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다... ‘all’과 ‘talk’가 결합된 듯한 삼성전자의 애플리케이션 ‘Tallk’의 스페인용 광고 포스터. 제일기획 스페인법인이 프로젝트에 공동 참여했다. ‘gracias’는 스페인어로 ‘감사합니다’란 의미
모두가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다... ‘all’과 ‘talk’가 결합된 듯한 삼성전자의 애플리케이션 ‘Tallk’의 스페인용 광고 포스터. 제일기획 스페인법인이 프로젝트에 공동 참여했다. ‘gracias’는 스페인어로 ‘감사합니다’란 의미
수단(手段)은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 또는 그 도구를 일컫는 말이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이 대화로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무언가를 결정하고 있다. 말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목적이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들은 선천적이나 후천적인 요인으로 커뮤니케이션에 장애를 겪고 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또는 루게릭병(Lou Gehrig’s disease)이라 불리는 병증을 겪고 있는 환자들이 있다.

ALS 환자들은 수의근(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근육)을 제어하는 신경세포가 소멸하면서 근육이 딱딱해져 증세가 심해지면 거동이 힘들어지고 대화가 불가능해지기까지 한다. 이런 환자들은 주위 사람들과의 소통이 힘들기 때문에 어딘가에 의지할 수밖에 없고, 증세가 심해질수록 좌절하기 쉽다.

물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치료를 위한 다양한 시도와 처방이 이뤄지고 있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병증을 이겨내고 있는 환자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그중에서 ALS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정보기술(IT)을 소개하고자 한다.

기술을 통해 장벽을 허물다
ALS 환자의 대표적 인물이 스티븐 호킹 박사다. 호킹 박사 역시 ALS를 겪으면서 평생 소통을 위한 기계장치를 착용한 채 살았다. 호킹 박사가 사용한 장치는 안면 근육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동작하는 의사소통 시스템이었는데, 뺨을 미세하게 움직이면 안경에 달린 적외선 센서가 이를 읽어내 컴퓨터 화면에 문자를 하나하나 입력한다.

호킹 박사의 증상에 맞춰 개발된 이 기술은 많은 ALS 환자에게 희망을 줬지만, 한편으로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을 만큼 비싸 일반 ALS 환자들에게는 먼 나라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기술의 발전이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장벽을 만드는 것을 보며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물론 기술의 발전이 단점만을 생산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멈추지 않고 또 다른 기술을 만들어내는 실마리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일환으로 최근 ALS 환자를 위한 보편적인 기술이 접목된 애플리케이션이 스페인에서 출시돼 이목을 끌고 있다. 바로 ALS 환자의 의사소통을 돕는 애플리케이션 ‘Tallk(토크)’다.
2년간 개발 끝에 탄생한 Tallk 삼성전자가 스페인에서 호환되는 태블릿PC에 시선 추적 기술을 적용해 만들었다. ALS 환자 35명이 참여해 기술적 완성도를 높였다.
2년간 개발 끝에 탄생한 Tallk 삼성전자가 스페인에서 호환되는 태블릿PC에 시선 추적 기술을 적용해 만들었다. ALS 환자 35명이 참여해 기술적 완성도를 높였다.
‘Tallk’의 시선 추적 기술이 만들어낸 가능성
Tallk는 삼성전자와 제일기획 스페인법인, 스페인의 ALS 자선단체 루존 재단(Fundacio′n Luzo′n)및 기술 스타트업 회사 아이리스본드(Irisbond)가 공동작업한 시선 추적 기술 기반 앱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기술을 통해 ALS 환자들을 가로막고 있던 장벽을 허물고 이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로 시작됐다. 애플리케이션 출시와 함께, 프로젝트의 성과를 알리는 캠페인 영상도 같이 ‘온에어’됐다.

2년간의 작업 끝에 만들어진 이 기술은 삼성전자의 태블릿PC를 통해 ALS 환자의 시선을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태블릿PC 카메라에 내재된 시선 추적 기술이 환자가 눈으로 제어할 수 있는 키보드와 텍스트를 읽는 음성 도우미에 연결되는 방식이다. 특히 ALS 환자 35명이 디버깅(프로그램 오류 수정) 작업에 참여해 기술의 완성도를 높였다.

ALS는 앞에서 언급했듯, 수의근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세포에 영향을 미치는 쇠약 퇴행성 질환이다. 점진적으로 마비를 일으켜 환자가 말하고, 먹고, 움직이고 심지어 스스로 호흡하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행동을 수행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러한 현실을 인식한 삼성전자가 스페인에서 호환되는 태블릿PC에 시선 추적 기술을 적용해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나섰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비슷한 유형의 병리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더 큰 독립성을 제공하고, 이들의 삶의 질은 물론 주변인들에게까지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눈과 손, 입이 되어 태블릿PC의 카메라가 ALS 환자의 눈동자와 얼굴의 특정 지점을 찾으면, 일련의 알고리즘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소프트웨어가 눈의 움직임을 마우스 커서로 활용한다.
눈과 손, 입이 되어 태블릿PC의 카메라가 ALS 환자의 눈동자와 얼굴의 특정 지점을 찾으면, 일련의 알고리즘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소프트웨어가 눈의 움직임을 마우스 커서로 활용한다.
시선 추적 기술이 삼성의 IoT에 접목돼 ALS 환자의 삶을 더욱 편하게
Tallk의 시선 추적 기술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겠다. 태블릿PC의 카메라가 ALS 환자의 눈동자와 얼굴의 특정 지점을 찾으면, 일련의 알고리즘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소프트웨어가 눈의 움직임을 마우스 커서로 활용한다.

