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 치료제 효과를 확인 중인 앱클론 연구원.
CAR-T 치료제 효과를 확인 중인 앱클론 연구원.
우수한 치료 효능이 장점인 CAR-T 치료제. 그러나 비싼 치료 비용은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CAR-T 치료제 시장의 현황과 국내 업계의 가능성을 짚어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받은 CAR-T는 현재까지 총 3종. 제약업계는 올해 1분기 내로 BMS의 CAR-T ‘리소셀(liso-cel)’과 ‘이데셀(ide-cel)’이 품목 허가를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양한 CAR-T가 시장에 나오면서 본격적인 옥석가리기가 시작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표적이 같은 CAR-T라 해도 객관적반응률(ORR) 등 여러 지표에서 소폭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가령 ‘여보이’는 면역관문억제제 중 가장 먼저 품목허가를 받았지만 시장의 승자는 ‘키트루다’가 됐다.

CAR-T의 장점은 혈액암을 대상으로 확인되는 우수한 치료 효능이다. 일부 혈액암의 경우 ‘정복한 것이 아니냐’는 표현까지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하지만 수억 원에 이르는 치료비용은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환자별로 맞춤형으로 생산해야 하는 방식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들은 동종 CAR-T 개발에 나섰다.

빠르게 성장 중인 CAR-T 치료제 시장

CAR-T 치료제 매출이 해가 갈수록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지난해 CAR-T 치료제 킴리아를 판매해 4억7400만 달러 매출을 올렸다. 2017년 품목허가 후 이듬해인 2018년 매출 7600만 달러와 비교해 6배 이상 늘었다. 노바티스는 지난 1월 26일 실적발표를 통해 “유럽과 미국, 일본에서 매출 성장이 가팔랐다”며 “서비스 국가 또한 현재 27개 국에서 더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길리어드는 아직 지난해 4분기 세부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회사의 CAR-T 치료제 예스카타의 지난해 3분기 누적매출은 4억 4300만 달러다. 4분기 매출을 더하면 킴리아의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CAR-T의 적응증이 늘어나는 해가 될 전망이다. 이전까지 CAR-T의 적응증은 급성백혈병과 비호지킨성림프종(NHL),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외투세포 림프종 등이었다. 1분기 중 미국 FDA 품목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데셀의 적응증은 다발골수종이다. 다발골수종은 인구 10만 명 당 4.4명이 걸리는 혈액암이다. 혈액암 중엔 비호지킨성림프종(8.6명)에 이어 두 번째로 환자 수가 많다.

업계에서는 이데셀 외에도 얀센의 다발골수종 CAR-T 치료제 ‘JNJ4528’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지난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품목허가를 앞둔 이데셀보다 더 우수한 치료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환자 29명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1b·2상에서 객관적반응률(ORR) 100%를 기록했다. 완전관해(CR) 비율은 76%였다. 이데셀은 ORR 81.5%(고용량투여군), CR 35.2%였다. 김정현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JNJ4528이 ORR 100%에 육박하는 임상결과를 중국 임상을 포함해 두 번 이상 재현했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효능이 이데셀보다 높아 추후 판매 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형암과 동종 CAR-T 벽 넘어야

CAR-T는 환자별로 맞춤생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비용이 수억 원에 이른다. 또한 CAR-T가 강점을 보이는 혈액암이 전체 암 중 차지하는 비율은 5%에 불과하다. 나머지 95%인 고형암에 대해서는 임상이 진행되고 있긴 하나 아직 가시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동종 CAR-T를 개발하는 기업 중 임상 진도가 가장 빠른 곳은 미국 나스닥 상장사 알로젠이다. 알로젠은 예스카타를 개발해 길리어드에 매각한 카이트파마의 설립자가 동종 CAR-T 개발을 위해 새로 세운 바이오 벤처 기업이다. 알로젠은 지난해 ASCO에서 다발 골수종을 적응증으로 하는 동종 CAR-T 치료제 ‘ALLO-715’의 임상 1상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ORR은 60%였으며 VGPR(Very Good Partial Response) 비율은 40%였다. 동종 치료를 했을 때 기존 CAR-T의 가장 큰 문제였던 이식편대숙주병(GvHD)은 어느 환자에게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드러났다. 환자별 맞춤형 CAR-T 대비 치료 효과가 낮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허가 신청을 앞둔 얀센의 자가 CAR-T 치료제 ‘JNJ4528’ 대비 반응률과 치료 효능이 모두 낮았다. 알로젠은 감마 세크레타제 저해제(GSI)와 병용투여하는 방법으로 ALLO-715의 반응률과 치료 효과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크리스퍼 테라퓨틱스 또한 동종 CAR-T 치료제로 임상 1상에 진입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 병원체 연구소장이 공동설립자로 참여한 유전자가위 전문 벤처 기업이다. 이 회사는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T세포 수용체(TCR)와 주조직적합성 복합체 I(MHC I)를 유전자가위 기술로 제거해 동종이식이 가능한 CAR-T를 개발했다. 파이프라인은 3종이며 혈액암과 다발골수종,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했다.

다케다는 여러 바이오벤처 기업과 함께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다양한 세포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일본 노일바이오이뮨텍과 공동 개발 중인 동종 CAR-T 치료제 ‘TAk-102’는 임상 1상에 진입한 상태다. 특히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하고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산 CAR-T, 경쟁력 있을까

국내에서는 큐로셀과 앱클론, GC녹십자셀, 유틸렉스 등이 CAR-T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 큐로셀과 앱클론, GC녹십자셀의 임상 진입이 예상된다.

다만 증시에서는 킴리아나 예스카타 같은 글로벌 제약사의 CAR-T 치료제가 이미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킴리아는 한국 식약처에 허가신청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내 CAR-T 후보물질들이 이미 치료효과를 인정받은 외산 CAR-T와 경쟁해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한 국내 업계 관계자는 “CAR-T는 환자 맞춤형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결국 국내 환자의 CAR-T는 국내에서 제조해야 하는 만큼 국내 업체들에게도 상당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특히 동종 CAR-T는 단기간 내 품목허가를 받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국내 CAR-T 업체들도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Cover Story - part.4] CAR-T, 동종 치료와 고형암 벽 넘을까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