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세계경제 읽기] 바이든 대통령, 또 하나의 독립기념일 구상… 코로나 극복, 美 경제 골디락스 시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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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상춘 한경미디어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코로나19로 1년간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77년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당시 하버드대 교수가 주장했던 ‘불확실성 시대’라는 용어가 나온 지 꼭 40년째 되던 2017년 배리 아이컨그린 버클리대 교수가 처음 언급했던 ‘초불확실성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통계학에서 자연·사회·정치·경제 현상은 평균치를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고, 평균치에서 멀어질수록 발생 확률이 낮아지는 종 모양의 정규분포로 설명한다. 코로나19는 전형적인 테일 리스크에 해당한다. 테일 리스크는 정규분포상 양쪽 끝으로, 발생 확률이 낮아 대책을 세워놓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발생하면 충격, 특히 초기 충격이 크다.
하이먼 민스키의 리스크 이론에서는 코로나19를 가장 위험한 ‘아무도 모르는 리스크’로 분류한다. 종전의 이론과 규범, 관행으로 진단하고 대처할 수 없는 뉴 노멀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뉴 노멀 리스크는 미래 예측까지 어려워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뉴 앱노멀’ 리스크로 별도로 구분한다.
뉴 노멀과 뉴 앱노멀 리스크는 참고할 만한 준거의 틀이 없기 때문에 오로지 사람의 위기대처능력이 중요하다. 이론과 규범, 관행으로 설명되는 노멀 리스크는 대처하기는 쉽지만 그 자체가 구속이 되기 때문에 ‘작은 변화’만 오는 반면, 사람에 의한 대처는 초기에는 어렵지만 극복하면 횡재 효과까지 더해져 ‘큰 변화’가 온다.
코로나19 위기 대처와 극복은 사람이 가장 중요
모든 사람의 위기대처 능력이 중요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방역과 경제활동 통제, 치료제와 백신 개발, 경제활동 재개 등의 대처 과정에서 중요한 사항에 대한 판단과 결정은 통치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최고통수권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미숙한 코로나19 대처가 조 바이든 정부로 넘어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리스크를 대처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적(敵)은 ‘정치꾼(politician)’이다. ‘정치가(statesman)’는 코로나19 사태 같은 위기 상황이 닥치면 ‘국민’과 ‘다음 세대’ 편에서 대처하는 데 반해 정치꾼은 ‘자신의 자리’와 ‘다음 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또 하나 경계해야 할 적은 특정 목적이나 이념 등과 같은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경우다. 코로나19 사태를 1년 넘기면서 경제지표는 괜찮아지는데 국민은 여전히 불안해하는 미국과 한국을 비교해 보면 프레이밍 효과를 중시하는 미국은 경기부양을 더 추진해 국민을 안정시키지만 프레임에 갇혀 있는 한국은 ‘위기를 조장하는 세력’으로 몰아친다.
오히려 텍스트 마이닝 기법 등을 활용해 경제지표와 경제주체의 반응 간 괴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정책 당국의 올바른 자세다. 텍스트 마이닝 기법이란 정책 당국이 경제정책을 발표한 이후 정책역행적 성향의 어조는 ‘+1’, 정책순응적 성향의 어조는 ‘-1’로 빅데이터 지수를 산출해 시장과 국민 친화적으로 조절해나가는 방법을 말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데 ‘경제 컨트롤 타워’를 누가 맡고 최고통수권자와 정치인의 영향력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도 중요한 문제다. 국민 편보다 최고통수권자와 정치인에 의해 흔들리다 보면 국민의 자발적인 협조가 전폭적으로 필요한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과제는 요원해지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 출범을 앞두고 발표됐던 주요 인선 가운데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주목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NEC) 위원장,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에 이어 재무장관에 임명된 화려한 이력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미국 경제를 구할 수 있는 기대와 확신을 줬기 때문이다.
어떤 정책이든 복잡한 현실을 푸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사상 초유의 상황에 대처하고 해결하는 경제정책은 더 어렵다. 이 때문에 특정한 경제이론과 규범, 그리고 관행에 의존하기보다는 실증적인 정책 처방, 특히 대형 위기를 극복한 정책 처방에 의존하게 되고 활용될 수밖에 없다.
준거의 틀로 삼아왔던 여러 가지 정책 처방 가운데 옐런 재무장관이 1999년 4월 예일대 동문회에서 연설했던 ‘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이 가장 많이 애용돼 오고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으로 근무했던 버락 오마바 정부 시절 경제정책의 근간이 되면서 당시 최대 난제였던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적용됐다.
