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세계경제 읽기] 바이든-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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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신축년, 새해 벽두부터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못지않은 커다란 사태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올해 1 월 1일 자로 영국이 가입한 지 47년 만에 회원국으로 서는 처음으로 유럽연합(EU)을 완전히 떠났다. 지난 1월 20일을 기해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가고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했다. 백신 상용화로 코로나 사태도 점차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코로나 1년… 세계경제 원시형 구조로 돌려놔
지난 1년 동안 코로나 사태는 모든 분야에서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오고 있지만 세계경제를 기존의 이론과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면서 한순간에 ‘원시형 구조’로 바꿔놓았다. 원시형 경제는 앞날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절벽형’, 선점 여부가 중요한 ‘화전민 식’, 하늘만 쳐다보는 ‘천우신조형’이라는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원시형 경제의 특징을 코로나 이후 지금까지 세계 경제에 적용해 보면 사이먼 쿠즈네츠가 국민소득 통계를 개발했던 1937년 이후 세계경제 앞날이 엇갈리는 적이 없었다. ‘I’자형, ‘L’자형, ‘W’자형, ‘U’자 형, ‘나이키형’, ‘V’자형, 심지어는 ‘로켓 반등형’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태의 예측 시각이 나왔다.
각국의 경기 모습은 전적으로 경제활동 재개 시기에 좌우됐다. 가장 빨리 재개한 중국 경제는 지난해 1분기 성장률이 -6.8%까지 급락한 이후 2분기 3.2%, 3분기 4.9%, 4분기 6.5%로 ‘V’자형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가장 늦게 재개한 미국 경제는 4 분기 이후 ‘W’자형으로 재둔화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 순환에 있어서도 돈이 더 많이 풀리고 디지털 콘택트 산업이 부상하면서 진폭이 더 커지는 ‘순응성’도 심해졌다. 미국 경제의 경우 작년 2분기 성장률이 -31.4%로 추락한 이후 3분기에는 33.4%로 급등한 것은 통계 방식에 따른 기저 효과 요인이 크지만 외부 충격에 대한 완충 능력이 취약하다는 점도 시사한다. 민주주의, 시장경제, 자본주의 등 3대 체제 신뢰 무너질까
더 우려되는 것은 조 바이든 정부 출범을 눈앞에 두고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에 의해 미국 의회가 점령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점이다. 미국의 양대 상징인 정치적으로 ‘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 월가의 ‘자본주의’ 체제가 동시에 위협당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1인=1표’를 지향하는 민주주의와 참가자 간 완전 경쟁을 추구하는 시장경제,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가 작동되기 위해서는 첫째, 체제 기반이 평평해야 하고 둘째, 그 위에서 활동하는 ‘인간은 합리적이다’라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이 전제조건은 3대 체제가 태동될 당시부터 ‘과연 충족할 수 있을까’하는 논쟁이 붙을 만큼 어려운 과제다.
두 가지 전제조건이 무너진다면 자유와 창의를 바탕으로 공정한 게임을 해야 하는 3대 체제에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3대 체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국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정당성을 부여해 ‘온정적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큰 정부론과 혼합경제’, ‘공산주의와 계획경제’ 등이 순차적으로 파고든다.
3대 체제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상징국가인 미국에서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봤던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부터다. 금융위기로 미국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극복하는 방식도 3대 체제가 작동되기 위한 전제조건을 복원시키는 것보다 더 악화시키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로 대변되는 금융위기 대처로 자산가와 근로자 간 소득격차가 더 벌어지고 주가 등 자산 가격이 가치보다 훨씬 높게 올라가 ‘비이성적 과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증시에서 투자 기업의 가치와 주가로 나타나는 인간의 합리성은 가치에 합당하게 주가가 형성되면 ‘합리적’, 그렇지 못할 경우 ‘비합리적’으로 판단된다.
금융위기로 금이 가기 시작한 3대 체제의 전제조건을 무너뜨린 결정적인 사태가 코로나19이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유일한 대처 방안은 한편으로는 사람과 사람을 격리하고 다른 한편으로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돈을 무제한 푸는 방식이다.
