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히트상품] K-바이오 선봉장, 셀트리온 ‘램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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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시마는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국내 1호 바이오시밀러다. 이후 판매 영토를 유럽과 미국으로 넓히며 ‘K-바이오’의 선봉장이 됐다. 정맥주사(IV) 제형만 있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달리 피하주사(SC) 제형을 내놓는 등 단순 복제가 아닌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바이오시밀러 가운데 램시마만 한 ‘스타 의약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최초’ 타이틀을 여럿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금의 셀트리온으로 성장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램시마가 국내 바이오 시장의 ‘별’이 된 이유는 따로 있다. “바이오가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램시마가 나온 이후 국내 바이오 업체들은 앞다퉈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들어갔고, 하나둘 성과를 냈다.
그러자 오랫동안 ‘바이오는 미국과 유럽 몫’으로만 여겼던 정부가 바뀌기 시작했고, 급기야 바이오를 대한민국을 이끌 3대 미래산업에 올렸다.
램시마는 이런 모든 변화의 출발점이었다. 2012년 ‘국내 최초 바이오시밀러’이자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란 별칭을 안고 태어난 램시마는 2019년 ‘세계 최초 인플릭시맙 피하주사(SC) 제형’이란 타이틀을 추가로 얻으며 3관왕에 올랐다. 항체 바이오시밀러 시대를 연 램시마
셀트리온이 램시마 개발에 나선 건 2006년이었다. 셀트리온이 설립된 해가 2002년이니, 이제 막 회사의 모습을 갖춰나갈 무렵에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당시 셀트리온은 다국적 제약회사인 BMS로부터 수주한 관절염 치료제 ‘오렌시아’의 핵심원료 ‘아바타셉트’ 생산에 전력을 다하는 전형적인 의약품 수탁생산(CMO) 업체였다. CMO의 수익성이 워낙 좋았던 데다 항체 바이오시밀러는 ‘먼 훗날 얘기’란 점에서 셀트리온의 도전에 ‘물음표’를 다는 사람이 많았다. 더구나 램시마는 1세대 단백질 바이오시밀러보다 분자구조가 복잡한 탓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2세대 항체 바이오시밀러’였다.
하지만 서정진 전 회장을 비롯한 셀트리온 경영진의 생각은 달랐다. CMO 시장이 포화상태가 될 때에 대비해 더 부가가치가 높은 바이오시밀러, 더 나아가 바이오신약 개발업체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때가 도전에 나설 적기라고 봤다.
램시마는 이런 중장기 프로젝트의 첫 단추였다. 셀트리온이 램시마에 대한 글로벌 임상시험에 나선 건 2010~2011년. 그때만 해도 바이오시밀러란 개념 자체가 생소했던 데다 ‘바이오 후진국’인 한국 기업이란 점,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일부 국가의 비협조적인 태도, 까다로운 임상 환자 모집 등 수많은 난제로 인해 출발부터 삐걱댔다.
우여곡절 끝에 2012년 7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램시마의 판매 허가를 받았고, 이를 도화선으로 유럽(2013년 8월)과 미국(2016년 4월)에서도 판매 승인을 따냈다. 한국 기업이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글로벌 임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수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한국산(産) 항체치료제의 세계여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램시마
램시마(REMSIMA)는 류머티즘 관절염, 염증성 장질환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REM’은 류머티즘 관절염(RhEuMatoid arthritis)을, ‘SIMA’는 항체의약품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 mAbs)를 의미한다. 오리지널 의약품은 1998년 발매된 얀센의 ‘레미케이드’다. 그동안 수백만 명에게 처방된 제품이란 점에서 안전성은 검증받았다는 평가다.
기전은 이렇다. 사람의 면역체계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 외부인자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면역체계에서 면역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사이토카인)의 일종인 TNF-α(Tumor Necrosis Factor-α·종양괴사인자-알파)는 주로 면역반응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과도하게 증가하면 염증과 세포 손상을 야기해 만성적인 면역 질환을 유발한다. 강직성 척추염, 류머티즘 관절염, 염증성 장질환(크론병·궤양성 대장염 등), 건선이 대표적이다.
램시마의 주성분인 인플릭시맙은 단백질의 일종으로, TNF-α에 항체로 작용해 중화하거나 세포막의 TNF-α에 결합해 TNF-α의 생성을 억제한다. TNF-α는 체내 혈액세포에 의해 생성되는데, 인플릭시맙이 TNF-α를 차단하면 이로 인한 체내 염증도 줄어든다.
램시마가 나오자 국내는 물론 해외의 반응도 뜨거웠다. 오리지널과 효능은 같은데 가격이 훨씬 낮다 보니 각국 정부와 보험사들이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램시마의 시장 점유율이 수직 상승한 비밀이 여기에 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를 비롯한 유럽 각국이 램시마 등 바이오시밀러의 우선 사용을 장려하는 권고안을 발표한 것도 호재가 됐다. 덕분에 작년 3분기 기준 램시마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52.8%로, 오리지널 의약품인 레미케이드를 뛰어넘었다.
