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임상비 댈테니 K백신 먼저 달라"…정부는 1200억 주고 끝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백신 개발돼도 해외에 먼저 공급될 처지 왜?
천문학적 임상비용 감당하려면
글로벌 투자 받는게 최선
인도네시아, 제넥신 백신 先구매
SK바이오사이언스·셀리드 등도
해외에 판권 넘기는 방안 고려
K백신 지원금 美의 1%도 안돼
천문학적 임상비용 감당하려면
글로벌 투자 받는게 최선
인도네시아, 제넥신 백신 先구매
SK바이오사이언스·셀리드 등도
해외에 판권 넘기는 방안 고려
K백신 지원금 美의 1%도 안돼
#1. 미국 정부가 화이자에 2조2000여억원을 지원한 건 코로나19 백신 임상 2상이 한창이던 작년 7월이었다. 상당수 전문가는 세상에 나온 적이 없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미국 정부는 5억 회분 추가 구매를 약속하는 등 힘을 실어줬다. 지갑이 두툼해진 화이자는 임상에 속도를 내 작년 말 백신을 내놓았다.
#2.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을 앞둔 한국 바이오기업 제넥신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제약사 칼베파르마에 1000만 회분을 우선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천문학적인 임상 비용을 대는 조건으로 한국보다 먼저 백신을 받기로 한 것이다. 제넥신이 한국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93억원이 전부다.
한국산(産) 코로나 백신의 ‘탈(脫)한국’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백신 개발 업체들이 임상 3상 비용을 받는 조건으로 잇따라 해외 우선 공급에 나서고 있어서다.
정부 지원을 지렛대 삼아 코로나19 백신의 최강자가 된 미국과 대조적이란 게 국내 바이오업계의 평가다. 미국 정부는 백신 개발 초기 단계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존슨앤드존슨 1조7010억원,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1조3608억원, 모더나 4조6494억원, 노바백스 1조8144억원, 프랑스 사노피 2조3814억원, 화이자 2조2680억원 등 모두 14조1700여억원(125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백신 개발사에 지원했다. 이 중 노바백스는 성공 가능성이 낮은 임상 1상 때 대규모 자금을 받았다.
모더나는 정부 지원 덕분에 백신 개발에 성공한 사례다. 임상 3상을 앞둔 작년 7월 모더나가 mRNA 백신 원료인 지질나노입자(LNP) 관련 특허 소송에서 바이오벤처 알뷰튜스에 패소했기 때문이다. 막대한 규모의 로열티를 내야 하는 만큼 모더나가 개발을 중단할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곧바로 모더나에 1조1200억원을 지원하는 동시에 특허 문제도 중재했다. 그 다음달에는 1조7000억원을 들여 1억 회분을 선구매했다.
반면 한국 정부가 백신 개발사에 지원했거나 지원하기로 한 금액은 작년(490억원)과 올해(687억원) 2년간 1177억원에 불과하다. 미국의 약 0.8%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5개 회사가 나눠 썼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경제 규모를 감안해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국내 백신업체들이 ‘돈 걱정’에 머리를 싸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이오업계는 이들 기업이 국내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는 데만 1000억~3000억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상 3상 비용을 댈 테니 백신을 먼저 달라”는 해외 제약사의 제안을 국내 백신업체들이 거부하기 힘든 구조인 셈이다.
코로나19 백신을 경구용으로 개발하고 있는 삼천당제약은 2300억원의 임상 비용을 충당하고자 해외에 판권을 넘겨주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지난 6일 전염병대응혁신연합(CEPI)의 자금 지원 프로그램에도 참여를 신청했다. 백신 개발사 중 유일한 대기업 계열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미 CEPI의 지원을 받았다. 이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CEPI에 먼저 공급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팬데믹(대유행)’을 넘어 ‘엔데믹(주기적 발병)’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산 백신 개발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마 부회장은 “백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코로나19에 국한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백신 정책을 수립해 개발사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현/김우섭/이선아 기자 deep@hankyung.com
#2.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을 앞둔 한국 바이오기업 제넥신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제약사 칼베파르마에 1000만 회분을 우선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천문학적인 임상 비용을 대는 조건으로 한국보다 먼저 백신을 받기로 한 것이다. 제넥신이 한국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93억원이 전부다.
한국산(産) 코로나 백신의 ‘탈(脫)한국’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백신 개발 업체들이 임상 3상 비용을 받는 조건으로 잇따라 해외 우선 공급에 나서고 있어서다.
미국 백신 개발 지원금의 0.8%
우리 정부에 대한 국내 백신 개발 업체들의 불만은 쌓일 대로 쌓인 상태다. 말로만 ‘백신 주권’을 외칠 뿐 정작 백신 개발은 “개별 업체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란 이유에서다.정부 지원을 지렛대 삼아 코로나19 백신의 최강자가 된 미국과 대조적이란 게 국내 바이오업계의 평가다. 미국 정부는 백신 개발 초기 단계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존슨앤드존슨 1조7010억원,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1조3608억원, 모더나 4조6494억원, 노바백스 1조8144억원, 프랑스 사노피 2조3814억원, 화이자 2조2680억원 등 모두 14조1700여억원(125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백신 개발사에 지원했다. 이 중 노바백스는 성공 가능성이 낮은 임상 1상 때 대규모 자금을 받았다.
모더나는 정부 지원 덕분에 백신 개발에 성공한 사례다. 임상 3상을 앞둔 작년 7월 모더나가 mRNA 백신 원료인 지질나노입자(LNP) 관련 특허 소송에서 바이오벤처 알뷰튜스에 패소했기 때문이다. 막대한 규모의 로열티를 내야 하는 만큼 모더나가 개발을 중단할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곧바로 모더나에 1조1200억원을 지원하는 동시에 특허 문제도 중재했다. 그 다음달에는 1조7000억원을 들여 1억 회분을 선구매했다.
반면 한국 정부가 백신 개발사에 지원했거나 지원하기로 한 금액은 작년(490억원)과 올해(687억원) 2년간 1177억원에 불과하다. 미국의 약 0.8%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5개 회사가 나눠 썼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경제 규모를 감안해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국내 백신업체들이 ‘돈 걱정’에 머리를 싸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이오업계는 이들 기업이 국내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는 데만 1000억~3000억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상 3상 비용을 댈 테니 백신을 먼저 달라”는 해외 제약사의 제안을 국내 백신업체들이 거부하기 힘든 구조인 셈이다.
“정부 선구매 제안 없다”
해외 업체와 손잡는 방안을 추진하는 건 제넥신뿐만이 아니다. 최근 임상 2a상 투여를 마친 셀리드도 해외 업체와 선구매 협상을 벌이고 있다. 셀리드 관계자는 “임상 3상 비용을 확보하는 게 백신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라며 “정부에 선구매를 건의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또 다른 코로나19 백신 개발업체인 유바이오로직스와 진원생명과학도 정부가 선구매해주지 않을 경우 해외 투자를 받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코로나19 백신을 경구용으로 개발하고 있는 삼천당제약은 2300억원의 임상 비용을 충당하고자 해외에 판권을 넘겨주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지난 6일 전염병대응혁신연합(CEPI)의 자금 지원 프로그램에도 참여를 신청했다. 백신 개발사 중 유일한 대기업 계열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미 CEPI의 지원을 받았다. 이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CEPI에 먼저 공급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팬데믹(대유행)’을 넘어 ‘엔데믹(주기적 발병)’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산 백신 개발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마 부회장은 “백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코로나19에 국한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백신 정책을 수립해 개발사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현/김우섭/이선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