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판교밸리’에 있던 국내 게임사들이 하나둘 서울 강남 테헤란로로 돌아오고 있다. 테헤란로는 한때 국내 게임산업의 요람으로 불렸던 지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메카로 자리잡은 판교테크노밸리가 포화상태에 다다른 데다 게임사들의 덩치가 급격히 커지면서 생겨난 ‘테헤란로 유턴’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올해 테헤란로 빌딩의 일부 층을 임차해 서울에 사무소를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 인근에 본사를 둔 크래프톤은 서울 서초동(개발사 펍지스튜디오)과 대치동(라이징윅스)에도 사무실이 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임차료와 직원들의 출퇴근 선호도 등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계열사인 라인게임즈도 올해 테헤란로로 옮긴다. 라인게임즈를 포함해 픽셀크루즈, 우주 등 산하 개발사들이 같은 곳에 모인다. 라인게임즈와 개발사들은 서울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다.

판교에 본사를 둔 스마일게이트도 최근 테헤란로의 동궁리치웰타워를 2000억원에 사들였다. 스마일게이트는 빌딩 이름을 동궁리치웰타워에서 오렌지플래닛으로 바꾸고, 청년 창업자를 지원하는 공간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오렌지플래닛은 스마일게이트의 스타트업 창업 플랫폼 이름이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스마일게이트의 서울 거점 사무실로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게임 ‘던전앤파이터’로 유명한 넥슨의 자회사인 네오플도 지난해 서울 강남 지역에 서울 사무소를 마련했다. 제주에 본사를 둔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개발팀이 주로 근무하고 있다.

테헤란로는 한국 게임산업이 성장한 곳이다. 넥슨,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등 수많은 게임사가 테헤란로에서 회사를 키웠다. 2012년 판교밸리가 조성되면서 상당수 게임사가 테헤란로를 떠났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실적 호조로 게임사들의 직원이 크게 늘었지만 판교 지역 입지는 이들을 다 수용하기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의 직원 수는 2019년 726명에서 지난해 1171명으로 1년 새 61.2% 늘었다. 크래프톤은 올해 700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역대 최대 규모다. 최근 몸값이 높아진 개발자들이 출퇴근이 수월한 강남 지역을 선호하는 것도 테헤란로가 주목받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