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좋았는데…" 재택근무 직장인, 모텔 찾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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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장기화에 피로감 토로하는 직장인들
코로나 4차 유행 우려에 당분간 '재택근무' 지속할 듯
코로나 4차 유행 우려에 당분간 '재택근무' 지속할 듯
"재택근무하니 오히려 일이 더 늘었어요."
서울 소재 정보기술(IT) 기업에 근무하는 8년 차 직장인 A씨는 지난 17일 이같이 말했다. A씨는 "회사에서는 점심 때 식사하러 가고, 출퇴근 길에 개인 시간을 보내며 숨통이 트이는 경우가 많은데 재택근무를 하다보니 되레 근무시간을 초과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장인 B 씨도 "재택근무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을 하다 보니 끼니를 거르고 아무 시간대나 밥을 먹게 된다"며 "집에서 일하는 게 더 빡빡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 IT 업계 종사자 C씨는 "처음에는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어서 재택근무가 좋았는데, 장기화되면서 점점 업무시간이 지켜지지 않는 느낌"이라며 "눈뜨자마자 노트북을 켜고 일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 새 늦은 저녁시간에도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재택근무로 야근이 일상화됐다는 주장이다.
대부분 IT 업계의 경우 주간·월간 정해진 근무시간을 채우면 되는 '자율출퇴근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조용히 집에서 일하다 보면 총 근무시간이 평소보다 더 많아지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직접 끼니를 챙겨 먹어야 해 뒷정리까지 고려하면 점심시간에 제대로 쉬지 못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봄·가을 새학기 이사철과 맞물린 경우 리모델링 등 층간소음으로 재택근무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직장인 D씨는 "아이들과 가정보육을 하면서 힘겹게 재택근무 중인데 윗집에서 무려 한 달 동안 리모델링 공사를 해 너무 괴로웠다"며 "참다못해 윗집 주인에게 따졌지만, '빨리 끝내겠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E씨도 "조용하게 일하고 싶어 집 대신 모텔을 찾은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면재택 근무 조치로 동료들과의 대면 스킨십을 그리워하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E씨는 "최근 신변 변화로 심적으로 힘들고 일에도 지장이 생겼는데 이를 공유할 기회가 없어 답답한 마음"이라며 "회사에 있으면 회식도 하고 커피도 한 잔하면서 털어놓을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선뜻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는 재택근무로 오히려 상사 눈치를 더 많이 보게 됐다는 의견도 있다. 직장인 F씨는 "상사 입장에선 직원들이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보니 '논다'고 의심하는 것 같다"며 "메신저 답이 늦으면 오해를 살 수 있어 24시간 대기조 같은 마음으로 노트북만 보게 돼 상당히 피곤하다"고 말했다. 이어 "바로 옆에 컴퓨터가 있기 때문에 퇴근 후에도 업무 요청사항을 바로바로 들어줘야 한다는 점도 스트레스"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재택근무 장기화로 긴장감이 떨어져 업무 효율이 나지 않는다는 점도 언급됐다. 같은 공간에서 지내다 보니 일과 휴식이 분리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불만으로 제기됐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도입하고 있는 재택근무를 당분한 유지할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완화됐으나, 당분간 추이를 살펴보기 위해 오는 28일까지 전사 원격근무를 연장했다"며 "추후 확산 추세를 고려해 근무 형태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역시 당분간 전사 원격근무를 유지한다.
국내 이동통신 3사도 필수 인원을 제외하고 당분간 재택근무 등을 시행할 방침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코로나19 1·2차 유행을 거치면서 대부분 필수 인원 외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아예 지난해 서울 을지로·종로·서대문, 경기 분당·판교 등 5개 지역에 거점 오피스를 확대하고 11월부터 전 직원에게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워크 애니웨어'(Work Anywhere)를 도입해 추진 중이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서울 소재 정보기술(IT) 기업에 근무하는 8년 차 직장인 A씨는 지난 17일 이같이 말했다. A씨는 "회사에서는 점심 때 식사하러 가고, 출퇴근 길에 개인 시간을 보내며 숨통이 트이는 경우가 많은데 재택근무를 하다보니 되레 근무시간을 초과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장인 B 씨도 "재택근무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을 하다 보니 끼니를 거르고 아무 시간대나 밥을 먹게 된다"며 "집에서 일하는 게 더 빡빡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재택근무로 '야근 일상화'…소음에 모텔로 피신하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재유행이 이어지면서 적지 않은 직장인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IT 기업의 경우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조기 재택근무를 도입한 경우가 많은데, 재택근무가 지속되면서 불만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한 IT 업계 종사자 C씨는 "처음에는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어서 재택근무가 좋았는데, 장기화되면서 점점 업무시간이 지켜지지 않는 느낌"이라며 "눈뜨자마자 노트북을 켜고 일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 새 늦은 저녁시간에도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재택근무로 야근이 일상화됐다는 주장이다.
대부분 IT 업계의 경우 주간·월간 정해진 근무시간을 채우면 되는 '자율출퇴근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조용히 집에서 일하다 보면 총 근무시간이 평소보다 더 많아지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직접 끼니를 챙겨 먹어야 해 뒷정리까지 고려하면 점심시간에 제대로 쉬지 못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봄·가을 새학기 이사철과 맞물린 경우 리모델링 등 층간소음으로 재택근무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직장인 D씨는 "아이들과 가정보육을 하면서 힘겹게 재택근무 중인데 윗집에서 무려 한 달 동안 리모델링 공사를 해 너무 괴로웠다"며 "참다못해 윗집 주인에게 따졌지만, '빨리 끝내겠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E씨도 "조용하게 일하고 싶어 집 대신 모텔을 찾은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면재택 근무 조치로 동료들과의 대면 스킨십을 그리워하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E씨는 "최근 신변 변화로 심적으로 힘들고 일에도 지장이 생겼는데 이를 공유할 기회가 없어 답답한 마음"이라며 "회사에 있으면 회식도 하고 커피도 한 잔하면서 털어놓을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선뜻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는 재택근무로 오히려 상사 눈치를 더 많이 보게 됐다는 의견도 있다. 직장인 F씨는 "상사 입장에선 직원들이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보니 '논다'고 의심하는 것 같다"며 "메신저 답이 늦으면 오해를 살 수 있어 24시간 대기조 같은 마음으로 노트북만 보게 돼 상당히 피곤하다"고 말했다. 이어 "바로 옆에 컴퓨터가 있기 때문에 퇴근 후에도 업무 요청사항을 바로바로 들어줘야 한다는 점도 스트레스"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재택근무 장기화로 긴장감이 떨어져 업무 효율이 나지 않는다는 점도 언급됐다. 같은 공간에서 지내다 보니 일과 휴식이 분리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불만으로 제기됐다.
코로나 4차 유행 우려에 당분간 '재택근무' 지속할 듯
IT 업계는 당분간 재택근무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진정세를 보였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이틀 연속 600명대를 기록하며 '4차 유행'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도입하고 있는 재택근무를 당분한 유지할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완화됐으나, 당분간 추이를 살펴보기 위해 오는 28일까지 전사 원격근무를 연장했다"며 "추후 확산 추세를 고려해 근무 형태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역시 당분간 전사 원격근무를 유지한다.
국내 이동통신 3사도 필수 인원을 제외하고 당분간 재택근무 등을 시행할 방침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코로나19 1·2차 유행을 거치면서 대부분 필수 인원 외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아예 지난해 서울 을지로·종로·서대문, 경기 분당·판교 등 5개 지역에 거점 오피스를 확대하고 11월부터 전 직원에게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워크 애니웨어'(Work Anywhere)를 도입해 추진 중이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