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C 항암제는 항체에 결합한 약물을 항원에 정확히 전달해 다른 세포의 손상 없이 표적 세포만 죽여 차세대 항암제로 꼽힌다.
ADC 항암제는 항체에 결합한 약물을 항원에 정확히 전달해 다른 세포의 손상 없이 표적 세포만 죽여 차세대 항암제로 꼽힌다.
지난 4월 24일 ADC테라퓨틱스의 ‘자인론타’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는 뉴스를 보고 놀랐다. 예정보다 매우 빠른 승인이었다.

‘ADC’는 ‘Antibody-Drug Conjugate’의 약자로 ‘항체약물접합체’라고 부른다. 2000년 첫 ADC인 ‘마일로타그’가 승인을 받은 이후 많은 기업이 ADC 약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Trop2 항체 이용한 ADC 도입
대한민국 ADC 기술의 대장인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이탈리아의 메디테라니아 테라노스틱(MT)이 개발한 Trop2 항체를 도입했다고 지난 5월 3일 밝혔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MT에 지급하는 전체 계약규모는 4775만 달러(약 528억 원)다. 계약금과 추후 개발단계에 따라 지급되는 마일스톤을 포함한 금액이다. 이번 계약으로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ADC 용도로 해당 항체의 전 세계 권리를 확보했다.

Trop2 항체가 왜 중요한가. 상피세포암은 피부와 장기 안팎의 표면에서 형성된 종양인데, Trop2 단백질은 전립선암, 대장암, 췌장암, 난소암과 같은 많은 종류의 상피암 세포의 표면에 과발현한다. 이 항체는 암세포에 발현되는 Trop2 항원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하고 정상세포에 존재하는 동일 항원에는 결합하지 않는다. 약효 및 독성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장점이 이미 검증된 것.

무엇보다 임상에서 예후가 좋지 않은 삼중음성유방암(TNBC) 등 여러 고형암에서 Trop2 ADC의 약물 효능이 확인되고 있기에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큰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Trop2 ADC 빅딜도 잇따랐다. 아스트라제네카(AZ)는 7월에 다이이치산쿄(DS)의 ‘DS-1062’를 60억 달러에 라이선스인한 바 있다. 길리어드는 9월 13일 미국 뉴저지 소재 이뮤노메딕스를 약 210억 달러(약 25조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뮤노메딕스는 이보다 앞선 4월 22일 미국에서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에 ADC 최초로 FDA 허가를 받았다. 이뮤노메딕스의 ‘트로델비’의 FDA 승인은 세계 각국에서 유방암을 진단받은 환자 10명당 2명 정도가 삼중음성유방암으로 분류되고 있는 현실을 상기할 때 주목할 만한 소식이다. 인수를 통해 길리어드는 삼중음성유방암 ADC 트로델비를 보유한 회사가 됐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MT 두 회사는 지난 2년에 걸친 공동연구를 통해 Trop2 항체에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ADC 기술을 적용한 임상후보를 도출했다. 이어 다양한 암종에서의 비교시험을 통해 경쟁약물인 이뮤노메딕스의 ‘트로델비’, DS의 ‘DS-1062’ 대비 우수한 약효와 안전성을 검증하고 ‘best-in-class’ ADC로서 가능성을 확인 후 후발주자로 달라붙었다.
대한민국 ADC 기술의 대장인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이탈리아의 메디테라니아 테라노스틱(MT)이 개발한 Trop2 항체를 도입했다. 사진은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연구실 모습.
대한민국 ADC 기술의 대장인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이탈리아의 메디테라니아 테라노스틱(MT)이 개발한 Trop2 항체를 도입했다. 사진은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연구실 모습.
왜 ADC 항암제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가. 항체는 항원에 대한 강한 결합 친화력과 높은 결합 특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특정 타깃의 생물학적 반응을 매우 강하면서도 선별적으로 제어할 수 있지만 약효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타깃에 정확히 도달하는 항체에다 폭탄을 실어 목표인 암세포만 세포독성 약물 폭탄으로 제거하는 항암제를 만들 수 없을까. 이런 항암표적 화학요법 개념을 현실화해 항체와 약물이 결합된 ADC가 만들어졌다. 두 주요 성분인 항체와 약물을 연결하는 링커까지 합치면 세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된다.

