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핫뉴스] 달아오른 치매신약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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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인 ‘애드유헬름’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사용 승인을 받은 뒤 치매 신약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애드유헬름은 FDA 자문위원회의 승인 반대 결정에도 시판 허가를 받았다. FDA가 치매 신약 허가 장벽을 한층 낮출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진 배경이다. 후속 업체들도 들썩였다. 알츠하이머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제약사들의 주가는 급등했고 공동 개발 계약도 잇따랐다.
바이오젠 승인에 요동친 치매약 시장
바이오젠의 애드유헬름 시판 승인 후 가장 많이 주목받은 곳은 일라이릴리다. 릴리가 개발하고 있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도나네맙’은 미국 FDA로부터 혁신 치료제로 지정됐다. 혁신 치료제로 지정되면 허가 절차에 걸리는 기간이 한결 단축된다.
FDA는 기존 치료제보다 효과가 좋을 것으로 기대되는 후보물질을 빨리 승인하기 위해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앞서 FDA는 일본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함께 개발하는 치매 치료 후보물질 ‘레카네맙’도 혁신 치료제로 지정했다. 릴리는 올해 안에 도나네맙의 시판 허가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릴리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3개월 만에 180도 달라졌다. 릴리는 올해 3월 임상 2상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알츠하이머 환자 25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도나네맙 임상 결과 뇌 인지 기능이 줄어드는 속도가 위약보다 32% 정도 늦어졌다는 내용이었다. 환자들의 뇌 속 아밀로이드 단백질도 완전히 제거됐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차가웠다. 일부 약효를 확인했지만 예상보다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릴리 내부에서도 2023년 상반기까지 도나네맙이 결실을 보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애드유헬름 승인으로 이런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애드유헬름은 도나네맙이 보여줬던 임상 개선 지표조차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드유헬름 승인 사실이 발표된 뒤 “릴리는 내일 당장 서류를 제출해도 허가받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던 이유다. 릴리의 도나네맙이 승인받으면 환자당 5만6000달러에 이르는 높은 비용으로 도마에 오른 애드유헬름 약값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임상적 근거가 부족한 애드유헬름이 승인받으면서 다른 제약사들의 치매 치료제 개발에도 탄력이 붙었다. GSK는 알렉터에서 보유한 퇴행성 뇌신경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을 공동개발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최대 22억 달러로, 계약금만 7억 달러에 이른다.
알렉터 파이프라인은 단일클론 항체치료제 후보물질인 ‘AL001’과 ‘AL101’이다. 뇌 속에서 면역 활동을 조절하는 프로그래눌린(PGRN) 돌연변이 치료제다. 임상 3상 시험 등록 단계인 AL001은 전두엽과 측두엽에 문제가 생겨 기억력보다는 행동이나 성격이 바뀌는 퇴행성 치매를 치료하는 후보물질이다.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는 미국에만 5만~6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에 환자가 많다.
전두·측두엽 치매는 고령층에게 많은 알츠하이머병과 달리 만 65세 미만에게서 주로 확인된다. 증상이 급격하게 진행되는 심각한 질환이지만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 이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 중 5~10% 정도가 PGRN 돌연변이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AL101은 이 중 특정한 유전자(C9orf72) 돌연변이가 있는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루게릭병 임상 2상 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허가를 위한 1a상도 진행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히는 타우 단백질 타깃 치료 후보물질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프로테나는 BMS가 자사의 PRX005 미국 내 독점 개발권을 행사하기 위해 8000만 달러의 옵션을 행사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PRX005는 타우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타우 단백질은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속 신경섬유가 엉키는 주요한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PRX005는 타우와 TDP-43, 비공개 표적 등 세 가지 단백질을 타깃으로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치료제가 상용화되면 프로테나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최대 22억 달러다.
바이오젠의 애드유헬름 승인으로 인한 후폭풍도 계속됐다. 미국 하원은 애드유헬름의 FDA 승인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 애드유헬름 허가 서류를 심사했던 FDA 신경계 약물 자문위원회 소속 위원 3명이 위원직을 사임했다. FDA는 애드유헬름 치료를 경도인지장애나 경도치매일 때 시작해야 한다고 지침을 바꿨다.
이번엔 파렉셀, 잇따른 CRO 메가딜
코로나19 확산으로 임상시험이 급감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인수합병이 잇따랐다. 스웨덴 투자회사인 EQT사모펀드와 미국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은 세계적 CRO 기업인 파렉셀을 85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파렉셀이 인수합병(M&A) 시장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17년 런던과 뉴욕에 거점을 두고 있던 사모펀드회사 팜플로나는 파렉셀을 주당 88.1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전체 거래 규모는 50억 달러였다. 매각 후 파렉셀은 비상장 전환했다. 4년 만에 팜플로나가 파렉셀을 85억 달러에 매각하면서 35억 달러의 시세차익을 얻게 됐다.
