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공학 분야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오가노이드와 관련한 논문 세 편을 준비했다. 오가노이드의 활용 방법과 제작 방식, 한계점에 대한 극복 방안을 살펴봤다.

오가노이드(Organoid·장기 유사체)는 성체줄기세포, 배아줄기세포, 혹은 유도만능줄기세포 등의 세포로부터 3차원 배양법을 통해 자가 재생 및 자가 조직화로 형성한 3차원 세포 집합체이다. 이번 달에는 오가노이드의 이해를 도와줄 최신 리뷰 논문 1편, 그리고 2편의 오가노이드 관련 연구 논문을 통해 오가노이드가 질환의 이해 및 신약 개발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발전 상황을 엿보도록 한다.

인간 오가노이드 : 인간 생물학 및 의학을 위한 모델 시스템
(Human organoids: model systems for human biology and medicine)

[이달의 논문 리뷰] 인간 오가노이드의 현재와 미래
저널 Nature Reviews Molecular Cell Biology(IF 55.47)
게재일 2020.07.07
doi 10.1038/s41580-020-0259-3


오스트리아 과학원 분자생명공학 연구소(Institute of Molecular Biotechnology of the Austrian Academy of Science)의 구본경 박사 연구팀이 발표한 리뷰에서 이들은 인간 오가노이드의 개요와 오가노이드가 인간 생물학 및 질병을 이해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오가노이드가 좀 더 실용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 어떤 문제를 극복해야 할지에 대한 개요를 소개하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기존의 실험 동물·배양세포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인간 질환모델의 개발이 모색되던 중 줄기세포의 발전과 함께 등장했다. 이는 줄기세포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이루어졌다. 인간의 발생 과정에서 특정한 조직이 발생할 때 필요한 신호들을 체외에서 배양되는 줄기세포에 순차적으로 전달해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조직과 기관의 발생 과정을 체외에서 모방하는 것이 오가노이드의 기본 개념이다.

특히 2007년 이후 체세포를 줄기세포와 흡사한 성질로 변화시키는 유도만능줄기세포가 개발된 이후 이러한 연구가 발전하게 되었다. 인간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발생 과정에서 일단 내배엽, 중배엽, 외배엽으로 분화한 다음 내배엽은 소장, 간, 위 등의 소화기관으로, 중배엽은 근육, 골격, 혈액 순환기관으로, 외배엽은 뇌와 척수, 신경계로 분화한다. 각각의 기관에 대한 모방품인 오가노이드를 만들기 위해서도 비슷한 과정을 가게 된다. 즉 유도만능세포를 내배엽·중배엽·외배엽 세포로 분화시킨 다음, 여기서 각각의 기관으로 분화를 유도하여야 한다.

이러한 분화 과정은 외부로부터 세포에 전달되는 신호에 의존하는데, 이렇게 기관 분화에 필요한 요소들을 파악하여 생체 외의 배양 환경에서 정확하게 처리해 주는 것이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한 오가노이드 제조의 핵심이 된다.

2010년대 이후에는 유도만능줄기세포 이외에도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오가노이드의 개발도 시작되었다. 주로 내장, 폐, 위 등에 존재하는 상피 조직에서 발견되는 특정한 구조물을 형성하는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상피 조직에서 발견되는 구조물과 유사한 세포 구조물을 형성하게 된다. 유도만능줄기세포 유래의 오가노이드는 환자로부터 채취한 세포를 역분화해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만든 후 여기서 목적하는 오가노이드를 만들기 위해 여러 단계의 분화과정을 거쳐야 한다.

반면 성체줄기세포는 환자에서 채취한 조직에서 그 조직으로 분화한다. 이미 목적하는 조직 및 장기로 분화되는 과정을 거친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오가노이드로 분화시키기 때문에 좀 더 간단하게 제조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유도만능줄기세포 기반으로 뇌, 눈, 간, 신장, 소장, 위 등의 조직의 특성을 묘사하는 오가노이드가 개발됐다. 성체줄기세포에서는 소장, 폐, 췌장, 방광 등의 오가노이드가 개발되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로로는 외배엽이나 중배엽에서 유래되는 기관에 대한 오가노이드도 개발되었지만 성체줄기세포로는 주로 내배엽 유래의 기관에 대한 오가노이드가 개발되었다.

