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진의 바이오 뷰] 바이오업계의 해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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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선진 플랫바이오 대표
바이오업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투자와 업계의 상황을 고려한 정책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이번 호에서는 이를 해와 달에 비교해서 협력과 균형의 필요성을 짚어봤다.
‘해와 달’이라는 제목을 보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지구에게 해와 달의 역할을 논하고, 결국 ‘해와 달, 둘 다 요긴하고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짐작할 것이다.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관행) 틀림없이 예상되는 이야기의 전개이지만 한번 해와 달의 입장에서 살펴보자(혁신).
바이오 분야의 해와 달 : 투자자와 정부
해와 달의 기능을 유용하게 이용하는 지구가 없다면 해와 달은 어떤 신세일까. 해는 불같은 성질을 주체하지 못해 끊임없이 핵융합을 통 해 열기를 쏟아내고 때론 태양 폭발로 생긴 방 사선과 전자파를 방출하는, 가까이하기엔 무시무시한 존재일 것이다.
자외선을 막아내는 오존층이 형성돼 있지 못하는 행성에는 육상생물이 생존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태양은 유해 행성으로 분류될 것이다. 실제로 아직까지 태양계를 이루는 행성 중 지구에 유일하게 생명체가 존재하는 것을 보면 틀리지 않은 이론이다.
달은 어떨까. 일단 이론상 존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생성이 됐다 해도 하도 작아서 여러 행성들의 눈치를 보며 태양 주위를 노심초사하며 공전하거나 태양권 밖으로 날라가 존재 여부가 불확실하게 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입장을 바꾸어 보니 지구가 해와 달에게는 그 존재의 의미를 있게 해주는, 없어서는 안 될 정말 소중한 존재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지구에게 주는 여러 가지 혜택이 많이 알려진 해에 비하여 달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것 같다. 그저 밤의 어둠을 밝혀주고 밀물과 썰물을 일으키며 호수에 비친 아름다운 모습과 관련된 고사(古史)들의 낭만적인 내용 정도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달은 지구와 45도 각도로 충돌함으로써 지구의 중력에 끌려 지구를 도는 위성이 됐고 지구 자전축을 23.5도로 안정되게 잡아주면서 결론적으로 인류에게 ‘시간’이라는 엄청난 선물을 주고 있다.
바이오 분야가 지구라면 해와 달은 무엇일까. 필자는 투자자를 ‘해’, 규제와 정책으로 바이오 분야를 지원하는 정부를 ‘달’로 규정하고 싶다. 투자자에 의해 바이오 분야에 수혈되는 연구개발비는 마치 태양이 쏟아내는 막대한 에너지를 품은 열기와 같다.
바이오 분야에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고 개발하여 신약으로 상용화하는 원동력을 제공해서 바이오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이 마치 햇볕이 씨앗을 틔워 새싹을 나게 하고 줄기와 잎이 자라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는 것과 유사하다.
해와 달이 적절하게 협력해야 바이오 성과 꽃피울 수 있어
하지만 적절한 수분이 공급되지 못한 상태에서 작열하는 햇볕은 작물을 말라 죽게 하고 작물이 자랄 땅을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게 한다. 투자사가 바이오 기업을 신약의 개발 성공이 아닌 상장에 초점을 맞춰 무리한 스케줄을 감행해 좋은 물질이 불완전한 개발을 통해 퇴출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거꾸로 이미 뿌리가 병들었거나 죽은 식물은 아무리 햇볕과 양분을 공급해도 살아나기 어렵다.
이처럼 바이오 업계가 억지 투자를 유치하면 유효성이 떨어지는 물질에 많은 투자가 이뤄져 주주들이 큰 손실을 입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규제나 정책은 바이오 분야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인프라 확보와 인력 양성 등 중장기적이고 간접적인 효과가 크다. 또 단발적이고 유한하기보다는 연속적이고 무한하게 작동을 한다.
마치 스스로 빛을 내지는 않지만 밤의 어둠을 밝히고 밀물과 썰물 같은 생존 환경에 규칙적이고 장기적인 변화를 일으켜 생태계를 돌아 가게 하는 달의 역할과 비슷하다. 자칫 지구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한 것처럼 오해를 사기도하지만 조석 간만의 차가 해양생물의 유전적 변화를 일으켜 육상생물의 탄생을 일으켰고 달이 없을 경우 지구 자전에 영향을 미쳐 심각한 기후변화와 많은 생물의 번식, 그리고 생명체의 탄생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이론을 보면 그저 간과할 수 있는 작은 역할은 아니다.
