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건의 바이오 산책] mRNA 백신 기적을 경험하며 다가올 ‘RNA World’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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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배진건 이노큐어테라퓨틱스 부사장(Science intelligence advisor)
코로나19는 지구에게 조용한 전쟁을 걸었다. 처음에는 우한 폐렴이었다. 중국의 한 지방에서만 일어난 것이라는 지구인의 착각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실체는 세계대전이었다.
코로나와의 심각한 전쟁 중 사람에게 꼭 필요한 방어 무기는 백신이다. 백신 접종으로 70% 정도의 지구인에게 항체가 생겨 집단면역을 이뤄야 전쟁이 종식된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지 않으면 봉쇄 조치와 일상생활의 제약이 풀릴 수 없다.
유례없이 빨랐던 mRNA 백신의 개발
2020년 12월 8일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 등 여러 나라가 mRNA 백신 접종에 들어갔다. 모더나가 백신 개발에 나선 건 중국이 신종코로나의 유전자 서열을 발표한 2020년 1월 11일으로부터 고작 이틀 뒤였다.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와 협의 후 후보물질 ‘mRNA-1273ʼ의 염기 배열을 확정지었다. 화이자와 공동개발을 한 바이오엔텍도 거의 같은 날에 2가지 염기서열을 확정지었다. 단지 11개월 만에 접종이 시작된 전례 없는 빛의 속도다.
어떻게 mRNA 백신 기적이 일어나는가. 기술 발달로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 기간이 단축되어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고 하지만 mRNA 백신은 전통적인 백신과 매우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 바이러스가 세포 안에서 증식하는 과정을 본떠서 인체가 스스로 항원을 만들어내도록 유도한다.
숙주 세포에 침입한 바이러스는 먼저 세포막에 존재하는 ACE2라는 우리 몸의 자물쇠 격인 수용체 단백질에다 스파이크 단백질이라는 열쇠를 넣는다. ACE2를 슬쩍 속이고 인체 세포의 문을 여는 셈이다. 세포 안으로 침입한 후 자신의 유전물질을 주입한다. 주입된 바이러스 유전체는 숙주 세포의 효소를 이용하여 스스로 복제되고 리보솜을 이용하여 외피를 만든다. 이 과정이 수없이 많이 반복되며 바이러스가 증식되고 증식된 바이러스는 세포 밖으로 방출되어 다른 세포를 또 감염 시킨다.
RNA 백신은 이런 작용을 하는 바이러스 대신 ‘유전자 코드’를 주입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정보 mRNA를 전달 플랫폼인 리피드 나노파티클(Lipid Nanoparticle)에 포장하여 주사하면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들어와서 증식하듯이, 발현된 바이러스 단백질에 대하여 인체가 백신 제조기가 된다. 우리 몸이 항체 단백질을 만들어 바이러스 공격을 방어하는 것이다.
mRNA 백신의 탄생
어떻게 mRNA 백신이 태어났을까. 2020년 7월 27일 자 <네이처 리뷰 드러그 디스커버리>에 따르면 모더나, GSK, 바이오엔텍, 큐어백이 mRNA 백신 특허의 5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RNA 백신의 선구자는 연구를 오래 하다가 그 결과로 특허를 많이 가지고 있는 큐어백(2000년 창업), 바이오엔텍(2008년 창 업), 모더나(2010년 창업)라는 작은 바이오텍 회사들이다.
2000년 큐어백을 창설한 잉마어 회어가 튀빙겐대학의 대학원생일 때 진행한 하나의 실험이 바로 RNA 백신 회사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 그 당시 주류를 이루며 유행했던 DNA 백신 개발을 위해 그가 디자인한 DNA를 쥐에 주사했다.
회어는 대조군으로 같은 시퀀스를 가진 RNA로 바꾸어 주사했다. DNA는 이중나선으로 안정한 반면 RNA는 하나의 나선이기에 분해 효소(RNAase) 반응으로 곧 파괴될 것이기에 대조군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면역작용의 ‘리드아웃(readout)’을 봤을 때 RNA를 주사한 쥐가 더 좋은 면역작용을 보였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DNA와 RNA를 잘못 주사한 줄 알 고 다시 실험을 진행했지만 계속 RNA가 더 우수한 결과를 얻었다. 그는 졸업과 동시에 바로 RNA 백신을 만드는 큐어백이란 회사를 창립했다.