화이자를 통해 판매하는 미국에서도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램시마의 미국 매출액은 3억4100만 달러(3800억 원)로, 2019년 3억 달러(3300억 원)에 비해 14% 늘었다. 반면 레미케이드 미국 매출은 25억800만 달러(2조8000억 원)로 2019년 대비 18.5% 줄었다.
TNF-α 억제제 시장 규모는 477억 달러(약 55조 원)에 이른다. 레미케이드와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 엔브렐(에타너셉트) 등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
오리지널 뛰어넘은 바이오시밀러
셀트리온이 램시마로 또 다른 도전에 나선 건 2015년 초였다. 정맥주사(IV)로 맞는 램시마를 피하주사(SC) 제형으로 개발키로 한 것. IV제형은 약효가 빨리 나타나는 장점이 있지만 반드시 병원을 찾아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단점을 안고 있다. SC제형으로 나오면 집에서 홀로 투약할 수 있는 만큼 간편하다. 환자 입장에선 선택권이 생기는 셈이다. IV제형을 선택한 사람은 8주에 한 번씩 병원에 방문해 1시간30분가량 정맥주사를 맞으면 된다. SC제형을 택하면 2주마다 스스로 투여하면 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자가면역질환은 오랜 기간 치료해야 하므로 많은 환자가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정맥주사 맞는 걸 부담스러워한다”며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치료 수요가 늘면서 램시마SC가 한층 더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램시마SC는 환자 편의를 높여줄 뿐 아니라 병원에서 약물을 준비하는 시간을 비롯해 각종 투약 비용도 줄여준다”고 덧붙였다.
램시마SC는 4년이 넘는 개발기간과 허가과정을 거쳐 2019년 11월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기존 바이오의약품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바이오 베터(Bio-better)로 인정받았다. 최근 캐나다 보건청에서 램시마SC 판매 허가를 받고 42조 원에 달하는 북미 TNF-α 억제제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미국에서는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SC가 TNF-α 억제제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플릭시맙 계열 제품중 첫 SC 제형이기 때문이다. SC제형으로 나오는 엔브렐의 적응증에 염증성 장질환이 없는 것도 호재다. 셀트리온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먹는 램시마’ 개발에도 들어갔다. 연구개발 파트너는 영국 바이오 기업 인트랙트 파마다. 정맥주사→피하주사→먹는 약으로 진화를 거듭하는 셈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4월호에 실렸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바이오시밀러 가운데 램시마만 한 ‘스타 의약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최초’ 타이틀을 여럿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금의 셀트리온으로 성장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램시마가 국내 바이오 시장의 ‘별’이 된 이유는 따로 있다. “바이오가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램시마가 나온 이후 국내 바이오 업체들은 앞다퉈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들어갔고, 하나둘 성과를 냈다.
그러자 오랫동안 ‘바이오는 미국과 유럽 몫’으로만 여겼던 정부가 바뀌기 시작했고, 급기야 바이오를 대한민국을 이끌 3대 미래산업에 올렸다.
램시마는 이런 모든 변화의 출발점이었다. 2012년 ‘국내 최초 바이오시밀러’이자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란 별칭을 안고 태어난 램시마는 2019년 ‘세계 최초 인플릭시맙 피하주사(SC) 제형’이란 타이틀을 추가로 얻으며 3관왕에 올랐다. 항체 바이오시밀러 시대를 연 램시마
셀트리온이 램시마 개발에 나선 건 2006년이었다. 셀트리온이 설립된 해가 2002년이니, 이제 막 회사의 모습을 갖춰나갈 무렵에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당시 셀트리온은 다국적 제약회사인 BMS로부터 수주한 관절염 치료제 ‘오렌시아’의 핵심원료 ‘아바타셉트’ 생산에 전력을 다하는 전형적인 의약품 수탁생산(CMO) 업체였다. CMO의 수익성이 워낙 좋았던 데다 항체 바이오시밀러는 ‘먼 훗날 얘기’란 점에서 셀트리온의 도전에 ‘물음표’를 다는 사람이 많았다. 더구나 램시마는 1세대 단백질 바이오시밀러보다 분자구조가 복잡한 탓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2세대 항체 바이오시밀러’였다.
하지만 서정진 전 회장을 비롯한 셀트리온 경영진의 생각은 달랐다. CMO 시장이 포화상태가 될 때에 대비해 더 부가가치가 높은 바이오시밀러, 더 나아가 바이오신약 개발업체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때가 도전에 나설 적기라고 봤다.