ADC의 한 축인 링커는 항체와 약물을 이어주는 존재다. ADC가 혈관을 통해 돌아다닐 때 약물이 항체로부터 분리돼 정상조직에서 작용하는 것을 막는다. 링커가 약물을 일종의 프로드러그(prodrug) 상태로 유지해주는 것이다. 항체에 결합된 폭탄인 약물로 인해 항체-항원 결합에 지장이 없도록 링커가 두 가지 요소가 적당한 거리를 두어 마찰이 없도록 하는 역할도 감당해야 한다.

ADC의 시작, 폭탄의 위력
첫 ADC인 마일로타그는 2000년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ADC 개념인 유도 대포(targeted bomb)라고 하기에는 부족해 치료 범위가 넓게 나오지 않았다. 주변 세포를 죽이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2010년에 미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철수 직후 2011 년 8월 시애틀제네틱스 호지킨 림프종 치료제인 ‘애드세트리스’가, 이듬해인 2012년 2월 제넨텍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인 ‘캐싸일라’가 연이어 허가를 받았다.

그 후에는 정적이 계속됐다. 그러다 ADC 콘셉트가 사용허가 승인된 지 20년이 지난 2019년부터 봇물이 터졌다. 먼저 AZ는 DS의 허셉틴 ADC 치료제 ‘DS-8201’에 7조8000억 원을 투자하기 로 발표했다.

그 이후부터 2021년 4월 말까지 좋은 소식이 계속 넘친다. 이번 미국암학회(AACR) 2021에서 보고된 바에 의하면 ADC는 10개 약물이 허가를 받았거나, 허가임상에 돌입해 있다.
지난 20여년 간의 시행착오와 도전을 통해 쌓인 지식과 툴박스들이 다양한 길을 열어 ADC가 항암제의 주 대포가 되고 있다.

ADC의 변화는 계속된다. 최근 항체와 연결하는 약물(payload)의 변화는 2019년 새롭게 FDA로부터 허가받은 DS의 엔허투와 이뮤노메딕스의 트로델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엔허투와 트로델비는 각각 ‘데룩스테칸’과 ‘SN-38’이라는 토포이소메라이즈 저해제를 약물로 사용했다.

필자는 ‘폭탄’이란 표현을 좋아한다. 이들 폭탄의 특징은 기존의 ADC들이 효능을 높이기 위해 세포독성 효력이 높은 약물을 사용했던 것에 비해 독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약물을 사용하고 약물 항체비율(DAR·Drug Antibody Ratio)을 7~8개 정도로 높인 형태를 가지고 있다.

첫 ADC인 마일로타그의 치료 범위가 좁은 이유가 폭탄 때문일까. 최근 개발된 엔허투는 1세대 ADC인 제넨텍 캐싸일라와 동일한 HER-2 항체를 사용했으나 캐싸일라와 달리 용량제한독성(DLT)이 나오지 않았다.

같은 항체를 사용하였지만 무엇이 다른가. 두 ADC의 치료 범위 차이는 바로 두 폭탄의 차이로 보인다. 그러나 폭탄이 같은 토포이소메라이즈 저해제라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2020년 7월 AZ가 또다시 DS의 DS-1062 Trop2 ADC에 최대 60억 달러(약 6조6954억 원)를 과감하게 베팅했다. Trop2 ADC의 경쟁 상대가 바로 SN-38을 약물로 사용한 ‘트로델비’다.

항암제의 최강자 AZ는 아마도 Trop2 ADC에서 DS-1062가 그 당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었지만 ‘best-in-class’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렇다면 아무리 같은 토포이소메라이즈 저해제라도 데룩스테칸이 SN-38보다 더 좋은 폭탄이라 예측할 수 있다. 예측의 근거는 ‘트로델비’가 약물 제조 이슈로 신약 시판이 1년 반 가까이 미뤄진 전력 때문이다.