화이자와 코로나 백신을 제일 먼저 출시한 독일의 바이오엔텍은 터키 출신의 남편 우구어 자힌과 아내 외즐렘 튀레치 부부가 2008년 공동 설립했다. 두 사람의 부모는 1960년대 후반 독일로 이주했다. 자힌은 터키 남부에서 태어나 4세 때 독일 쾰른으로 이주했다. 튀레치는 독일 북부 니더작센주에서 태어났다. 부부는 차별과 고생을 맛본 전형적인 터키 출신 외국인 근로자 2세다.
바이오엔텍은 자연 상태에서의 mRNA는 금방 분해되어 버리기 때문에 외부에서 분해된 mRNA가 체내에서 분해되기 전까지 면역반응을 안정적으로 일으킬 수 있도록 하는 mRNA 안정화가 주요 기술이다.
왜 mRNA 안정화가 필요한가. DNA와 RNA의 공통점은 3종류 염기(아데닌·구아닌·사 이토신)이고, 차이점은 RNA는 유라실, DNA는 거기에 메틸이 하나 더 붙은 티민이다. 그리고 유전정보의 뼈대를 구성하는 당이 디옥시리보오스(deoxyribonucleic acid)면 DNA, 리보스(ribose)면 RNA다.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이 때문에 RNA는 불안정하다. 이중나선으로 이루어진 DNA와 다르게 RNA는 하나의 나선이기에 작은 온도 변화나 세포 내 환경 변화(에너지 상태·RNA binding proteins) 등에 의해 민감하게 영향받고 화학적 변형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mRNA 백신이 코로나19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ʼ이지만 영하 70℃ 혹은 영하 20℃ 이하에서 보관돼야 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화이자(바이오엔텍) 백신의 경우 영하 70℃ 수준의 초저온 환경에서, 모더나는 영하 20℃에서 보관해야만 효능이 유지된다.
많은 종류의 세포들에서 mRNA의 전사량과 번역된 결과물인 단백질 양이 일치하지 않는다. 전사가 일어난 후 mRNA에도 여러 가지 화학적 변이가 일어나 mRNA의 다양한 운명을 조절하기에 전사 후 조절 과정의 중요성을 시사해주고 있다.
‘슈도유리딘(pseudouridine)’과 같은 RNA 변형은 상대적으로 낮은 발현 수준을 보임으로써 ‘면역자극생산 활성(immunostimulatory activit y)’을 조절할 수 있다. 합성 변형된 mRNA(modRNA)는 게놈 통합의 위험 없이 특정 조직에 높은, 일시적인, 안전, 비면역원성 및 제어된 mRNA 전달을 제공하기에 새로운 유전자 치료 접근법도 제시한다.
‘찬밥ʼ 신세였던 mRNA 백신이 인류를 구원하기까지
mRNA 안정화 기술 연구의 산실은 어디일까. 지금 바이오엔텍의 연구총괄 수석부사장 커털린 커리코 박사와 드루 와이즈만 교수의 기초연구가 진행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다.
헝가리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를 받고 펜실베이니아 의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연구하였던 커리코 박사가 1997년 mRNA 연구 진전이 안 돼 거의 포기하고 학교를 떠나려고 할 때 마침 NIAID에서 파우치 박사와 연구를 마친 와이즈만이 교수로 부임하게 된다. 대화를 통하여 서로의 연구를 이야기하다가 와이즈만 교수가 같이 일하자고 제안을 한다.
만남과 대화가 연구 방향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사례다. 같이 mRNA 연구를 시작한 커리코와 와이즈만 박사는 우리딘을 슈도우리딘으로 치환하면 세포 내로 mRNA 정보를 안정적으로 집어넣는 중요한 결과를 2005년 국제학술지 <몰리큘러 테라피>에 발표한다. 이어 특허를 등록하고 그 기술을 바탕으로 바이오텍 회사를 설립한다.
하지만 아무도 기술에 관심을 갖지 않자 회사는 망하고 커리코는 다시 펜실베이니아대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교수로 받아주지 않는다. 반납된 특허는 펜실 베이니아대가 가지고 있다가 어느 에인절투자가가 미리 선점했다가 결국 바이오엔텍에 넘기게 된다. 커리코는 2013년에 그 당시 웹 사이트도 없지만 자신의 특허를 소유한 독일의 작은 바이오엔텍으로 옮기게 된다.