EQT와 골드만삭스의 파렉셀 인수 소식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먼저 보도됐다. WSJ에 따르면 670억 유로의 자산을 관리하는 EQT는 최근 들어 의료 제약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EQT는 가상 임상시험 등을 하는 컴퓨팅 기업인 서타라를 인수했다.
코로나19로 CRO 업체 전반적인 수익 상황이 악화했지만 동시에 이들의 인수를 노리는 투자자 관심은 커졌다. CRO 시장은 매년 8~9%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유망한 분야다. 감염병 치료 예방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CRO 업체를 품에 안기 위한 움직임은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진단기기 회사와 백신 회사에 자금이 몰린 것도 M&A 시장이 달아오른 원인이 됐다.
올해 4월 서모피셔는 세계 CRO 시장 4위였던 PPD를 147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PPD는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회사다. 이에 앞서 아이콘PLC도 경쟁사인 PRA헬스사이언스를 12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거래로 시장 순위 6위였던 아이콘은 단숨에 3위로 올라섰다. 길리어드, 쇼어라인과 CAR-NK 공동 개발
길리어드와 카이트파마가 쇼어라인의 키메라항원수용체(CAR)-NK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품에 안았다. 거래 규모는 23억 달러로 계약금은 공개되지 않았다. 길리어드는 2017년 CAR-T 치료제를 개발하는 카이트파마를 120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후 CAR-T 치료제인 예스카타와 테카투스를 출시했다.
CAR-T 치료제는 면역세포인 T세포가 암세포만 찾아 공격하도록 조작해 암 치료 효과를 높인 방식이다. 사용하는 세포에 따라 NK세포를 이용한 CAR-NK, 대식세포를 이용한 CAR-M 등으로 나뉜다. 미국서 허가받은 CAR-T 치료제는 네 가지다.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2017년 8월 처음으로 허가받았고 이후 길리어드의 예스카타와 테카투스, BMS의 브레얀지가 차례로 허가받았다. 이들 치료제는 모두 환자 세포를 이용한 맞춤형 치료제다. 혈액암에만 효과가 있다.
쇼어라인은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에 문을 연 바이오회사다.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유래 CAR-NK, CAR-M 등을 개발하고 있다. 앞서 카이트파마는 쇼어라인의 4300만 달러 규모 시리즈A 투자에 참여했다. 라이선스 계약으로 두 회사의 협력 관계는 더욱 공고해졌다.
쇼어라인에서 개발하고 있는 CAR-NK와 CAR-M의 장점은 환자에 따른 맞춤형 치료제가 아닌 범용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판 허가를 받은 CAR-T 치료제의 단점은 환자에게서 추출한 세포를 이용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추출한 뒤 암 표적 단백질을 찾아가도록 유전자를 조작해 배양하고 다시 환자 몸속에 넣어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환자마다 다른 치료제를 만들어야 해 비용이 비싸고 제작에 걸리는 기간도 길다.
반면 쇼어라인에서 개발하는 CAR-NK와 CAR-M은 미리 범용 치료제를 만들어 보관했다가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다. 치료까지 걸리는 시간은 물론 비용도 줄일 수 있다. CAR-M은 대식세포를 이용했다. 대식세포는 몸속 죽은 세포를 제거하는 청소부다. 기존 CAR-T 치료제가 모두 혈액암 치료용으로 개발된 만큼 고형암 치료제 개발에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라이선스 계약으로 길리어드와 카이트파마는 쇼어라인의 CAR-NK를 공동 개발키로 했다. 이후 CAR-M 치료제 개발로도 계약을 확대할 방침이다. 길리어드의 파이프라인이 한층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CAR-T 치료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카타마란바이오, 엔카르타테라퓨틱스 등은 고형암 치료를 위한 CAR-NK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카리스마테라퓨틱스는 올해 3월 CAR-M 치료제 임상 1상 시험을 시작했다. 환자 대상 CAR-M 치료제를 투여한 첫 사례다.
