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재의 자본시장 OVERVIEW] 바이오 기업가치, 경쟁회사를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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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홍순재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재무자문본부 상무
생명과학 분야 기업에 대한 가치평가는 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매출도 안 나오는 초기기업이 기술력만으로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사실 바이오 기업만 그런 것은 아니다. 미래에 폭발적인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들은 대개 비슷한 양상을 띤다. 전 세계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상대로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기업, 게임회사 등도 바이오 기업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데 가장 까다로운 산업은 바이오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관련 기술의 유무에 대한 판단과 성공 가능성, 시장성에 대한 판단은 매우 합리적이어야 하며 의사, 약사 등 관련 분야의 지식이 풍부한 전문가들의 자문이 필요하다.
다양한 기업가치 산정방법
그렇다면 바이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일반적인 기업가치 산정분류를 알아보자. 크게 내재가치와 상대가치로 나뉜다. 내재가치란 기업이 갖고 있는 본연의 절대가치를 말한다.
이는 다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로 나뉜다. 자산가치는 회사의 유무형자산을, 수익가치는 회사의 이익을 기초로 해 산정한다. 자산가치 평가방법은 기업의 현재상태를 측정하는 것인 반면 수익가치 평가방법은 미래의 상황을 감안해 산정한다는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 수익가치 방법은 단순히 기업이 보유한 자산만이 아닌 영업을 통해 벌어들일 이익금을 기초로 가치를 따지므로 자산가치방법보다 기업의 잠재력을 반영하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자본시장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돼 온 측정방법은 수익가치 평가방법의 하나인 ‘현금흐름할인법(DCF)’이다. 미래에 발생할 순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해 기업가치를 산정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미래 매출을 정교하게 예상하지 못할 경우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향후 연도별 매출이 불확실하다면 현금흐름을 계산하기 어렵고 기업가치는 왜곡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바이오, 온라인 플랫폼기업, 게임회사와 같은 중장기 미래 매출 계획 산정이 쉽지 않은 업종에는 현금흐름할인법을 적용하기보다는 상대가치 비교법을 활용하는 편이 보다 현실적이다.
바이오는 주로 ‘상대가치 비교법’ 적용
실제 현재 금융시장에서는 이 방법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상대가치 비교법이란 말 그대로 유사한 기업의 주요 지표를 근거로 산정한 배수를 그대로 우리 기업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보툴리눔톡신(Botulinum Toxin) 회사를 예로 들어보자. 아일랜드 소재 다국적 제약회사인 앨러간과 스위스 스킨케어 전문기업 갈더마를 비롯해 국내에는 휴젤, 제테마, 메디톡스, 대웅제약 등의 회사가 있다.
이들 회사의 경영권 매각 또는 투자유치 당시의 총 기업가치, 매출, 감가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등의 지표를 근거로 각종 배수를 조사했다. 표에서 볼 수 있듯이 5개 보툴리눔톡신 기업들의 총기업가치(EV)를 매출(sales)로 나눈 배수의 평균은 7.08배로 나타났다. 총기업가치를 EBITDA로 나눈 배수의 평균은 74.6배, 총지분가치를 매출로 나눈 배수의 평균은 6.92배다.
대개 투자자는 투자대상 기업과 비슷한 업체들의 이런 배수를 조사한 뒤 투자대상 회사에 적용한다. 회계법인이나 증권회사와 같은 거래 자문기업들이 배수 조사를 대신해주곤 한다. 기업가치 평가 정답은 없어
예를 들어 A라는 보툴리눔톡신 생산기업이 투자자금 유치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기업가치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투자자는 적게 투자하고도 많은 지분을 갖기 위해 기업가치를 낮춰야 하는 입장인 반면, A사는 투자금을 최대한 유치하면서도 지분을 적게 내주기 위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밀고 당기기가 첨예하게 펼쳐지곤 한다. A사는 3년 또는 5년 후 예상 매출을 주장하지만 투자자들은 섣불리 그 숫자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기관 등의 외부 자금을 대신 운용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큰 바이오산업에 투자할 때 신중할 수밖에 없다.
상대가치 평가법은 이런 이유에서 바이오 기업처럼 미래 상황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업종에 널리 쓰인다. 다른 방법에 비해 근거가 명확하고 해당 산업의 상황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수월하다. 만약 A사가 외부 투자를 받는다면 EV/매출 배수 등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EV/EBITDA 배수는 앨러간 사례(172.2배)가 비정상적으로 높아 객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교대상 기업이 없거나, 있더라도 거래 사례가 없는 탓에 배수를 찾을 수 없다면 상대가치 평가를 활용할 수 없다.
