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투자 풍향계] ‘제2의 쿠팡’ 찾아라 …다시 후끈 달아오른 벤처투자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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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태호 가이아벤처파트너스 책임심사역
“제2의 쿠팡, 배달의민족은 어디일까?”
요즘 시장참여자들이 만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화 주제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그동안 벤처생태계에서 이런 대형 성공사례의 등장은 매우 드물었다. 2000년대 네이버가 있었고, 2010년대에는 카카오, 넷마블 정도다.
그런데 최근 1년 동안 쿠팡, 배달의민족, 하이브, 하이퍼커넥트 등 4개 기업이 대형 성공 신화 반열에 올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추가로 유사한 수준의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이 나올 것이라는 시각들이 우세하다.
‘성공신화’의 등장은 시장의 분위기를 확실하게 바꿔놓았다. 올해 1분기 벤처투자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실적을 60% 이상 뛰어넘었다. 활발한 정책자금의 투입,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설립, 직접투자 증가도 이 같은 실적 향상을 이끈 요인 중 하나다. 어느 하나의 요인이 아닌 여러 박자가 조화롭게 이뤄져서 나타난 결과라는 점에서 ‘제2의 벤처 붐’이 궤도에 진입했다는 의견들이 힘을 얻고 있다.
벤처투자 1분기에만 1.2조, 역대 최대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처투자 실적은 1조245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61.1% 증가했다. 투자 건수와 피투자기업의 숫자도 각각 989건, 558개 사로 ‘제1의 벤처 붐’이 일었던 2000년 이후 가장 많다.
하지만 지금은 ‘제1의 벤처 붐’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묻지 마 투자’ 식으로 투입된 자금이 아니라, 선별된 우수한 스타트업에 벤처캐피털(VC) 투자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지표가 ‘빅딜’과 후속투자 유치의 증가다. 벤처투자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대 규모 투자회수(exit) 사례가 추가로 등장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벤처투자시장에서 ‘빅딜’로 분류되는 1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1분기에만 23개사다. 지난해 1분기 ‘빅딜’이 10개사였던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해는 최근 5년간 빅딜이 가장 많았던 해다. 총 75개 사가 100억 원 이상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1분기가 벤처투자시장에서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매우 가파르다. 한 번 투자를 받은 기업이 다시 투자 유치를 받는 ‘후속투자’ 지표도 1분기 9079억 원으로 전체 투자실적의 72.9%를 차지했다. 역시 최근 5년 간 1분기 실적 중 가장 높다.
쿠팡과 배달의민족 효과? ‘플랫폼’ 투자 증가
업종별로는 ‘유통·서비스’ 분야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해당 업종의 1분기 투자 유치 규모는 2444억 원으로 전통적인 투자 유치 강세 업종인 바이오·의료 분야(3485억 원)와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분야(3345억 원)에 이어 세 번째다.
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투자금 증가액은 1440억 원으로 ICT 서비스(1152억 원), 바이오·의료(1021억 원)를 제치고 1위다. 투자금이 크게 증가한 섹터는 서비스 및 상품 플랫폼 기업들이 이끌고 있다. ‘쿠팡’, ‘배달의민족’과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회사들이다. 성공 신화의 등장이 이들의 투자 유치에도 청신호였던 셈이다.
실제 1분기 100억 원 이상 투자 유치 사례를 살펴보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온라인·오프라인 연계 (O2O) 분야의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름을 올렸다. 해외 명품 직구 플랫폼인 트렌비가 238억 원, 한정판 재판매(리세일) 플랫폼인 크림이 200억 원을 투자받았다. 모두 패션 이커머스 기업들이면서 ‘리세일’, ‘명품’ 등 특정 타깃시장을 선점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동네마트 딜리버리 앱을 운영하는 더맘마(151억 원), 물류보관 서비스 ‘다락’ 운영사인 세컨 신드롬(100억 원) 등 O2O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궤도에 진입한 벤처 붐
정부와 민간 출자도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자연스럽게 1분기 벤처펀드 결성액은 1조4561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1분기보다 186.7% 증가했다. CVC도 증가하면서 벤처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긍정적인 점은 이 같은 여러 지표들이 오랜 시간 축적된 결과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 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 숫자는 2016년 2개에서 지난해 13개로 증가했다. 쿠팡, 배달의민족과 같은 대형 성공 신화가 아직도 많이 잠재해 있음을 나타낸다.
글로벌 벤처시장에서 ‘페이팔 마피아’라는 말이 있다. 미국 페이팔 출신 기업가들이 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이 세운 회사는 테슬라, 유튜브, 링크드인 등이다.