국가 주도의 강제적인 격리 방안은 ‘언택트’라는 새로운 환경을 빠르게 정착시키면서 잘 되는 기업과 계층은 더 잘 되고, 못 되는 기업과 계층은 더 안 되는 ‘K’자형 구조를 심화시켰다. 소득 계층의 경우 가장 두꺼워야 할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하루에 만원도 못쓰는 BoP(Bottom of Pyramid), 즉 빈곤층이 세계 인구의 70%를 넘어섰다.
‘마이너스 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로 대변되는 초 (超)금융완화 정책으로 주가는 ‘미쳤다’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높아졌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주가는 PER(주가수익비율) 등과 같은 전통적인 평 가지표로는 설명되지 않는 수준까지 올랐다.
조기에 극복될 것이라고 봤던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자 언택트는 영구 실업자가 될지 모른다는 부정적 편향으로 악화됐고 디지털 콘택트는 BoP 계층 간의 연대성을 높여 사회적 불안의 분출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 이 점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 ‘트럼피즘’과 같은 포퓰리즘이다.
포퓰리즘에 영합하는 정치인의 공통적인 특징은 외형상으로는 국민 다수인 BoP 계층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자리와 이익만을 연연하는 정치꾼이라는 점이다. BoP 계층은 정치꾼의 실체가 드러나는 결정적인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포퓰리스트에 맹신한다.
의회 점령 사태와 재임 기간 중 두 차례에 걸쳐 탄핵소추를 당하는 수모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을 위해 ‘대선 불복종 프레임’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어떻게 되느냐’ 하는 점이다. 더 두꺼워진다면 미국의 또 다른 상징인 합중국이 ‘바이든국’과 ‘트럼프국’으로 분리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제로섬 게임→ 공생적 게임으로, 바이든 정부는 세계경제 어떻게 흔들까
지난해 11월 3일에 치러졌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 윤곽이 잡히자마자 ‘화합’과 ‘통합’을 강조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최소한 집권 초기 2년간 모든 정책은 두 가지 덕목에 최우선순위를 두면서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이 같은 방침을 밝혀 놓은 상태다.
화합과 통합을 전제로 한 경제 활동은 참가자별로 이해득실이 분명하게 판가름 나는 ‘노이먼-내쉬식 제로섬 게임’에서 참가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샤프리-로스식 공생적 게임’으로 바뀐다. 전자는 국민보다 자기 자신의 자리와 이익만을 추구해왔던 전형적인 정치꾼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즐겨 써왔던 게임 방식이다.
바이든 정부가 추진할 경제정책, 즉 바이드노믹스의 근간이 될 공생적 게임이론은 시장 참여자를 비롯한 경제주체들이 코로나19와 같은 사전에 전혀 예기치 못한 꼬리 위험으로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모두가 이득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해낼 수 있는 양식, 즉 게임 방식을 제시해주고 있다.
경제적으로 공생적 게임이론의 가장 큰 의미는 외부경제 효과다. 외부경제 효과란 사적 혜택보다 월등히 큰 사회적 혜택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미국과 중국의 주도로 글로벌 교역 규범이 복원된다면 다른 국가에게도 준거의 틀로 적용돼 세계교역이 크게 신장되는 경우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세계교역이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다자주의 채널 복귀로 0.5%포인트, 코로나19 백신 상용화로 상품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0.7%포인트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교역 탄성치를 감안하면 지난해 -5% 이상 뒷걸음쳤던 세계경제 성장률은 올해 4% 이상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교역 증가를 바탕으로 세계경기가 회복될 경우 중국, 한국과 수출지향 국가일수록 유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 내부다. 대외 여건이 호전된다고 하더라도 대학교수들이 지난해를 한마디로 설명한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처럼 분열된다면 우리 성장률이 높아지기는 힘들다. 화합과 통합만이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상되는 대내외 여건을 토대로 재테크 전략을 짠다면, 지난해 가장 많이 올랐던 미국의 슈퍼 스톡과 한국의 언택트 관련 종목은 신구 지표로 주가 수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만큼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기저 효과 등으로 수익성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상대적으로 덜 오른 국가의 주식과 종목의 수익률이 더 높을 수 있다. 나라별로는 코로나 사태 이후 ‘V’자형 경기회복에도 상대적으로 덜 오른 중국 주식과 ‘구경제’라 일컫는 전통적인 업종, 그리고 흑자도산 기업을 인수하거나 기업공개(IPO)를 하는 기업의 주식을 주목해봐야 할 때다. 한국 주식도 추가 상승과 본격 조정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대비하기 위해서는 대표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BBIG ETF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처럼 달러화가 많이 풀릴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트리핀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트리핀 딜레마란 미국은 경상 수지 적자 등을 통해 달러화를 계속 공급해야 하지만 이 상황이 지속되면 달러 가치가 떨어져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골자다.
