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 성공 전략] 영국의 국가보건기구가 선보인 응급의료체계 서비스 캠페인 ‘NHS 111 Fir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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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영국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소통(疎通)’은 어떠한 것이 막히지 않고 잘 통한다는 뜻을 가진 단어이다. 끝나겠지 싶은 코로나19로 아직도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위협받고 있다. 1년여에 걸쳐 이어지는 삶의 변화가 사람들로 하여금 불안과 공포를 넘어 예방과 같은 일상적인 필요성에 대한 자극의 강도가 점점 무뎌지면서 정신적 해이가 곳곳에서 느껴지는 뉴스를 종종 접하게 된다.
우리 스스로가 더욱 조심해야 하는 이 순간에 확실하게 떨쳐내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 시대에 중요한 것이 ‘소통’이라 말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응급의료체계 과밀을 줄이는 노력
이번 칼럼에서는 코로나19 시대를 살고 있는 시점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소통’의 중요성을 기반으로 운영되어야 할 응급의료체계 시스템에 대한 캠페인을 살펴보고자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응급의료체계 시스템의 포화상태는 어느 한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전 세계 곳곳에서 응급 병동이 부족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넘쳐난다는 뉴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응급의료체계의 과밀을 줄이면서 소통 기반 시스템을 시도하려는 노력이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영국에서 시행 중인 캠페인 ‘NHS 111 First’가 바로 그것 중 하나다.
코로나19의 확산을 제한하고 환자와 주변 사람 모두를 가능한 한 안전하게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는 목적으로 2020년 12월부터 ‘NHS 111 First’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환자들이 응급실이나 긴급치료센터에 가기 전에 ‘NHS 111 First’로 최소한의 의료상담을 먼저 요구하는 시스템이다.
이론적으로, ‘NHS 111 First’는 통화만으로 응급환자의 치료를 위한 상담은 물론, 불필요한 코로나19 감염의 확대를 피하기 위해 상황에 따라 조언을 줄 수 있다. 실질적인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서비스를 안내하며,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집에서 안전하게 기다리며 근접 지역 응급실로 연락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환자가 보다 임상적으로 적합한 서비스를 받게 함으로써 응급의료체계의 수요를 줄일 수 있는 이중효과를 노리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서비스로 질병관리청 상담 전화 1339가 그런 코로나19 감염관리를 위한 시스템으로 운영 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치료 시스템의 안정화라는 두 마리 토끼
영국 국가보건의료서비스 (NHS·National Health Service)의 새로운 캠페인 ‘NHS 111 First’는 글로벌 광고 에이전시 엠앤드씨사치(M&C Saatchi)와 함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영국 국민이 NHS에 접촉을 높이도록 장려하는 ‘Help Us, Help You’ 활동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캠페인은 다양한 미디어(TV 광고·VOD·인쇄 광고·디지털·옥외광고 등)를 통해 영국 전역에서 접점을 넓혀나가고 있다.
캠페인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인쇄광고의 비주얼은 매우 직관적이다. 환자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보호자들이 응급실에 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에 어떤 것을 먼저 해야 할지 모르는 두려움에 얼어붙고, 위태로운 상황에 부딪혀 있는 것을 극적인 형태로 묘사하고 있다. 비주얼 옆에는 “111을 먼저 생각하라!”는 메시지가 주목도 있게 자리 잡도록 하여, NHS와의 접촉을 확실하게 의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캠페인 활동은 동시에 응급 병동을 가지고 있는 병원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진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환자를 우선시하면서 더불어 포화상태를 막기 위한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직관적이고 극적인 장면 연출로 TV 광고 효과 높여
TV 광고도 동시에 방영되었다. 인쇄광고와 마찬가지로 직관적이고 극적인 비주얼이 중심이다. 영국의 광고 제작 프로덕션 머먼 필름(Merman Film)의 빌리 폴스 감독이 연출한 30초짜리 TV 광고에는 자전거로 넘어지는 여성, 복통을 앓고 있는 남성, 아픈 아이를 돌보는 남성 등 모두 시간이 멈춘 듯 갑자기 공중에서 얼어붙은 듯한 모습이 연이어 나온다.
