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개발돼 지금까지 많은 임상 데이터를 생성한 CD19 CAR-T 세포치료제의 사례를 중심으로 CAR-T세포의 핵심인 CAR(키메릭 항원 수용체)의 원리와 개발 시 고려해야 할 사항 등에 대해 알아보자.
FDA가 승인한 총 5종의 CAR-T세포 치료제 중 4종은 CD19를 발현하는 B세포 유래의 다양한 백혈병과 림프종에 쓰인다. CD19는 CAR-T세포 치료제의 첫 성공을 이끌어낸 표적이며, 면역세포치료제의 개발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표적이다.
FDA가 승인한 총 5종의 CAR-T세포 치료제 중 4종은 CD19를 발현하는 B세포 유래의 다양한 백혈병과 림프종에 쓰인다. CD19는 CAR-T세포 치료제의 첫 성공을 이끌어낸 표적이며, 면역세포치료제의 개발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표적이다.
2017년 8월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이래 2021년 5월 현재 총 5종의 CAR-T세포 치료제가 FDA 승인을 받고 사용되고 있다.

이 중 4종은 CD19를 발현하는 B세포 유래의 다양한 백혈병과 림프종에, 1종은 B세포 성숙항원(BCMA)을 발현하는 다발성 골수종(multiple myeloma)에 쓰인다.

이를 보면 CAR-T가 아직 일부 혈액암에만 사용됨을 알 수 있다. 특히 CD19는 CAR-T세포 치료제의 첫 성공을 이끌어낸 표적일 뿐 아니라 다양한 면역세포치료제의 개발에서도 가장 우선적으로 개념 증명(POC·Proof-of-Concept)을 위하여 고려되는 표적이다.
신호전달 부위에 따라 달라지는 CAR-T 특성
CAR-T세포 치료제의 핵심부위인 CAR는 크게 표적 항원 인지 부위와 세포 내부로의 신호전달 부위(intracellular signaling domain)로 나뉜다. 항원 인지 부위는 항체에서 가져오며, 암세포를 인지하는 역할을 한다. 신호 전달 부위는 T세포가 암세포를 인지하고 반응하는 데 사용하는 신호전달 부위의 일부를 조합하여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CAR를 만들 때 가장 먼저 결정할 부분은 어떤 항원을 표적으로 할 것인가와 어떤 신호전달 부위를 사용할 것인가다.

CAR의 세대는 신호전달 부위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T세포 수용체의 핵심 신호전달 부위인 ‘CD3z’를 사용한 1세대 CAR는 1980년대 후반에 개발됐는데 항암 효능이 떨어져서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이후 T세포 생물학이 발달하면서 T세포의 활성화에는 T세포 수용체 신호 이외의 다양한 보조자극(costimulation)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고, 핵심적인 보조자극 신호인 CD28과 4-1BB의 신호전달 부위가 접합된 2세대 CAR가 2000년대 초반에 도입된다. 2세대 CAR를 장착하고 CD19를 표적으로 한 CAR-T는 큰 성공을 거두며, 현재 면역세포 치료제의 뜨거운 열기를 끌어낸다.

2세대 CAR는 CD28을 사용하는 경우와 4-1BB를 사용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길리어드(카이트파마)가 CD28을 사용한 반면 노바티스, BMS 등 대부분의 회사는 4-1BB를 사용했다. CD28 기반 CAR-T(28z-CAR-T)와 4 -1BB 기반 CAR-T(BBz-CAR-T) 모두 뛰어난 항암 효능을 보여주었지만 T세포의 표현형과 기능은 크게 달랐다.

28z-CAR-T는 환자의 체내에서 빠르게 증식하지만 지속성이 떨어져서 2개월 이내 주입한 CAR-T세포의 대부분이 소멸한다. 반면, BBz-CAR-T는 주입 초기의 증식은 느리지만 체내에 1년 이상 유지된다. CD28에 의한 신호전달이 4-1BB보다 더 강하기 때문에 28z-CAR-T가 더 강한 초기 반응을 유도하지만 T세포의 탈진 또한 빠르게 일어나 체내 지속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28z-CA R-T세포를 단거리 선수, BBz-CAR-T세포를 마라톤 선수로 비유하기도 한다. 반면, 28z-CAR-T세포가 표적 항원을 더 적게 발현하는 암세포를 좀 더 효율적으로 살해할 수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요약하면 28z-CAR-T세포는 암세포에 대한 강력한 초기 반응으로 항원의 밀도가 낮은 암 세포도 효율적으로 살해할 수 있지만 체내에 2개월 이상 남아 있지 못한다. 반대로, BBz-CAR-T세포는 암세포에 대한 초기 반응 및 항원 민감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체내에 1년 이상 지속되는 차별점이 있다.

CD28 vs. 4-1BB
그렇다면 이러한 CAR-T의 특성이 CD19를 발현하는 백혈병이나 림프종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큰 차이를 가져올까. 28z-CAR-T와 BBz-CAR-T의 효능을 각각 대표하는 킴리아와 예스카타의 효능을 통해 비교하는 것은 두 세포치료제의 제조 방법이 미세하게 다르고, 임상시험 방법에서도 차이가 있어 적절하지 않은 듯하다.