드디어 모더나 차례다. 누가 모더나를 창업하였나. 지중해의 작은 섬 몰타에서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 온 자동차 수리공 아버지와 빵 가게를 운영하는 엄마에게서 1966년 태어난 로시는 토론토대학을 졸업한다. 헬싱키대학에서 박사학위 후에 당시 스탠퍼드에서 박사후연구원이었던 데렉 로시는 커리코와 와이즈만의 논문에 꽂히게 된다.
하버드 의대 줄기세포 생물학 분야 부교수(associate Professor)가 되자 로시는 2010년 mRNA 백신과 약을 만들기 위해 3명의 하버드 의대 교수, 그리고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밥 랭거 교수와 모더나를 창업한다.
‘RNA Real Worldʼ는 도래했을까
제약 바이오와 화학 등의 분야에서 400개가 넘는 특허를 보유한 랭거 교수는 바이오텍 공동창업 전문가다. mRNA를 전달 플랫폼인 LNP 기술의 랭거와 만난 로시 교수는 보스턴 창업의 바람을 타고 모더나 외에도 인텔리아 테라퓨틱스, 마젠타 테라퓨틱스, 스텔렉시스 테라퓨틱스 등 여러 개의 회사를 창업하고 특이하게도 만 52세에 은퇴한 멋진 사나이이다.
특히 유전자가위 크리스퍼 기업인 인텔리아 테라퓨틱스는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transthyretin amyloidosis)ʼ이라는 유전병 환자를 위해 mRNA 기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그들은 지난해 12월 첫 번째 환자에게 실험적 의약품을 투여했다. mRNA 백신은 결정한 바이러스의 특정 부위를 IVT(In Vitro Transcription)로 RNA 합성을 한다. 대량 생산을 위해서 5ʼ말단에 캡핑(capping)을 화학적 방법으로 제작하는데 캡(CAP)의 기능은 mRNA 분해를 방지하기에 더 안정하고 번역 능력을 증가시킨다.
DNA 백신처럼 mRNA 전사를 위해 반드시 핵으로 들어가야 할 필요 없이 세포질 내에서 바로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다. 또한 RNA 백신은 세포 안에 짧은 기간 활성화되어 타깃단백질을 발현하게 되고, 수일 안에 RNA 분 해효소(RNAase)로 파괴된다. 이런 ‘치고 빠지기(hit-and-run)ʼ 특징 때문에 빠르게 안전하게 인체에 적용 가능하다. mRNA를 싸고 있는 LNP를 만드는 PEG가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지만 쉽게 넘어갈 고개다.
지난 20년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mRNA 백신은 시작부터 허가까지 단 1년의 시간이 걸렸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95%까지 예방하며 첫 mRNA 백신이 탄생한 것이다. 더욱 이 mRNA 백신은 내인성 항원이므로 T세포 면역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어 주로 B세포 면역을 유도하는 항원백신과는 클래스가 다르다. 물론 저장온도를 냉장으로 가능하게, 2회 접종을 1회로 편리성 개선이 필요하지만 앞으로 미래는 mRNA 백신이 일상이 될 것이다.
더구나 다국적 제약사들이 RNA를 이용한 RNAi, miRNA, 압타머 그리고 효소처럼 작용하는 리보자임(ribozyme) 등 많은 기술을 이용한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앨나밀람의 다발신경병증을 동반한 유전성트랜스티레틴(hATTR) 아밀로이드증에 대한 RNAi 치료제 ‘온파트로ʼ가 2018년 FDA 허가를 획득함으로써 최초의 RNAi 치료제가 시장에 발을 디뎠다.
앞으로 미래의 제약시장은 리피드 나노파티클과 함께 ‘RNA World’가 될 것이다.
<저자 소개>
배진건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2008년 JW중외제약에서 연구총괄 전무를 지냈고 C&C신약연구소 대표를 역임했다. 한국아브노바 연구소장과 한독 상임고문을 거쳐 현재 이노큐어테라퓨틱스 부사장(Science intelligence advisor)이자 우정바이오 신약 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을 맡고 있다. 국내외 신약 개발 분야의 석학으로, 저서로는 <사람을 살리는 신약개발(Back to BASIC)>이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