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만난 CEO] 피플바이오 “20만 원으로 쉽게 치매 진단하는 시대 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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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은 제약·바이오업계의 오랜 숙원이자 풀어야 할 숙제였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원인조차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진단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젠이 ‘아두카누맙’을 허가받으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알츠하이머 정복에 한발 다가갔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완벽한 치료제는 아니지만 인지 능력 개선, 다시 말해 치료 가능성을 처음으로 연 신약이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 진단회사 피플바이오 역시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혈액을 통해 조기진단이 가능토록 한 거의 유일한 업체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업종(진단)에 종사하고 있는 조상래 젠큐릭스 대표가 강성민 피플바이오 대표에게 궁금한 점은 무엇일까. 이들의 대화를 글로 담았다. 조상래 대표(이하 조) 창업한 지 이제 19년이 됐습니다. 처음부터 알츠하이머 조기진단을 한 건 아니었죠? 정말 많은 굴곡이 있었을 것 같네요.
강성민 대표(이하 강) 광우병 진단으로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처음엔 2~3년 정도만 고생하면 될 줄 알았는데, 벌써 20년 가까이 됐네요.(웃음)
조 그만큼 바이오 회사 경영은 집념과 끈기로 얼마나 버티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마도 수차례의 기로가 있었을 텐데, 결국 올바른 방향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처음 회사를 창업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위기에서 찾은 기회, 광우병 진단에서 알츠하이머로
강 2002년 창업 당시엔 광우병이 문제가 되던 시기였습니다. 광우병은 소 뇌에 프리온이란 단백질이 축적되면서 뇌에 스펀지 같은 구멍이 생기는 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단 방법은 소를 죽인 다음에 뇌 조직을 검사하는 게 유일했죠. 혈액으로 광우병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진단법을 상용화하면 시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강 대표는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애크론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코넬대에서 유학하던 안성수 박사(현 가천대 바이오나노학과 교수)를 만나 2002년 피플바이오를 세웠다.
조 하지만 광우병 진단은 제품 포트폴리오에 없지 않나요?
강 2002년부터 6년 동안 연구를 했습니다. 초기 2년은 완전히 실패였고, 이후 연구를 거듭하다 간신히 기술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한 회사와 기술수출 계약도 맺었죠. 유럽은 광우병 검사가 의무여서 상품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시장이 없어졌습니다. 동물 사료 통제와 도축 연령 통제로 광우병이 사라진 것입니다.
조 바이오 회사 입장에선 가장 나쁜 경우의 수였군요. 대부분의 대표들은 “제품은 개발했는데 시장이 없어지면 어쩌지”란 걱정을 달고 살잖아요.
강 돈 한 푼 남지 않은 상황이 됐습니다.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였지만, 그래도 여태 쌓아온 기술력을 활용할 방법이 없을지 찾기 시작했습니다.
조 그렇게 알츠하이머 진단 시장에 뛰어든 것이군요. 뇌에 단백질이 쌓이는 방식의 질병 원인이 비슷하긴 합니다.
“뇌에 있는 단백질이 쌓이면 알츠하이머가 된다”는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은 알츠하이머 발병 원인 중 전문가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가설이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뇌에 존재하는 평범한 단백질이다. 단백질 자체는 몸에 나쁘지 않다. 그러나 해당 단백질이 뭉쳐 신경세포 표면에 끈적한 퇴적층(플라크) 형태로 쌓이면 문제가 돼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플라크에서 나온 독성이 알츠하이머 발병에 영향을 준다는 논리다.
강 맞습니다. 정상적인 프리온 단백질은 광우병의 원인이 되지 않고,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병을 유발합니다. 따라서 변형된 단백질만 검사를 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했죠. 당시 개발한 것이 일종의 플랫폼 기술인 MDS입니다. MDS는 쉽게 말하면 혈액 내 단백질의 형태 중 변형된 형태만 검출하는 기술입니다. 광우병 혈액진단키트 개발에 성공한 MDS 플랫폼을 알츠하이머에 적용한 겁니다.
조 역시 바이오 기업은 축적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6년 동안의 광우병 진단 연구가 헛되진 않았네요.
강 그렇습니다. 광우병에서 완벽한 실패를 맛본 후에야 알츠하이머병 등 다른 퇴행성 뇌질환에서도 변형 단백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까요.
이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응집해 올리고머를 형성합니다. 올리고머란 수 개 또는 수십 개의 단량체(모노머)가 연결된 분자를 말합니다. 이 올리고머가 뇌 속에 축적돼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파킨슨병에서는 알파시누클레인이 문제가 되는 것이죠.
조 MDS 플랫폼을 활용해 아밀로이드 베타와 알파시누클레인을 모두 걸러낼 수 있는 것이군요.
강 그렇습니다. 퇴행성 뇌질환 중 가장 흔한 질환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바로 알츠하이머입니다. 치매와 알츠하이머를 혼동하는데, 알츠하이머는 전체 치매 환자의 70% 정도를 차지합니다.
*MDS 혈액 내에 단백질의 형태 중 변형된 형태만 검출하는 기술. 피플바이오는 광우병 혈액진단키트 개발을 성공하게 한 MDS 플랫폼을 알츠하이머에 적용해 알츠하이머 조기진단 시장에 뛰어들었다. MDS 플랫폼을 활용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파킨슨병에서 문제가 되는 알파시누클레인을 모두 걸러낸다.
