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경훈 기자
사진=신경훈 기자
엔케이맥스는 2019년 국내 NK세포치료제 기업 최초로 미국 임상을 시작한 바이오 기업이다. 체외에서 고순도로 분리한 NK세포의 활성도를 유지하면서 대량 증식할 수 있는 ‘슈퍼 NK’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NK세포는 T세포와 달리 체내에 투 여됐을 때 증식하지 않는다. 혈액에 소량 있는 NK세포를 뽑아 고활성·고순도 를 유지한 채 대량 배양하지 않으면 치료제로 쓰이는 데 어려움이 있다. NK세포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NK세포의 양은 20억 ~60억 개에 달하지만, 혈액 80cc에서 채취 할 수 있는 NK세포의 양은 250만 개 정도라는 게 박상우 엔케이맥스 대표의 설명이다.

엔케이맥스는 99% 고순도로 분리한 NK세포를 최대 190억 배까지 대량 증식할 수 있는 ‘슈퍼 NK’ 기술을 보유 중이다. NK세포를 분리했을 때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활성도를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NK세포는 고순도와 대량 배양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순도를 99% 수준까지 높일 경우 NK세포들이 서로를 잡아먹어 증식이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특수한 먹이세포를 사용해 순도를 유지하고 세포독성을 높이면서 NK세포를 증식한다”고 설명했다.

머크·화이자와 면역관문억제제 병용 임상

이 회사에서 가장 속도가 빠른 NK세포치료제 임상은 4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키트루다 병용임상 1·2a상이다. 올 상반기 말에 환자 추적 관찰을 마친 뒤 결과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지난해 6월 중간 발표에선 무진행생존기간(PFS)이 8개월로 나타났다. 키트루다를 단독 투여하는 경우(4개월)보다 2배가량 PFS가 늘었다. 객관적반응률(ORR)은 44.4%였다. PD-L1 발현율이 1% 이상인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의 키트루다 ORR은 20~3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표는 NK세포치료제를 사용하면 키트루다와 같은 면역관문억제제의 ORR을 높임과 동시에 부작용을 줄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NK세포는 면역관문억제제 투여 시 T세포가 과도하게 만들어져 생기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조절 기능을 갖고 있다”며 “특정한 바이오마커가 없는 키트루다의 경우 NK세포 활성도가 높은 환자에게 투여 시 더 좋은 효과를 보이는 게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엔케이맥스는 미국에서도 키트루다와 바벤시오를 병용투여하는 임상 1·2a상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엔케이맥스는 미국서 골육종 암, 폐암, 대장암, 유방암 등 고형암 환자 9명을 대상으로 NK세포치료제 단독투여 임상 1상을 1년 6개월가량 진행했다. 환자 일부에게서 암이 더 이상 자라지 않는 등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키트루다나 바벤시오를 병용투여하는 조건으로 임상 1상을 임상 1·2a상으로 변경할 것을 회사 측에 제안했다.

뜻밖의 제안에 임상 1상은 머크와 화이자가 합류한 임상 1·2a상으로 확대됐다. 해당 임상에선 9명에겐 키트루다를, 다른 9명에겐 바벤시오를 병용투여하게 된다. 머크와 화이자가 바벤시오 관련 임상 비용을 모두 부담한다. 기존 임상 1상에 참여한 환자들에겐 키트루다를 병용투여하는 ‘동정적 사용’ 제도가 적용됐다. 박 대표는 “FDA의 제안 덕분에 임상 2상을 준비하느라 소요됐을 2년의 기간을 단축했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 치료, 암 예방도 NK세포치료제로

뇌질환으로 치료영역도 확장하고 있다. 지난 1월 엔케이맥스는 멕시코서 알츠하이머 치매 임상 1상의 첫 투약을 마쳤다. 이 임상에선 경도인지장애(MCI)·치매 환자 21명을 대상으로 NK세포치료제의 안전성과 효능을 본다. 멕시코에선 정식 허가를 받기 전에도 치료 목적으로 세포치료제를 환자에게 투여하는 게 가능하다.

엔케이맥스는 본 임상에 앞서 멕시코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4명을 대상으로 NK세포치료제를 투여한 결과 병세가 호전되는 것을 확인했다.

그간 학계에선 N K세포가 인터페론-γ나 TNF-α 등 사이토카인 물질을 만들어내 뉴런을 손상시킬 수 있는 만큼 NK세포가 오히려 치매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엔케이맥스는 혈뇌장벽(BBB)을 통과한 NK세포가 손상된 미세아교세포를 정상화해 아밀로이드베타와 타우 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킨슨병 등 다른 뇌질환에서도 정식 임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단독투여 방식으론 암 예방용 치료제로서 NK세포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특정 암세포에 대한 인식 기능이 CAR 유전자를 통해 탑재돼야 하는 T세포와 달리 NK세포는 암종을 가리지 않고 효과를 낼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종류의 암을 조기에 차단하는 데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치료가 어려운 말기 암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단 활성도가 높은 NK세포를 주기적으로 접종해 암을 예방하는 게 제일 효과적이다”며 “암 예방 목적으로 정상인에게 NK세포치료제를 투여하기 위해선 우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 임상 성과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CAR-NK 단점 해소한 표적형 NK세포치료제 개발

엔케이맥스는 CAR-NK세포치료제의 한계를 뛰어넘은 표적형 NK세포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CAR-NK 치료제는 NK세포 안에 특정 표적을 잡을 수 있도록 고안된 CAR 유전자를 삽입한 치료제다. 하지만 CAR 유전자를 NK세포 속에 바이러스벡터 등을 사용해 삽입하는 공정이 추가되면서 제조 비용이 올라간다는 단점이 있다.

엔케이맥스는 암세포를 표적으로 삼은 이중 항체가 NK세포의 길잡이 역할을 하도록 했다. 이 회사는 독일 아피메드의 이중항체인 ‘AFM24’와 NK세포치료제를 병용투여하는 미국 임상 1·2a상 신청계획(IND)을 올 1분기 내에 할 계획이다.

AFM24는 한쪽 끝은 상피 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를 붙잡고 다른 한쪽 끝은 NK세포를 붙잡는 링커다. NK세포가 암세포를 죽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박 대표는 “NK세포치료제를 AFM24와 함께 넣어주면 NK세포가 암세포에 있는 EGFR에 달라붙게돼 암 살상 효과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티로신키나아제저해제(TKI) 치료에 실패한 비소세포폐암 환자 24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1·2a상 IND를 국내서 승인받기도 했다. TKI는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쓰이는 대표적인 약물이다. TKI 치료에 실패하면 마땅한 비소세포폐암 치료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엔케이맥스는 해당 임상에서 환자 12명에겐 NK세포치료제와 젬시타빈을, 다른 환자 12명에겐 NK세포치료제, 얼비툭스, 젬시타빈 등 약물 3종을 병용투여한다. 젬시타빈은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모두 죽이는 화학항암제인 반면 얼비툭스는 AFM24처럼 EGFR을 표적으로 삼는 항체치료제다.

**애널 평가
자가 NK세포치료제 임상 결과 발표 앞둬
by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

엔케이맥스는 올 상반기 국내 비소세포폐암 4기 대상 키트루다 병용 임상 1·2a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동종 NK세포치료제 또한 임상 진척이 예상된다. 자가 NK세포치료제 데이터 확인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해외 기술 거래에서 주로 선호하는 동종 NK세포치료제 임상 진척도 예정돼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