임상 초기에는 28z-CAR-T가 체내 지속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완전관해 이후 장기적으로 재발률이 높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2020년 12월에 길리어드는 예스카타 임상 승인을 위한 ZUMA-1 임상 시험에 참여한 100여 명의 환자 중 44%가 4년 이상 생존한 결과를 발표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또한 2021년 초 어른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ALL)에 대한 28z-CAR-T 임상인 ZUMA-3이 좋은 성과를 보여 28z-CAR-T가 림프종 뿐만 아니라 백혈병 치료에도 사용 가능함을 보여주었다(현재 FDA 승인 심사 중). 이러한 결과는 CAR-T세포의 수개월 이상 체내 지속이 최소한 B세포 유래 백혈병 및 림프종 치료에는 필요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정리하면, 28z-CAR-T와 BBz-CAR-T는 상당히 다른 특성을 가지므로, 임상에 적용할 경우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선택하고 그에 맞춰 임상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항원 인지 부위는 표적을 결정한다
CAR의 신호전달 부위가 CAR-T세포의 표현형과 거동을 결정한다면 항원 인지 부위는 어떤 항원을 발현하는 세포를 표적할 것인가를 결정해준다. 이 부분은 신호전달 부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렵다.

암세포만이 발현하고 정상세포는 발현하지 않는 항원을 찾을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그렇지만, 암세포가 정상세포에서 유전자 변이를 통하여 생성되는 점을 고려하면 암세포만의 항원을 발견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며, 설령 특정 환자에게서 그런 항원을 찾아낸다고 해도 다른 환자의 경우 그 항원이 발현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아 보편적인 표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많은 경우 CAR-T세포의 표적은 정상세포와 암세포가 모두 발현하는 항원을 사용하게 되고, 불가피하게 표적 항원을 발현하는 정상세포에도 손상을 줄 수밖에 없다(on-target off-tumor 효과).

많은 항체 치료제에서 ‘on-target off-tumor 효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지만, CAR-T 세포 치료제의 경우 암세포 살해 효능이 좋은 만큼 정상세포도 잘 죽여서 부작용이 심각하다. 그러므로 만약 정상세포의 손상이 치명적인 장기 손상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하거나 치명적인 장애를 유발할 경우 그 항원은 표적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이러한 ‘on-target off-tumor 효과’로 인한 부작용 때 문에 몇 종류의 T세포 치료제가 임상에서 실패했다.

이런 관점에서 CD19는 최적의 표적이다. CD19는 B세포라는 항체를 생성하는 면역세포가 발현하는 항원이다. 골수에서 발달하는 B세포는 림프절에서 항원을 인지하고 활성 화돼 양질의 항체를 생성하는 형질세포 (plasma cell)로 분화하며, 형질세포는 골수로 이동하여 머무르며 항체를 지속적으로 분비한다. 초기 발달 단계의 B세포에 이상이 생기면 백혈병이 되며, 림프절의 B세포에 이상이 생기면 림프종이 되고, 골수의 형질세포에 이상이 생기면 골수종이 된다.

CD19는 이러한 B세포의 다양한 분화 단계에서 전반적으로 발현되는 항원이다. 그러므로 CD19를 표적할 경우 B세포에서 유래한 대부분의 혈액암을 공격할 수 있지만, 정상 B세포의 손상 또한 불가피하다. 정상 B세포의 손상은 항체 생성의 저하로 감염에 취약해질 수 있는 문제점이 있지만 최소한 당장 생명에 위협을 주진 않는다. 항체는 다른 사람의 항체를 정맥에 투여하여 어느 정도 보충할 수 있다. 즉 CD19는 ‘on-target off-tumor 효과’로 인한 부작용을 충분히 감수할 만한 표적인 것이다.

표적 선정·부작용 예측 어려워
CD19를 표적하는 2세대 CAR-T의 임상에서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부작용은 크게 2가지가 발생했다.

첫 번째는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이다. 면역이 과잉 활성화돼 전신성 염증이 발생하는 증상을 IL-6 수용체를 차단하는 방법 등으로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신경 독성(NE)으로 정신 착란이나 뇌부종을 일으키며, 이로 인하여 환자가 사망하면서 임상이 중단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신경 독성의 원인은 최근 뇌혈관 주변 세포 중 하나가 CD19를 발현해 CD19 CAR-T세포의 표적이 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어느 정도 규명되었다.

이는 우리 몸에는 다양한 세포가 존재하여 CAR-T세포의 표적으로 정한 항원을 발현하는 세포를 특정하여 on-target off-tumor 효과를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한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골수종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다발성 골수종(MM)의 경우는 CD19의 발현이 높지 않아서 CD19를 표적하는 CAR-T세포 치료제의 적용이 적합하지 않다. 현재 다발성 골수종 세포가 발현하는 B CMA를 표적으로 한 CAR-T세포 치료제 개발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 중이고, BMS와 블루버드바이오가 개발한 아베크마(ABECMA)가 올해 초 FDA의 승인을 받았다.

요약하면, 2세대 CAR-T세포 치료제는 B세포 유래 혈액암 치료에서 크게 성공해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많은 환자의 생명을 구했다. 그러나 B세포 유래 혈액암 치료에서도 CAR-T세포 치료제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가 많으며, CAR-T세포 치료제를 다른 혈액암이나 고형암에 적용하는 것은 첫 단계인 표적 선정부터가 쉽지 않다.

이러한 현행 CAR-T세포 치료제의 한계점과 그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상세히 기술할 것이다.
<저자 소개>

도준상

면역학을 공부하는 공학자다. 2006년 MIT에서 화학공학·고분자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UCSF 의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포스텍 시스템생명공학부·기계공학과 교수로 부임해 11년간 근무했고, 2019년 3월부터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에서 생체재료를 면역치료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면역항암제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최소한의 것들>이라는 대중서를 집필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7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