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밀리면 끝"…韓美 통신공룡 KT도 AT&T도 넷플릭스 정조준 [강경주의 IT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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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의 IT카페] 4회
"OTT 시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
미국선 케이블TV 끊는 '코드커팅' 현상도
"군소 OTT 통합해 넷플릭스와 1대1 구도 만들어야"
"OTT 시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
미국선 케이블TV 끊는 '코드커팅' 현상도
"군소 OTT 통합해 넷플릭스와 1대1 구도 만들어야"
글로벌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통신사들이 체질 개선으로 맞불을 놓았다. 더 이상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감에 콘텐츠에 대대적으로 투자해 정면 승부를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철옹성 같던 넷플릭스 점유율이 최근 주춤하면서 '통신 공룡'들 승부수가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받을지 눈길이 쏠린다.
이는 구현모 KT 대표이사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시즌은 내부적으로 분사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 것에 대한 조치로, KT 차원에서 콘텐츠에 힘을 준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넷플릭스를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KT는 콘텐츠 자체 제작 역량 강화에도 나섰다. 올 1월 250억원을 출자해 그룹 내 미디어 콘텐츠 역량을 결집했다. 투자와 기획, 제작, 유통까지 아우르는 콘텐츠 전문기업 'KT스튜디오 지니'를 설립하고 콘텐츠 산업 이해도가 깊은 윤용필 사장을 초대 대표이사로 앉혔다.
윤용필 KT스튜디오 지니 대표는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OTT들이 공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포털 사업자, 커머스 플랫폼까지 콘텐츠 시장에 들어와 '총성없는 전쟁터'가 됐다"면서 "KT는 스튜디오 지니를 중심으로 원천 지식재산권(오리지널 IP)을 만들고 좋은 IP를 영상화하는 작업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KT는 콘텐츠 제작에 잔뼈가 굵은 김철연 KT 스튜디오 지니 공동대표를 영입하며 의지를 보였다. 김 대표는 OCN과 CJ ENM에서 콘텐츠 기획, 제작, 글로벌 사업을 20여년간 맡으며 굵직한 성과를 냈다. 지난해 3월 한성숙 네이버 대표의 제안으로 네이버에 합류했지만 불과 1년 만에 KT 스튜디오 지니로 자리를 옮겼다. KT가 그에게 콘텐츠 전권을 줬다는 후문이다.
"KT 스튜디오 지니는 제작사가 아니라 스튜디오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김 대표는 "콘텐츠 사업들간 시너지를 내는 구상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슴이 뛰었다. 다시 한번 K-콘텐츠의 성과를 이뤄내고 싶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KT는 KT스튜디오지니를 통해 2023년까지 오리지널 타이틀 100개를 확보할 방침이다. 타이틀당 50억~500억원의 제작비를 쏟아붓겠다고도 했다. 상황에 따라 넷플릭스의 '스위트홈(360억원)'이나 '승리호(240억원)'를 뛰어넘는 규모의 대작 콘텐츠에 투자하겠다는 얘기다.
양사 합병은 미디어 시장의 무게 중심이 케이블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완전히 넘어간 것과 연관이 깊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전통 케이블TV를 시청하는 가구 수는 올해 7370만 가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블TV를 보지 않는 가구 수(5630만 가구)보다는 많지만 5년 전보다 25%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OTT 시장이 성장하며 전통 케이블TV 방송을 끊는 이른바 '코드커팅'(cord cutting·유선 해지) 현상이 가속화됐다. 2024년에는 전통 케이블TV 방송을 시청하지 않는 가구가 시청 가구 수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T&T는 지난해 5월 'HBO맥스'(프리미엄 영화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범하며 뒤늦게 OTT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해부터는 워너브러더스가 내놓는 모든 영화를 극장과 HBO맥스에서 동시 개봉하기로 하는 등 구독자 유치에 나섰다. 디스커버리 또한 1월 스트리밍서비스인 디스커버리플러스를 출시했다. 하지만 두 회사의 구독자 수는 총 3500만명으로 2억800만명의 넷플릭스에 크게 못 미친다. AT&T가 위기감을 느끼는 이유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합병 논의의 목적은 AT&T가 미디어 자산을 디스커버리와 결합해 넷플릭스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사업체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라고 넷플릭스를 특정했다.