그렇다면 지구가 해와 달이 함께 이루는 역할을 이용하는 것으로 무엇이 있을까. 시간이다. 공전과 자전에 의해서 해와 달의 상대적인 위치가 달라지면 달에서 태양 빛을 반사해 지구로 보내는 부분의 모양이 주기적으로 변하게 된다. 29일 12시간 44분을 한 주기로 지구에서 보이는 모양이 달 전체가 빛나는 보름달에서 점점 빛나는 부분이 줄어들어 하현달, 그믐달을 거치고 다시 초승달과 상현달을 거쳐 보름달이 될 때까지가 현재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한 달의 주기다.
이렇게 해와 달의 협업으로 인류에게 하루하루를 묶어 한 달을 만드는 ‘달(개월)’의 개념을 가져다줬다. 그리고 지구의 인류가 잘 사용함으로써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정부가 기술력이나 물질의 미래가치를 인정한 기업에 한해 상장의 기회를 주는 기술특례 상장도 이와 유사하다. 이런 정책을 통해 투자 업계는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하게 되고, 기업은 상장을 통해 연구비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항상 이런 협업의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와 달도 사이가 안 좋은(?)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다. 지구와 달, 그리고 해의 위상에 따라 달(개기월식)이나 해(개기일식)의 모습이 가려지는 현상을 일으킨다. 지구에 사는 우리에게는 자연의 장관이지만 해와 달에게는 자신들의 존재를 가리는, 썩 기분 좋은 현상은 아닐지도 모른다.
무모한 투자 행위로 정부가 이를 규제하는 법이나 정책을 만들어내게 하거나 잘못된 판단이나 기대에 기반한 규제나 정책으로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지구에서는 그저 달 그림자가 해를 가리는 모습을 흥미롭게 관찰할 뿐 어떤 가치나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지구와 달, 해의 관계와 같이 바이오업계, 정부와 투자자는 서로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존재다. 혜택과 지원을 받아 누릴 존재가 없다면 혜택과 지원을 주는 주체는 필요 없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저자 소개>
김선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한 비뇨기과 전문의다. 일본국립암연구소의 초빙연구원을 거쳐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교수로 근무했다. 한미약품 부사장을 역임하고 플랫바이오를 설립했다. 중개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미국암학회(AACR) 학술상을 수상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7월호에 실렸습니다.
바이오 분야의 해와 달 : 투자자와 정부
해와 달의 기능을 유용하게 이용하는 지구가 없다면 해와 달은 어떤 신세일까. 해는 불같은 성질을 주체하지 못해 끊임없이 핵융합을 통 해 열기를 쏟아내고 때론 태양 폭발로 생긴 방 사선과 전자파를 방출하는, 가까이하기엔 무시무시한 존재일 것이다.
자외선을 막아내는 오존층이 형성돼 있지 못하는 행성에는 육상생물이 생존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태양은 유해 행성으로 분류될 것이다. 실제로 아직까지 태양계를 이루는 행성 중 지구에 유일하게 생명체가 존재하는 것을 보면 틀리지 않은 이론이다.
달은 어떨까. 일단 이론상 존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생성이 됐다 해도 하도 작아서 여러 행성들의 눈치를 보며 태양 주위를 노심초사하며 공전하거나 태양권 밖으로 날라가 존재 여부가 불확실하게 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입장을 바꾸어 보니 지구가 해와 달에게는 그 존재의 의미를 있게 해주는, 없어서는 안 될 정말 소중한 존재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지구에게 주는 여러 가지 혜택이 많이 알려진 해에 비하여 달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것 같다. 그저 밤의 어둠을 밝혀주고 밀물과 썰물을 일으키며 호수에 비친 아름다운 모습과 관련된 고사(古史)들의 낭만적인 내용 정도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달은 지구와 45도 각도로 충돌함으로써 지구의 중력에 끌려 지구를 도는 위성이 됐고 지구 자전축을 23.5도로 안정되게 잡아주면서 결론적으로 인류에게 ‘시간’이라는 엄청난 선물을 주고 있다.
