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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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유럽 바이오 시장 공략이 속도를 내고 있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가 유럽 판매 허가를 받은 데 이어 프랑스 위탁생산(CMO) 기업 이포스케시 인수도 완료했다.

마일스톤 1245억원 수령

SK의 자회사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가 3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았다고 31일 발표했다. 한국 제약사가 독자 개발한 신약이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 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접 판매망을 구축한 미국과 달리 유럽에선 파트너사인 안젤리니파마가 판매·유통을 담당한다. 유럽에선 ‘온투즈리’(미국명 엑스코프리)라는 제품명을 쓴다. 안젤리니파마는 오는 3분기부터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41개국에 순차적으로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SK바이오팜은 판매 허가 획득으로 안젤리니파마로부터 단계별 성과에 따른 기술료(마일스톤) 1억1000만달러(약 1245억원)를 받는다. 아벨테라퓨틱스 지분 매각 대금 1322만달러(약 149억원)도 추가로 수령한다.

아벨테라퓨틱스는 SK바이오팜이 2019년 세노바메이트의 상업화 계약을 체결한 파트너사다. 지난 1월 안젤리니파마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SK바이오팜은 아벨테라퓨틱스 지분 12%를 5500만달러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3200만달러는 이미 받았다. 남은 2300만달러 중 1322만달러를 유럽 시판 허가 시점에 받는 것이다.

매출에 따른 로열티도 추후 받을 예정이다. 세노바메이트는 뇌전증을 앓는 성인의 부분 발작 치료제로 쓰이는 의약품이다. 과거 간질로 불렸던 질병이다.

4년간 3개사 인수

또 다른 SK의 자회사인 SK팜테코는 이날 프랑스 유전자·세포 치료제 원료의약품 CMO 회사 이포스케시 인수를 마무리했다. 경영권을 포함한 이포스케시 지분 70%를 인수하는 계약이다.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2016년 설립된 이포스케시는 유전자·세포 치료제 연구개발의 핵심인 유전자 전달체(벡터) 생산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SK팜테코는 인수합병(M&A)을 통해 CMO 분야에서 빠르게 덩치를 키우고 있다. 2017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프(BMS)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인수한 데 이어 2019년에는 미국 의약품 위탁생산기업 앰팩(AMPAC) 지분을 100% 사들였다. 이번 이포스케시 인수로 최근 4년 동안 인수한 회사 수를 3개로 늘렸다.

증권가에선 SK팜테코가 지난해 7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매출 규모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국내 2위 CMO다.

SK 관계자는 “기존 합성의약품 CMO에 이어 유전자·세포 치료제 등 고부가가치 CMO에도 뛰어들었다”며 “2~3년 내 연매출 1조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유전자·세포 치료제 시장이 2025년까지 연평균 25%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훈 SK 바이오 투자센터장은 “2025년까지 미국과 유럽, 아시아 주요 거점별로 합성·바이오 의약품 CMO 회사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