111이라는 숫자가 보이스오버와 함께 화면에 점차적으로 나타나며 영상에 흐르는 메시지는 “당신의 첫 번째 생각은 무엇입니까? 제일 먼저 할 일은 무엇입니까? 당신이 제일 먼저 가야 할 곳은 어디입니까?”가 순차적으로 흘러나온다. 광고는 NHS 111 콜센터의 장면으로 이어지고, 상담을 하는 간호사의 모습이 보이며 마찬가지로 보이스오버가 흘러나온다.
“당신이 응급실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먼저 111을 생각해보세요. 저희가 바로 도와드릴게요. 긴급 치료가 필요하시면 빠르고 안전하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예약해드리겠습니다. 111을 먼저 생각하세요.”
캠페인을 담당한 엠앤드씨사치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인 벤 고릭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극적인 순간을 포착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부딪히면 누구나 시간이 얼어붙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순간, 우리의 본능은 발동하게 되는 것이다. 당사자들이 현재 응급실로 가는 것이 첫 번째 생각일 수도 있는 시점에서, 빠르고 안전하게 올바른 도움을 받고, 가장 먼저 조치받을 수 있도록 111번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캠페인의 제작 의도처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에서 소재를 찾고 그것을 이해하기 쉬운 숫자와 전화번호를 연결시켜 111번을 먼저 떠오르게 하는 전략이 매우 적절하게 소화된 광고라 보인다. 영국 전역에서 더 많은 사람이 이 서비스를 더 이용하기를 바라는 관점에서, 특히 응급의료체계의 과밀을 막으며 코로나19 재유행의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겨울(지난해 12월부터 방영)이라는 시점에서 매우 필요한 캠페인의 선택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NHS 111 First’가 응급의료체계의 딜레마를 어디서 발생시킬지 모르는 환자들을 위한 최선의 해결책인 셈이다. 비록 ‘NHS 111 First’가 대부분의 영국 국민에게 중요한 NHS로 여겨지고 있지만, 그것이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순간에 그것을 사용하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캠페인의 이면 전략은 시급한 건강 문제에 직면했을 때, 우리 모두가 경험했던 친숙한 불확실성의 순간을 생생하게 떠올리는 데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서비스 주도의 메시지에서 감성적이고 인간미와 같은 공감대를 터치함으로써 NHS가 추구하고자 하는 국민과의 ‘소통’을 통한 응급의료체계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인 것이다. 더 나아가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의 예방책으로서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시스템을 갖춰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전략까지 내포되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긴급한 상황을 위한 반응 시나리오 제시
캠페인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필 바스터브 NHS 마케팅팀장은 “NHS 111 First는 국민이 필요할 때 올바른 의료 도움이나 조언을 얻을 수 있는 편리한 방법을 제공하는 최선의 서비스이지만, 여전히 대부분은 NHS 111 First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혹은 간편하게 접촉할 수 있는지를 모르는 사람도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캠페인은 NHS가 대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긴급한 상황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모든 사람이 쉽게 알 수 있는 시나리오를 사용하여 보여주고자 했다”며 “우리는 이것이 정말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캠페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캠페인 확장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엠앤드씨사치의 부사장인 마크 굿윈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모두 일상에서 ‘심각한지 아닌지’의 딜레마에 자주 직면한다. ‘도대체 내가 뭘 해야 하지?’가 빠르게 뒤따를 것이고, 이 ‘NHS 111 First’ 캠페인은 그 시점에서 정확히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여러분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캠페인을 함께 하면서 좋은 경험이 되었고, 시스템이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시스템을 위한 첫걸음
여기서 잠깐, 필자는 지금까지의 칼럼들과는 다르게 캠페인을 바라보는 다른 관점에 대해서도 한번 언급해보고 싶다. 특히 이번에 소개한 공공서비스 캠페인 같은 경우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캠페인과 시스템의 실효성이 불명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NHS 111 First’의 장점은 명확하지만, 응급의료체계의 과밀을 방지하고, 환자를 위한 가장 적절한 서비스로 안내하고, 코로나19 확산 방지의 목적인 시스템은 존재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효과적인 결과를 만들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아직 미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영국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가 아직 코로나19 확진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이다. ‘NHS 111 First’에 대해 의료 전문가들이 언급한 가장 큰 우려 중 ‘환자의 안전’이라는 역설적인 부분도 공존한다.