그렇게 이동한 움직임은 화면 내에서 가상 키보드에 연결되고 사용자가 입력한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돕는다. 이렇듯 Tallk 덕분에 사용자는 가상 키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되고, 글을 쓰고 자신이 직접 쓴 내용을 말로 할 수 있다. 또한 사용자가 원할 때 언제든지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사용된 문구의 내용을 저장할 수도 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ALS 환자들의 주변 환경을 조금 더 편하게 만드는 기술이 추가로 접목됐다. 시선 추적 기술을 기반으로, 사물인터넷(IoT) 환경을 활용할 수 있는 커넥티드 홈 장치를 제어해 삼성의 AI 기반 가상 음성 비서인 ‘빅스비(Bixby)’와도 상호작용할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다. 빅스비와의 연결을 통해 사용자는 조명, 에어컨, TV 등 스마트 기기를 눈으로 조작할 수 있다. 일상생활 자체가 불편한 ALS 환자가 자신이 있는 공간에서 최대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돕는 기술이 적용된 셈이다.

물론 텍스트 통신을 자체적으로 하도록 만드는 시선 추적 기술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기존 스페인어로 된 ALS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특수 장치는 높은 비용적 한계가 있었다. 이 장치의 가격은 약 6000유로인데, 스페인의 평균 소득이 2만3000유로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이 이용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Tallk는 무료 배포를 통해 누구나 기술에 접근할 수 있고, 가장 큰 장벽이라고 할 수 있는 비용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커뮤니케이션과 ALS 환자의 독립성을 보편적이고 범용적으로 만들어주는 매우 획기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장애를 겪는 모두의 삶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시선 추적 기술은 ALS뿐 아니라 다른 병리로도 적용 가능하다. 시선 추적을 기반으로 개발된 최초의 애플리케이션 Tallk의 공동 개발자이자 아이리스본드의 설립자 에두아르도 자우레기는 “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세상에 창을 열어 이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되찾아주고 싶었다”고 앱 개발 배경을 말했다.

프로젝트에 공동 참여한 제일기획 스페인법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한드로 디 트롤 역시 “창의력과 기술력을 최대한 활용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냈다”며 “Tallk를 통해 ALS 환자는 시선 추적 기술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스마트씽즈(SmartThings) IoT 기술과의 연결을 통해 더욱 나은 환경에서 자율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곧 바깥세상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힘을 열어주게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Tallk는 스페인에 한해 ‘갤럭시 스토어’ 및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완전히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현재 응용 프로그램은 스페인어로만 제공되고 있지만 곧 애플리케이션이 전 세계에서 ALS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마리아 호세 아레기 루존 재단 부회장은 “이 프로젝트의 특징은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아무 장벽 없이 저렴하게 네트워크에 연결해 일상생활의 기본적인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회복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랜드 익스피어리언스의 확장성을 보여준 삼성전자의 마케팅 이사 알폰소 페르난데스는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혁신적인 이니셔티브와 솔루션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Tallk는 교육 및 문화 분야에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방법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춘 ‘목적 있는 기술’ 프로그램의 일부”라며 “주요 목표인 ALS 환자들이 이번 응용 프로그램을 통해 수월하게 의사소통하고, 이를 계기로 보다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뚜렷한 목적성을 가지고 출발한 프로젝트와 캠페인은 지난 6월에 열린 세계 최고 권위의 광고제 ‘칸 라이언즈(옛 칸 국제광고제)’에서 금사자상 2개를 수상하는 등 전 세계 광고 마케팅 관계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나아가 광고업계는 물론 IT, 바이오 업계 등에서도 이 같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주목하고 있다.

사람을 돕는 기술로, 저절로 브랜드를 찾게 만드는 ‘선순환’의 가치
Tallk는 많은 부분에서 ALS 환자들의 불편한 부분을 해소하는 아주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매번 사례를 소개할 때마다 언급하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세상의 수많은 브랜드가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으로 운영하는 ‘마케팅’의 밑바탕에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브랜드를 알리고 이미지를 적립해나가는, 이른바 목적성이 존재한다.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브랜드를 경험하게 만들어 접근성을 좁히고 누구나 브랜드를 선호하게 만들어 결국 자신들의 아군으로 만드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공동개발자들 역시 자신들의 브랜딩을 공고히 하는 데 있어서 이보다 좋은 프로젝트와 캠페인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사람 중심의 기술이 함께했기에 이렇듯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사례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 개발을 통해 그 기술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그 브랜드를 찾게끔 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것, 이 일련의 과정의 순기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아니었나 싶다.

소통을 수단으로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누구도 소외당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 그들 역시 똑같이 인정받으며 존재감을 만들어가는 것, 삶의 터전에서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 그리고 기술이 사람을 돕는 수단으로 활용돼야 함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저자 소개>

[PR 성공 전략] ALS 환자의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삼성전자의 애플리케이션 ‘Tallk’
권영국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일기획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으며 2001년 아트디렉터로 광고계에 입문한 20년 차 광고인이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코웨이, 정관장, 쎌바이오텍을 비롯해 국내외 유수 기업의 영상, 인쇄, 디지털 등 다양한 광고 마케팅을 수행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7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