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용 항체는 분자량이 커 치료 과정에 다음과 같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
첫째, 조직 내부로의 침투력이 떨어진다. 둘째, 항체가 결합하는 항원 부위를 에피토프라고 하는데,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항체가 항원의 에피토프에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셋째, 단백질로 되어 있어 경구투여나 피부를 통한 치료가 불가능하고 주사제로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 편의성 또한 떨어진다. 넷째, 대부분의 치료용 항체는 동물세포 배양을 통해 생산해 생산 및 정제비용이 매우 높다.
이러한 항체의 기능을 대체하고 단점을 극복할 목적으로 개발되는 단백질들을 스캐폴드(scaffold) 단백질이라고 한다.
스캐폴드, 구조 안정적이고 크기 작아
스캐폴드 단백질은 구조가 안정적이며 일반적으로 아미노산 200개 이하의 크기다. 다양성을 나타내는 부위를 포함하고 있으면서도 중심 구조가 안정적이라 다양성 부위에 변화를 주더라도 전체 구조에 변화가 적다.
중심 구조의 종류에 따라 항체 유사 구조와 비(非)항체 기반 구조로 나뉜다. 항체 유사 스캐폴드 단백질에는 항체 절편, 나노바디, 도메인 항체 등이 포함된다. 항체 절편은 항체의 일정 부위만을 떼어낸 것으로 scFv가 대표적이다. scFv는 항원-항체 결합에 직접 작용하는 가변부위 도메인을 하나의 구조로 만든 것으로 이중항체, 세포치료제 등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둘 이상의 scFv를 유전적으로 연결하면 이중항체 제작도 가능하다.
사람의 항체가 중사슬과 경사슬이 결합된 구조인 것과 달리 낙타의 항체는 중사슬 가변 도메인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벨기에의 아블링스라는 회사에서 이 형태의 항체를 ‘나노바디(nanobody)’라는 이름으로 개발했다.
나노바디는 박테리아와 효모에서 생산 가능하고 대량 생산도 용이하다. 사람의 중사슬과 유사한 구조 부위를 가지고 있지만 면역원성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서 인간화 과정이 필요하다. 둘 또는 그 이상의 나노바디를 유전적으로 결합하면 둘 이상의 타깃에 대한 동시 결합이 가능한 물질도 쉽게 제작할 수 있다. 또한 기존 항체에 비해 매우 작기 때문에 항원의 에피토프가 노출이 잘되지 않는 구조에서도 비교적 잘 결합할 수 있다.
도메인 항체는 항체 기반의 스캐폴드 중 가장 작은 항체다. 11~15kDa 정도로 몇 군데에 변이를 도입하여 항체의 안정성을 높였다. 개 량된 도메인 항체는 대장균과 효모에서 생산 이 가능하며 높은 온도에서도 단백질의 변성 없이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크기가 작고 항체와 같은 재사용 기전이 없어 혈중 반감기는 매우 짧다.
도메인 항체의 반감기를 늘리기 위해 바이오텍 도만티스(GSK가 인수)는 알부민에 결합하는 도메인 항체를 발굴해 ‘AlbudAb’라 이름 붙였다. 이 AlbudAb를 특정 항원에 대한 도메인 항체와 연결해주면 도메인 항체의 짧은 반감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반감기를 늘리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 항체의 불변부위를 도메인 항체와 결합하는데 도메인 항체의 혈중 반감기를 향상시키는 동시에 두 개의 도메인 항체를 하나의 물질에 연결하여 항원에 대한 결합활성(어비디티)을 높이는 결과도 보였다.
단백질 엔지니어링 기술로 개량한 대표적 물질들
스캐폴드 단백질이 항체와 유사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중심 구조와 함께 항원과의 결합에 필요한 가변 부위가 있어야 한다. 또 가변 부위의 아미노산 서열이 변하더라도 전체 구조에는 영향이 없어야 한다.
항체 대용으로 개발되고 있는 스캐폴드 단백질은 체내에 존재하는 물질을 단백질 엔지니어링 기술로 개량한 것들이다. 여러 가지 물질이 개발되고 있지만 여기에서는 대표적인 물질만 간단히 소개한다.
리포칼린(lipocalin)은 안정적인 구조에 네 개의 루프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루프 구조는 가변 부위로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스캐폴드 단백질로 개발이 가능하다. 안티칼린(anticalin)은 리포칼린을 단백질 엔지니어링 기술을 적용해서 만들었다. 크기는 20kDa 정도로 항체 대비 7~8배 작다. 대장균과 효모에서 생산이 가능하며 수용성과 안정성 또한 우수하다. 안키린 반복영역(ankyrin repeat domain)은 약 33개 아미노산 길이의 안키린 반복 단위가 연속적으로 반복되어 있는 영역으로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을 수행한다.
다핀(DARPin)은 몰레큘러 파트너스가 안키린 반복 영역을 변형하여 제작하였다. 2~4개의 반복 영역이 N-, C- 말단에 보호되는 구조로 소수성 부위가 가려지기 때문에 수용성이 높아지고, 안정성도 향상되었다. 6개의 후보물질이 임상 진행 중이다.
피브로넥틴(fibronectin)은 세 가지 형태의 도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세 번째 도메인은 3개의 루프와 7개의 β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항체의 면역 도메인과 유사한 구조를 하고 있다. 루프의 길이는 15~21개 아미노산 길이이며 항원과의 결합에 필요한 가변 부위 제작에 좋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드넥서스는 이 물질을 개량하여 치료제로 개발이 가능한 물질을 만들었으며 이것을 아드넥틴(adnectin)이라 명명하였다.
아비머(avimer)는 30~35개 아미노산 길이의 펩타이드를 링커를 사용하여 둘 또는 그 이상을 연결한 것을 말한다. 아비머는 어비디티 멀티머(avidity multimer)의 줄임말로 타깃 항원에 결합하는 펩타이드의 수를 늘려서 어비디티를 늘리는 것을 의미한다. 어비디티는 단백질 간 결합에 있어 결합 부위의 수가 결합력에 미치는 영향을 말한다. 결합하는 도메인의 수에 따라 타깃에 대한 친화도가 높아질 수 있다.
새로운 항체 대안들, 과제는 여전해
치료제로서의 항체는 기존 합성의약품에 비해 매우 우수한 특성을 보이고 있지만 사용 편의성 문제, 투여 경로의 다양화, 생산비용 절감, 조직 침투력 향상 등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항체 절편이나 스캐폴드 단백질 등은 항체와 유사한 특성을 가지면서도 항체 대비 작은 크기, 대장균 배양을 통한 비용 절감 등으로 항체 대체재로서 개발되고 있다. 물론 면역원성이나 낮은 반감기 등 해결할 문제도 있다.
이들은 전체적인 구조나 물리화학적 특성이 기존 항체와는 달라 항체의 단점을 극복할 대안으로 생각된다. 항체와는 차별화된 단독 치료제로 개발하는 것도 좋을 수 있다. 단백질 엔지니어링 기술로 항체와 접목하면 물질의 장점은 높이고 단점은 보완하는 새로운 형태의 물질을 개발할 가능성도 높다.
<저자 소개>
이정욱
성균관대에서 유전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생명과학부에서 석사 및 박사 과정을 마쳤다. 삼성종합기술원에서 항체 연구를 시작했고 항체 엔지니어링 기술팀장을 지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한올바이오파마를 거치면서 바이오의약품 기술 분석 및 면역항암제 연구를 했다. 현재 세라노틱스 항체신약연구소장으로 항체 라이브러리 구축 및 항암 항체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