바이오 분야가 지구라면 해와 달은 무엇일까. 필자는 투자자를 ‘해’, 규제와 정책으로 바이오 분야를 지원하는 정부를 ‘달’로 규정하고 싶다. 투자자에 의해 바이오 분야에 수혈되는 연구개발비는 마치 태양이 쏟아내는 막대한 에너지를 품은 열기와 같다.
바이오 분야에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고 개발하여 신약으로 상용화하는 원동력을 제공해서 바이오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이 마치 햇볕이 씨앗을 틔워 새싹을 나게 하고 줄기와 잎이 자라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는 것과 유사하다.
해와 달이 적절하게 협력해야 바이오 성과 꽃피울 수 있어
하지만 적절한 수분이 공급되지 못한 상태에서 작열하는 햇볕은 작물을 말라 죽게 하고 작물이 자랄 땅을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게 한다. 투자사가 바이오 기업을 신약의 개발 성공이 아닌 상장에 초점을 맞춰 무리한 스케줄을 감행해 좋은 물질이 불완전한 개발을 통해 퇴출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거꾸로 이미 뿌리가 병들었거나 죽은 식물은 아무리 햇볕과 양분을 공급해도 살아나기 어렵다.
이처럼 바이오 업계가 억지 투자를 유치하면 유효성이 떨어지는 물질에 많은 투자가 이뤄져 주주들이 큰 손실을 입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규제나 정책은 바이오 분야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인프라 확보와 인력 양성 등 중장기적이고 간접적인 효과가 크다. 또 단발적이고 유한하기보다는 연속적이고 무한하게 작동을 한다.
마치 스스로 빛을 내지는 않지만 밤의 어둠을 밝히고 밀물과 썰물 같은 생존 환경에 규칙적이고 장기적인 변화를 일으켜 생태계를 돌아 가게 하는 달의 역할과 비슷하다. 자칫 지구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한 것처럼 오해를 사기도하지만 조석 간만의 차가 해양생물의 유전적 변화를 일으켜 육상생물의 탄생을 일으켰고 달이 없을 경우 지구 자전에 영향을 미쳐 심각한 기후변화와 많은 생물의 번식, 그리고 생명체의 탄생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이론을 보면 그저 간과할 수 있는 작은 역할은 아니다.
그렇다면 지구가 해와 달이 함께 이루는 역할을 이용하는 것으로 무엇이 있을까. 시간이다. 공전과 자전에 의해서 해와 달의 상대적인 위치가 달라지면 달에서 태양 빛을 반사해 지구로 보내는 부분의 모양이 주기적으로 변하게 된다. 29일 12시간 44분을 한 주기로 지구에서 보이는 모양이 달 전체가 빛나는 보름달에서 점점 빛나는 부분이 줄어들어 하현달, 그믐달을 거치고 다시 초승달과 상현달을 거쳐 보름달이 될 때까지가 현재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한 달의 주기다.
이렇게 해와 달의 협업으로 인류에게 하루하루를 묶어 한 달을 만드는 ‘달(개월)’의 개념을 가져다줬다. 그리고 지구의 인류가 잘 사용함으로써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정부가 기술력이나 물질의 미래가치를 인정한 기업에 한해 상장의 기회를 주는 기술특례 상장도 이와 유사하다. 이런 정책을 통해 투자 업계는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하게 되고, 기업은 상장을 통해 연구비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항상 이런 협업의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와 달도 사이가 안 좋은(?)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다. 지구와 달, 그리고 해의 위상에 따라 달(개기월식)이나 해(개기일식)의 모습이 가려지는 현상을 일으킨다. 지구에 사는 우리에게는 자연의 장관이지만 해와 달에게는 자신들의 존재를 가리는, 썩 기분 좋은 현상은 아닐지도 모른다.
무모한 투자 행위로 정부가 이를 규제하는 법이나 정책을 만들어내게 하거나 잘못된 판단이나 기대에 기반한 규제나 정책으로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지구에서는 그저 달 그림자가 해를 가리는 모습을 흥미롭게 관찰할 뿐 어떤 가치나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지구와 달, 해의 관계와 같이 바이오업계, 정부와 투자자는 서로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존재다. 혜택과 지원을 받아 누릴 존재가 없다면 혜택과 지원을 주는 주체는 필요 없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저자 소개>
김선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한 비뇨기과 전문의다. 일본국립암연구소의 초빙연구원을 거쳐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교수로 근무했다. 한미약품 부사장을 역임하고 플랫바이오를 설립했다. 중개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미국암학회(AACR) 학술상을 수상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7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