바이든 대통령, 7월 4일을 기해 또 하나의 독립기념일 구상
단기적으로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중장기적으로 미국 개조를 통해 경제패권을 확보하겠다는 바이드노믹스의 양대 목표가 잘 녹아 있는 것이 ‘경기 부양책’과 ‘인프라 확충계획’이다. 규모만 하더라도 6조 달러에 육박해 옐런 재무장관이 주장한 ‘고압 경제’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고압 경제란 한마디로 ‘넘치는 것이 모자라는 것보다 낫다’는 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에 근거한 정책 처방이다.
예일 패러다임의 출발은 1950년부터 1988년 은퇴할 때까지 예일대에서 화폐경제학을 가르쳤던 제임스 토빈이다. 정책적으로는 아서 오쿤, 로버트 솔로, 케네스 애로 교수 등과 함께 1960년대 케네디와 존슨 정부 시절에 실행됐던 경제정책을 설계하는 데 핵심역할을 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윌리엄 노드하우스, 로버트 실러 교수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적인 기조는 위기극복, 침체탈피 등과 같은 단기과제 해결은 케인즈언 이론을 선호하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과 완전고용 등과 같은 장기과제는 신고전학파 이론을 받아들인 독특한 정책 처방 패키지다. 즉 단기과제는 총수요와 총공급(혹은 IS/LM) 곡선으로 이해하고 지속 가능 성장과 고용창출 등의 장기과제는 토빈과 솔로 모델을 선택했다.
최종 목표인 장기성장과 완전고용을 위해서는 물적자본, 인적자본,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중시했다. 정부는 재정건전화를 도모하고, 통화당국은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해 기업이윤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제도 투자세액공제제도를 도입하고, 소비세율을 높여 저축과 투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봤다.
예일 패러다임을 토대로 경제정책을 추진했던 1960년대와 1990년대 미국 경제는 전례 없는 호황을 구가했다. 토빈 교수가 케네디 정부에 정책 자문했던 1961년 이후 106개월 동안 확장 국면이 지속됐다. 1990년대에는 예일대 교수들이 다시 클린턴 정부와 손을 잡으면서 확장 국면이 2001년 3월까지 120개월 동안 지속됐다.
옐런 재무장관이 경제 컨트롤타워를 맡은 지 100일이 지나면서 미국의 경기 회복세는 그 어느 국가보다 빠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7월 4월 독립 기념일을 기해 모든 미국 국민이 코로나19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는 또 하나의 독립일을 구상하고 있다. 백신 보급이 늦어지면서 경기가 다시 불안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우리로서는 부러울 뿐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美 경제…‘골디락스 신화’ 재현되나?
미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클린턴 정부 시절 신경제 신화를 낳았던 ‘골디락스 국면이 다시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골디락스 경제란 어느 배고픈 소녀가 숲속을 가다가 곰이 차려놓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먹기에 가장 좋은 음식을 먹었다는 영국의 전래동화에서 유래된 용어로, 저물가 아래 고성장하는 이상적인 국면을 말한다.
전임 트럼프 대통령의 미숙한 대응으로 지난해 2분기 성장률이 -31.4%, 연간으로는 -3.5%를 기록할 만큼 추락했다. 미국 국민은 ‘트럼프국’과 ‘바이든국’으로 양분되면서 트럼피즘, 즉 극단적인 트럼프 옹호자에 의해 민주주의 상징인 의회까지 점령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웃돌 만큼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1776년 건국 이래 최대 위기였다.
국제통화기금(IMF), 미국 중앙은행(Fed)은 올해 미국 성장률이 각각 6.4%, 6.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등은 한 단계 더 높여 8∼9%대 성장률을 제시하고 있다. 글로벌 IB의 예상대로 성장률이 나온다면 1976년 이후 중국에 추월당한 미국이 47년 만에 다시 앞서게 되는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되는 셈이다.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극복과 경기회복을 바탕으로 국민의 화합과 미국의 재탄생을 도모하고 있다. 인종과 소득수준, 정치적 성향 등과 관계없이 코로나19 백신을 보급하고, 낙후된 사회간접자본(SOC)과 교육체계 등을 새로 도래한 환경에 맞게 재정비해 일자리 창출과 모든 국민에게 기회를 균등히 주겠다는 목표로 초대형 인프라 계획을 발표했다. 대외적으로는 반도체 굴기를 추진해 중국의 추격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선진 7개국(G7) 회담, 대서양동맹 등을 복원해 전통적인 우방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경제협력네트워크(EPN)를 통해 인도를 주축으로 한 아시아 국가와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 미국 중심의 팍스 아메리카 체제를 재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같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한국은 지금 어디에 있고, 급변하는 세계경제 질서 재편 과정에서 제대로 길을 찾고 대응하고 있는지 국민 입장에서 궁금하고 불안할 따름이다. <저자 소개>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전문위원 겸 논설위원. 30년 동안 국제경제 분야만 판 전문가다. 한국은행을 거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창립 멤버로 국제 세미나에서 세계적 예측 기관과 경제 석학, 이코노미스트들과 교류했다. 대우경제연구소에서 세계적인 예측 기관인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 정회원으로 활동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
통계학에서 자연·사회·정치·경제 현상은 평균치를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고, 평균치에서 멀어질수록 발생 확률이 낮아지는 종 모양의 정규분포로 설명한다. 코로나19는 전형적인 테일 리스크에 해당한다. 테일 리스크는 정규분포상 양쪽 끝으로, 발생 확률이 낮아 대책을 세워놓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발생하면 충격, 특히 초기 충격이 크다.