Fed가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하자마자 달러 가치가 폭락할 것이라는 시각이 곧바로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자인 래이 달리오는 달러화가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로 잘 알려진 로버트 기요사키는 코로나 사태 이후 유망한 재테크 수단으로 달러화를 사두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2021년 재테크 중심축 이동 필요해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주목해서 바라봐야 할 것이 금을 비롯한 귀금속 가격이다. 종전과 비교해 대체 관계가 약화하긴 했지만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귀금속 가격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로 풀린 유동성 때문에 물가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인플레이션 헤지 차원에서 귀금속이 부상할 가능성도 크다.
같은 차원에서 코로나 사태 이후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대형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어떻게 될 것인가도 주목해야 한다. 거래절벽이란 대형 상업용 건물을 내놓아도 매수 심리가 얼어붙어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거래단위가 큰 대형 상업용 건물은 거래량이 선행지표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해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경우 금융사가 운용하는 각종 부동산 펀드에 증거금 부족 현상인 마진 콜이 발생하면 더 큰 문제다. 마진 콜을 응하는 디레버리지 과정에서 기존에 투자해 놓았던 부동산까지 처분해야 하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 출범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원년을 맞아 재테크 시장에서도 지난해 코로나 사태 못지않게 종전에 볼 수 없었던 대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주식 투자자를 비롯한 재테크 생활자는 ‘과 감한 중심축 이동’으로 지난해와 다른 환경에 선제 적으로 대비해 나가야 한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전문위원 겸 논설위원. 30년 동안 국제경제 분야만 판 전문가다. 한국은행을 거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창립 멤버로 국제 세미나에서 세계적 예측 기관과 경제 석학, 이코노미스트들과 교류했다. 대우경제연구소에서 세계적인 예측 기관인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 정회원으로 활동했다.
코로나 1년… 세계경제 원시형 구조로 돌려놔
지난 1년 동안 코로나 사태는 모든 분야에서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오고 있지만 세계경제를 기존의 이론과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면서 한순간에 ‘원시형 구조’로 바꿔놓았다. 원시형 경제는 앞날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절벽형’, 선점 여부가 중요한 ‘화전민 식’, 하늘만 쳐다보는 ‘천우신조형’이라는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원시형 경제의 특징을 코로나 이후 지금까지 세계 경제에 적용해 보면 사이먼 쿠즈네츠가 국민소득 통계를 개발했던 1937년 이후 세계경제 앞날이 엇갈리는 적이 없었다. ‘I’자형, ‘L’자형, ‘W’자형, ‘U’자 형, ‘나이키형’, ‘V’자형, 심지어는 ‘로켓 반등형’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태의 예측 시각이 나왔다.
각국의 경기 모습은 전적으로 경제활동 재개 시기에 좌우됐다. 가장 빨리 재개한 중국 경제는 지난해 1분기 성장률이 -6.8%까지 급락한 이후 2분기 3.2%, 3분기 4.9%, 4분기 6.5%로 ‘V’자형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가장 늦게 재개한 미국 경제는 4 분기 이후 ‘W’자형으로 재둔화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 순환에 있어서도 돈이 더 많이 풀리고 디지털 콘택트 산업이 부상하면서 진폭이 더 커지는 ‘순응성’도 심해졌다. 미국 경제의 경우 작년 2분기 성장률이 -31.4%로 추락한 이후 3분기에는 33.4%로 급등한 것은 통계 방식에 따른 기저 효과 요인이 크지만 외부 충격에 대한 완충 능력이 취약하다는 점도 시사한다. 민주주의, 시장경제, 자본주의 등 3대 체제 신뢰 무너질까
더 우려되는 것은 조 바이든 정부 출범을 눈앞에 두고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에 의해 미국 의회가 점령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점이다. 미국의 양대 상징인 정치적으로 ‘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 월가의 ‘자본주의’ 체제가 동시에 위협당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1인=1표’를 지향하는 민주주의와 참가자 간 완전 경쟁을 추구하는 시장경제,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가 작동되기 위해서는 첫째, 체제 기반이 평평해야 하고 둘째, 그 위에서 활동하는 ‘인간은 합리적이다’라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이 전제조건은 3대 체제가 태동될 당시부터 ‘과연 충족할 수 있을까’하는 논쟁이 붙을 만큼 어려운 과제다.