스타트업이 국가 산업 전체를 바꾼 사례도 있다. 에스토니아는 ‘스카이프’의 등장 이후 국가 전체가 ‘창업 기지’로 변모했다. 지속적인 성공 신화의 등장은 시장 분위기를 바꿔놓고, 또 많은 창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토대가 된다. 제2의 벤처 붐이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했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
요즘 시장참여자들이 만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화 주제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그동안 벤처생태계에서 이런 대형 성공사례의 등장은 매우 드물었다. 2000년대 네이버가 있었고, 2010년대에는 카카오, 넷마블 정도다.
그런데 최근 1년 동안 쿠팡, 배달의민족, 하이브, 하이퍼커넥트 등 4개 기업이 대형 성공 신화 반열에 올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추가로 유사한 수준의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이 나올 것이라는 시각들이 우세하다.
‘성공신화’의 등장은 시장의 분위기를 확실하게 바꿔놓았다. 올해 1분기 벤처투자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실적을 60% 이상 뛰어넘었다. 활발한 정책자금의 투입,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설립, 직접투자 증가도 이 같은 실적 향상을 이끈 요인 중 하나다. 어느 하나의 요인이 아닌 여러 박자가 조화롭게 이뤄져서 나타난 결과라는 점에서 ‘제2의 벤처 붐’이 궤도에 진입했다는 의견들이 힘을 얻고 있다.
벤처투자 1분기에만 1.2조, 역대 최대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처투자 실적은 1조245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61.1% 증가했다. 투자 건수와 피투자기업의 숫자도 각각 989건, 558개 사로 ‘제1의 벤처 붐’이 일었던 2000년 이후 가장 많다.
하지만 지금은 ‘제1의 벤처 붐’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묻지 마 투자’ 식으로 투입된 자금이 아니라, 선별된 우수한 스타트업에 벤처캐피털(VC) 투자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지표가 ‘빅딜’과 후속투자 유치의 증가다. 벤처투자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대 규모 투자회수(exit) 사례가 추가로 등장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벤처투자시장에서 ‘빅딜’로 분류되는 1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1분기에만 23개사다. 지난해 1분기 ‘빅딜’이 10개사였던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해는 최근 5년간 빅딜이 가장 많았던 해다. 총 75개 사가 100억 원 이상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1분기가 벤처투자시장에서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매우 가파르다. 한 번 투자를 받은 기업이 다시 투자 유치를 받는 ‘후속투자’ 지표도 1분기 9079억 원으로 전체 투자실적의 72.9%를 차지했다. 역시 최근 5년 간 1분기 실적 중 가장 높다.
쿠팡과 배달의민족 효과? ‘플랫폼’ 투자 증가
업종별로는 ‘유통·서비스’ 분야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해당 업종의 1분기 투자 유치 규모는 2444억 원으로 전통적인 투자 유치 강세 업종인 바이오·의료 분야(3485억 원)와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분야(3345억 원)에 이어 세 번째다.
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투자금 증가액은 1440억 원으로 ICT 서비스(1152억 원), 바이오·의료(1021억 원)를 제치고 1위다. 투자금이 크게 증가한 섹터는 서비스 및 상품 플랫폼 기업들이 이끌고 있다. ‘쿠팡’, ‘배달의민족’과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회사들이다. 성공 신화의 등장이 이들의 투자 유치에도 청신호였던 셈이다.
실제 1분기 100억 원 이상 투자 유치 사례를 살펴보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온라인·오프라인 연계 (O2O) 분야의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름을 올렸다. 해외 명품 직구 플랫폼인 트렌비가 238억 원, 한정판 재판매(리세일) 플랫폼인 크림이 200억 원을 투자받았다. 모두 패션 이커머스 기업들이면서 ‘리세일’, ‘명품’ 등 특정 타깃시장을 선점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동네마트 딜리버리 앱을 운영하는 더맘마(151억 원), 물류보관 서비스 ‘다락’ 운영사인 세컨 신드롬(100억 원) 등 O2O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궤도에 진입한 벤처 붐
정부와 민간 출자도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자연스럽게 1분기 벤처펀드 결성액은 1조4561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1분기보다 186.7% 증가했다. CVC도 증가하면서 벤처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긍정적인 점은 이 같은 여러 지표들이 오랜 시간 축적된 결과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 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 숫자는 2016년 2개에서 지난해 13개로 증가했다. 쿠팡, 배달의민족과 같은 대형 성공 신화가 아직도 많이 잠재해 있음을 나타낸다.
글로벌 벤처시장에서 ‘페이팔 마피아’라는 말이 있다. 미국 페이팔 출신 기업가들이 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이 세운 회사는 테슬라, 유튜브, 링크드인 등이다.
스타트업이 국가 산업 전체를 바꾼 사례도 있다. 에스토니아는 ‘스카이프’의 등장 이후 국가 전체가 ‘창업 기지’로 변모했다. 지속적인 성공 신화의 등장은 시장 분위기를 바꿔놓고, 또 많은 창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토대가 된다. 제2의 벤처 붐이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했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