그렇다면 실제로 오가노이드로 어떤 질병에 대한 연구가 가능한가. 지카 바이러스는 여기에 감염된 태아가 높은 빈도로 뇌가 비정상적으로 작아지는 소두증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알려져 왔다. 그렇다면 지카 바이러스가 어떻게 소두증을 유발하는가. 인간의 뇌는 쥐와 같은 모델 동물에 비해 복잡도가 높으므로, 모델동물 혹은 동물 유래의 배양 세포를 이용해 소두증의 기전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인간 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을 일으키는 원인을 알 수 있었으며, 브라질 유래의 지카 바이러스가 아프리카 유래의 바이러스에 비해서 더 병원성이 강한 이유도 알 수 있었다. 또한 지카 바이러스에 의한 뇌 발생 저해를 경감시키는 화학물질을 오가노이드 모델을 이용해서 찾아낼 수 있었다.

이러한 예는 오가노이드 모델이 기존의 실험동물이나 세포배양 시스템으로 가능하지 않았던 질병 연구를 할 수 있는 유용한 모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암 조직의 모델시스템으로 사용될 수 있는 암 오가노이드이다. 기존에 암 연구에 많이 사용되던 모델 시스템은 암 조직으로부터 분리된 배양세포주나 인간 암 조직이 이식된 생쥐였는데, 이들은 실제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암의 특성을 정확히 묘사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는 항암제 개발의 비용과 노력을 증가시키는 요인이었다.

환자 유래의 암 조직으로부터 개발된 여러 종류의 오가노이드는 항암제의 효능 평가는 기존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암세포주에 비해서 환자에서의 반응을 훨씬 더 잘 묘사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오가노이드에서 항암 활성을 보인 약물은 환자에서도 약 90%의 일치율로 반응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특정한 환자 유래 암 조직에서 만들어진 암 오가노이드는 개별 환자를 위한 최적의 치료효과를 예측하기 위한 맞춤형 스크리닝 플랫폼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오가노이드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한계를 극복해야만 할까. 많은 조직들은 여러 가지 다른 종류의 세포와 공존하는 복잡한 미세환경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오가노이드는 이러한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다른 세포와 형성하는 미세환경도 결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비록 오가노이드가 기존의 2차원 평면 배양 세포에 비해서는 실제 장기와 조직에 근접하였지만, 완벽히 장기의 생리적인 현상을 모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가노이드를 수립하고 그 품질을 평가하는 과정이 아직 표준화되지 않아 연구자나 연구실에 따라 다른 결과를 얻는 경우도 많고, 이러한 문제는 오가노이드가 본격적으로 신약 개발 연구에 활용되기 전에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기존의 세포 배양 시스템이나 간단한 모델 동물에 비해서 아직 연구에 들어가는 비용이 높다는 것도 앞으로 극복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최근 인간 오가노이드의 연구는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기존의 모델 시스템을 완전히 대치할 만큼 성숙하지는 못한 상태이다.


물론 현재 오가노이드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여러가지 연구가 진행 중이고, 이러한 발전이 계속된다면 오가노이드 기술은 질병 연구와 신약 개발을 위한 중요한 플랫폼 기술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가노이드를 기반으로 조립된 인공 미니 장기유사체 ‘어셈블로이드’ 의 탄생
(Creation of bladder assembloids mimicking tissue regeneration and cancer)

[이달의 논문 리뷰] 인간 오가노이드의 현재와 미래
저널 The Lancet(IF 60.39)
게재일 2020.12.8
doi 10.1016/S0140-6736(20)32661-1


앞의 리뷰에서 알아본 것처럼 오가노이드는 실제 장기와 조직에 보다 근접한 세포 구조물을 체외환경에서 재현한 새로운 모델 시스템이라는 의의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체줄기세포 유래 오가노이드는 여러 종류의 조직으로 구성된 장기의 구조와 조직 미세환경을 가지지 못하고, 이러한 차이는 실제 오가노이드의 생리학적인 성질에 영향을 미친다. 오가노이드를 질병 연구와 약물 스크리닝에 사용하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포스텍의 신근유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오가노이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 상이한 조직으로 구성된 진보한 장기유사체를 개발했다. 이들은 방광 오가노이드를 기반으로 실제 동물의 방광이 가지는 3개의 층(방광내피세포, 기질세포, 근육세포)으로 구성된 장기 유사체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조직이 ‘조립’되어 복잡한 구조를 가진 장기유사체라는 의미를 담아 이 장기유사체를 ‘어셈블로이드’라고 명명했다.