신규 타깃 발굴도 중요해… ROR1 주요 항암 ADC 타깃으로 떠올라
폭탄이 중요하지만 ADC 항체는 타깃도 매우 중요하다. 이미 Trop2 타깃의 중요성은 언급하였다. ROR1(Receptor-tyrosine-kinase-like Orphan Receptor 1) 단백질과 전이 과정인 EMT(Epithelial-Mes enchymal Transition) 간 연관성이 존재한다.

수정 후 초기 배 발달 시 배아세포가 사용하는 단백질이 다양한 암종의 전이에도 관여한다. 정상적인 산후(post-partum) 조직세포가 아닌 배아 형성시기의 세포 또는 다수의 암종으로 인해 ROR1이 발현된다는 연구결과가 2012년에 발표됐다. 또 그때의 결과에서 단백질 억제 시 유방암세포의 성장 및 생존 기능이 손상됐다는 것을 증명했다.

Trop2에 이어 타깃이 중요한 다른 예는 같은 ‘ROR1’을 표적으로 하는 ADC에 대한 세 개의 ‘빅딜’이 거의 지난해 두 달 안에 성사됐다. 먼저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에이비엘바이오는 동개발한 ROR1 ADC 후보물질의 개발 및 전 세계 판권(한국 제외)에 대한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을 10월 29일 시스톤 파마슈티컬스와 체결했다.

이 기술이전은 암 세포 특이적으로 활성화되는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고유 ADC 링커, 톡신과 에이비엘바이오가 보유한 ROR1 항체를 결합해 도출한 항암 신약 후보물질(LCB71/ABL202 Anti-ROR1 ADC)을 대상으로 한다.


이 후보물질은 최근 허가받은 이뮤노메딕스의 ADC 항암제 트로델비가 타깃하고 있는 난치성 암종인 삼중음성유방암을 포함해 폐암 등의 고형암과 만성 및 급성림프구백혈병 등의 혈액 암을 대상으로 개발이 예상된다.

이어 일주일 후인 11월 5일 MSD는 샌디에이고에 소재한 벨로스바이오를 27억5000만 달러(약 3조1000억 원)에 인수했다. 벨로스바이오는 ROR 1을 표적으로 하는 ADC ‘VLS-101’을 개발 중이다.

당시 MSD 연구소 사장인 로저 펄머터 박사는 “VLS-101은 초기 연구에서 외투세포림프종 및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을 포함한 불응성 악성 혈액종양 환자에게 주목할 만한 증거를 입증했다” 며 “벨로스바이오 인수가 항암제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고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달 후인 12월 10일에는 베링거인겔하임이 ADC와 면역 자극 iADC 플랫폼 유래 표적 암 치료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임상단계 바이오텍 NBE테라퓨틱스의 모든 주식을 인수하는 구속력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 인수의 총 거래 규모는 11억8000만 유로이며 조건부 임상 및 규제 관련 마일스톤을 포함한다.

베링거인겔하임은 NBE테라퓨틱스 인수를 통해 표적화된 암세포 치료제에 대한 전략적 초점을 크게 강화하고 항원 발굴, 항체 및 T세포 관여 기술에 관한 기존 역량을 보완할 방침이다. NBE테라퓨틱스의 주요 신약 후보 물질 NBE-002는 현재 삼중음성유방암과 기타 고형종양에 대한 임상 1상 시험에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베링거인겔하임은 NBE테라퓨틱스의 혁신적이고 독특한 플랫폼을 활용해 선도적인 ADC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항암 면역 포트폴리오의 다른 자산과의 병용요법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2000년 첫 ADC인 ‘마일로타그’가 승인을 받은 이후 많은 기업이 ADC 약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000년 첫 ADC인 ‘마일로타그’가 승인을 받은 이후 많은 기업이 ADC 약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ADC·면역관문억제제 병용요법, 새로운 가능성 될까
최근 ADC는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요법으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ADC의 세포 내 도입은 암세포의 표면에 발현된 특정 항원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와 결합해 세포막의 클라트린피복 소공(clathrin-coated pit) 기능으로 진행된다.

