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범세 기자
사진=서범세 기자
큐리언트는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영역의 혁신신약(First-in-Class)을 연구하는 신약 개발사다. 올해 면역항암제 Q702 등 다수의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술이전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큐리언트가 개발 중인 Q702는 3종의 인산화 효소(Axl, Mer, CSF1R)를 동시에 저해하는 면역항암제다. Q702를 2013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도입했다. 당시에는 내성폐암 치료제로 Q702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Axl을 저해하면 암의 전이를 막는다는 기전만 알려져 있던 때였다.

암은 전이되는 과정에서 운동성이 높아지고 사멸하기 힘든 상태로 변화한다. 암세포가 항암제에 대한 저항성이 생기는 이러한 상태를 상피간엽이행(EMT·Epithelial Mesenchymal Transition)이라고 한다. 큐리언트는 Axl이 EMT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방지하는 것을 Q702의 가장 중요한 작용기전으로 생각했다. 이후 꾸준한 연구를 통해 큐리언트는 Q702 투여로 인한 새로운 기전들을 파악했다. 종양미세환경을 조절하는 면역항암제로서의 개발 가능성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CD8 T세포·MHC 1 증가 환경 조성

종양미세환경은 암 조직 주변에서 증식과 전이, 소멸에 관여하는 환경을 뜻한다. 종양미세환경을 조절하는 방법은 약물에 따라 다양하다. 따라서 연구에 따라 새로운 기전이 추가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 일이다.

큐리언트가 지금까지 밝혀낸 Q702의 핵심 작용기전은 Axl, Mer, CSF 1R을 동시에 저해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면역을 활성화하는 ‘마크로파지1(M1)’과 ‘CD8 T세포’, ‘MHC1’이 늘어나는 환경이 조성된다. 면역을 억제하는 ‘마크로파지2(M2)’와 골수유래면역억제세포(MDSC)의 생성은 감소된다.

남기연 큐리언트 대표가 강조하는 핵심 지표는 CD8 T세포의 증가다. 여러 면역항암제가 다양하고 복잡한 기전을 내세우지만 결국은 CD8 T세포의 증가를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CD8 T세포는 세포 표면에 CD8 단백질을 가진 T세포를 일컫는다. 항암면역 효과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암세포와 직접 맞서 싸우는 전투병에 비유된다. 남 대표는 “기존에 출시된 면역항암제가 T세포를 직접 건드렸다면, 최근의 연구 동향은 T세포 조절물질이 작용하는 환경의 조성을 목표로 한다”고말했다. 전임상 연구에서 Q702는 단독 및 병용 투여 시 모두 CD8 T세포를 증가시키는 것이 확인됐다. 병용요법은 물론 단독요법으로도 사용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MHC1의 증가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면역항암제의 가장 큰 단점인 낮은 반응률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CD8 T세포가 전투병이라면 MHC1은 암세포를 알아볼 수 있는 이름표에 비유할 수 있다. 병사가 적을 알아보지 못하면 싸우지 못하듯, CD8 T세포가 많이 늘어나도 MHC1이 줄어들면 암을 제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큐리언트는 전임상에서 Q702가 MHC1 수치를 높인다는 사실을 단독과 병용 요법에서 모두 확인했다.

남기연 대표는 “키트루다와 옵디보에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 중 MHC1 수치가 낮은 사례가 많이 발견됐다”며 “기존 면역항암제와 Q702를 병용 투여했을 때 반응률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근거”라고 말했다.

올해 기술이전 성과 기대

큐리언트는 지난 12월 Q702에 대한 미국 임상 1상을 개시했다. 미국 내 3개 암센터에서 18세 이상 고형암 환자 78명을 대상으로 Q702를 단독 투여한다. 임상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하고 최적의 투여 용량을 도출할 계획이다.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인 만큼 효능도 확인한다. 예상 임상 종료 시점은 연말이다.

남 대표는 임상 1상의 진행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개발 및 기술이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동물실험에서 유효성을 확인했던 체중 비례 용량을 사람에 적용했을 때 부작용이 없다면 큰 난관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임상 1상에서 적정 용량이 도출된 이후, 병용요법을 위한 개발 계획도 본격적으로 수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췌장암, 신장암, 간암 등 기존 면역항암제의 반응률이 낮았던 영역에서 병용요법으로 적응증을 확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내성폐암에 대해 기존 폐암치료제와의 병용요법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기술이전을 통한 매출 발생도 기대하고 있다.

Q702 외의 파이프라인도 기술이전 성과를 기다리고 있다. ‘텔라세벡(Telacebec)’은 다제내성결핵 치료제로 미국과 남아공에서 임상 2a상을 완료한 물질이다. 큐리언트는 지난해 9월 얀센과 텔라세벡에 대한 물질이전계약(MTA)을 체결했다. 얀센은 MTA 체결 이후 최대 1년간 텔라세벡의 상업화 가치 평가를 진행한다. 업계에서는 얀센이 서튜러와 텔라세벡의 병용요법을 위해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아토피성 피부염치료제 ‘Q301’은 임상 속도가 가장 빠른 파이프라인이다. 작년 5월 말 미국 임상 2상을 종료하고 현재 적극적으로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남 대표는 “그동안 ‘입도선매’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많은 노력을 해왔다”며 “올해는 어떤 형태로든 수확을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NRDO 아닌 네트워크 연구개발 기업

큐리언트는 2008년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분사했다. 흔히 큐리언트를 대표적인 국내 NRDO(No Research Develope Only) 기업으로 여긴다. NRDO는 파이프라인을 직접 발굴하지 않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외부에서 도입해 임상개발을 통해 가치를 높인 뒤 기술이전 등의 전략을 펴는 기업을 일컫는다.

남 대표는 이런 외부의 인식이 실제 회사의 방침과는 거리가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큐리언트는 기초 연구를 심도 있게 수행하고 있고 직접 발굴한 파이프라인도 보유하고 있다”며 “임상개발에만 집중하는 전형적인 NRDO 기업들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Q301과 이종 독감백신 물질 ‘Q601’을 외부에서 도입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발굴했다. Q702도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도입할 당시엔 최종적으로 후보물질이 도출된 상태가 아니었다. 기초 연구만 진행된 상황에서 큐리언트가 여러 가지 세부적인 가설을 세우고 이를 입증할 수백 개의 화합물을 만들어냈다. 이후 가설과 일치하는 화합물이 나올 때까지 실험과 실패를 거듭했다. 그 과정에서 가설은 끊임없이 수정됐고 새로운 가설들이 추가되기도 했다.

남 대표는 큐리언트의 신약 개발 전략을 ‘네트워크 연구개발(R&D)’로 표현했다. 믿을 수 있는 세계적인 기초연구기관과의 협업으로 신약을 개발한다는 의미다.
*애널 평가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Q702은 기존 면역항암제들과는 달리 선천면역을 표적하는 혁신신약이다. Axl, Mer, CSF1R 삼중저해제로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임상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이전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