단적인 예로 ‘NHS 111 First’의 콜센터 전화를 받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진다든지, 가장 우선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에 대한 문제점도 발생할 수 있다. 오히려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더 큰 문제를 양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잠재적인 문제점보다 긍정적인 해결책으로서의 공공서비스인 ‘NHS 111 First’의 성공을 기원하는 것이, 코로나19가 유행하는 가운데 완벽한 치료제와 백신이 출시되기 전까지 우리가 모두 노력할 수 있는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소통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가만히 있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스템을 효과적이고 긍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끊임없는 소통도 동시에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소통의 시대, 공감대 형성이 필수
일방적인 소통은 결과를 편향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생기고, 반면 소통의 부재는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필자 역시 캠페인을 소개하는 입장에서 매번 강조하고 있지만, 효과적인 캠페인의 결과는 눈에 띄는 결과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최상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그렇지만 캠페인의 선한 영향력에 의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반응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바야흐로 소통의 시대이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개인이나 공동체의 문제를 소통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소통은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불편함을 해결하는 목적으로 쓰여야 할 것이다.
더불어 코로나19시대에서 소통의 부재는 있어서도 안 되겠지만,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은 잘못된 소통이기도 하다.
사회의 이견과 불화를 불러일으키는 소통을 빙자한 잘못된 정보의 선택은 모두에게 해로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노력은 어떻게 소통되어야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게 된다.
<저자 소개>
권영국
제일기획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으며 2001년 아트디렉터로 광고계에 입문한 20년 차 광고인이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코웨이, 정관장, 쎌바이오텍을 비롯해 국내외 유수 기업의 영상, 인쇄, 디지털 등 다양한 광고 마케팅을 수행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4월호에 실렸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더욱 조심해야 하는 이 순간에 확실하게 떨쳐내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 시대에 중요한 것이 ‘소통’이라 말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응급의료체계 과밀을 줄이는 노력
이번 칼럼에서는 코로나19 시대를 살고 있는 시점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소통’의 중요성을 기반으로 운영되어야 할 응급의료체계 시스템에 대한 캠페인을 살펴보고자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응급의료체계 시스템의 포화상태는 어느 한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전 세계 곳곳에서 응급 병동이 부족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넘쳐난다는 뉴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응급의료체계의 과밀을 줄이면서 소통 기반 시스템을 시도하려는 노력이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영국에서 시행 중인 캠페인 ‘NHS 111 First’가 바로 그것 중 하나다.
코로나19의 확산을 제한하고 환자와 주변 사람 모두를 가능한 한 안전하게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는 목적으로 2020년 12월부터 ‘NHS 111 First’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환자들이 응급실이나 긴급치료센터에 가기 전에 ‘NHS 111 First’로 최소한의 의료상담을 먼저 요구하는 시스템이다.
