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리포트]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의 새 돌파구, 반응성 별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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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창준 IBS 인지및사회성연구단 단장/전희정 선임연구원
세계는 고령화 추세에 따라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지만 근본적 치료법은 아직 없다.
알츠하이머 약물의 실패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치매 환자들에게 처방하는 약물은 현재 4가지다. 아세틸콜린 가수분해 효소 억제제(AChEIs) 종류인 도네페질(제품명 아리셉트, 1996년 승인), 리바스티그민(엑셀론, 2000년), 갈란타민(레미닐, 2001년), NMDA 수용체 길항제인 메만틴(나멘다, 2003년)이 그것이다.
이후 20여 년간 FDA의 허가를 받은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은 전무하다. 임상 실패율도 99%를 상회한다. 그간 조기 발현되는 치매 환자의 뇌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Amyloid Plaque)를 증가시키는 아밀로이드 전구 단백질(APP·Amyloid Precursor Protein)과 프레세닐린(PS1/2·Presenilins) 유전자 변이의 존재, 알츠하이머 병증과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상관관계에 근거한 아밀로이드 가설 기반 치료제 개발이 주로 시도되었다. 최근까지도 대형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개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임상에 성공한 약물은 없다. 아타베세스타트(얀센), 엘렌베세스타트(바이오젠-에자이), 바피네주맙(화이자-존슨앤드존슨), 솔라네주맙(일라이릴리), 크레네주맙(로슈) 등은 모두 효과가 미미하거나 부작용이 보고되어 임상을 중단했다.
아밀로이드 가설 기반 치매 치료제 개발의 실패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존재한다. 그중 가장 지배적인 의견은 치매 원인 및 기전을 재검토하고, 그에 맞는 치료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아밀로이드 플라크는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뿐만 아니라 정상 노인의 뇌에서도 관찰된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아밀로이드가 없어도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치매의 유발에 아밀로이드 이외의 다른 중요한 요소가 관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최초 보고한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는 1911년 그의 환자 요한 크레딧의 뇌에서 관찰된 병리적 변화를 그림으로 그려냈다. 여기서 환자의 뇌에서 플라크 및 신경세포의 사멸 외에도 별 모양의 비신경세포가 과활성화되었음이 뚜렷이 관찰되었다. 마오비 활성 억제하는 신규 물질 ‘KDS2010(SEREMABI)’의 발굴
치매에 있어 뇌염증은 거의 항상 동반된다. 이는 초기 단계부터 증가하고, 비신경세포(별세포 및 소교세포) 활성화와도 관련이 깊다. 아밀로이드 플라크 주변으로 비신경세포인 반응성 별세포와 활성화된 소교세포가 항상 나타난다. 비신경세포들은 플라크를 뇌에서 없애야 할 독소 물질로 인지한다. 따라서 이를 흡수·분해하는 기전을 활성화하며, 염증 물질을 분비한다.
필자가 소속된 기초과학연구원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은 이 플라크 주변의 반응성 별세포가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를 과분비하여 신경세포 활성 억제 및 인지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2014년, 네이처 메디신). 또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활성산소의 일종인 과산화수소를 과분비하여 발생하는 질산화 스트레스로 인해 신경세포를 사멸시키고 치매 증상을 유발한다는 것도 밝혔다(2020년,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나아가 별세포에서 가바 및 과산화수소의 생성을 촉진하는 마오비(MAO-B·Monoamine Oxidase B)의 활성을 억제하거나 과산화수소를 차단하였을 때 치매 증상이 회복되는 것을 관찰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별세포의 억제성 전달물질 및 산화 스트레스 관련 기전이 치매 치료의 중요한 타깃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나아가 이 기전에 관여하는 각각의 단백질 효소들이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타깃 물질이 될 수 있음도 의미한다.
본 연구단은 마오비 활성 억제 신규 물질 ‘KDS2010(SEREMABI)’을 발굴하고, 동물모델에서 효력 및 안전성을 입증했다. 이후 국내 바이오 기업 뉴로바이오젠에 70억 원 규모로 기술이전을 했다.
뉴로바이오젠은 이 기술로 15개국 특허 등록 후 전임상 단계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올해부터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이는 치매 기전 기초연구, 타깃 설정, 치료제 발굴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하고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바이오 기업이 협력으로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국내 바이오 기업 지앤티파마가 발굴한 과산화수소 차단제 신규 물질 ‘AAD-2004(크리스데살라진)’은 치매 동물모델에서의 효능을 토대로 최근 식약처로부터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CCDS)에 약효를 인정받았다. 국내 최초 합성신약 동물용 의약품으로 이름을 올린 이 치료제는 반려견 치매 약으로 판매되고 있다. 나아가 본 연구단에서는 더 우수한 과산화수소 차단제를 발굴해 기술이전을 앞두고 있다.
초기 단계의 기전을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
장기간 진행되는 치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초기 단계에서의 기초적인 기전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이미 병이 진행된 치매 환자의 뇌에서 관찰한 현상만으로 치료제 타깃을 잘못 설정하면 안 된다. 이는 치매를 사전 예방하거나 진행을 되돌릴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고로, 초기 단계에서 뇌세포들이 치매 유발 물질을 어떻게 수용하고 반응하며, 이것이 뇌의 변화와 치매 촉발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이해해야 할 것이다.
