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신속 분자진단, 항원·항체 진단 대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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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면역진단에 시장 주도권을 내줬던 분자진단 분야에서 잇따른 신제품 출시가 예정돼 있어서다. 국내 분자진단 기업은 신속성과 편의성을 강화한 새 분자진단 제품을 공급해 애보트, 로슈 등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분자진단은 정확도가 높아 코로나19 확진을 위한 최종 관문 역할을 한다. 분자진단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진단 기술은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리얼타임-PCR) 방식이다. 바이러스 단백질에서 핵산 등의 유전물질을 추출한 뒤 이 핵산을 일정량 이상으로 증폭해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양성 검체를 양성으로 판정하는 민감도가 99%에 달하지만 검사 결과를 받아보는 데 3~6시간이 걸리는 게 단점이다.
시간을 가장 오래 잡아먹는 단계는 유전자 증폭이다. 유전자 증폭을 위해선 한 가닥 DNA에 프라이머를 붙인 뒤 중합효소를 이용해 두 가닥 DNA를 만드는 과정에서 진단 장비의 내부 온도를 40~80℃ 사이로 오가게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장비를 데우고 식히는 과정을 수십 회 반복하다 보니 유전자 증폭에만 2시간가량 걸린다. 의료인력이 검체를 채취한 뒤 증폭 장비가 있는 의료시설에 검체를 운송하는 등의 절차를 고려하면 실제 검사 결과를 받아보는 데는 하루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정확도가 뛰어난 분자진단 방식이 면역진단 제품을 대체할 수 없었던 배경이다.
반면 면역진단 방식인 항원·항체 진단 방식은 검사 결과를 15분 내외면 받아볼 수 있다. 유전자 증폭을 위한 실험실용 장비도 필요하지 않아 의료 현장에서 신속한 검사가 가능하단 점도 매력이다. 이 때문에 의료 여건이 열악한 개발도상국이나 감염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의료 공백이 발생하는 환경에선 민감도가 40~80% 수준이지만 결과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신속항원진단키트가 주로 사용된다.
신속성에서 밀렸던 분자진단
면역진단의 강세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코로나19 유행 초기만 해도 국내 진단업계서 코로나19 관련 제품은 주로 분자진단이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유행 국면에 접어들었던 지난해 2분기 분자진단시약의 수출액(6억2043만 달러)이 면역진단키트 수출액(3억8114만 달러)을 웃돌았다. 미국에서도 한국산 분자진단시약 확보에 나서는 가운데 랩지노믹스, 씨젠 등 국내 분자진단 기업의 위상이 올라가던 시기다.
지난해 4분기엔 상황이 달라졌다. 4분기 면역진단키트 수출액(12억1397만 달러)이 분자진단시약 수출액(8억4245만 달러)을 앞지른 것이다. 항원진단키트는 코로나 바이러스 단백질을 검출해낼 수 있는 항체를 고순도로 만드는 게 관건이다. 항원 특이성이 뛰어난 항체를 검사지에 심어놔야 면역진단의 단점인 낮은 정확도를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지난해 4분기가 되자 면역진단 기업들은 기존 중국산 제품보다 민감도를 끌어올린 신속항원진단키트를 내놓을 수 있었다.
코로나19 유행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SD바이오센서를 비롯한 면역진단 기업들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소형화된 별도 장비가 필요하지만 민감도를 90% 중반 수준으로 끌어올린 형광면역진단 제품들의 공급이 확대된 점도 면역진단 시장의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30분 만에 검사하는 신속 분자진단 장비 나온다
올 하반기엔 분자진단 기업의 반격이 예정돼 있다. 장비 소형화, 검사시간 단축, 편의성 강화라는 세 가지 무기를 장착한 신속 중합효소연쇄반응(PCR) 제품들의 출시가 임박해서다.
바이오니아는 정수기 크기로 소형화한 분자진단 장비인 ‘IRON-qPCR’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이 장비는 민감도 99% 이상으로 검체 2개를 30분대에 검사할 수 있다. 신속항원진단키트의 검사시간(15분 내외)과 비교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최대 40종의 병원체를 검사할 수 있어 코로나19 변이나 다른 감염병에 대응하는 데도 이용할 수 있다. 유전자 추출과 증폭이 모두 한 장비 내에서 이뤄진다.