이론적으로, ‘NHS 111 First’는 통화만으로 응급환자의 치료를 위한 상담은 물론, 불필요한 코로나19 감염의 확대를 피하기 위해 상황에 따라 조언을 줄 수 있다. 실질적인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서비스를 안내하며,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집에서 안전하게 기다리며 근접 지역 응급실로 연락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환자가 보다 임상적으로 적합한 서비스를 받게 함으로써 응급의료체계의 수요를 줄일 수 있는 이중효과를 노리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서비스로 질병관리청 상담 전화 1339가 그런 코로나19 감염관리를 위한 시스템으로 운영 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치료 시스템의 안정화라는 두 마리 토끼
영국 국가보건의료서비스 (NHS·National Health Service)의 새로운 캠페인 ‘NHS 111 First’는 글로벌 광고 에이전시 엠앤드씨사치(M&C Saatchi)와 함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영국 국민이 NHS에 접촉을 높이도록 장려하는 ‘Help Us, Help You’ 활동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캠페인은 다양한 미디어(TV 광고·VOD·인쇄 광고·디지털·옥외광고 등)를 통해 영국 전역에서 접점을 넓혀나가고 있다.
캠페인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인쇄광고의 비주얼은 매우 직관적이다. 환자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보호자들이 응급실에 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에 어떤 것을 먼저 해야 할지 모르는 두려움에 얼어붙고, 위태로운 상황에 부딪혀 있는 것을 극적인 형태로 묘사하고 있다. 비주얼 옆에는 “111을 먼저 생각하라!”는 메시지가 주목도 있게 자리 잡도록 하여, NHS와의 접촉을 확실하게 의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캠페인 활동은 동시에 응급 병동을 가지고 있는 병원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진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환자를 우선시하면서 더불어 포화상태를 막기 위한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직관적이고 극적인 장면 연출로 TV 광고 효과 높여
TV 광고도 동시에 방영되었다. 인쇄광고와 마찬가지로 직관적이고 극적인 비주얼이 중심이다. 영국의 광고 제작 프로덕션 머먼 필름(Merman Film)의 빌리 폴스 감독이 연출한 30초짜리 TV 광고에는 자전거로 넘어지는 여성, 복통을 앓고 있는 남성, 아픈 아이를 돌보는 남성 등 모두 시간이 멈춘 듯 갑자기 공중에서 얼어붙은 듯한 모습이 연이어 나온다.
111이라는 숫자가 보이스오버와 함께 화면에 점차적으로 나타나며 영상에 흐르는 메시지는 “당신의 첫 번째 생각은 무엇입니까? 제일 먼저 할 일은 무엇입니까? 당신이 제일 먼저 가야 할 곳은 어디입니까?”가 순차적으로 흘러나온다. 광고는 NHS 111 콜센터의 장면으로 이어지고, 상담을 하는 간호사의 모습이 보이며 마찬가지로 보이스오버가 흘러나온다.
“당신이 응급실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먼저 111을 생각해보세요. 저희가 바로 도와드릴게요. 긴급 치료가 필요하시면 빠르고 안전하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예약해드리겠습니다. 111을 먼저 생각하세요.”
캠페인을 담당한 엠앤드씨사치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인 벤 고릭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극적인 순간을 포착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부딪히면 누구나 시간이 얼어붙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순간, 우리의 본능은 발동하게 되는 것이다. 당사자들이 현재 응급실로 가는 것이 첫 번째 생각일 수도 있는 시점에서, 빠르고 안전하게 올바른 도움을 받고, 가장 먼저 조치받을 수 있도록 111번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캠페인의 제작 의도처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에서 소재를 찾고 그것을 이해하기 쉬운 숫자와 전화번호를 연결시켜 111번을 먼저 떠오르게 하는 전략이 매우 적절하게 소화된 광고라 보인다. 영국 전역에서 더 많은 사람이 이 서비스를 더 이용하기를 바라는 관점에서, 특히 응급의료체계의 과밀을 막으며 코로나19 재유행의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겨울(지난해 12월부터 방영)이라는 시점에서 매우 필요한 캠페인의 선택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NHS 111 First’가 응급의료체계의 딜레마를 어디서 발생시킬지 모르는 환자들을 위한 최선의 해결책인 셈이다. 비록 ‘NHS 111 First’가 대부분의 영국 국민에게 중요한 NHS로 여겨지고 있지만, 그것이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순간에 그것을 사용하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캠페인의 이면 전략은 시급한 건강 문제에 직면했을 때, 우리 모두가 경험했던 친숙한 불확실성의 순간을 생생하게 떠올리는 데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서비스 주도의 메시지에서 감성적이고 인간미와 같은 공감대를 터치함으로써 NHS가 추구하고자 하는 국민과의 ‘소통’을 통한 응급의료체계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인 것이다. 더 나아가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의 예방책으로서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시스템을 갖춰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전략까지 내포되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긴급한 상황을 위한 반응 시나리오 제시