뇌에 대한 기초과학적 지식에 근거한 적절한 타깃을 찾아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그러면 치매도 감기나 피부 상처처럼 치유 가능한 질병이 될 것이며,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 효과는 천문학적 수준에 이를 것이다. 치매 치료제 개발의 새 국면이 열리는 지금이 글로벌 치매 치료제 시장 선점의 가장 좋은 기회다. 국가적으로 기초과학 연구와 바이오업계에 대한 집중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저자 소개>
이창준
뇌 안 별세포의 생리적·병리적 기능 및 중요성을 발견한 세계적 석학이다. 별세포의 분자적·생리적 변화가 인지 기능, 사회성 및 뇌질환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연구하고, 뇌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치료제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전희정
알츠하이머 치매에서 반응성 별세포의 기능 및 기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별세포가 치매 관련 독소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밝히는 데 매진하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
알츠하이머 약물의 실패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치매 환자들에게 처방하는 약물은 현재 4가지다. 아세틸콜린 가수분해 효소 억제제(AChEIs) 종류인 도네페질(제품명 아리셉트, 1996년 승인), 리바스티그민(엑셀론, 2000년), 갈란타민(레미닐, 2001년), NMDA 수용체 길항제인 메만틴(나멘다, 2003년)이 그것이다.
20여 년 전 개발된 이 약물들은 모두 신경세포를 타깃으로 하며, 일부 치매 증상 또는 그에 동반되는 신경학적 증상을 완화시킨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질병을 치료하지는 못하며, 다양한 부작용도 갖고 있다.
이후 20여 년간 FDA의 허가를 받은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은 전무하다. 임상 실패율도 99%를 상회한다. 그간 조기 발현되는 치매 환자의 뇌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Amyloid Plaque)를 증가시키는 아밀로이드 전구 단백질(APP·Amyloid Precursor Protein)과 프레세닐린(PS1/2·Presenilins) 유전자 변이의 존재, 알츠하이머 병증과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상관관계에 근거한 아밀로이드 가설 기반 치료제 개발이 주로 시도되었다. 최근까지도 대형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개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임상에 성공한 약물은 없다. 아타베세스타트(얀센), 엘렌베세스타트(바이오젠-에자이), 바피네주맙(화이자-존슨앤드존슨), 솔라네주맙(일라이릴리), 크레네주맙(로슈) 등은 모두 효과가 미미하거나 부작용이 보고되어 임상을 중단했다.
아밀로이드 플라크는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뿐만 아니라 정상 노인의 뇌에서도 관찰된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아밀로이드가 없어도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치매의 유발에 아밀로이드 이외의 다른 중요한 요소가 관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최초 보고한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는 1911년 그의 환자 요한 크레딧의 뇌에서 관찰된 병리적 변화를 그림으로 그려냈다. 여기서 환자의 뇌에서 플라크 및 신경세포의 사멸 외에도 별 모양의 비신경세포가 과활성화되었음이 뚜렷이 관찰되었다. 마오비 활성 억제하는 신규 물질 ‘KDS2010(SEREMABI)’의 발굴
치매에 있어 뇌염증은 거의 항상 동반된다. 이는 초기 단계부터 증가하고, 비신경세포(별세포 및 소교세포) 활성화와도 관련이 깊다. 아밀로이드 플라크 주변으로 비신경세포인 반응성 별세포와 활성화된 소교세포가 항상 나타난다. 비신경세포들은 플라크를 뇌에서 없애야 할 독소 물질로 인지한다. 따라서 이를 흡수·분해하는 기전을 활성화하며, 염증 물질을 분비한다.
필자가 소속된 기초과학연구원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은 이 플라크 주변의 반응성 별세포가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를 과분비하여 신경세포 활성 억제 및 인지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2014년, 네이처 메디신). 또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활성산소의 일종인 과산화수소를 과분비하여 발생하는 질산화 스트레스로 인해 신경세포를 사멸시키고 치매 증상을 유발한다는 것도 밝혔다(2020년,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본 연구단은 마오비 활성 억제 신규 물질 ‘KDS2010(SEREMABI)’을 발굴하고, 동물모델에서 효력 및 안전성을 입증했다. 이후 국내 바이오 기업 뉴로바이오젠에 70억 원 규모로 기술이전을 했다.
뉴로바이오젠은 이 기술로 15개국 특허 등록 후 전임상 단계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올해부터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이는 치매 기전 기초연구, 타깃 설정, 치료제 발굴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하고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바이오 기업이 협력으로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초기 단계의 기전을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
장기간 진행되는 치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초기 단계에서의 기초적인 기전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이미 병이 진행된 치매 환자의 뇌에서 관찰한 현상만으로 치료제 타깃을 잘못 설정하면 안 된다. 이는 치매를 사전 예방하거나 진행을 되돌릴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고로, 초기 단계에서 뇌세포들이 치매 유발 물질을 어떻게 수용하고 반응하며, 이것이 뇌의 변화와 치매 촉발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이해해야 할 것이다.
뇌에 대한 기초과학적 지식에 근거한 적절한 타깃을 찾아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그러면 치매도 감기나 피부 상처처럼 치유 가능한 질병이 될 것이며,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 효과는 천문학적 수준에 이를 것이다. 치매 치료제 개발의 새 국면이 열리는 지금이 글로벌 치매 치료제 시장 선점의 가장 좋은 기회다. 국가적으로 기초과학 연구와 바이오업계에 대한 집중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저자 소개>
이창준
뇌 안 별세포의 생리적·병리적 기능 및 중요성을 발견한 세계적 석학이다. 별세포의 분자적·생리적 변화가 인지 기능, 사회성 및 뇌질환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연구하고, 뇌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치료제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전희정
알츠하이머 치매에서 반응성 별세포의 기능 및 기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별세포가 치매 관련 독소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밝히는 데 매진하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