물실험에 국한되어 있던 면역세포들의 항암 기능을 환자에게서 증명한 획기적인 치료제다. 끊임없이 변이하며 생존하는 암세포들을 쫓아가서 사멸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제이기도 하다. 최근 임상에서 보여주는 면역항암제의 항암 효과는 믿기 어려울 만큼 괄목할 만하다. 더 이상 치료를 받지 못하던 말기 암 환자를 살리고, 생존 기간을 늘리고 있다. 하나의 암 질환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암종에 적용될 수 있어 더 많은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일부 환자들만 치료에 반응한다는 한계점이 아직은 뚜렷하다. 따라서 치료를 받은 환자의 특성(혈액 및 종양 분자 특성 분석 포함)을 철저히 분석해 잠재적인 반응 지표를 식별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환자 맞춤형 유전체 및 바이오마커 기술들을 통해 환자 특이적 유전자 분석을 수행하고, 단일 바이오마커보다는 어떠한 신호경로가 영향을 받는 것인지 유전자 네트워크를 총체적으로 분석해 종양미세환경에서 완벽하게 작동하는 표적치료제를 발굴해야 한다.
이들 종양미세환경 표적치료제들을 면역항암제와 병용한다면 암세포의 친구가 된 면역세포들을 바로잡아 다시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면역세포로 만들 수 있다. 이렇게 교육받은 면역세포들은 일부가 기억세포로 전환돼 우리 몸을 돌며 암세포가 출현하면 곧바로 잡아먹을 수 있는 그런 막강한 항암 면역 기능을 환자에게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2021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
부작용 적고 완치 기대도 가능한 면역항암제
기존 항암제는 암을 직접 공격해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암 조직을 사멸하는 방식에 초점을 두었다. 반면,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활성화시켜 암을 사멸하며, 또다시 암이 발생할 때를 대비하고 기억해 재발까지 방지할 수 있는 광범위한 효과가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대부분 바이오의약품으로, 단백질 제제나 바이러스 제제, 세포 제제들로 구성이 된다. 최근까지 암 치료의 표준요법으로 널리 쓰이는 대부분의 항암치료제는 화합물(합성) 의약품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의 성장에도 필수적인 경로를 저해하기 때문에 세포 성장이 지속해서 일어나는 혈구세포들과 위장관, 골수, 신장 조직 등에 심각한 부작용을 나타냈다. 이는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기력을 잃고, 머리카락이 모두 빠지며, 위장관 및 신장 장애 및 각종 감염질환에 취약함을 호소하는 원인이다.
이와 달리 면역항암제는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암을 사멸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다. 또한 재발 방지 및 완치까지 기대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고전적인 항암제가 주로 일으킨 구역 또는 구토, 설사, 탈모, 골수 억제 등의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적다.
다만 면역체계가 활발해지다 보니 면역세포들이 정상세포들까지 공격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갑상샘질환이나 간염, 폐렴, 장염, 뇌하수체염, 피부염 등 정상 조직에 과다한 염증반응을 초래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이런 부작용은 한 가지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때보다 서로 다른 종류의 면역항암제를 병용할 때 더 자주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암세포 발생 초기에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암세포를 인지하고 공격할 수 있다. 하지만 암은 성장하면서 획득하는 면역감시 회피 기전을 통해 면역체계의 공격을 피해 지속적으로 성장을 하고 인체의 다른 부분으로 퍼져가게 된다. 즉 적군을 무찌르기 위해 찾아간 아군이 암세포들의 ‘최면술’에 걸려 오히려 친구가 되고 이들을 돕게 되는 식이다. 면역항암제는 이렇게 암세포가 우리 몸의 면역체계로부터 회피하는 것을 억제하거나 면역세포의 작용을 강화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더욱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의 원리
암세포가 면역체계를 회피하는 첫 번째 방법은 면역관문(checkpoint)을 이용하는 것이다. 면역관문 단백질이란 자동차의 브레이크와 같은 기능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우리 몸은 면역세포가 활성화되면 면역관문 단백질을 함께 발현시켜 브레이크를 걸고 과다한 면역반응을 조절한다. 그런데 암세포는 이런 원리를 악용한다. 암세포 자신을 무찌르기 위해 접근해오는 면역세포들에 발현하는 면역관문 단백질의 짝꿍인 리간드를 과발현해 면역세포를 무력화시킨다. 면역관문 단백질과 리간드가 만나면 면역세포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돼 더 이상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하고 친구가 되게 하는 것이다. 암세포는 이런 방식으로 우리 몸의 면역감시 체계를 피한다.
이런 작용을 하는 대표적인 면역관문 단백질에는 면역 관련 T세포 표면에 위치한 단백질인 PD-1, CTLA-4, Lag3, Tim3, KLRG1 등이 있다. 면역관문억제제로 개발된 약물은 이러한 면역관문 단백질이 암세포에 결합하는 것을 방해해 T세포의 불활성화를 막는다. 또 친구가 된 면역세포들이 다시 정신을 차리게 만들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한다.
최근에는 특정 암세포와 T세포를 동시에 인식할 수 있는 이중항체 구조의 면역항암제들도 개발되고 있다. T세포가 암세포를 더 잘 인식하고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을 강화한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승인된 면역항암제는 대부분 면역관문억제제 약물이다. 이들은 크게 T세포 표면의 면역관문에 결합하는 약물과 암세포 표면의 면역관문에 결합하는 약물로 구분된다. MSD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BMS의 ‘옵디보’(니볼루맙)는 T세포의 PD-1에, BMS의 ‘여보이’(이필리무맙)는 T세포의 CTLA-4에, 로슈의 ‘티센트릭’(아테졸리주맙)과 화이자-머크의 ‘바벤시오’(아벨루맙)는 암세포 표면의 PD-L1에 결합한다.