캠페인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필 바스터브 NHS 마케팅팀장은 “NHS 111 First는 국민이 필요할 때 올바른 의료 도움이나 조언을 얻을 수 있는 편리한 방법을 제공하는 최선의 서비스이지만, 여전히 대부분은 NHS 111 First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혹은 간편하게 접촉할 수 있는지를 모르는 사람도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캠페인은 NHS가 대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긴급한 상황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모든 사람이 쉽게 알 수 있는 시나리오를 사용하여 보여주고자 했다”며 “우리는 이것이 정말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캠페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캠페인 확장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엠앤드씨사치의 부사장인 마크 굿윈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모두 일상에서 ‘심각한지 아닌지’의 딜레마에 자주 직면한다. ‘도대체 내가 뭘 해야 하지?’가 빠르게 뒤따를 것이고, 이 ‘NHS 111 First’ 캠페인은 그 시점에서 정확히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여러분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캠페인을 함께 하면서 좋은 경험이 되었고, 시스템이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시스템을 위한 첫걸음
여기서 잠깐, 필자는 지금까지의 칼럼들과는 다르게 캠페인을 바라보는 다른 관점에 대해서도 한번 언급해보고 싶다. 특히 이번에 소개한 공공서비스 캠페인 같은 경우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캠페인과 시스템의 실효성이 불명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NHS 111 First’의 장점은 명확하지만, 응급의료체계의 과밀을 방지하고, 환자를 위한 가장 적절한 서비스로 안내하고, 코로나19 확산 방지의 목적인 시스템은 존재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효과적인 결과를 만들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아직 미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영국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가 아직 코로나19 확진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이다. ‘NHS 111 First’에 대해 의료 전문가들이 언급한 가장 큰 우려 중 ‘환자의 안전’이라는 역설적인 부분도 공존한다.
단적인 예로 ‘NHS 111 First’의 콜센터 전화를 받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진다든지, 가장 우선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에 대한 문제점도 발생할 수 있다. 오히려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더 큰 문제를 양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잠재적인 문제점보다 긍정적인 해결책으로서의 공공서비스인 ‘NHS 111 First’의 성공을 기원하는 것이, 코로나19가 유행하는 가운데 완벽한 치료제와 백신이 출시되기 전까지 우리가 모두 노력할 수 있는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소통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가만히 있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스템을 효과적이고 긍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끊임없는 소통도 동시에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소통의 시대, 공감대 형성이 필수
일방적인 소통은 결과를 편향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생기고, 반면 소통의 부재는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필자 역시 캠페인을 소개하는 입장에서 매번 강조하고 있지만, 효과적인 캠페인의 결과는 눈에 띄는 결과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최상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그렇지만 캠페인의 선한 영향력에 의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반응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바야흐로 소통의 시대이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개인이나 공동체의 문제를 소통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소통은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불편함을 해결하는 목적으로 쓰여야 할 것이다.
더불어 코로나19시대에서 소통의 부재는 있어서도 안 되겠지만,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은 잘못된 소통이기도 하다.
사회의 이견과 불화를 불러일으키는 소통을 빙자한 잘못된 정보의 선택은 모두에게 해로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노력은 어떻게 소통되어야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게 된다.
<저자 소개>
권영국
제일기획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으며 2001년 아트디렉터로 광고계에 입문한 20년 차 광고인이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코웨이, 정관장, 쎌바이오텍을 비롯해 국내외 유수 기업의 영상, 인쇄, 디지털 등 다양한 광고 마케팅을 수행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4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