이들은 여러 층으로 구성된 어셈블로이드를 만들기 위해 일단 요로상피세포 유래의 방광 오가노이드를 약 1년 동안 장기 배양했다. 이렇게 배양된 방광 오가노이드에 섬유아세포와 내피세포를 혼합하고 교반 배양을 수행해 방광 오가노이드 위에 기질세포층을 덮었다. 이후 정상적인 방광에 존재하는 근육층을 만들기 위해 평활근 세포와 같이 배양하여 결과적으로 평활근층, 기질세포층, 내피세포로 구성된 3층의 세포층으로 이루어진 방광 어셈블로이드를 생쥐와 인간 세포에서 각각 수립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어셈블로이드는 실제 방광과 유사한 3층으로 된 구조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이들의 세포가 실제 방광의 세포와 유사한지는 단일 세포 RNA 시퀀싱으로 검증해 어셈블로이드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가 실제 방광에 존재하는 세포와 거의 유사한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인간의 방광 이행상피세포암을 이용해 같은 방식으로 어셈블로이드를 제작했다. 이렇게 제작된 암 어셈블로이드는 암 오가노이드에 비해 실제 암 조직과 좀 더 비슷한 병리학적 특성과 더 유사한 약물 감수성을 보였다. 이들은 또한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암 어셈블로이드를 자동으로 대량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약물 스크리닝에 사용할 수 있는 어셈블로이드를 대량으로 확립할 수 있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기존의 오가노이드에 성질이 다른 세포층을 추가해 다중층을 가진 신개념 장기 유사체인 어셈블로이드를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개념이 방광 이외의 다른 장기에 적용 가능하다면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장기 유사체’가 지금까지의 오가노이드의 한계를 넘어서 보다 폭넓은 용도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줄기세포로부터 유도된 인간 피부 오가노이드로부터 털의 발생
(Hair-bearing human skin generated entirely from pluripotent stem cells)

[이달의 논문 리뷰] 인간 오가노이드의 현재와 미래
저널 Nature(IF 42.78)
게재일 2020. 06.03
doi 10.1038/s41586-020-2352-3


피부는 표피층, 진피층 등의 여러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털을 만들어내는 모근과 땀샘 등의 조직이 같이 존재하는 매우 복잡한 기관이다. 이러한 모근과 땀샘 등을 포함한 완전한 피부를 체외 배양해 이식하는 것은 기초연구 측면뿐만 아니라 탈모나 상처 치료 등에 매우 중요하지만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미국 보스턴 아동병원의 연구자들은 줄기세포로부터 모근과 다중층으로 구성된 피부 오가노이드를 수립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인간 줄기세포로부터 시작해 여기에 외배엽으로 분화를 유도하는 세포 성장인자인 BMP4와 TGFbeta 저해제를 처리하고 이를 피부 등의 조직이 되는 외배엽 조직으로 분화시켰고, 이는 표피낭으로 분화했다.

그러나 이 상태는 진피층이 결여되어 있어 실제 피부의 구조와는 차이가 많이 있는 상태였다. 이후 표피와 진피로 이루어진 피부 구조를 모사하기 위해 섬유아세포를 같이 유도하고 이를 위해 성장인자 FGF와 BMP 저해제를 처리해 진피로 발달하는 세포인 신경능선세포를 유도했다. 이렇게 유도된 피부 오가노이드는 실제의 피부와 유사하게 표피와 진피층을 가지고 있었다.

100일간 배양된 피부 오가노이드는 18주 정도의 인간 태아의 피부와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으며, 모근 형성과 머리카락의 색소를 만드는 과정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140일 정도 배양된 오가노이드를 면역 결핍된 생쥐에 이식하자 생쥐에 이식된 오가노이드로부터 모발이 성장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피부 오가노이드는 피부 발생에 관련된 유전자와 이를 촉진 혹은 저해하는 화합물을 찾아내는 데 중요한 연구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피부 오가노이드는 탈모 혹은 상처 치료에 사용될 수 있는 인공피부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피부 오가노이드가 재생의학적인 치료 수단으로 사용되려면 일단 피부 오가노이드가 재현성이 있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동물 대상으로 140일 이상이 소요되는 배양 시간을 단축하는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달의 논문 리뷰] 인간 오가노이드의 현재와 미래
남궁석

고려대 농화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생화학 전공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예일대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충북대 농업생명과학대 축산식품생명과학부 초빙교수로 재직했다. 지금은 Secret Lab of Mad Scientist(SLMS)라는 이름으로 과학 저술 및 과학 관련 컨설팅 활동을 하고 있다. <과학자가 되는 방법>, <암 정복 연대기>의 저자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