하이먼 민스키의 리스크 이론에서는 코로나19를 가장 위험한 ‘아무도 모르는 리스크’로 분류한다. 종전의 이론과 규범, 관행으로 진단하고 대처할 수 없는 뉴 노멀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뉴 노멀 리스크는 미래 예측까지 어려워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뉴 앱노멀’ 리스크로 별도로 구분한다.
뉴 노멀과 뉴 앱노멀 리스크는 참고할 만한 준거의 틀이 없기 때문에 오로지 사람의 위기대처능력이 중요하다. 이론과 규범, 관행으로 설명되는 노멀 리스크는 대처하기는 쉽지만 그 자체가 구속이 되기 때문에 ‘작은 변화’만 오는 반면, 사람에 의한 대처는 초기에는 어렵지만 극복하면 횡재 효과까지 더해져 ‘큰 변화’가 온다.
코로나19 위기 대처와 극복은 사람이 가장 중요
모든 사람의 위기대처 능력이 중요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방역과 경제활동 통제, 치료제와 백신 개발, 경제활동 재개 등의 대처 과정에서 중요한 사항에 대한 판단과 결정은 통치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최고통수권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미숙한 코로나19 대처가 조 바이든 정부로 넘어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리스크를 대처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적(敵)은 ‘정치꾼(politician)’이다. ‘정치가(statesman)’는 코로나19 사태 같은 위기 상황이 닥치면 ‘국민’과 ‘다음 세대’ 편에서 대처하는 데 반해 정치꾼은 ‘자신의 자리’와 ‘다음 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또 하나 경계해야 할 적은 특정 목적이나 이념 등과 같은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경우다. 코로나19 사태를 1년 넘기면서 경제지표는 괜찮아지는데 국민은 여전히 불안해하는 미국과 한국을 비교해 보면 프레이밍 효과를 중시하는 미국은 경기부양을 더 추진해 국민을 안정시키지만 프레임에 갇혀 있는 한국은 ‘위기를 조장하는 세력’으로 몰아친다.
오히려 텍스트 마이닝 기법 등을 활용해 경제지표와 경제주체의 반응 간 괴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정책 당국의 올바른 자세다. 텍스트 마이닝 기법이란 정책 당국이 경제정책을 발표한 이후 정책역행적 성향의 어조는 ‘+1’, 정책순응적 성향의 어조는 ‘-1’로 빅데이터 지수를 산출해 시장과 국민 친화적으로 조절해나가는 방법을 말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데 ‘경제 컨트롤 타워’를 누가 맡고 최고통수권자와 정치인의 영향력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도 중요한 문제다. 국민 편보다 최고통수권자와 정치인에 의해 흔들리다 보면 국민의 자발적인 협조가 전폭적으로 필요한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과제는 요원해지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 출범을 앞두고 발표됐던 주요 인선 가운데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주목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NEC) 위원장,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에 이어 재무장관에 임명된 화려한 이력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미국 경제를 구할 수 있는 기대와 확신을 줬기 때문이다.
어떤 정책이든 복잡한 현실을 푸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사상 초유의 상황에 대처하고 해결하는 경제정책은 더 어렵다. 이 때문에 특정한 경제이론과 규범, 그리고 관행에 의존하기보다는 실증적인 정책 처방, 특히 대형 위기를 극복한 정책 처방에 의존하게 되고 활용될 수밖에 없다.
준거의 틀로 삼아왔던 여러 가지 정책 처방 가운데 옐런 재무장관이 1999년 4월 예일대 동문회에서 연설했던 ‘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이 가장 많이 애용돼 오고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으로 근무했던 버락 오마바 정부 시절 경제정책의 근간이 되면서 당시 최대 난제였던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적용됐다.
바이든 대통령, 7월 4일을 기해 또 하나의 독립기념일 구상
단기적으로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중장기적으로 미국 개조를 통해 경제패권을 확보하겠다는 바이드노믹스의 양대 목표가 잘 녹아 있는 것이 ‘경기 부양책’과 ‘인프라 확충계획’이다. 규모만 하더라도 6조 달러에 육박해 옐런 재무장관이 주장한 ‘고압 경제’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고압 경제란 한마디로 ‘넘치는 것이 모자라는 것보다 낫다’는 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에 근거한 정책 처방이다.