글로벌 회계법인 PWC가 펴낸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산업 전망 2020~2024' 보고서에 따르면 주문형 구독 비디오시장은 2024년까지 연평균 14.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OTT 시장 규모는 2019년 462억달러(한화 약 52조1300억원)에서 2024년 868억달러(97조9600억원)로 2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몇년째 파죽지세로 성장하던 넷플릭스 점유율이 최근 들어 주춤한 점도 KT와 AT&T가 서두르는 대목이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월간 순이용자(MAU)는 지난 1월 899만3785명에서 2월부터 하락 추세로 전환해 지난달 808만3501명까지 떨어졌다. 최초로 3개월 연속 하향세를 보이며 800만명에 턱걸이했다. 국내 2위 OTT 웨이브(365만1749명)보다 이용자 수가 2배 이상 많지만 성장세가 둔화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경향은 글로벌 시장에서 더 두드러진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신규 가입자 수는 398만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580만명)의 4분의 1수준으로 시장 전망치(620만명)를 크게 밑돌았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콘텐츠 수요 증가로 OTT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역설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야외활동 증가, 콘텐츠 수급 부족 등으로 인해 성장세가 꺾였다는 분석이다. 넷플릭스는 투자자 서한을 통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콘텐츠 제작이 지연된 점이 성장률 둔화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외부 활동이 차단되면서 갈 곳이 없어진 사람들이 넷플릭스로 몰렸지만 올해는 상황이 나아졌고, 신규 콘텐츠 유치도 시원찮아 '볼 게 마땅히 없다'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면서 "반면 다른 OTT는 잇따라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유치하면서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짚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넷플릭스는 넷플릭스다. 어마어마한 트래픽을 보유하고 있고 자금력도 풍부해 언제든지 반등할 수 있다"며 "결국 플랫폼 파워 게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를 제외한 OTT들을 통합해 넷플릭스와의 1대1 구도를 만드는 전략이 필수"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KT "편당 50억~500억 쏟아부은 오리지널 콘텐츠 100개 확보"
22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KT시즌'을 100% 자회사로 분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물출자 방식으로 지니뮤직 최대주주를 KT시즌으로 변경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작업이 마무리되면 'KT→KT시즌→지니뮤직'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개편된다.이는 구현모 KT 대표이사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시즌은 내부적으로 분사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한 것에 대한 조치로, KT 차원에서 콘텐츠에 힘을 준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넷플릭스를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KT는 콘텐츠 자체 제작 역량 강화에도 나섰다. 올 1월 250억원을 출자해 그룹 내 미디어 콘텐츠 역량을 결집했다. 투자와 기획, 제작, 유통까지 아우르는 콘텐츠 전문기업 'KT스튜디오 지니'를 설립하고 콘텐츠 산업 이해도가 깊은 윤용필 사장을 초대 대표이사로 앉혔다.
윤용필 KT스튜디오 지니 대표는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OTT들이 공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포털 사업자, 커머스 플랫폼까지 콘텐츠 시장에 들어와 '총성없는 전쟁터'가 됐다"면서 "KT는 스튜디오 지니를 중심으로 원천 지식재산권(오리지널 IP)을 만들고 좋은 IP를 영상화하는 작업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KT는 콘텐츠 제작에 잔뼈가 굵은 김철연 KT 스튜디오 지니 공동대표를 영입하며 의지를 보였다. 김 대표는 OCN과 CJ ENM에서 콘텐츠 기획, 제작, 글로벌 사업을 20여년간 맡으며 굵직한 성과를 냈다. 지난해 3월 한성숙 네이버 대표의 제안으로 네이버에 합류했지만 불과 1년 만에 KT 스튜디오 지니로 자리를 옮겼다. KT가 그에게 콘텐츠 전권을 줬다는 후문이다.