기업평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여기에서 언급한 방법론들도 최대한 살제가치에 근접하기 위해 고안해 낸 답안 중 하나일 뿐 회사의 잠재력은 시간이 지난 뒤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 바이오산업에 대해 버블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수많은 바이오 종사자들이 밤낮없이 연구에 매진한 결과가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평가기술이 보다 정교해지기를 희망해본다. <저자 소개>
홍순재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재무자문본부 상무
싱가포르국립대 경영대학원(MBA)을 나와 KDB산업은행 싱가포르지점에서 이슬람채권 발행 업무와 투자은행(IB)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재무자문본부에서 상무로 재직 중이다. 기업 M&A와 투자유치자문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
하지만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데 가장 까다로운 산업은 바이오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관련 기술의 유무에 대한 판단과 성공 가능성, 시장성에 대한 판단은 매우 합리적이어야 하며 의사, 약사 등 관련 분야의 지식이 풍부한 전문가들의 자문이 필요하다.
다양한 기업가치 산정방법
그렇다면 바이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일반적인 기업가치 산정분류를 알아보자. 크게 내재가치와 상대가치로 나뉜다. 내재가치란 기업이 갖고 있는 본연의 절대가치를 말한다.
이는 다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로 나뉜다. 자산가치는 회사의 유무형자산을, 수익가치는 회사의 이익을 기초로 해 산정한다. 자산가치 평가방법은 기업의 현재상태를 측정하는 것인 반면 수익가치 평가방법은 미래의 상황을 감안해 산정한다는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 수익가치 방법은 단순히 기업이 보유한 자산만이 아닌 영업을 통해 벌어들일 이익금을 기초로 가치를 따지므로 자산가치방법보다 기업의 잠재력을 반영하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자본시장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돼 온 측정방법은 수익가치 평가방법의 하나인 ‘현금흐름할인법(DCF)’이다. 미래에 발생할 순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해 기업가치를 산정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미래 매출을 정교하게 예상하지 못할 경우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향후 연도별 매출이 불확실하다면 현금흐름을 계산하기 어렵고 기업가치는 왜곡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바이오, 온라인 플랫폼기업, 게임회사와 같은 중장기 미래 매출 계획 산정이 쉽지 않은 업종에는 현금흐름할인법을 적용하기보다는 상대가치 비교법을 활용하는 편이 보다 현실적이다.
바이오는 주로 ‘상대가치 비교법’ 적용
실제 현재 금융시장에서는 이 방법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상대가치 비교법이란 말 그대로 유사한 기업의 주요 지표를 근거로 산정한 배수를 그대로 우리 기업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보툴리눔톡신(Botulinum Toxin) 회사를 예로 들어보자. 아일랜드 소재 다국적 제약회사인 앨러간과 스위스 스킨케어 전문기업 갈더마를 비롯해 국내에는 휴젤, 제테마, 메디톡스, 대웅제약 등의 회사가 있다.
이들 회사의 경영권 매각 또는 투자유치 당시의 총 기업가치, 매출, 감가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등의 지표를 근거로 각종 배수를 조사했다. 표에서 볼 수 있듯이 5개 보툴리눔톡신 기업들의 총기업가치(EV)를 매출(sales)로 나눈 배수의 평균은 7.08배로 나타났다. 총기업가치를 EBITDA로 나눈 배수의 평균은 74.6배, 총지분가치를 매출로 나눈 배수의 평균은 6.92배다.
대개 투자자는 투자대상 기업과 비슷한 업체들의 이런 배수를 조사한 뒤 투자대상 회사에 적용한다. 회계법인이나 증권회사와 같은 거래 자문기업들이 배수 조사를 대신해주곤 한다. 기업가치 평가 정답은 없어
예를 들어 A라는 보툴리눔톡신 생산기업이 투자자금 유치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기업가치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투자자는 적게 투자하고도 많은 지분을 갖기 위해 기업가치를 낮춰야 하는 입장인 반면, A사는 투자금을 최대한 유치하면서도 지분을 적게 내주기 위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밀고 당기기가 첨예하게 펼쳐지곤 한다. A사는 3년 또는 5년 후 예상 매출을 주장하지만 투자자들은 섣불리 그 숫자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기관 등의 외부 자금을 대신 운용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큰 바이오산업에 투자할 때 신중할 수밖에 없다.
상대가치 평가법은 이런 이유에서 바이오 기업처럼 미래 상황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업종에 널리 쓰인다. 다른 방법에 비해 근거가 명확하고 해당 산업의 상황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수월하다. 만약 A사가 외부 투자를 받는다면 EV/매출 배수 등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EV/EBITDA 배수는 앨러간 사례(172.2배)가 비정상적으로 높아 객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교대상 기업이 없거나, 있더라도 거래 사례가 없는 탓에 배수를 찾을 수 없다면 상대가치 평가를 활용할 수 없다.
기업평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여기에서 언급한 방법론들도 최대한 살제가치에 근접하기 위해 고안해 낸 답안 중 하나일 뿐 회사의 잠재력은 시간이 지난 뒤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 바이오산업에 대해 버블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수많은 바이오 종사자들이 밤낮없이 연구에 매진한 결과가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평가기술이 보다 정교해지기를 희망해본다. <저자 소개>
홍순재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재무자문본부 상무
싱가포르국립대 경영대학원(MBA)을 나와 KDB산업은행 싱가포르지점에서 이슬람채권 발행 업무와 투자은행(IB)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재무자문본부에서 상무로 재직 중이다. 기업 M&A와 투자유치자문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