두 가지 전제조건이 무너진다면 자유와 창의를 바탕으로 공정한 게임을 해야 하는 3대 체제에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3대 체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국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정당성을 부여해 ‘온정적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큰 정부론과 혼합경제’, ‘공산주의와 계획경제’ 등이 순차적으로 파고든다.
3대 체제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상징국가인 미국에서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봤던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부터다. 금융위기로 미국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극복하는 방식도 3대 체제가 작동되기 위한 전제조건을 복원시키는 것보다 더 악화시키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로 대변되는 금융위기 대처로 자산가와 근로자 간 소득격차가 더 벌어지고 주가 등 자산 가격이 가치보다 훨씬 높게 올라가 ‘비이성적 과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증시에서 투자 기업의 가치와 주가로 나타나는 인간의 합리성은 가치에 합당하게 주가가 형성되면 ‘합리적’, 그렇지 못할 경우 ‘비합리적’으로 판단된다.
금융위기로 금이 가기 시작한 3대 체제의 전제조건을 무너뜨린 결정적인 사태가 코로나19이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유일한 대처 방안은 한편으로는 사람과 사람을 격리하고 다른 한편으로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돈을 무제한 푸는 방식이다.
국가 주도의 강제적인 격리 방안은 ‘언택트’라는 새로운 환경을 빠르게 정착시키면서 잘 되는 기업과 계층은 더 잘 되고, 못 되는 기업과 계층은 더 안 되는 ‘K’자형 구조를 심화시켰다. 소득 계층의 경우 가장 두꺼워야 할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하루에 만원도 못쓰는 BoP(Bottom of Pyramid), 즉 빈곤층이 세계 인구의 70%를 넘어섰다.
‘마이너스 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로 대변되는 초 (超)금융완화 정책으로 주가는 ‘미쳤다’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높아졌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주가는 PER(주가수익비율) 등과 같은 전통적인 평 가지표로는 설명되지 않는 수준까지 올랐다.
조기에 극복될 것이라고 봤던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자 언택트는 영구 실업자가 될지 모른다는 부정적 편향으로 악화됐고 디지털 콘택트는 BoP 계층 간의 연대성을 높여 사회적 불안의 분출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 이 점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 ‘트럼피즘’과 같은 포퓰리즘이다.
포퓰리즘에 영합하는 정치인의 공통적인 특징은 외형상으로는 국민 다수인 BoP 계층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자리와 이익만을 연연하는 정치꾼이라는 점이다. BoP 계층은 정치꾼의 실체가 드러나는 결정적인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포퓰리스트에 맹신한다.
의회 점령 사태와 재임 기간 중 두 차례에 걸쳐 탄핵소추를 당하는 수모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을 위해 ‘대선 불복종 프레임’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어떻게 되느냐’ 하는 점이다. 더 두꺼워진다면 미국의 또 다른 상징인 합중국이 ‘바이든국’과 ‘트럼프국’으로 분리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제로섬 게임→ 공생적 게임으로, 바이든 정부는 세계경제 어떻게 흔들까
지난해 11월 3일에 치러졌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 윤곽이 잡히자마자 ‘화합’과 ‘통합’을 강조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최소한 집권 초기 2년간 모든 정책은 두 가지 덕목에 최우선순위를 두면서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이 같은 방침을 밝혀 놓은 상태다.
화합과 통합을 전제로 한 경제 활동은 참가자별로 이해득실이 분명하게 판가름 나는 ‘노이먼-내쉬식 제로섬 게임’에서 참가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샤프리-로스식 공생적 게임’으로 바뀐다. 전자는 국민보다 자기 자신의 자리와 이익만을 추구해왔던 전형적인 정치꾼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즐겨 써왔던 게임 방식이다.
