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의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대표적인 후천적 노인성 질환으로, 다양한 원인에 의하여 유발되며 현재까지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알츠하이머병 원인으로는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beta)와 타우 단백질(tau)에 의한 신경세포의 손상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증상 발현 15~20년 전부터 두 물질이 뇌 조직에 축적된다는 연구가 보고되고 있다.

또 2000년대 이후 많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두 물질을 타깃으로 근본적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을 진행해왔으나, 120회 이상의 임상시험이 실패로 돌아갔고 치료제의 새로운 타깃을 제시하는 연구도 늘어나고 있다.

2020년 기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글로벌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임상시험 후보물질은 총 126개로 약 3만8826명의 환자를 통해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약물 개발이 연구 단계부터 임상까지 약 10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임상 진행 약물은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타깃의 약물로 구성돼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 기전
1991년 미국 하버드대의 데니스 셀코 박사에 의해 최초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이 설립된 이후 많은 제약사가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를 타깃으로 한 치료제 개발을 진행했다.
실제로 글로벌 임상이 가장 많이 진행되고 있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역시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 기전 기반의 치료제다.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됐던 일라이릴리의 솔라네주맙, 로슈-제넨텍의 크레네주맙 등 대표적 파이프라인들이 2019년 임상 3상에서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지난 6월 7일 바이오젠-에자이가 개발하고 있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클론 항체 치료제인 아두카누맙이 FDA의 시판 승인(PDUFA)을 받았다.

여전히 다수의 전문가들은 아두카누맙의 효능에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이번 승인은 아밀로이드 베타 타깃의 치료제 시장에는 매우 고무적이다. 과거 임상을 중단했던 다수의 동일 타깃 치료제들도 재도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타우 단백질 기전
알츠하이머병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응집된 타우 단백질의 과인산화(hyper-phosphorylation)에 의한 신경섬유 엉킴(NFT·Neuro-Fibrillary Tangle) 형성에 의한 신경세포 기능 저하 및 사멸이 있다.

비록 아밀로이드 베타 기전 치료제 대비 개발 속도나 숫자 측면에서 뒤처져 있는 데다 바이오젠의 ‘고수라네맙’, 로슈-AC이뮨의 ‘세모리네맙’ 등이 임상 실패를 맛보았지만, 타우 알엑스의 타우 단백질 응집 저해제인 ‘TRx- 015’(임상 3상), 애브비의 ‘틸라보네맙’(임상 2상) 등이 개발되고 있다.

이 외에도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과 자고테네맙 병용투여를 통한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를 동시에 조절하는 전략으로 개발 약물의 임상 효능을 높이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면역시스템 조절 기전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의 축적은 질병 진행보다 한참 전부터 시작되고, 인지 감소를 비롯한 병리적 현상을 보이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신경세포 사멸 등 뇌조직 변성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된다.

최근 신경세포가 망가지는 원인으로 신경아교세포(glial cell)를 중심으로 면역 기전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밝혀지고 있으며 TREM2, RIPK1 등의 단백질 조절 기전을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후보물질은 알렉토가 개발하고 있는 ‘AL001~003 ’이다. 미세아교세포 (microglia)를 타깃으로 TREM2를 조절하는 후보물질로 현재 애브비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또 다른 신약개발 기업인 디날리테라퓨틱스는 RIPK1 및 TREM2를 타깃으로 각각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기타 기전
전통적인 아밀로이드, 타우 가설 및 면역체계 개선 외에도 구조 복원 및 다양한 방향에서의 치료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서 보이는 단백질 변형 복원을 유도, 망가진 신경계를 정상화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인 카사바사이언스의 ‘PTI-125’는 현재 긍정적인 임상 2상 결과를 확보했고, 치주질환 유발 세균과 알츠하이머 병과의 연관성 연구를 바탕으로 코텍자임에서는 ‘COR388’ 후보물질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기존 아밀로이드 베타 및 타우 타깃 치료제 개발 중 실패를 경험한 다국적 제약사들이 약물전달시스템 기술 접목을 통한 뇌혈관장벽(BBB)의 투과율을 높이는 방법 등을 통하여 개선된 치료 효과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2010년 대 중반부터 대두된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의 약점 및 한계를 극복하고자 개발이 시도되어 대다수의 후보물질은 연구·전임상 단계에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치료제 개발 중… 국가 차원의 지원 필요해
2010년 이후 국내에서도 신약개발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실제 많은 기업이 유수의 후보 물질 및 뛰어난 기전 연구를 바탕으로 개발을 시도하고 벤처캐피털 및 대기업의 전략 투자를 통하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임상시험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기업은 글로벌 기업들과는 격차가 있는 상황이다. 또 알츠하이머병 특성상 대규모·장기간 임상시험이 필수이기 때문에 조기 기술이전 또는 기술이전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2000년대 이후 항암제 개발의 성공사례가 등장하면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초기 미국 및 유럽의 글로벌 제약사들은 대규모 자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물량 공세를 통한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임상시험 실패 및 명확한 질병 기전이 밝혀지지 않으면서 개발에 난항을 겪고 존슨앤드존슨(J&J), 화이자를 비롯한 몇몇 기업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포기를 선언했다. 실제 존슨앤드존슨, 일라이릴리 등 다국적 제약사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투자한 금액은 무려 50억 달러가 넘는다.

20년 가까이 실패로만 끝난 개발은 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성을 대두시켰고 2010년 중반 미국 오바마 정부에서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를 제창한 이후 많은 국가에서 정책적인 지원을 통한 치료제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바이오산업의 활성을 이끈 유수의 투자기관들은 상대적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기업에 대한 재무적 투자에 신중한 모습이며, 이는 국내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50년 동안 생명공학 및 의학의 발전은 인간의 평균수명을 획기적으로 증가시켰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기술적 발달로 인해 노인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 환자 역시 급속도로 증가했다.

통상적으로 신약개발 성공률은 약 7.6%지만,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분야는 여전히 인류에게 성공률 0에 가까운 영역으로 남아 있다. FDA가 2003년 증상완화 효과가 있는 메만틴의 시판 허가를 내준 이후 18년 만에 신약이 등장한 만큼, 명맥을 이을 또 다른 신약의 등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자 소개>

정지현
연세대 생화학과 학사를 졸업하고 연세대 의과대학에서 신경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연세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선임연구원, 뉴라클사이언스 사업개발팀장을 거쳐 현재 얼머스인베스트먼트의 수석심사역으로 재직 중이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