바이오니아 관계자는 “기존 장비는 90개 이상 검체를 대규모로 검사하다 보니 핵산 추출에서 유전자 증폭에 이르는 시간이 2시간 이상 걸렸다”며 “현장진단에 맞게 검체 수를 줄이면서 추출 및 증폭 과정을 자동화해 검사시간을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병·의원을 중심으로 해당 장비를 공급해 코로나19 외에 다양한 병원체를 검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랩지노믹스는 유전자 추출에서 결과 도출에 걸리는 시간을 35분으로 단축한 분자진단키트 ‘랩건 코비드19 엑소 패스트 RT-PCR 키트’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 이미 신속 PCR 진단키트 개발에 성공했던 업체는 진단키트 수출 물량의 50% 이상을 인도에 공급하며 지난 2분기에만 진단키트 약 1370만 회분을 수출했다. 전 분기 대비 225% 증가했다.
지난 1분기 매출액(1조1791억 원)의 91%를 신속항원진단키트에서 확보했던 SD바이오센서도 분자진단 역량을 강화한다. 7년간의 연구 결실을 담아낸 신속 PCR 진단장비인 ‘스탠다드M10’을 8월 해외시장에, 10월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 제품은 핵산 추출, 유전자 증폭, 분석을 자동화하고 온도 등락이 필요 없는 등온증폭 방식을 도입해 20~60분 내에 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SD바이오센서는 1000대 이상 생산을 마치고 출시 준비에 들어갔다. “형광면역진단 시장 뺏어올 수도”
이미 미국에선 현장진단(PoC)이 가능한 분자진단 장비가 쓰이고 있다. 미국 진단기업인 세페이드는 코로나19, A형·B형 독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 여부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제품으로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긴급사용승인(EUA)을 획득했다. 민감도 97% 이상으로 36분이면 결과가 나온다.
코로나19만 검사하는 경우엔 25분 안에 결과를 받을 수 있다. PoC 분자진단 시장점유율 1위인 이 회사는 이미 지난해 3월부터 코로나19 현장 PCR 진단제품을 공급하며 시장지배력을 유지해왔다. 프랑스 비오메리외, 독일 퀴아젠도 1시간 이내에 검사가 가능한 PCR 진단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선 현장에서 1시간 내 진단이 가능한 PCR 장비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 형광면역진단 시장 수요를 일부 뺏어올 것으로 전망한다. 형광면역진단 제품은 민감도가 90% 이상이면서 1시간 내 검사가 가능해 신속성과 정확도 모두를 일정 수준 겸비한 진단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분자진단 기업은 신속 PCR 플랫폼을 보급한 뒤 코로나19 이후 다른 호흡기 관련 질환에도 진단시약을 공급해 꾸준히 수익을 내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건은 신속 분자진단 장비를 내놓는 기업들이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5만 명대 안팎의 일일 확진자가 나오는 인도 등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신속 분자진단 제품이 얼마나 판매될지는 아직 미지수다”고 했다. 이주현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7월호에 실렸습니다.
시간을 가장 오래 잡아먹는 단계는 유전자 증폭이다. 유전자 증폭을 위해선 한 가닥 DNA에 프라이머를 붙인 뒤 중합효소를 이용해 두 가닥 DNA를 만드는 과정에서 진단 장비의 내부 온도를 40~80℃ 사이로 오가게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장비를 데우고 식히는 과정을 수십 회 반복하다 보니 유전자 증폭에만 2시간가량 걸린다. 의료인력이 검체를 채취한 뒤 증폭 장비가 있는 의료시설에 검체를 운송하는 등의 절차를 고려하면 실제 검사 결과를 받아보는 데는 하루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정확도가 뛰어난 분자진단 방식이 면역진단 제품을 대체할 수 없었던 배경이다.
반면 면역진단 방식인 항원·항체 진단 방식은 검사 결과를 15분 내외면 받아볼 수 있다. 유전자 증폭을 위한 실험실용 장비도 필요하지 않아 의료 현장에서 신속한 검사가 가능하단 점도 매력이다. 이 때문에 의료 여건이 열악한 개발도상국이나 감염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의료 공백이 발생하는 환경에선 민감도가 40~80% 수준이지만 결과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신속항원진단키트가 주로 사용된다.
신속성에서 밀렸던 분자진단
면역진단의 강세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코로나19 유행 초기만 해도 국내 진단업계서 코로나19 관련 제품은 주로 분자진단이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유행 국면에 접어들었던 지난해 2분기 분자진단시약의 수출액(6억2043만 달러)이 면역진단키트 수출액(3억8114만 달러)을 웃돌았다. 미국에서도 한국산 분자진단시약 확보에 나서는 가운데 랩지노믹스, 씨젠 등 국내 분자진단 기업의 위상이 올라가던 시기다.