BMS, 에자이와 31억 달러 ADC 협약
미국 BMS와 일본 제약사 에자이가 항체약물결합체(ADC)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에자이의 ‘MORAb-202’를 함께 개발하는 조건으로 BMS는 에자이에 최대 31억5000만 달러를 지급한다. BMS는 연구개발비 2억 달러를 포함해 6억5000만 달러를 계약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최근 1년간 임상 1상 시험 중인 후보물질에 지급한 계약금으로는 3위에 해당한다고 이밸류에이트는 보도했다. 계약금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 임상 1상 시험 중인 후보물질 중 가장 많은 계약금을 받은 곳은 다이이치산쿄였다. 이때도 주인공은 ADC였다. 아스트라제네카는 Trop2 표적 ADC 후보물질인 DS-1062를 품에 안기 위해 지난해 7월 다이이치산쿄와 최대 60억 달러 규모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만 10억 달러를 지급했다.
MORAb-202는 에자이의 첫 번째 ADC 파이프라인이다. 항엽산수용체알파(FRα) 항체에 항암제인 에리불린을 결합했다. 에리불린은 75개 나라에서 유방암과 연조직 육종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에자이는 MORAb-202를 자궁내막암, 난소암, 폐암, 유방암 등으로 개발하고 있다. FRα 양성 암환자를 대상으로 일본에서 임상 1상 시험을, 미국에서 1·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환자 22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 시험에서 3주마다 0.3~1.2㎎/㎏ 을 투여했더니 암이 사라진 상태가 4주간 지속되는 완전반응 환자(CR)는 1명 보고됐고 암 크기가 30% 이상 줄어든 상태로 4주 이상 지속된 환자(PR)는 9명 나왔다.
이번 계약에 따라 두 나라는 일본, 중국, 한국 등 아시아와 미국, 캐나다, 유럽, 영국, 러시아 등의 공동 개발권을 갖게 된다. BMS는 공동 개발권을 보유한 국가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단독으로 상업화를 진행한다. 에자이는 MORAb-202 생산과 공급을 맡는다.
FRα ADC를 개발하는 곳은 에자이뿐 아니다. 지난해 미국 바이오회사 수트로는 FRα ADC인 STRO-002를 이용해 난소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임상 1상 단계인 이 후보물질을 난소암 환자 31명에게 투여했더니 객관적 반응률(ORR)이 32%로 나왔다. 이들은 모두 FRα 양성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환자이기 때문에 FRα 양성 환자를 선별하면 효과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1세대 ADC 기업인 이뮤노젠도 FRα ADC 파이프라인인 IMGN853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5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FRα 양성 난소암 환자에게 아바스틴과 IMGN853을 병용 투여했더니 ORR 64%였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키트루다와의 병용임상도 진행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7월호에 실렸습니다.
바이오젠의 애드유헬름 시판 승인 후 가장 많이 주목받은 곳은 일라이릴리다. 릴리가 개발하고 있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도나네맙’은 미국 FDA로부터 혁신 치료제로 지정됐다. 혁신 치료제로 지정되면 허가 절차에 걸리는 기간이 한결 단축된다.
FDA는 기존 치료제보다 효과가 좋을 것으로 기대되는 후보물질을 빨리 승인하기 위해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앞서 FDA는 일본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함께 개발하는 치매 치료 후보물질 ‘레카네맙’도 혁신 치료제로 지정했다. 릴리는 올해 안에 도나네맙의 시판 허가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릴리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3개월 만에 180도 달라졌다. 릴리는 올해 3월 임상 2상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알츠하이머 환자 25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도나네맙 임상 결과 뇌 인지 기능이 줄어드는 속도가 위약보다 32% 정도 늦어졌다는 내용이었다. 환자들의 뇌 속 아밀로이드 단백질도 완전히 제거됐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차가웠다. 일부 약효를 확인했지만 예상보다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릴리 내부에서도 2023년 상반기까지 도나네맙이 결실을 보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애드유헬름 승인으로 이런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애드유헬름은 도나네맙이 보여줬던 임상 개선 지표조차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드유헬름 승인 사실이 발표된 뒤 “릴리는 내일 당장 서류를 제출해도 허가받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던 이유다. 릴리의 도나네맙이 승인받으면 환자당 5만6000달러에 이르는 높은 비용으로 도마에 오른 애드유헬름 약값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임상적 근거가 부족한 애드유헬름이 승인받으면서 다른 제약사들의 치매 치료제 개발에도 탄력이 붙었다. GSK는 알렉터에서 보유한 퇴행성 뇌신경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을 공동개발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최대 22억 달러로, 계약금만 7억 달러에 이른다.
