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부문에서 호실적을 내며 가파르게 성장하는 카카오가 경쟁업체인 네이버에게 크게 앞선 부분은 '결제 사업'이다. 거래액 규모에서 네이버페이를 크게 앞지른 카카오페이가 도드라진다. 메신저 플랫폼 파워와 금융업 진출 여부가 이 같은 차이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거래액 차이 2배 이상

[사진=카카오페이 캡처]
[사진=카카오페이 캡처]
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는 잇따라 실적을 발표했다. 네이버는 올 1분기 매출 1조4991억원, 영업이익 288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9.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도리어 1%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올해 1분기 19.2%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카카오는 매출이 45% 늘어난 1조2580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은 79% 증가한 1575억원, 영업이익률도 12.5%로 모두 사상 최고치다.

두 회사는 올 초 IT 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성과급 논란으로 1분기 실적에서 인건비 출혈이 예상됐다. 네이버는 영업비용이 40.3% 급증해 1조2102억원, 카카오는 41% 늘어난 1조1004억원을 기록하는 등 양사의 영업비용 총액과 증가율이 비슷했다. 인건비 이슈가 양사의 영업이익 차이에 끼친 영향은 크지 않다는 애기다.

업계에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네이버에 실적이 크게 뒤졌던 카카오가 올 1분기 격차를 대폭 줄인 핵심 요소로 '결제' 서비스를 꼽는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의 거래액 차이가 워낙 두드러져서다.
네이버 카카오. 한경=DB
네이버 카카오. 한경=DB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네이버페이의 1분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8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카카오페이의 약진이 이를 웃돌았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컨콜에서 "카카오페이의 1분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한 2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거래액 20조 돌파는 처음"이라며 "1분기가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성장했다"고 말했다.

양사 모두 페이 거래액이 50% 넘게 증가했지만 규모를 놓고 비교했을 때 카카오페이가 네이버페이를 크게 앞지른 것이다.

카카오페이 본격 궤도…네이버페이도 오프라인 강화 시도

[사진=네이버페이 캡처]
[사진=네이버페이 캡처]
카카오페이의 거래액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그동안 '돈 먹는 하마'로 여겨졌던 금융·콘텐츠·모빌리티 등 신사업이 본격 궤도에 오르면서 카카오의 핵심 사업부로 자리매김한 영향이 크다. 실제 신사업 영업손실은 2018년 2099억원, 2019년 1722억원, 2020년 942억원으로 축소되는 추세다.

올해는 카카오페이의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특히 송금을 제외한 결제·금융 서비스만 127% 증가하며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을 등에 업고 '규모의 경제'를 잘 활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오프라인 결제에서도 카카오페이가 한 발 앞섰다. 최근 네이버페이가 오프라인으로도 범위를 확장하고 있으나 그간에는 네이버쇼핑 등 온라인과 모바일 네이버 제휴 업체에서만 사용이 가능해 한계로 지적됐다.
카카오페이는 기존의 QR코드 결제 방식을 넘어 NFC(10cm 이내의 거리에서 무선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신 기술) 결제 방식을 채택한 교통카드 서비스도 출시했다. 별도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해야 하는 QR코드 결제보다 NFC 결제에 대한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절차 없이 휴대폰을 단말기에 가져다 대기만 하면 결제돼 편리한 강점이 있다.

이민아 대신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네이버에 없는 은행업, 증권업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 때문에 향후 (결제) 사업 확대 기회가 더 클 것으로 판단한다"고 짚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 역시 "대부분의 사업 경쟁력은 네이버가 더 뛰어나지만 금융 사업만큼은 카카오가 더 앞서 있다"며 "카카오뱅크를 보유하고 있고 직접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높은 페이 부문이 구조적으로 성장 구간에 진입해 올해 카카오의 연간 영업이익률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하반기 카카오페이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도입 등 신규 비즈니스 역시 새 모멘텀이 될 전망"이라며 카카오페이의 성장 동력을 높게 평가했다.

네이버페이의 반격 카드는 소액 후불결제다. 이 서비스는 네이버페이로 결제할 때 충전 잔액이 모자라도 외상으로 결제할 수 있는 방식이다. 신용카드 기능 일부를 흡수해 거래액을 늘리겠단 전략이다. 단점으로 꼽혔던 오프라인 결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BC카드와 제휴해 오프라인 QR결제 서비스도 시작했다.

기업들과의 직접 제휴도 강화하고 있다. 올 1분기 넥슨과 삼성화재 등 주요 기업들이 네이버페이에 합류, 제휴사가 6만5000여곳까지 급증했고 최근 지분 제휴를 체결한 신세계그룹, 대한항공 등 사업제휴 파트너들까지 더해졌다. 특히 신세계그룹과의 지분 맞교환으로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이 네이버 쇼핑 장보기 서비스에 입점해 차후 전국 이마트·신세계 매장에서 네이버페이 적립 및 무료 배송 등의 혜택이 점쳐진다.

"결제 시장, 승자 독식 '제로섬 게임' 될 것"

간편송금 서비스 이용 건수·금액 [사진=한국은행 제공]
간편송금 서비스 이용 건수·금액 [사진=한국은행 제공]
카카오와 네이버가 결제 시장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이용 건수와 금액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서비스 하루평균 이용 건수는 1455만건, 이용액은 4492억원이다. 1년 전보다 각각 44.4%, 41.6% 급증한 수치다. 지난해 간편송금 서비스의 일평균 이용 건수도 326만건, 이용액은 3566억원으로 같은 기간 각각 31.1%, 52.0% 늘었다. 한은은 "비대면 온라인 거래가 계속 확산하면서 간편결제 이용이 대폭 늘었다"고 설명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전 국민이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고 그 영향력이 다양한 형태로 뻗어나가고 있어서 카카오페이 거래액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규모의 경제'가 시현될 것"이라며 "결제 시장은 특성상 승자가 독식하는 '제로섬 게임' 양상을 보일 것이다. 네이버페이가 거래액에서 더 이상 밀리면 회복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