"KT 스튜디오 지니는 제작사가 아니라 스튜디오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김 대표는 "콘텐츠 사업들간 시너지를 내는 구상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슴이 뛰었다. 다시 한번 K-콘텐츠의 성과를 이뤄내고 싶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KT는 KT스튜디오지니를 통해 2023년까지 오리지널 타이틀 100개를 확보할 방침이다. 타이틀당 50억~500억원의 제작비를 쏟아붓겠다고도 했다. 상황에 따라 넷플릭스의 '스위트홈(360억원)'이나 '승리호(240억원)'를 뛰어넘는 규모의 대작 콘텐츠에 투자하겠다는 얘기다.
미국 최대 통신사 AT&T, 케이블TV 디스커버리와 합병 검토
넷플릭스에 맞불을 놓는 움직임은 미국에서도 포착된다. 블룸버그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최대 통신사 AT&T가 워너미디어 등 미디어 사업부를 케이블TV 채널 사업자인 디스커버리와 합병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양사 합병은 미디어 시장의 무게 중심이 케이블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완전히 넘어간 것과 연관이 깊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전통 케이블TV를 시청하는 가구 수는 올해 7370만 가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블TV를 보지 않는 가구 수(5630만 가구)보다는 많지만 5년 전보다 25%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OTT 시장이 성장하며 전통 케이블TV 방송을 끊는 이른바 '코드커팅'(cord cutting·유선 해지) 현상이 가속화됐다. 2024년에는 전통 케이블TV 방송을 시청하지 않는 가구가 시청 가구 수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T&T는 지난해 5월 'HBO맥스'(프리미엄 영화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범하며 뒤늦게 OTT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해부터는 워너브러더스가 내놓는 모든 영화를 극장과 HBO맥스에서 동시 개봉하기로 하는 등 구독자 유치에 나섰다. 디스커버리 또한 1월 스트리밍서비스인 디스커버리플러스를 출시했다. 하지만 두 회사의 구독자 수는 총 3500만명으로 2억800만명의 넷플릭스에 크게 못 미친다. AT&T가 위기감을 느끼는 이유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합병 논의의 목적은 AT&T가 미디어 자산을 디스커버리와 결합해 넷플릭스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사업체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라고 넷플릭스를 특정했다.
고삐 죄는 이유…"넷플릭스 점유율 주춤할 때 기회 잡아야"
이들이 OTT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 성장성이다.글로벌 회계법인 PWC가 펴낸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산업 전망 2020~2024' 보고서에 따르면 주문형 구독 비디오시장은 2024년까지 연평균 14.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OTT 시장 규모는 2019년 462억달러(한화 약 52조1300억원)에서 2024년 868억달러(97조9600억원)로 2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몇년째 파죽지세로 성장하던 넷플릭스 점유율이 최근 들어 주춤한 점도 KT와 AT&T가 서두르는 대목이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월간 순이용자(MAU)는 지난 1월 899만3785명에서 2월부터 하락 추세로 전환해 지난달 808만3501명까지 떨어졌다. 최초로 3개월 연속 하향세를 보이며 800만명에 턱걸이했다. 국내 2위 OTT 웨이브(365만1749명)보다 이용자 수가 2배 이상 많지만 성장세가 둔화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경향은 글로벌 시장에서 더 두드러진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신규 가입자 수는 398만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580만명)의 4분의 1수준으로 시장 전망치(620만명)를 크게 밑돌았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콘텐츠 수요 증가로 OTT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역설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야외활동 증가, 콘텐츠 수급 부족 등으로 인해 성장세가 꺾였다는 분석이다. 넷플릭스는 투자자 서한을 통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콘텐츠 제작이 지연된 점이 성장률 둔화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외부 활동이 차단되면서 갈 곳이 없어진 사람들이 넷플릭스로 몰렸지만 올해는 상황이 나아졌고, 신규 콘텐츠 유치도 시원찮아 '볼 게 마땅히 없다'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면서 "반면 다른 OTT는 잇따라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유치하면서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짚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넷플릭스는 넷플릭스다. 어마어마한 트래픽을 보유하고 있고 자금력도 풍부해 언제든지 반등할 수 있다"며 "결국 플랫폼 파워 게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를 제외한 OTT들을 통합해 넷플릭스와의 1대1 구도를 만드는 전략이 필수"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