지난해 4분기엔 상황이 달라졌다. 4분기 면역진단키트 수출액(12억1397만 달러)이 분자진단시약 수출액(8억4245만 달러)을 앞지른 것이다. 항원진단키트는 코로나 바이러스 단백질을 검출해낼 수 있는 항체를 고순도로 만드는 게 관건이다. 항원 특이성이 뛰어난 항체를 검사지에 심어놔야 면역진단의 단점인 낮은 정확도를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지난해 4분기가 되자 면역진단 기업들은 기존 중국산 제품보다 민감도를 끌어올린 신속항원진단키트를 내놓을 수 있었다.
코로나19 유행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SD바이오센서를 비롯한 면역진단 기업들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소형화된 별도 장비가 필요하지만 민감도를 90% 중반 수준으로 끌어올린 형광면역진단 제품들의 공급이 확대된 점도 면역진단 시장의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30분 만에 검사하는 신속 분자진단 장비 나온다
올 하반기엔 분자진단 기업의 반격이 예정돼 있다. 장비 소형화, 검사시간 단축, 편의성 강화라는 세 가지 무기를 장착한 신속 중합효소연쇄반응(PCR) 제품들의 출시가 임박해서다.
바이오니아는 정수기 크기로 소형화한 분자진단 장비인 ‘IRON-qPCR’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이 장비는 민감도 99% 이상으로 검체 2개를 30분대에 검사할 수 있다. 신속항원진단키트의 검사시간(15분 내외)과 비교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최대 40종의 병원체를 검사할 수 있어 코로나19 변이나 다른 감염병에 대응하는 데도 이용할 수 있다. 유전자 추출과 증폭이 모두 한 장비 내에서 이뤄진다.
바이오니아 관계자는 “기존 장비는 90개 이상 검체를 대규모로 검사하다 보니 핵산 추출에서 유전자 증폭에 이르는 시간이 2시간 이상 걸렸다”며 “현장진단에 맞게 검체 수를 줄이면서 추출 및 증폭 과정을 자동화해 검사시간을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병·의원을 중심으로 해당 장비를 공급해 코로나19 외에 다양한 병원체를 검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랩지노믹스는 유전자 추출에서 결과 도출에 걸리는 시간을 35분으로 단축한 분자진단키트 ‘랩건 코비드19 엑소 패스트 RT-PCR 키트’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 이미 신속 PCR 진단키트 개발에 성공했던 업체는 진단키트 수출 물량의 50% 이상을 인도에 공급하며 지난 2분기에만 진단키트 약 1370만 회분을 수출했다. 전 분기 대비 225% 증가했다.
지난 1분기 매출액(1조1791억 원)의 91%를 신속항원진단키트에서 확보했던 SD바이오센서도 분자진단 역량을 강화한다. 7년간의 연구 결실을 담아낸 신속 PCR 진단장비인 ‘스탠다드M10’을 8월 해외시장에, 10월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 제품은 핵산 추출, 유전자 증폭, 분석을 자동화하고 온도 등락이 필요 없는 등온증폭 방식을 도입해 20~60분 내에 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SD바이오센서는 1000대 이상 생산을 마치고 출시 준비에 들어갔다. “형광면역진단 시장 뺏어올 수도”
이미 미국에선 현장진단(PoC)이 가능한 분자진단 장비가 쓰이고 있다. 미국 진단기업인 세페이드는 코로나19, A형·B형 독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 여부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제품으로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긴급사용승인(EUA)을 획득했다. 민감도 97% 이상으로 36분이면 결과가 나온다.
코로나19만 검사하는 경우엔 25분 안에 결과를 받을 수 있다. PoC 분자진단 시장점유율 1위인 이 회사는 이미 지난해 3월부터 코로나19 현장 PCR 진단제품을 공급하며 시장지배력을 유지해왔다. 프랑스 비오메리외, 독일 퀴아젠도 1시간 이내에 검사가 가능한 PCR 진단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선 현장에서 1시간 내 진단이 가능한 PCR 장비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 형광면역진단 시장 수요를 일부 뺏어올 것으로 전망한다. 형광면역진단 제품은 민감도가 90% 이상이면서 1시간 내 검사가 가능해 신속성과 정확도 모두를 일정 수준 겸비한 진단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분자진단 기업은 신속 PCR 플랫폼을 보급한 뒤 코로나19 이후 다른 호흡기 관련 질환에도 진단시약을 공급해 꾸준히 수익을 내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건은 신속 분자진단 장비를 내놓는 기업들이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5만 명대 안팎의 일일 확진자가 나오는 인도 등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신속 분자진단 제품이 얼마나 판매될지는 아직 미지수다”고 했다. 이주현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7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