바이든 정부가 추진할 경제정책, 즉 바이드노믹스의 근간이 될 공생적 게임이론은 시장 참여자를 비롯한 경제주체들이 코로나19와 같은 사전에 전혀 예기치 못한 꼬리 위험으로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모두가 이득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해낼 수 있는 양식, 즉 게임 방식을 제시해주고 있다.
경제적으로 공생적 게임이론의 가장 큰 의미는 외부경제 효과다. 외부경제 효과란 사적 혜택보다 월등히 큰 사회적 혜택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미국과 중국의 주도로 글로벌 교역 규범이 복원된다면 다른 국가에게도 준거의 틀로 적용돼 세계교역이 크게 신장되는 경우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세계교역이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다자주의 채널 복귀로 0.5%포인트, 코로나19 백신 상용화로 상품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0.7%포인트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교역 탄성치를 감안하면 지난해 -5% 이상 뒷걸음쳤던 세계경제 성장률은 올해 4% 이상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교역 증가를 바탕으로 세계경기가 회복될 경우 중국, 한국과 수출지향 국가일수록 유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 내부다. 대외 여건이 호전된다고 하더라도 대학교수들이 지난해를 한마디로 설명한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처럼 분열된다면 우리 성장률이 높아지기는 힘들다. 화합과 통합만이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상되는 대내외 여건을 토대로 재테크 전략을 짠다면, 지난해 가장 많이 올랐던 미국의 슈퍼 스톡과 한국의 언택트 관련 종목은 신구 지표로 주가 수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만큼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기저 효과 등으로 수익성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상대적으로 덜 오른 국가의 주식과 종목의 수익률이 더 높을 수 있다. 나라별로는 코로나 사태 이후 ‘V’자형 경기회복에도 상대적으로 덜 오른 중국 주식과 ‘구경제’라 일컫는 전통적인 업종, 그리고 흑자도산 기업을 인수하거나 기업공개(IPO)를 하는 기업의 주식을 주목해봐야 할 때다. 한국 주식도 추가 상승과 본격 조정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대비하기 위해서는 대표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BBIG ETF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처럼 달러화가 많이 풀릴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트리핀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트리핀 딜레마란 미국은 경상 수지 적자 등을 통해 달러화를 계속 공급해야 하지만 이 상황이 지속되면 달러 가치가 떨어져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골자다.
Fed가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하자마자 달러 가치가 폭락할 것이라는 시각이 곧바로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자인 래이 달리오는 달러화가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로 잘 알려진 로버트 기요사키는 코로나 사태 이후 유망한 재테크 수단으로 달러화를 사두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2021년 재테크 중심축 이동 필요해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주목해서 바라봐야 할 것이 금을 비롯한 귀금속 가격이다. 종전과 비교해 대체 관계가 약화하긴 했지만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귀금속 가격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로 풀린 유동성 때문에 물가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인플레이션 헤지 차원에서 귀금속이 부상할 가능성도 크다.
같은 차원에서 코로나 사태 이후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대형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어떻게 될 것인가도 주목해야 한다. 거래절벽이란 대형 상업용 건물을 내놓아도 매수 심리가 얼어붙어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거래단위가 큰 대형 상업용 건물은 거래량이 선행지표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해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경우 금융사가 운용하는 각종 부동산 펀드에 증거금 부족 현상인 마진 콜이 발생하면 더 큰 문제다. 마진 콜을 응하는 디레버리지 과정에서 기존에 투자해 놓았던 부동산까지 처분해야 하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 출범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원년을 맞아 재테크 시장에서도 지난해 코로나 사태 못지않게 종전에 볼 수 없었던 대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주식 투자자를 비롯한 재테크 생활자는 ‘과 감한 중심축 이동’으로 지난해와 다른 환경에 선제 적으로 대비해 나가야 한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전문위원 겸 논설위원. 30년 동안 국제경제 분야만 판 전문가다. 한국은행을 거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창립 멤버로 국제 세미나에서 세계적 예측 기관과 경제 석학, 이코노미스트들과 교류했다. 대우경제연구소에서 세계적인 예측 기관인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 정회원으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