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코로나19 항체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용승인 허가를 받았다.
많은 코로나19 항체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용승인 허가를 받았다.
항체치료제는 체내에 존재하는 물질인 항체를 이용해 합성의약품에 비해 안전성이 뛰어나며, 특정 항원에만 특이적으로 결합해 부작용이나 독성도 적다. 항체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배경이다. 치료제 외에 진단키트, 조영제, 세포치료제 등에도 활용되고 있다. 그럼 항체의 경쟁력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항체를 생산하는 기술은 크게 동물면역법과 라이브러리를 이용한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예전에는 동물에 특정 항원을 주사한 후 동물의 체내에서 일어나는 면역반응을 이용해 항원에 특이적인 항체를 선별하는 동물면역법이 주를 이뤘다. 면역반응이 일어난 동물의 비장에는 특정 항원에 대한 B세포의 증식이 유도되는데, 이 B세포를 암세포의 일종인 마이엘로마 세포와 융합시켜 만든 잡종세포는 암세포처럼 계속 증식하면서 항체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동물면역 이용한 단클론항체, 역사적 사건이었지만 한계도

이 잡종세포를 하이브리도마라고 한다. 이 하이브리도마를 단일세포 수준으로 분리하고, 여기에서 생산되는 항체를 분리하게 되면 항원의 특정 부위에만 결합하는 항체인 단클론 항체를 생산할 수 있다.

동물면역을 이용한 단클론항체 제작은 항체 제작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생산된 항체는 인체에 곧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동물의 B세포에서 생산된 항체는 동물의 유전정보를 포함하고 있으며, 사람의 면역계에서 이 정보는 외부 항원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동물면역을 통해 생산한 항체를 우리 몸에 투여하면 우리의 면역계는 이 항체를 제거하기 위한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치료 목적으로 투여한 항체는 우리의 면역계에서 만들어낸 항체에 의해 기능이 저해될 수 있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항체를 중화항체 (ADA·Anti-Drug Antibody)라고 한다. 치료용 항체에 대해 중화항체가 만들어지면 반복 투여가 어려워지고 치료 효능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면역원성 등 부작용 적은 인간 항체가 궁극적으로 주류 될 것

이러한 동물 유래 항체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람의 항체 정보를 동물 유래 항체와 결합한 항체가 만들어졌다.

사람의 항체 정보가 어느 정도 포함되었느냐에 따라 키메릭(chimeric) 항체, 인간화(humanized) 항체, 완전인간(human) 항체로 나눌 수 있다. 키메릭 항체에는 사람의 항체 정보가 80~90%, 인간화 항체는 90~95%, 완전인간 항체는 100% 포함돼 있다.

초기의 치료용 항체는 동물 유래 항체와 키메릭 항체 위주로 제작되었지만 부작용, 효능 감소, 반복 투여 어려움, 면역원성 등의 문제로 최근에는 인간화 또는 인간항체의 개발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궁극적으로는 인간항체 개발 방식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항체를 제작하는 방법으로는 인간항체 라이브러리를 이용하는 방법과 형질전환 동물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형질전환 동물은 동물의 항체 유전정보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인간의 항체 유전정보를 넣음으로써 동물에게서 인간항체를 만들 수 있도록 조작한 동물이다. 인간화 과정 없이 인간항체 제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물 제작에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든다. 또 동물을 꾸준히 유지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제작 이후의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항체 라이브러리 경쟁력은 개수보다 다양성과 안정성

항체 라이브러리는 다양한 종류의 항체 정보를 모아 놓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장균의 바이러스인 파지를 이용한 파지 디스플레이 형태로 제작해 사용한다. 파지 디스플레이는 파지의 표면에 항체를 발현시킨 후 특정 항원에 결합하는 것을 찾는 방식이다.

항체가 항원을 인식하고 특이적으로 결합할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이 상보성 결합부위(CDR) 또는 항원결합부위(antigen binding region)라고 불리는 곳이다. CDR은 항체의 중사슬과 경사슬에 각각 3개씩 존재하며, CDR의 서열 정보와 CDR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길이 정보가 항원에 대한 결합 특이성을 결정한다.

항체 라이브러리는 항체의 CDR 정보를 다양하게 구성해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는 항체들을 모아 놓은 것으로 라이브러리의 질은 항체의 다양성, 안정성 그리고 라이브러리의 크기 등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항체 라이브러리 보유 기업의 라이브러리 크기는 1010~1012 수준이다.

다만 라이브러리의 크기가 크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라이브러리라고 말할 수는 없다. 제작 방식에 따라 동일한 정보 또는 매우 유사한 정보를 가진 항체가 많이 포함되어 있거나, 유전자 형태로는 잘 만들어져 있지만 실제 항체 단백질로 만들어지는 비율은 매우 낮은 라이브러리도 있기 때문이다.

질 좋은 라이브러리 확보가 최대 관건

라이브러리는 항체 제작에서 중요한 플랫폼 기술의 하나다. 라이브러리 기술의 장점 중 하나는 항체 선별 과정을 다양하게 조절해 원하는 특성을 가지는 항체 선별이 용이하고 인간화 과정이 필요 없어 비교적 빠른 시간에 항체 스크리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라이브러리의 질이 좋지 못하면 여기에서 나오는 항체의 질 역시 좋을 수가 없다. 발현율과 안정성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도 여러 종류의 라이브러리가 치료용 항체 제작에 활용되고 있지만 각 기술은 서로 다른 기술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라이브러리 기술을 이용해서 좋은 항체를 얻고자 한다면 라이브러리의 크기뿐만 아니라 라이브러리를 이용한 스크리닝 방법의 이해, 각 기술 간 기술적 차별성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항체 라이브러리는 제조방식에 따라 네 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사람의 B세포에 있는 유전정보를 이용해 제작하는 나이브(naive) 라이브러리와 특정 항원에 이미 노출된 사람 또는 항원을 동물에 주사해 면역반응을 유도한 후 B세포의 유전 정보를 이용해 제작하는 면역(immune) 라이브러리, 모든 유전정보를 사람이 직접 합성해 제작하는 합성(synthetic) 라이브러리, 사람 또는 동물의 유전정보와 합성한 정보를 조합해 제작하는 반합성(semi-synthetic) 라이브러리가 그것이다. 이외에 항체의 구조에 따라 구분할 수 있으며, scFv, 팹(Fab), 펩타이드 (peptide), 도메인(domain) 라이브러리 등이 있다.

이들은 형태와 특성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기술이 가지는 특징과 장점을 활용해 항체 엔지니어링기술로 쓴다면 기존 기술이 가지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의 개발뿐만 아니라 항체의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 기존에는 적용하지 못했던 새로운 타깃과 적응증에 대한 치료제 개발도 가능할 것이다.

[항체의 세계] 항체 경쟁력, 핵심은 무엇일까
이정욱

성균관대에서 유전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생명과학부에서 석사 및 박사 과정을 마쳤다.
삼성종합기술원에서 항체 연구를 시작했고
항체 엔지니어링 기술팀장을 지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한올바이오파마를 거치면서
바이오의약품 기술 분석 및 면역항암제 연구를 했다.
현재 세라노틱스 항체신약연구소장으로
항체 라이브러리 구축 및 항암 항체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