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네이버 '패션'에 거액 투자한 이유…이커머스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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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플랫폼 잘 끌고 가려면 지속적 투자 중요"
분야를 막론하고 몸집 불리기에 나선 카카오와 네이버가 이번엔 패션업계에서 맞붙는다. 카카오는 인수·합병(M&A)으로, 네이버는 직접 투자 방식으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패션 플랫폼 수혈에 나섰다.
합병 법인은 지그재그가 보유한 빅데이터와 카카오의 기술력·사업 역량 등을 결합해 경쟁력 있는 사업 기반을 갖추고 신규 사업기회를 발굴해나갈 예정이다.
크로키닷컴이 2015년 출시한 지그재그는 4000곳이 넘는 온라인 쇼핑몰과 패션 브랜드를 모아서 제공하는 모바일 서비스로, 올해 거래액 1조원 규모가 예상될 만큼 성장성이 유망한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패션 플랫폼 스타트업 브랜디에 100억원 규모 투자를 했다. 2014년 12월 설립된 브랜디는 여성 패션 플랫폼 '브랜디', 남성패션 플랫폼 '하이버'를 비롯해 상품포장, 배송, 고객 응대까지 처리해주는 올인원 풀필먼트(통합물류대행) 패션 서비스 '헬피'를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는 브랜디 투자를 계기로 동대문 패션 클러스터 활성화에 자사 역량을 접목하고 도소매상 온라인 판로 개척, 풀필먼트, 정보기술(IT) 인프라 제공 등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의 브랜디 투자는 지난해 5월부터 진행한 스마트스토어 부문 협력 성과를 토대로 했다. 동대문 풀필먼트 서비스가 높은 출고율, 빠른 배송기간 등으로 높은 만족도를 보이며 참여 업체의 90% 이상이 서비스 연장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유통업계 '큰 손' 신세계그룹 SSG닷컴은 이달 1일 온라인 패션플랫폼 '더블유컨셉코리아(W컨셉)'를 2700억원에 인수했다. 20~30대 남성층에서 인기가 높은 무신사는 지난달 세콰이어캐피탈,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1300억원을 추가 투자 받으면서 2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았다. IT, 유통 등 업종을 불문하고 패션업계에 뭉칫돈이 몰리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일단 카카오는 성장이 급하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전체 거래액은 2019년 135조원에서 지난해 161조원 규모로 확 커졌다. 지난해 기준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 쿠팡이 각각 18.6%, 13.7%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베이코리아(12.4%), 11번가(6.2%), 위메프(4.3%), 티몬(3.1%)이 이었다. 카카오의 점유율은 이들보다 낮은 2.9%에 머물렀다.
카카오커머스는 대표 기능인 '선물하기'로 지난해 매출 5735억원, 영업이익 1595억원을 올렸고 전년 대비 각각 94%, 110% 성장하긴 했지만 점유율이 중요한 이커머스 업계에서 한계를 확인하고 성장성에 초점을 맞춰 지그재그 인수라는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네이버는 점유율을 바탕으로 동대문 영향력 확대를 꾀해 디자인을 강화하는 한편 브랜디의 풀필먼트 시스템으로 소비자는 물론 소상공인까지 끌어안는다는 복안이다.
그동안 동대문을 경유하는 쇼핑 구조가 '동대문-소매상-소비자'로 이어졌다면 네이버는 브랜디와 연계해 '동대문-소비자'로 단순화한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 서정민 브랜디 대표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패션 클러스터인 동대문 시장을 네이버와 함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하는데 기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네이버가 소상공인에 집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사의 '미래'가 달려 있어서다. 지난해 네이버 커머스와 테크핀(네이버페이 결제수수료) 매출액이 성장률이 47.4%로 전체 성장률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체 매출에서 커머스와 테크핀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27.5%에서 2020년 33.3%로 증가하며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네이버 성장의 축이 기존 검색광고에서 커머스로 이동하고 있다는 게 수치로 나타난 것이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21%의 고성장을 하고 있지만 시장 내 이커머스 사업자들은 오히려 성장의 수혜보다 극심한 생존경쟁에 들어갔다"면서 온라인 쇼핑의 마지막 성장 옵션으로 남아있는 패션 플랫폼 진출 배경을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인수와 투자로 많은 돈이 오가고 있는데 패션만큼 유행과 트렌드에 민감한 분야도 없다"면서 "지금 자리를 잡은 플랫폼을 잘 끌고 가기 위해선 지속적 투자와 디자이너 발굴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카카오-지그재그 vs 네이버-브랜디 '합종연횡'
1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스타일'을 운영하는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과 합병한다고 밝혔다. 올 7월 출범하는 합병 법인은 카카오 자회사로 편입되고 대표는 크로키닷컴 서정훈 대표가 맡는다.합병 법인은 지그재그가 보유한 빅데이터와 카카오의 기술력·사업 역량 등을 결합해 경쟁력 있는 사업 기반을 갖추고 신규 사업기회를 발굴해나갈 예정이다.
