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사이 백신 실사단이 ‘스푸트니크V’의 국내 위탁생산(CMO)을 위해 22일 한국코러스, 23일 바이넥스 등을 방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업체들은 생산 가능한 백신 생산 규모와 원하는 바이오 배양기(리액터)당 매출 금액 등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CMO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 개발과 관련된 러시아 국부펀드(RDIF) 관계자들이 이날부터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이날 한국코러스의 춘천 공장을 시작으로, 23일 바이넥스의 충북 오송공장 등의 생산시설을 둘러볼 예정이다.

러시아 측은 한국의 CMO 생산 시설을 살펴보고 생산 규모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한국 회사들은 일반적인 CMO 시설에서 스푸트니크V의 생산이 가능한지 등을 알아볼 예정이다. 스푸트니크V는 ‘바이러스 백터’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이다. 코로나19 항원 유전자를 인체에 무해한 아데노바이러스에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들어있는 백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이 동물세포를 배양하는 방식의 항체 바이오의약품 생산 CMO 회사들이 생산할 수 없다.

한국에선 SK바이오사이언스 정도가 바이러스 백터 방식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바이넥스는 일회용 배양기(리액터) 등을 보유하고 있어 생산이 가능하지만 러시아 측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백신 CMO를 주도하는 한국코러스의 바이오 리액터는 많은 양의 백신을 생산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한국코러스는 현재 소량의 스푸트니크V 백신을 수탁개발생산(CDMO) 형식으로 생산하고 있고, 바이오 리액터 장비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또다른 백신 생산 후보군인 이수앱지스는 리액터 규모가 1000L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계약만 진행된다면 CMO 전문 회사인 바이넥스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총 5000L 규모의 배양기를 돌릴 수 있다. 업계에선 바이넥스 총 5000L 중 20~30개 배치(배양기)를 백신 생산에 투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 항체 의약품의 경우 한 배치당 50억원 정도의 매출이 일어난다. 영업이익률은 약 40% 수준이다. 다만 백신 생산의 경우 배치당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 업계에선 연 1억 도즈(병) 정도의 백신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중국 등과 비교하면 한국의 생산시설이 뛰어난 데다 전문 CMO 기업이 많지 않다”며 “러시아 백신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CMO 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