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나스닥으로 몰려들고 있다.

미국 1위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14일(이하 현지시간) 나스닥에 직상장한다.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중 첫 상장 사례다. 그간 장외 시장에서 900억 달러 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코인베이스는 상장하면 시가총액이 1000억 달러(약 112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인베이스는 신주 발행 없이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그대로 상장하는 직상장(DPO)을 택했다. 기업공모(IPO) 방식의 신규 자금 조달은 없지만 기존 주주에 대한 보호예수 규정을 피하면서 수수료도 아끼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상장을 하루 앞둔 13일 나스닥 거래소는 코인베이스 준거가격을 250달러로 확정했다. 준거가격에 따른 코인베이스의 기업가치는 완전 희석(발행 주식과 전환증권·스톡옵션 등 합산) 기준으로 653억 달러다.


CNBC방송에 따르면 스포티파이, 슬랙, 팔란티어 등 앞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직상장한 기업들의 경우 시초가가 준거가격보다 평균 37% 높았다. 이를 기준으로 산출하면 코인베이스의 시초가도 9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암호화폐 분석업체 '메사리'는 코인베이스가 회원 5600만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1만3000명이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약 8억 달러로 추정되며 지난달 거래액은 873억 달러(약 98조4000억원)로 집계됐다.

블룸버그는 코인베이스 시총이 상장 후 1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평가했다. 또 블룸버그는 코인베이스 공동창업자인 브라이언 암스트롱과 프레드 어샘이 나스닥 상장을 통해 각각 150억 달러와 20억 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내다봤다.

코인베이스 상장은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4위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은 내년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스라엘 거래소 이토로 역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한 뉴욕증시 우회상장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글로벌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상장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의 시세 전광판.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의 시세 전광판. 사진=연합뉴스
업계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행보에도 주목하고 있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가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업비트는 지난달 거래액이 838억 달러(약 94조5180억원)에 달해 세계 법정화폐 기반 암호화폐 거래소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글로벌 법정화폐 기반 암호화폐 거래소 1위인 코인베이스보다 35억 달러(약 3조9000억원) 적은 수준이다.

업계는 두나무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4000억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한다. 코인베이스의 지난해 영업이익 4640억원에 육박하는 성적이다. 때문에 미국 증시에 상장하면 코인베이스와 마찬가지로 100조원 규모 시총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두나무는 "회사 발전을 위해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나무의 미국증시 상장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며 "올해 실적을 집계한 뒤 본격적 상장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