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독점? 중국폰 득세?…한국서 LG폰 철수하면 벌어질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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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가 '매각'을 포함한 대대적인 사업 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시장에서 삼성전자·애플과 함께 '빅3'를 형성했던 주요 제조사의 이탈 가능성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2일 LG전자에 따르면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지난해 말까지 5년에 걸쳐 5조원가량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와 관련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20일 MC부문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LG전자 휴대폰 사업의 운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서동명 LG전자 MC경영관리담당은 지난달 29일 열린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MC사업부문의 사업 운영 방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 중이며 사업 방향성의 최종 결정 시점도 현 시점에서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다만 LG전자가 MC부문의 축소 혹은 매각 등 어떤 방식으로라도 사업부를 수술대에 올린다면, 국내 스마트폰 업계에 끼치는 여파가 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LG전자는 시장 점유율이 1~2% 안팎인 글로벌 시장과 달리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애플과 함께 '3강'을 형성해왔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는 65%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애플이 21%, LG전자가 13%를 차지했다.
LG전자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탈한다면 1위 삼성전자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현재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 중저가폰 위주로 판매하고 있는데, 높은 가격대와 운영체제가 다른 아이폰이 아닌 동일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갖춘 삼성전자로 이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단말기 가격 상승 가능성도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그간 소비자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판매 경쟁 덕분에 스마트폰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은 매년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보조금 등 상당한 규모의 마케팅 비용을 써왔다.
LG전자의 이탈은 국내 통신업계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향후 삼성전자와 신제품 출시와 가격 책정과 관련, 협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만으로 라인업을 꾸리기엔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로서도 마냥 달갑지 않은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삼성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80%를 넘게 되면 독점적 이슈가 부각돼, 정부에서 추진하는 '분리공시제'를 비롯해 시장 내 유효 경쟁을 만들려는 조치가 탄력을 받을 수 있어서다.
분리공시제란 단말기 판매 시 전체 보조금을 구성하는 이통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따로 공시하는 것을 뜻하는데, 제조사 입장에선 영업 기밀이 드러나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신규 플레이어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진입 움직임도 관측된다. 그간 국내 시장은 애플을 제외하고 외산폰 무덤으로 불렸지만,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제조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란 설명이다. 실제 샤오미는 지난해 40만원대의 5세대 통신(5G) 스마트폰으로 국내 시장을 두드렸다. 다만 샤오미 관계자는 "올해 국내 출시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부 매각을 진행하더라도 기존 사용자를 위해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 사후서비스(A/S) 등을 일정 기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축소 및 매각 검토를 공식 발표한 이후, 'LG 윙' SW 업데이트를 배포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사업부의 향방이 어떻게 되든 간에 기존 스마트폰 유저들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