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기남 기자
사진=김기남 기자
제놀루션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핵산추출 장비 1300여 대를 판매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다양한 시약 판매를 이어나가며 RNAi 합성 등 신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김기옥 제놀루션 대표는 2006년 제놀루션 을 설립했다. 당시 최신 기술이었던 RNA간 섭(RNAi) 기술을 기반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였다. 하지만 김 대표는 점점 벤처기업 에서의 신약 개발에 한계를 느끼며 새로운 수익 창출원을 찾았다. 핵산 추출기 및 추출 시약을 생산하고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3년 의료기기 제조업 허가를 받고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게 됐다.

핵산(nucleic acid)은 유전 정보를 포함한 생 체고분자물질이다. 핵산의 종류로는 DNA (데옥시리보핵산)와 RNA(리보핵산)가 있다.
유전자를 활용한 모든 검사 및 진단에서는 핵산 검출 과정이 꼭 필요하다. 혈액과 조직 (tissue), 비강의 검체(nasal swab) 등의 시료 에 핵산 검출용 시약을 사용한다. 시료의 유형에 따라 검출 시약의 종류도 달라진다. 제 놀루션은 현재 14종의 핵산 검출 시약을 개 발해 판매하고 있다.

실험실에서는 소량의 시료에서 핵산을 수동 검출하지만, 진단용으로는 동시 다량 검출이 가능한 자동 핵산 추출기를 사용한다. 핵산 추출기와 추출 시약은 프린터와 토너처럼 상 호 호환되는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추출된 핵산은 순도와 농도가 높은 것이 중 요하다. 김 대표는 “추출 과정에서 순도나 농 도의 역가가 낮아지면 좋은 진단이나 연구로 이어질 수 없다”며 “유전자를 활용하는 모든 연구 및 검사에서 추출은 매우 중요한 단계” 라고 강조했다.

48개 시료에서 15분 내 핵산 추출

지난해 코로나19가 세계로 확산하면서 제놀 루션의 매출은 급증했다. 2019년 제놀루션의 연매출은 39억 원이다. 작년에는 3분기 누적 으로만 507억 원을 달성했다. 그중 코로나19 관련 매출이 약 90%를 차지한다. 또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했다.

제놀루션은 작년에 40개 이상의 국가에 핵산 추출기를 판매했다. 1300여 대의 핵산추출기 를 판매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고객은 대 부분 검사를 전문으로 하는 수탁검사기관과 대형병원 등이다. 코로나19 이전 6년간 판매 대수는 321대였다.

김 대표는 “핵산 추출 장비가 세계에 공급된 만큼 호환되는 시약 판매도 늘 것”이라며 “고 정적이고 지속적인 매출로 이어질 것으로 확 신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시대에 제놀루션이 강조하는 핵산 추출 장비의 경쟁력은 추출 속도다. 제놀루션 의 제품은 48개 시료에서 핵산을 15분 내에 추출한다. 로슈의 제품은 96개 시료를 60분 에 처리한다. 평균 추출 시간을 비교하면 10 개당 제놀루션은 3분, 로슈는 6분이 걸린다 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평상시에는 작은 차이였지만 많 은 샘플을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코로나19 상황에서는 큰 경쟁력이 됐다”며 “빠른 처리 속도라는 강점을 인정받으며 많은 장비를 판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상장을 준비하면서 코로나19 관련 매출을 보수적으로 반영했다. 연내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상장 당시 예상했던 작년과 올해 매출은 각각 295억 원과 167억 원이었다. 코로나19가 빠르게 종식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김 대표는 “아직도 코로나19 유행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올해 매출도 상장 시점의 예상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앞으로의 코로나19 상황을 예측할 수 없어 지금 시점에서 올해 실적을 추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에도 중장기적인 성장에는 문제 없다고 자신한다. 코로나19 종식 직후에는 일시적으로 매출이 줄어들 수 있겠지만, 추진 중인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해 수년 안에 매출 규모를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여러 사업들이 성장의 본궤도에 진입하던 단계였다”며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면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 중장기적인 성장을 거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용 반자동화 추출 장비 이달 출시

새로운 추출 장비의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연구소에서 적은 수의 시료를 다룰 때는 수동으로 핵산을 추출하는 경우가 많다. 제놀루션은 연구용 소량 핵산 추출의 일부 과정을 반자동화한 추출 장비를 개발해 이달 출시할 계획이다. 수동 추출보다 편리하며 완전 자동화 장비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경쟁력이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현재의 자동화 추출 장비보다 자동화 영역을 확대한 장비도 연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추출 과정은 물론이고 시료를 핵산 추출기에 넣거나 추출된 핵산을 진단시약에 넣는 과정까지 자동으로 진행되는 장비다.

추출 다음 단계인 진단의 영역으로도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으로 인유두종바이러스(HPV)를 검사하는 제품을 지난 1월부터 판매하고 있다. 벤처기업인 SML제니트리가 개발 및 생산하고 제놀루션이 전 세계에 유통한다. 제놀루션은 지난해 12월 SML제니트리에 약 10억 원을 투자했다.

액체생검 중 세포유리DNA(cfDNA·cell-free DNA)에 대한 추출 연구도 중소벤처기업부 과제를 받아 단독으로 수행하고 있다. cfDNA는 혈액 내에 떠돌아다니는 DNA 조각을 일컫는다.

암 연구에 사용되고, 태아의 DNA로 염색체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순도와 농도를 높게 추출하는 것이 과제의 우선 목표다. 추후에는 이를 활용한 진단키트 개발을 고려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인 유전자증폭(PCR) 검사 시장에는 진출할 계획이 없다”며 “그밖의 미개척 진단 분야에는 진출할 의향을 가지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 성장동력이 될 농업용 RNAi 합성서비스

RNAi 합성 서비스는 제놀루션의 중장기 성장 전략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 RNA 신약을 개발하며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최근에는 농업생명공학 분야에서도 RNAi가 활용된다. 환경을 해치고 내성이 생기는 화학 농약을 대신해 RNAi를 활용하려는 해외 농화학기업들의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제놀루션은 농업 연구용으로 필요한 이중나선RNA(dsRNA·double strand RNA)를 합성해 공급하고 있다. 특히 농업 연구용 RNA는 실험실뿐 아니라 비닐하우스 혹은 논밭에서 실험하기 위해 많은 용량이 필요한 경우가 흔하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금이 1g에 7만~8만 원이라면 RNA는 200만 원까지도 책정된다”며 “현재 농업 연구용으로 kg 단위를 공급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RANi를 기반으로 한 동물용 의약품도 개발하고 있다. 낭충봉아부패병(Sacbrood Virus) 증식 억제를 위한 꿀벌용 의약품을 개발 중이다. 낭충봉아부패병은 꿀벌의 유충에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제2종 가축감염병이다. 2000년대 초반에 국내에 유입되며 토종꿀벌의 개체수가 10분의 1로 줄었다.

이 회사는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임상을 신청했다. 기존에 허가받은 RNA 동물용 의약품이 없어 품목 분류를 위한 조율을 진행하고 있다. 꿀벌이 활동을 시작하는 봄에 맞춰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농축산 관련 분야에서 RNAi를 활용할 계획이다.
[유망기업] 제놀루션 "코로나 이후 성장동력은 RNAi 합성 서비스가 될 것"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