또한 암세포와 T세포의 결합을 촉진하는 면역세포 작용 강화제인 암젠의 ‘블린사이트’(블리나투모맙)는 암세포 표면의 CD19와 T세포 표면의 CD3에 동시에 결합하는 기전이다. 급성백혈구성 백혈병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이 외에도 현재 암세포와 T세포의 결합을 촉진하는 많은 이중항체가 임상시험에 진입해 유효성, 안전성, 독성평가를 진행하고 있어 앞으로의 면역항암제 시장은 급성장을 이룰 전망이다. 종양미세환경 잡아야 암 잡는다
암세포가 면역체계를 회피하는 두 번째 메커니즘으로는 종양미세환경(TME·Tumor Micro Environment)을 들 수 있다. 종양미세환경은 말 그대로 암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미세물질들을 모두 일컫는다. 암의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혈관, 암세포들을 지지해주고 있는 섬유아세포 및 조직을 이루는 구성성분인 콜라겐, 파이브로넥틴 등 세포외기질(ECM)을 포함한다. 우리 몸의 간, 신장, 위장관 등의 기관과 마찬가지 구조로 생각하면 된다. 다만 우리 몸의 기관은 제각각 역할이 있지만 암 조직은 역할이 없이 오직 자신의 급속도 성장을 위해 체내 모든 영양분을 끌어모으게 되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렇게 급속도로 커진 종양 조직은 종양 내부가 기존 혈액 공급에서 멀어지게 돼 극심한 저산소 환경을 이루게 된다. 고형암의 50% 이상에서 산소 분압은 5mmHg 미만(정상 정맥혈은 40mmHg)을 보이며, 이런 저산소 환경은 암세포의 변이 속도를 높이게 된다.
저산소 환경에서는 NER(Nucleotide Excision Repair)나 MMR(Mis Match Repair) 경로와 같은 DNA 복구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런 저산소증은 저산소증 유발인자 HIF1-α를 발현시키며 신생혈관을 비롯해 각종 전이와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을 유도해 예후를 악화한다.
암 조직에서 발현하는 HIF1-α는 혈관내피성장인자(VEGF·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의 분비를 증가시켜 자신의 성장을 위한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는 신생혈관을 만들게 된다. 우리 몸에서 VEGF는 혈액 순환 장애로 인해 산소공급이 부족할 때 세포와 조직에 혈액 공급을 복원하는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암세포는 이러한 신생혈관 형성을 이용해 자신의 성장을 촉진한다. 암세포에 의해 유도된 신생혈관은 정상 혈관과 다른 구성성분을 사용하기 때문에 혈관이 치밀하지 못하고 구멍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이런 구멍을 통해 빠져나간 암세포는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되는 원인이 된다. 종양미세환경의 또 다른 특징은 IL-10, IDO, TGF-β 등의 면역억제 신호단백질을 과량 분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암세포를 사멸하기 위해 들어온 T세포, NK세포, 대식세포, 수지상세포, 호중구 등의 활성화된 면역세포를 조절T세포, 골수유래억제세포 등 면역억제세포로 만들어 모두 ‘친구’가 된다. 따라서 아무리 강한 면역세포들이 암 조직에 들어오더라도 이러한 종양미세환경에 의해 모두 무력화되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종양미세환경을 억제하는 항체치료제, 표적치료제 등을 면역관문억제제와 함께 사용해 항암 효과를 증대하려는 시도가 다국적 제약회사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종양미세환경을 잡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시작됐다
뇌암(neuroblastoma)을 예로 들면 시클로포스파미드 또는 테모졸로마이드 같은 조절T세포 억제 화학요법과 뇌암 공격 GD2 항체를 조합해 항암 효과를 증진할 수 있다. TGF-β1 억제 또한 항체 매개 뇌암 세포 독성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TGF-β1 억제제는 종양미세환경 조절자로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제제다.
면역항암제는 그간 동물실험에 국한되어 있던 면역세포들의 항암 기능을 환자에게서 증명한 획기적인 치료제다. 끊임없이 변이하며 생존하는 암세포들을 쫓아가서 사멸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제이기도 하다. 최근 임상에서 보여주는 면역항암제의 항암 효과는 믿기 어려울 만큼 괄목할 만하다. 더 이상 치료를 받지 못하던 말기 암 환자를 살리고, 생존 기간을 늘리고 있다. 하나의 암 질환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암종에 적용될 수 있어 더 많은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일부 환자들만 치료에 반응한다는 한계점이 아직은 뚜렷하다. 따라서 치료를 받은 환자의 특성(혈액 및 종양 분자 특성 분석 포함)을 철저히 분석해 잠재적인 반응 지표를 식별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환자 맞춤형 유전체 및 바이오마커 기술들을 통해 환자 특이적 유전자 분석을 수행하고, 단일 바이오마커보다는 어떠한 신호경로가 영향을 받는 것인지 유전자 네트워크를 총체적으로 분석해 종양미세환경에서 완벽하게 작동하는 표적치료제를 발굴해야 한다.
이들 종양미세환경 표적치료제들을 면역항암제와 병용한다면 암세포의 친구가 된 면역세포들을 바로잡아 다시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면역세포로 만들 수 있다. 이렇게 교육받은 면역세포들은 일부가 기억세포로 전환돼 우리 몸을 돌며 암세포가 출현하면 곧바로 잡아먹을 수 있는 그런 막강한 항암 면역 기능을 환자에게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2021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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