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승재 기자
사진=이승재 기자
우상욱 팜캐드 대표는 연세대에서 생화학을 전공하고 응집물질물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아이오와주립대에서 응집물질물리학 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 채플힐캠퍼스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2019년 3월에는 권태형 공동대표와 함께 신약개발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팜캐드를 설립했다. 20년간의 연구 역량을 총동원해 AI와 물리학을 기반으로 한 신약 개발 플랫폼 파뮬레이터를 개발했다.

수분 환경에서의 결합 예측
파뮬레이터는 크게 다섯 가지 모듈로 구성돼 있다. 단백질 3차원 구조예측,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MDS), 양자계산, 독성예측, 드러그 제너레이션이다.

먼저 단백질 3차원 구조 예측 모듈은 거대분자인 표적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한다. AI가 기존에 알려진 약물 및 표적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과 3차원 구조에 대해 딥러닝을 통해 학습한다. 이를 통해 AI는 새로운 아미노산 서열 데이터가 주어졌을 때 그에 대한 3차원 구조를 예측할 수 있다.

두 번째 모듈은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이다. 도출된 표적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기반으로 후보물질의 결합 및 상호작용을 예측한다. 파뮬레이터의 MDS 모듈은 표적 단백질과 약 1만 개 화합물 간의 결합을 2시간 내에 확인한다는 설명이다.

MDS는 오늘날 신약 개발을 위해 흔히 활용되는 방법이다. 팜캐드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하나의 요소를 더했다. 일반적인 MDS는 진공 상태에서의 결합을 가정한다. 팜캐드는 생체 환경에서의 결합 친화도를 예측하기 위해 물 분자 환경을 전제한다. 인체의 약 70%를 차지하는 물의 영향을 고려한 것이다. 이 때문에 생체 환경에서 표적과 잘 결합하는 후보물질을 도출할 수 있다.

세 번째 모듈은 양자계산이다. 양자계산 모듈은 매우 세밀한 계산을 통해 표적과 약물의 결합에 대한 예측 정확도를 높인다. 화합물에 대해 전자 단위에서 다양한 물리·화학적 특성을 분석해 결합 예측에 활용한다. 이 과정은 슈뢰딩거 방정식 등 고차원의 계산식이 사용되므로 고성능 컴퓨터를 활용해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보통 하나의 화합물에 대한 계산에 대략 하루 정도가 걸린다.

팜캐드는 창립 직후부터 지금까지 양자계산을 꾸준히 수행해왔다. 그 결과 7만 개 화합물에 대한 양자계산 데이터를 확보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AI에게 딥러닝으로 학습시켰다. AI는 양자계산 데이터 사이의 규칙을 스스로 찾아내 분석 속도를 높였다. 이제 파뮬레이터는 하나의 화합물에 대한 양자 계산 데이터를 몇 분 내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양자계산 모듈은 팜캐드를 다른 AI 기반 신약개발 기업과 차별화시키는 가장 큰 경쟁력이다.

우 대표는 “글로벌 AI 신약 개발 기업들도 7만 개의 양자계산 데이터와 이를 학습한 AI는 확보하기 어렵다”며 “팜캐드의 기술력을 따라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약물 창출
지금까지 출시된 약들은 성분 정보가 알려져 있다. 각각의 성분에 대한 부작용과 특정한 약과 함께 먹지 말라는 등의 내용이다. 이러한 정보는 수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갱신된다. AI는 이를 학습해 신약 후보물질의 독성을 예측한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 수행되는 독성 예측 기능이다.

팜캐드의 독성예측 모듈은 양자계산 데이터를 활용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동안 퇴출된 약이나 독성 문제로 임상에 실패한 약의 성분까지 양자계산으로 분석한다. FDA의 자료뿐 아니라 임상 실패 자료와 논문 결과 또한 수집 대상이 된다. 이것이 팜캐드의 독성예측 모듈의 차별점이다.

마지막 모듈은 드러그 제너레이션(drug generation), 즉 약물 창출이다. 기존의 화합물 데이터에서 적합한 후보물질을 찾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특허로부터 자유로운 후보물질을 창출하는 것이다. 수많은 약물 데이터를 학습한 AI는 선별된 후보물질보다 결합 친화도가 더 우수한 후보물질을 ‘생성’한다. 다시 MDS와 양자계산 독성예측을 거쳐서 신약개발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측되는 후보물질을 도출한다. 우 대표는 파뮬레이터가 창출한 약물을 알파고의 묘수에 비유했다. 신약이 되기 위한 여러 조건을 파악한 상태에서 세상에 없던 약물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내년 4월 상장예비심사 청구 목표
팜캐드는 파뮬레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기관들과 협업하고 있다. 아이진과는 코로나19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아이진 코로나19 백신의 mRNA는 팜캐드가 설계했다. 비임상 효능 평가를 수행한 결과, 모더나의 백신과 유사한 수준의 중화항체 역가를 보였다. 팜캐드는 아이진 백신의 상용화시 전체 매출의 15%를 경상기술사용료(로열티)로 받는다. 올 하반기에 임상 진입이 예상된다.

휴온스와는 프로탁(PROTAC)을 활용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팜캐드가 프로탁 치료제의 후보물질을 만들었다. 국내 한 기업과는 약물전달시스템(DDS)을 개발 중이다.

자체 파이프라인도 개발하고 있다. 혈액항응고제(NOAC)와 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혈액항응고제는 드러그 제너레이션 모듈로 새로운 후보물질을 도출했다. 내년 상반기에 전임상 단계에 진입하고, 임상 진입 전에 기술이전한다는 계획이다. 항암제는 원자력의학연구원 및 한국화학연구원과 협업한다. 회사는 오는 4분기에 코스닥시장 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를 받을 예정이다. 내년 4월께 상 장예비심사 청구를 계획하고 있다.

우 대표는 “계약마다 조건은 다르지만 공동개발을 통해 물질을 발굴한 후에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나 로열티를 받는 사업 구조”라며 “앞으로도 공동개발 및 자체 개발을 통해 파이프라인을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는 173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상장 자금은 최고급 사양의 서버를 구축하고 고급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사용 중이다. 현재 팜캐드에는 박사 17명이 근무하고 있다. 올해 50명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파뮬레이터의 다섯 개 모듈을 고도화하기 위한 인력이다. 5월 중순에는 미국과 인도에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에서 우수한 인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법인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캠브리지 이노베이션센터(CIC)에 입주할 예정이다.

박인혁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