램시마는 이런 중장기 프로젝트의 첫 단추였다. 셀트리온이 램시마에 대한 글로벌 임상시험에 나선 건 2010~2011년. 그때만 해도 바이오시밀러란 개념 자체가 생소했던 데다 ‘바이오 후진국’인 한국 기업이란 점,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일부 국가의 비협조적인 태도, 까다로운 임상 환자 모집 등 수많은 난제로 인해 출발부터 삐걱댔다.
우여곡절 끝에 2012년 7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램시마의 판매 허가를 받았고, 이를 도화선으로 유럽(2013년 8월)과 미국(2016년 4월)에서도 판매 승인을 따냈다. 한국 기업이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글로벌 임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수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한국산(産) 항체치료제의 세계여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램시마
램시마(REMSIMA)는 류머티즘 관절염, 염증성 장질환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REM’은 류머티즘 관절염(RhEuMatoid arthritis)을, ‘SIMA’는 항체의약품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 mAbs)를 의미한다. 오리지널 의약품은 1998년 발매된 얀센의 ‘레미케이드’다. 그동안 수백만 명에게 처방된 제품이란 점에서 안전성은 검증받았다는 평가다.
기전은 이렇다. 사람의 면역체계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 외부인자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면역체계에서 면역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사이토카인)의 일종인 TNF-α(Tumor Necrosis Factor-α·종양괴사인자-알파)는 주로 면역반응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과도하게 증가하면 염증과 세포 손상을 야기해 만성적인 면역 질환을 유발한다. 강직성 척추염, 류머티즘 관절염, 염증성 장질환(크론병·궤양성 대장염 등), 건선이 대표적이다.
램시마의 주성분인 인플릭시맙은 단백질의 일종으로, TNF-α에 항체로 작용해 중화하거나 세포막의 TNF-α에 결합해 TNF-α의 생성을 억제한다. TNF-α는 체내 혈액세포에 의해 생성되는데, 인플릭시맙이 TNF-α를 차단하면 이로 인한 체내 염증도 줄어든다.
램시마가 나오자 국내는 물론 해외의 반응도 뜨거웠다. 오리지널과 효능은 같은데 가격이 훨씬 낮다 보니 각국 정부와 보험사들이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램시마의 시장 점유율이 수직 상승한 비밀이 여기에 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를 비롯한 유럽 각국이 램시마 등 바이오시밀러의 우선 사용을 장려하는 권고안을 발표한 것도 호재가 됐다. 덕분에 작년 3분기 기준 램시마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52.8%로, 오리지널 의약품인 레미케이드를 뛰어넘었다.
화이자를 통해 판매하는 미국에서도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램시마의 미국 매출액은 3억4100만 달러(3800억 원)로, 2019년 3억 달러(3300억 원)에 비해 14% 늘었다. 반면 레미케이드 미국 매출은 25억800만 달러(2조8000억 원)로 2019년 대비 18.5% 줄었다.
TNF-α 억제제 시장 규모는 477억 달러(약 55조 원)에 이른다. 레미케이드와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 엔브렐(에타너셉트) 등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
오리지널 뛰어넘은 바이오시밀러
셀트리온이 램시마로 또 다른 도전에 나선 건 2015년 초였다. 정맥주사(IV)로 맞는 램시마를 피하주사(SC) 제형으로 개발키로 한 것. IV제형은 약효가 빨리 나타나는 장점이 있지만 반드시 병원을 찾아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단점을 안고 있다. SC제형으로 나오면 집에서 홀로 투약할 수 있는 만큼 간편하다. 환자 입장에선 선택권이 생기는 셈이다. IV제형을 선택한 사람은 8주에 한 번씩 병원에 방문해 1시간30분가량 정맥주사를 맞으면 된다. SC제형을 택하면 2주마다 스스로 투여하면 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자가면역질환은 오랜 기간 치료해야 하므로 많은 환자가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정맥주사 맞는 걸 부담스러워한다”며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치료 수요가 늘면서 램시마SC가 한층 더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램시마SC는 환자 편의를 높여줄 뿐 아니라 병원에서 약물을 준비하는 시간을 비롯해 각종 투약 비용도 줄여준다”고 덧붙였다.
램시마SC는 4년이 넘는 개발기간과 허가과정을 거쳐 2019년 11월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기존 바이오의약품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바이오 베터(Bio-better)로 인정받았다. 최근 캐나다 보건청에서 램시마SC 판매 허가를 받고 42조 원에 달하는 북미 TNF-α 억제제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미국에서는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SC가 TNF-α 억제제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플릭시맙 계열 제품중 첫 SC 제형이기 때문이다. SC제형으로 나오는 엔브렐의 적응증에 염증성 장질환이 없는 것도 호재다. 셀트리온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먹는 램시마’ 개발에도 들어갔다. 연구개발 파트너는 영국 바이오 기업 인트랙트 파마다. 정맥주사→피하주사→먹는 약으로 진화를 거듭하는 셈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4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