크로키닷컴이 2015년 출시한 지그재그는 4000곳이 넘는 온라인 쇼핑몰과 패션 브랜드를 모아서 제공하는 모바일 서비스로, 올해 거래액 1조원 규모가 예상될 만큼 성장성이 유망한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패션 플랫폼 스타트업 브랜디에 100억원 규모 투자를 했다. 2014년 12월 설립된 브랜디는 여성 패션 플랫폼 '브랜디', 남성패션 플랫폼 '하이버'를 비롯해 상품포장, 배송, 고객 응대까지 처리해주는 올인원 풀필먼트(통합물류대행) 패션 서비스 '헬피'를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는 브랜디 투자를 계기로 동대문 패션 클러스터 활성화에 자사 역량을 접목하고 도소매상 온라인 판로 개척, 풀필먼트, 정보기술(IT) 인프라 제공 등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의 브랜디 투자는 지난해 5월부터 진행한 스마트스토어 부문 협력 성과를 토대로 했다. 동대문 풀필먼트 서비스가 높은 출고율, 빠른 배송기간 등으로 높은 만족도를 보이며 참여 업체의 90% 이상이 서비스 연장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카카오, 점유율 확대 시급…네이버, 소상공인 끌어안기 전략
이같은 두 IT 업체의 행보는 이커머스 업계의 무게추가 패션으로 기울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유통업계 '큰 손' 신세계그룹 SSG닷컴은 이달 1일 온라인 패션플랫폼 '더블유컨셉코리아(W컨셉)'를 2700억원에 인수했다. 20~30대 남성층에서 인기가 높은 무신사는 지난달 세콰이어캐피탈,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1300억원을 추가 투자 받으면서 2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았다. IT, 유통 등 업종을 불문하고 패션업계에 뭉칫돈이 몰리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일단 카카오는 성장이 급하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전체 거래액은 2019년 135조원에서 지난해 161조원 규모로 확 커졌다. 지난해 기준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 쿠팡이 각각 18.6%, 13.7%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베이코리아(12.4%), 11번가(6.2%), 위메프(4.3%), 티몬(3.1%)이 이었다. 카카오의 점유율은 이들보다 낮은 2.9%에 머물렀다.
카카오커머스는 대표 기능인 '선물하기'로 지난해 매출 5735억원, 영업이익 1595억원을 올렸고 전년 대비 각각 94%, 110% 성장하긴 했지만 점유율이 중요한 이커머스 업계에서 한계를 확인하고 성장성에 초점을 맞춰 지그재그 인수라는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네이버는 점유율을 바탕으로 동대문 영향력 확대를 꾀해 디자인을 강화하는 한편 브랜디의 풀필먼트 시스템으로 소비자는 물론 소상공인까지 끌어안는다는 복안이다.
그동안 동대문을 경유하는 쇼핑 구조가 '동대문-소매상-소비자'로 이어졌다면 네이버는 브랜디와 연계해 '동대문-소비자'로 단순화한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 서정민 브랜디 대표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패션 클러스터인 동대문 시장을 네이버와 함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하는데 기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네이버가 소상공인에 집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사의 '미래'가 달려 있어서다. 지난해 네이버 커머스와 테크핀(네이버페이 결제수수료) 매출액이 성장률이 47.4%로 전체 성장률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체 매출에서 커머스와 테크핀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27.5%에서 2020년 33.3%로 증가하며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네이버 성장의 축이 기존 검색광고에서 커머스로 이동하고 있다는 게 수치로 나타난 것이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21%의 고성장을 하고 있지만 시장 내 이커머스 사업자들은 오히려 성장의 수혜보다 극심한 생존경쟁에 들어갔다"면서 온라인 쇼핑의 마지막 성장 옵션으로 남아있는 패션 플랫폼 진출 배경을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인수와 투자로 많은 돈이 오가고 있는데 패션만큼 유행과 트렌드에 민감한 분야도 없다"면서 "지금 자리를 잡은 플랫폼을 잘 끌고 가기 위해선 지속적 투자와 디자이너 발굴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