알렉터 파이프라인은 단일클론 항체치료제 후보물질인 ‘AL001’과 ‘AL101’이다. 뇌 속에서 면역 활동을 조절하는 프로그래눌린(PGRN) 돌연변이 치료제다. 임상 3상 시험 등록 단계인 AL001은 전두엽과 측두엽에 문제가 생겨 기억력보다는 행동이나 성격이 바뀌는 퇴행성 치매를 치료하는 후보물질이다.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는 미국에만 5만~6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에 환자가 많다.
전두·측두엽 치매는 고령층에게 많은 알츠하이머병과 달리 만 65세 미만에게서 주로 확인된다. 증상이 급격하게 진행되는 심각한 질환이지만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 이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 중 5~10% 정도가 PGRN 돌연변이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AL101은 이 중 특정한 유전자(C9orf72) 돌연변이가 있는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루게릭병 임상 2상 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허가를 위한 1a상도 진행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히는 타우 단백질 타깃 치료 후보물질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프로테나는 BMS가 자사의 PRX005 미국 내 독점 개발권을 행사하기 위해 8000만 달러의 옵션을 행사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PRX005는 타우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타우 단백질은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속 신경섬유가 엉키는 주요한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PRX005는 타우와 TDP-43, 비공개 표적 등 세 가지 단백질을 타깃으로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치료제가 상용화되면 프로테나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최대 22억 달러다.
바이오젠의 애드유헬름 승인으로 인한 후폭풍도 계속됐다. 미국 하원은 애드유헬름의 FDA 승인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 애드유헬름 허가 서류를 심사했던 FDA 신경계 약물 자문위원회 소속 위원 3명이 위원직을 사임했다. FDA는 애드유헬름 치료를 경도인지장애나 경도치매일 때 시작해야 한다고 지침을 바꿨다.
이번엔 파렉셀, 잇따른 CRO 메가딜
코로나19 확산으로 임상시험이 급감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인수합병이 잇따랐다. 스웨덴 투자회사인 EQT사모펀드와 미국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은 세계적 CRO 기업인 파렉셀을 85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파렉셀이 인수합병(M&A) 시장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17년 런던과 뉴욕에 거점을 두고 있던 사모펀드회사 팜플로나는 파렉셀을 주당 88.1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전체 거래 규모는 50억 달러였다. 매각 후 파렉셀은 비상장 전환했다. 4년 만에 팜플로나가 파렉셀을 85억 달러에 매각하면서 35억 달러의 시세차익을 얻게 됐다.
EQT와 골드만삭스의 파렉셀 인수 소식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먼저 보도됐다. WSJ에 따르면 670억 유로의 자산을 관리하는 EQT는 최근 들어 의료 제약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EQT는 가상 임상시험 등을 하는 컴퓨팅 기업인 서타라를 인수했다.
코로나19로 CRO 업체 전반적인 수익 상황이 악화했지만 동시에 이들의 인수를 노리는 투자자 관심은 커졌다. CRO 시장은 매년 8~9%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유망한 분야다. 감염병 치료 예방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CRO 업체를 품에 안기 위한 움직임은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진단기기 회사와 백신 회사에 자금이 몰린 것도 M&A 시장이 달아오른 원인이 됐다.
올해 4월 서모피셔는 세계 CRO 시장 4위였던 PPD를 147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PPD는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회사다. 이에 앞서 아이콘PLC도 경쟁사인 PRA헬스사이언스를 12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거래로 시장 순위 6위였던 아이콘은 단숨에 3위로 올라섰다. 길리어드, 쇼어라인과 CAR-NK 공동 개발
길리어드와 카이트파마가 쇼어라인의 키메라항원수용체(CAR)-NK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품에 안았다. 거래 규모는 23억 달러로 계약금은 공개되지 않았다. 길리어드는 2017년 CAR-T 치료제를 개발하는 카이트파마를 120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후 CAR-T 치료제인 예스카타와 테카투스를 출시했다.
CAR-T 치료제는 면역세포인 T세포가 암세포만 찾아 공격하도록 조작해 암 치료 효과를 높인 방식이다. 사용하는 세포에 따라 NK세포를 이용한 CAR-NK, 대식세포를 이용한 CAR-M 등으로 나뉜다. 미국서 허가받은 CAR-T 치료제는 네 가지다.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2017년 8월 처음으로 허가받았고 이후 길리어드의 예스카타와 테카투스, BMS의 브레얀지가 차례로 허가받았다. 이들 치료제는 모두 환자 세포를 이용한 맞춤형 치료제다. 혈액암에만 효과가 있다.