세포 안으로 들어온 ADC는 클라트린에서 떨어지고 세포 내 다른 소포체(vesicles)와 융합한 다음 엔도솜-리소솜(endosome-lysosome) 경로로 진행된다.

도달한 엔도솜의 산성 환경에 존재하는 단백질 분해효소(proteases)가 링커를 절단하고 나서 비로소 떨어져 간 독성 약물은 활성화돼 리소솜의 막을 통과한 뒤 세포질(cytoplasm)로 이동한다. 이후 약물의 분자 타깃에 결합함으로써 종양세포의 세포주기는 정지되고 세포사멸 로 인해 암세포가 죽게 된다.

이 중 일정 양의 약물은 세포에서 수동적으로 확산 또는 능동적으로 수송되거나 죽은 세포를 통해 세포 밖으로 유출된다. 이때 유출된 약물이 세포막 투과성을 지니면 주변 세포에도 들어가 소위 바이스탠더 효과(by-stander cell-killing)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ADC의 세포 내 수송에 있어서, 충분한 농도의 활성약물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야 약효를 보이기 때문에, 항원의 세포 밖 농도가 매우 중요한 결정 요인이 된다.

만약 암 특이적 항원의 분자수가 제한적인 경우라면, 더욱 강력한 독소를 사용해 약효를 높여야 한다. 대부분의 암 특이적 항원은 세포 표면의 발현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으므로, 항체에 결합되어 ADC로 사용될 약물은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항암제보다 100~1000배 이상 세포 독성이 있는 약물(payload)을 사용한다.

다시 ADC테라퓨틱스로 돌아가면, 자인론타는 처음이자 현재 유일한 CD19 타깃 ADC로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Diffuse Large B-Cell Lymphoma)의 3차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이번 승인은 10년된 이 회사가 받은 첫 번째 FDA 승인이고, Pivotal 임상에서 전체반응률은 48.3%, 완전관해율은 24.1%였다.

자인론타는 최초의 항CD19 ADC이고 블랙 박스 경고*가 없다. 이번 뉴스는 ADC테라퓨틱스가 2011년 설립된 회사이고 임상을 빠르게 5년 만에 진행하여 승인을 받은 것이다. 물론 항암제는 상대적으로 빠른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창업한 지 10년 만에 FDA 사용승인을 받는 빠른 진척에도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인론타의 폭탄은 피롤로벤조디아제핀(PBD)이고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신규 톡신도 PBD 프로드러그로 혈중이나 정상세포 내에서는 비활성화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안전성을 확보했다.

이들 ADC는 암 세포에서만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기전에 의해 PBD 톡신에 결합된 화합물이 분리되면서 PBD 톡신이 활성화 상태로 전환해 암세포 사멸 능력을 향상시켰다. PBD는 DNA에 결합해 DNA가 복제되거나 mRNA로 번역되는 것을 방해함으로써 세포를 사멸한다.

‘ADC 후보물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ADC가 2000년 출시된 후 20년이 지난 지금은 암종별로, 항원별로, 가장 최적화된 항체·링커·독성 폭탄의 조합을 툴 박스에서 찾는 일이 ADC 개발의 최대 관건이다.

ADC 후보물질을 비교·분석할 때 어느 바이오제약사의 DC 자체가 성공 요소가 아니라 ADC의 안전성인 치료범위가 중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어떤 폭탄이 붙어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ADC 후보물질을 비교·분석할 때 어느 바이오제약사의 제품이 안전하고 높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블랙박스 경고(blackbox warning) :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심각한 위험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제품의 부작용에 대해 써놓은 경고문이다.

<저자 소개>

[배진건의 바이오 산책] 항체약물접합체(ADC) 후보물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배진건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2008년 JW중외제약에서 연구총괄 전무를 지냈고 C&C신약연구소 대표를 역임했다. 한국아브노바 연구소장과 한독 상임고문을 거쳐 현재 이노큐어테라퓨틱스 부사장(Science intelligence advisor)이자 우정바이오 신약 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을 맡고 있다. 국내외 신약 개발 분야의 석학으로, 저서로는 <사람을 살리는 신약개발(Back to BASIC)>이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