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MARKET] 화이자, MSD, 로슈… 글로벌 빅파마가 집중하는 AI 바이오 시장
신약 개발의 여러 단계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것에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제약사, 바이오벤처, AI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협력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다. 불과 5년 만인 2020년 전 세계 AI 바이오 스타트업에 투자된 금액은 총 19억 달러(약 2조1384억 원)에 이른다. 전년도 대비 23% 증가한 금액이다.

이제 빅파마들에게 AI 기술은 ‘시도하기 좋은 것(nice to try)’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것 (strategically important)’로 바뀌었다.

글로벌 빅파마 다양한 파이프라인 확보 위해 AI 기술 집중
바이엘, 화이자, 노바티스, 로슈, 머크, 아스트라제네카, GSK, 사노피, 애브비, BMS, 존슨앤드존슨 등 글로벌 빅파마는 AI 기반의 벤처와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화이자는 엑스탈파이, 아톰와이즈, 인실리코메디신 등 7개 기업과 바이엘은 엑센시아, 시클리카, 리커션파마슈티컬스, 슈뢰딩거 등 8개사와 협력하고 있다.

최근 들어 신약 개발의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더 효과적인 임상시험, 약효검증 등이 AI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되기 시작했다. 한 예로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지난해 2월, 영국의 AI 신약 개발 회사인 베네볼런트AI의 연구원들은 바리시티닙(제품명 올루미언트)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잠재적 치료제로 추천하는 논문을 국제학술지 <란셋>에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임상시험 데이터를 통하여 해당 치료제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제약사가 AI 기술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재원 절약 외에도 다품종 소량생산에 대한 시장의 ‘니즈’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제약사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야 하고, 여기엔 필수불가결하게 AI의 기술이 필요하다. AI를 도입하는 범위도 특정 질병치료를 목표로 하는 경우부터 ‘엔드 투 엔드(end-to-end)’ AI 플랫폼 구축까지 다양한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

슈뢰딩거·인실리코메디슨… AI회사마다 차별적인 기술 보유해 경쟁력 확보
AI에 대한 글로벌 빅파마들의 관심이 커지며 AI 바이오 스타트업은 각자의 차별화된 기술로 서로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의 1세대 AI 바이오 회사인 슈뢰딩거는 물리학 기반의 소프트웨어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화합물을 디자인함으로써 최적의 약물 후보물질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은 AI 기술을 활용해 타깃 단백질과 저분자 약물의 도킹(docking)을 시뮬레이션 한다. 홍콩의 인실리코메디슨은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과 ‘강화학습(RL)’을 이용해 약물 후보물질을 발굴한다. 화이자와는 동시에 여러 오믹스 데이터를 분석하는 ‘판도믹 발굴 플랫폼(pandomics discovery platform)’을 기반으로 바이오마커와 타깃 발굴을 통한 연구분야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대다수의 AI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주로 저분자 화합물 후보물질 발굴에 주력하고 있으나, 아일랜드 기업인 누리타스는 펩타이드 약물 개발을 위한 AI 플랫폼을 개발했다. AI 기반의 바이오 활성 펩타이드 예측 플랫폼과 염기서열 분석을 통하여 식물에서 특정 질병에 ‘약효가 있을 만한 펩타이드’를 찾아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누리타스는 지난 4월 일본 제약사 다이닛폰스미토모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해외 AI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특화된 보유 기술을 입증하며 여러 제약 파트너사들과 연구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빅파마들은 사내에 AI 기술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인수합병(M&A), 지분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AI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제약사 간의 협력을 통한 경쟁력 확보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유럽의 ‘MELLODDY(Machine Learning Ledger Orchestration for Drug Discovery) 컨소시엄’에서는 신약 개발을 목표로 제약사들이 자사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공유하여 AI의 성능을 높이는 협력사업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제약기업들도 AI도입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유한양행과 캐나다의 시클리카, GC녹십자 와 미국의 아톰와이즈 등 국내 제약사와 해외 AI 바이오 스타트업 간 공동연구협약이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스탠다임, JW중외제약·보로노이, 휴온 스·팜캐드, LG화학·히츠 등 국내 제약사와 벤처 기업 간에도 연구협력을 하고 있다.

국내 AI 바이오 시장 커지려면
최근 국내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제약사와 AI벤처와의 협력 결과는 아직 상품으로서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효과검증, 임상실험, FDA 승인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남들의 성공 결과를 확인하고 이 시장에 들어오면 때가 늦는다는 것이다.

바이오, 제약 분야가 생태계가 다른 IT벤처와의 협력 경험을 쌓으려면 수년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데이터 기반의 기술과 비즈니스는 지식과, 논리, 연구 결과에 따라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생산자와 분석가, 모델을 만드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을 해야만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국내의 AI 바이오 시장을 공격적으로 넓히기 위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으로 2019년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센터에서는 AI 기반 신약 개발 기술의 소개, 전문 인력 양성, AI 활용 신약 개발 시범사업 등을 추진했고, 올해부터는 연합학습 기반의 신약 개발 플랫 폼을 구축하여 제약산업과 AI 기업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저자 소개>

[ISSUE MARKET] 화이자, MSD, 로슈… 글로벌 빅파마가 집중하는 AI 바이오 시장
김화종

강원대 컴퓨터학부 교수 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 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강원대병원에서 전자의무기록(EMR) 구축과 최적화를 총괄했고, 현재 KAIST 겸직교수를 맡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정책자문을 해왔으며 <데이터사이언스개론>, <빅데이터 비즈니스> 등 저서를 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