예일 패러다임의 출발은 1950년부터 1988년 은퇴할 때까지 예일대에서 화폐경제학을 가르쳤던 제임스 토빈이다. 정책적으로는 아서 오쿤, 로버트 솔로, 케네스 애로 교수 등과 함께 1960년대 케네디와 존슨 정부 시절에 실행됐던 경제정책을 설계하는 데 핵심역할을 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윌리엄 노드하우스, 로버트 실러 교수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적인 기조는 위기극복, 침체탈피 등과 같은 단기과제 해결은 케인즈언 이론을 선호하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과 완전고용 등과 같은 장기과제는 신고전학파 이론을 받아들인 독특한 정책 처방 패키지다. 즉 단기과제는 총수요와 총공급(혹은 IS/LM) 곡선으로 이해하고 지속 가능 성장과 고용창출 등의 장기과제는 토빈과 솔로 모델을 선택했다.
최종 목표인 장기성장과 완전고용을 위해서는 물적자본, 인적자본,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중시했다. 정부는 재정건전화를 도모하고, 통화당국은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해 기업이윤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제도 투자세액공제제도를 도입하고, 소비세율을 높여 저축과 투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봤다.
예일 패러다임을 토대로 경제정책을 추진했던 1960년대와 1990년대 미국 경제는 전례 없는 호황을 구가했다. 토빈 교수가 케네디 정부에 정책 자문했던 1961년 이후 106개월 동안 확장 국면이 지속됐다. 1990년대에는 예일대 교수들이 다시 클린턴 정부와 손을 잡으면서 확장 국면이 2001년 3월까지 120개월 동안 지속됐다.
옐런 재무장관이 경제 컨트롤타워를 맡은 지 100일이 지나면서 미국의 경기 회복세는 그 어느 국가보다 빠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7월 4월 독립 기념일을 기해 모든 미국 국민이 코로나19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는 또 하나의 독립일을 구상하고 있다. 백신 보급이 늦어지면서 경기가 다시 불안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우리로서는 부러울 뿐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美 경제…‘골디락스 신화’ 재현되나?
미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클린턴 정부 시절 신경제 신화를 낳았던 ‘골디락스 국면이 다시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골디락스 경제란 어느 배고픈 소녀가 숲속을 가다가 곰이 차려놓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먹기에 가장 좋은 음식을 먹었다는 영국의 전래동화에서 유래된 용어로, 저물가 아래 고성장하는 이상적인 국면을 말한다.
전임 트럼프 대통령의 미숙한 대응으로 지난해 2분기 성장률이 -31.4%, 연간으로는 -3.5%를 기록할 만큼 추락했다. 미국 국민은 ‘트럼프국’과 ‘바이든국’으로 양분되면서 트럼피즘, 즉 극단적인 트럼프 옹호자에 의해 민주주의 상징인 의회까지 점령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웃돌 만큼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1776년 건국 이래 최대 위기였다.
국제통화기금(IMF), 미국 중앙은행(Fed)은 올해 미국 성장률이 각각 6.4%, 6.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등은 한 단계 더 높여 8∼9%대 성장률을 제시하고 있다. 글로벌 IB의 예상대로 성장률이 나온다면 1976년 이후 중국에 추월당한 미국이 47년 만에 다시 앞서게 되는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되는 셈이다.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극복과 경기회복을 바탕으로 국민의 화합과 미국의 재탄생을 도모하고 있다. 인종과 소득수준, 정치적 성향 등과 관계없이 코로나19 백신을 보급하고, 낙후된 사회간접자본(SOC)과 교육체계 등을 새로 도래한 환경에 맞게 재정비해 일자리 창출과 모든 국민에게 기회를 균등히 주겠다는 목표로 초대형 인프라 계획을 발표했다. 대외적으로는 반도체 굴기를 추진해 중국의 추격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선진 7개국(G7) 회담, 대서양동맹 등을 복원해 전통적인 우방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경제협력네트워크(EPN)를 통해 인도를 주축으로 한 아시아 국가와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 미국 중심의 팍스 아메리카 체제를 재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같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한국은 지금 어디에 있고, 급변하는 세계경제 질서 재편 과정에서 제대로 길을 찾고 대응하고 있는지 국민 입장에서 궁금하고 불안할 따름이다. <저자 소개>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전문위원 겸 논설위원. 30년 동안 국제경제 분야만 판 전문가다. 한국은행을 거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창립 멤버로 국제 세미나에서 세계적 예측 기관과 경제 석학, 이코노미스트들과 교류했다. 대우경제연구소에서 세계적인 예측 기관인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 정회원으로 활동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