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의료 접근성이 낮은 미국 등에서는 코로나19 유행을 계기로 원격 진단 모니터링 시장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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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DA, 지난해 53개 신약 허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53개의 신약을 허가했다. 48개를 허가했던 2019년보다 많지만 59개 약물을 허가한 2018년보다는 적은 수다.

품목별로 보면 가장 많은 것은 항암제다. 진단용 의약품을 포함해 전체 허가 약물 중 18개가 항암제다.

폐암 치료제가 4개로 많았다. 블루프린트메디신의 가브레토, 록소온콜로지의 레테브모, 노바티스의 테브렉타, 재즈의 제프젤카 등이다. 제프젤카는 소세포폐암, 나머지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레테브모의 FDA 허가 후 일라이릴리는 록소온콜로지를 인수했다. 로슈는 가브레토의 미국 이외 지역 독점 판매권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는 로슈 자회사인 제넨텍과 블루프린트가 함께 판매한다.

유방암 치료제는 3개 허가받았다. HER2 양성 치료제인 시젠(옛 시애틀 제네틱스)의 투키사와 마크로제닉스의 마르겐자,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제인 이뮤노메딕스의 트로델비 등이다. 길리어드가 이뮤노메딕스를 인수하면서 트로델비는 길리어드의 품으로 들어갔다.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도 2개 허가를 받았다. 사노피 아벤티스의 사르클리사, GSK의 블렌렙이다.

희귀질환 치료제도 8개 허가를 받았다. 품목으로 보면 항암제 다음으로 많은 수다. 아이거바이오팜스가 개발한 조킨비는 미국에서 허가받은 첫 소아 조로증 치료제다. 조로증은 어린아이들에게 노화 현상이 나타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인 제넨텍의 에브리스디, 듀센근이형성증 치료제인 NS파마의 빌텝소 등도 희귀질환 치료제로 이름을 올렸다.

감염질환 치료제는 6개 허가를 받았다. 리제네론이 인마제브 허가를 받으면서 첫 에볼라 치료제로 이름을 올렸다. 두 번째 에볼라 치료제인 리지백바이오테라퓨틱스의 에반가도 정식 허가를 받았다. 길리어드의 베클루리(성분명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시신경척수염 치료제는 제넨텍의 엔스프링과 비엘라바이오의 업리즈나 등 2개, 편두통 치료제는 바이오해븐의 누르텍ODT와 룬드벡의 바이에프티 등 2개가 각각 허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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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부정맥 진단 회사 28억 달러에 인수

필립스는 웨어러블 심장 모니터링 기기 회사인 바이오텔레메트리를 28억 달러(3조31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올해 1분기 안에 모든 인수 절차를 끝내는 게 목표다. 바이오텔레메트리는 1994년 설립돼 2013년 나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매년 최소 100만 명의 심장 질환자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진단한다. 2019년 매출은 4억3900만 달러다. 필립스는 코로나19 유행으로 환자들이 병원 밖에서 의료서비스를 받는 사례가 늘면서 이 사업 규모가 두 자릿수 넘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오텔레메트리 매출의 85%는 부정맥 환자 진단과 모니터링에 집중됐다. 부정맥은 늘 일정한 간격으로 뛰어야 하는 심장 박동이 갑자기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질환이다. 증상을 미리 찾아 적절한 치료를 해야 돌연사 등을 막을 수 있지만 부정맥이 오는 주기가 일정하지 않아 환자가 병원을 찾아 검사받아도 정상으로 나오는 일이 많다. 부정맥 진단을 위한 원격 모니터링 시장이 커지는 배경이다.

필립스는 실시간 환자 모니터링 치료기기,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등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3억 명의 환자가 필립스의 통합 솔루션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는 미국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의 몸값을 높이고 있다. 앞서 8월 텔레닥은 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한 리봉고를 185억 달러에 인수했다. 지난해 이뤄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인수합병(M&A) 중 가장 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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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C 플랫폼 수집 나선 다국적 제약사들

베링거인겔하임이 NBE테라퓨틱스를 12억 유로(1조60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스위스 바젤에 있는 NBE는 2012년에 설립된 바이오 회사다. ROR1 표적 항체에 약물을 결합하는 항체약물 결합체(ADC) 플랫폼을 갖고 있다.

이 회사의 주요 파이프라인은 NBE-002다. 타이로신 인산화효소 계열인 ROR1 수용체를 표적으로 약물과 항체를 결합해 항암 치료 효과를 높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삼중음성유방암과 전이성 고형암 등이 주요 적응증이다.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머크도 ROR1 ADC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벨로스바이오를 28억 달러에 인수했다. 벨로스바이오의 대표 파이프라인은 VLS-101이다. 만성림프구성 백혈병, 급성 림프성 백혈병, 골ㄴ수성 백혈병 등 혈액암 치료제 등으로 개발하고 있다. 삼중음성 유방암, 비소세포폐암 등을 대상으로 한 고형암 임상 2상 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두 회사가 나란히 다국적 제약사들에 인수되면서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운영하는 클리니컬트라이얼스에 등록된 2개의 ROR1 ADC 파이프라인이 모두 대형 제약사 품에 안겼다.

지난해에는 ADC 플랫폼 관련 대규모 딜이 유난히 많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7월 다이이치산쿄의 Trop2 ADC 개발권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 60억 달러 규모 계약을 맺었다. 길리어드도 이뮤노메딕스를 210억 달러에 인수했다. Trop2 ADC 개발회사다. 머크는 LIV-1 ADC를 개발하는 시젠(옛 시애틀 제네틱스)과도 42억 달러 규모 계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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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먹는 GnRH 차단제 파이프라인 확대

화이자와 묘반트사이언스(이하 묘반트)가 전립선암과 여성 자궁내막증 등을 치료하는 오르고빅스(성분명 렐루골릭스) 공동 개발을 위해 42억 달러 규모 계약을 맺었다. 두 회사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렐루골릭스 복합제 등를 개발한다. 화이자는 미국, 캐나다, 아시아 특정 국가 등을 제외한 지역에서 렐루골릭스 독점 판매권을 갖게 된다. 묘반트는 단계별 마일스톤을 포함해 최대 42억 달러를 받는다. 화이자와 묘반트는 전립선암 치료제인 오르고빅스 상업화를 위한 비용과 수익을 공유할 계획이다.

묘반트에서 개발한 오르고빅스는 미 FDA로부터 전립선암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묘반트는 FDA 승인을 위해 애브비의 루프론 주사제와 비교한 임상 3상 시험 서류를 제출했다. 오르고빅스는 진행성 전립선암 환자를 위한 첫 먹는 성선자극호르몬(GnRH) 차단제로, 하루 한 번 먹으면 남성은 전립선암 성장을 자극하는 테스토스테론 호르몬 분비를 줄이고, 여성은 자궁 섬유화 등을 촉진하는 난소 에스트라디올 호르몬을 감소시킨다.

묘반트는 이 치료제를 여성 자궁 섬유종 치료제로도 개발하고 있다. 미국 FDA는 6월 1일께 허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자궁내막증 치료를 위한 치료제도 상반기 중 허가 서류를 제출(NDA)할 계획이다.

임상시험에서 루프론은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88.8% 억제했지만 오르고빅스는 96.7% 억제했다. 화학적 거세 수준이다. 치료제 가격은 물론 치료 방법도 오르고빅스가 앞선 것으로 평가 받는다. 먹는 약인 오르고빅스의 한 달치 약값은 2213달러다. 주사제인 루프론은 매달 또는 세 달마다 주사를 맞아야 하고 평균 8687달러다. 제네릭 약값도 2729달러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