쇼어라인은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에 문을 연 바이오회사다.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유래 CAR-NK, CAR-M 등을 개발하고 있다. 앞서 카이트파마는 쇼어라인의 4300만 달러 규모 시리즈A 투자에 참여했다. 라이선스 계약으로 두 회사의 협력 관계는 더욱 공고해졌다.
쇼어라인에서 개발하고 있는 CAR-NK와 CAR-M의 장점은 환자에 따른 맞춤형 치료제가 아닌 범용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판 허가를 받은 CAR-T 치료제의 단점은 환자에게서 추출한 세포를 이용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추출한 뒤 암 표적 단백질을 찾아가도록 유전자를 조작해 배양하고 다시 환자 몸속에 넣어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환자마다 다른 치료제를 만들어야 해 비용이 비싸고 제작에 걸리는 기간도 길다.
반면 쇼어라인에서 개발하는 CAR-NK와 CAR-M은 미리 범용 치료제를 만들어 보관했다가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다. 치료까지 걸리는 시간은 물론 비용도 줄일 수 있다. CAR-M은 대식세포를 이용했다. 대식세포는 몸속 죽은 세포를 제거하는 청소부다. 기존 CAR-T 치료제가 모두 혈액암 치료용으로 개발된 만큼 고형암 치료제 개발에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라이선스 계약으로 길리어드와 카이트파마는 쇼어라인의 CAR-NK를 공동 개발키로 했다. 이후 CAR-M 치료제 개발로도 계약을 확대할 방침이다. 길리어드의 파이프라인이 한층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CAR-T 치료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카타마란바이오, 엔카르타테라퓨틱스 등은 고형암 치료를 위한 CAR-NK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카리스마테라퓨틱스는 올해 3월 CAR-M 치료제 임상 1상 시험을 시작했다. 환자 대상 CAR-M 치료제를 투여한 첫 사례다.
BMS, 에자이와 31억 달러 ADC 협약
미국 BMS와 일본 제약사 에자이가 항체약물결합체(ADC)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에자이의 ‘MORAb-202’를 함께 개발하는 조건으로 BMS는 에자이에 최대 31억5000만 달러를 지급한다. BMS는 연구개발비 2억 달러를 포함해 6억5000만 달러를 계약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최근 1년간 임상 1상 시험 중인 후보물질에 지급한 계약금으로는 3위에 해당한다고 이밸류에이트는 보도했다. 계약금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 임상 1상 시험 중인 후보물질 중 가장 많은 계약금을 받은 곳은 다이이치산쿄였다. 이때도 주인공은 ADC였다. 아스트라제네카는 Trop2 표적 ADC 후보물질인 DS-1062를 품에 안기 위해 지난해 7월 다이이치산쿄와 최대 60억 달러 규모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만 10억 달러를 지급했다.
MORAb-202는 에자이의 첫 번째 ADC 파이프라인이다. 항엽산수용체알파(FRα) 항체에 항암제인 에리불린을 결합했다. 에리불린은 75개 나라에서 유방암과 연조직 육종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에자이는 MORAb-202를 자궁내막암, 난소암, 폐암, 유방암 등으로 개발하고 있다. FRα 양성 암환자를 대상으로 일본에서 임상 1상 시험을, 미국에서 1·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환자 22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 시험에서 3주마다 0.3~1.2㎎/㎏ 을 투여했더니 암이 사라진 상태가 4주간 지속되는 완전반응 환자(CR)는 1명 보고됐고 암 크기가 30% 이상 줄어든 상태로 4주 이상 지속된 환자(PR)는 9명 나왔다.
이번 계약에 따라 두 나라는 일본, 중국, 한국 등 아시아와 미국, 캐나다, 유럽, 영국, 러시아 등의 공동 개발권을 갖게 된다. BMS는 공동 개발권을 보유한 국가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단독으로 상업화를 진행한다. 에자이는 MORAb-202 생산과 공급을 맡는다.
FRα ADC를 개발하는 곳은 에자이뿐 아니다. 지난해 미국 바이오회사 수트로는 FRα ADC인 STRO-002를 이용해 난소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임상 1상 단계인 이 후보물질을 난소암 환자 31명에게 투여했더니 객관적 반응률(ORR)이 32%로 나왔다. 이들은 모두 FRα 양성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환자이기 때문에 FRα 양성 환자를 선별하면 효과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1세대 ADC 기업인 이뮤노젠도 FRα ADC 파이프라인인 IMGN853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5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FRα 양성 난소암 환자에게 아바스틴과 IMGN853을 병용 투여했더니 ORR 64%였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키트루다와의 병용임상도 진행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7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