차별화된 올리고머 단백질 선별 기술로 시장 공략
조 그럼 알츠하이머 혈액검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강 혈액 내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올리고머를 찾아내는 것이죠. 일각에선 해당 단백질만 찾아내면 되는 것이니 ‘쉽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혈액에는 올리고머 단백질이 극소량만 있는 탓에 기존 기술로는 진단이 쉽지 않습니다. 저희는 혈액 내 다른 단백질을 걸러내는 방식으로 올리고머 단백질을 선별하는 기술을 확보했습니다.
조 현재 알츠하이머를 진단하려면 보통 뇌 영상 촬영을 하죠?
강 맞습니다. 알츠하이머 진단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인지기능 저하가 의심되면 병원으로 가서 문진검사를 합니다. 다만 문진검사에서 문제가 있으면 이미 질병이 진행된 겁니다.
이후 대학병원으로 갑니다.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은 뇌에서 나오는 단백질을 검출하기 위해선 뇌척수액을 추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척추에 바늘을 찔러 추출하기 때문에 질병 발생 정도가 애매한 사람들은 거부감이 큽니다. 양전자 컴퓨터 단층촬영기(PET-CT)를 통한 진단도 가능하지만 검사 비용이 120만~180만 원으로 비싸죠.
우리 회사의 혈액검사는 3일이면 진단 결과가 나옵니다. 정확도는 90% 수준입니다.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공급을 할 예정인데 가격은 15만~20만 원 정도로 보고 있어요.
조 혈액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된 사람이 비싼 돈을 들여 PET-CT 등 정밀검사를 받으면 되겠군요. 조기 검사가 가능하겠어요. 알츠하이머는 조기 치료가 중요한 질병 중 하나죠?
강 알츠하이머는 15~20년 전부터 장기간에 걸쳐 병이 진행됩니다. 멀쩡해 보여도 몸 안에선 병이 진행되고 있죠. 아밀로이드 베타가 뇌 속에 서서히 쌓이는 것이죠. 조기에 발견할 경우 진행 정도를 늦추거나 단백질이 쌓이는 것 자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올 하반기 세상에 본격 출시, 미국 시장 공략 나선다
조 아직 병원에서 해당 제품을 찾아볼 순 없습니다. 출시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강 올해 말이면 국내 대형 검진센터에서 검사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상위 10개 검진센터에 들어가는 게 목표입니다. 내년부터는 매출도 본격적으로 나오고요. 필리핀 대형 종합병원에서는 2019년부터 사용하고 있습니다.
조 투자자들은 미국 시장에 관심이 많을 것 같아요.
강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와 미국실험실표준인증 연구실(CLIA LAB·클리아랩)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클리아랩을 통하면 허가를 받지 않고도 바로 쓸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허가를 받기 전에 과도기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죠. 이미 대화를 나누고 있는 클리아랩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이미 많은 환자들이 임상을 한 제품입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을 공략할 겁니다.
파킨슨병, 당뇨병 조기진단 넘어, 알츠하이머 신약까지
조 다음 파이프라인은 역시 파킨슨 진단 제품이겠죠?
강 네, 맞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해 파킨슨병 위험도 검사를 할 예정입니다. 파킨슨병의 원인인 알파시누클레인의 올리고머화 정도를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올해 내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이후 식약처 허가를 받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당뇨병 조기진단 검사도 연구 중입니다. 당뇨병의 원인인 아밀린의 변형 정도를 혈액에서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모두 MDS 플랫폼이 쓰입니다.
조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 등 치료제가 나오는 게 회사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강 맞습니다. 치료제가 있으니 검사를 하는 수요가 당연히 늘 겁니다. 헬스케어 시장도 기존에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돌봄에 치중됐지만 앞으론 조기진단을 통한 치료가 목적이 될 겁니다. 이와 함께 동작분석 등을 통한 새로운 방식의 진단방법이나 인지 중재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회사와 협력할 계획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에도 나설 겁니다.
조 후보물질도 나와 있다고 들었습니다.
강 가천대와 공동연구를 통해 1200개의 후보물질 탐색을 했습니다. MDS 기술을 활용해 아밀로이드 베타의 올리고머화 등을 억제하는 저분자 화합물 12종을 도출했죠. 이 중 두 개는 동물실험을 마쳤습니다. 아밀로이드 베타가 줄어들고 뇌염증 완화 효과가 있었습니다. 임상 진입이 가능한 약물을 발굴할 예정입니다.
김우섭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7월호에 실렸습니다.
알츠하이머 진단회사 피플바이오 역시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혈액을 통해 조기진단이 가능토록 한 거의 유일한 업체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업종(진단)에 종사하고 있는 조상래 젠큐릭스 대표가 강성민 피플바이오 대표에게 궁금한 점은 무엇일까. 이들의 대화를 글로 담았다. 조상래 대표(이하 조) 창업한 지 이제 19년이 됐습니다. 처음부터 알츠하이머 조기진단을 한 건 아니었죠? 정말 많은 굴곡이 있었을 것 같네요.
강성민 대표(이하 강) 광우병 진단으로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처음엔 2~3년 정도만 고생하면 될 줄 알았는데, 벌써 20년 가까이 됐네요.(웃음)
조 그만큼 바이오 회사 경영은 집념과 끈기로 얼마나 버티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마도 수차례의 기로가 있었을 텐데, 결국 올바른 방향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처음 회사를 창업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위기에서 찾은 기회, 광우병 진단에서 알츠하이머로
강 2002년 창업 당시엔 광우병이 문제가 되던 시기였습니다. 광우병은 소 뇌에 프리온이란 단백질이 축적되면서 뇌에 스펀지 같은 구멍이 생기는 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단 방법은 소를 죽인 다음에 뇌 조직을 검사하는 게 유일했죠. 혈액으로 광우병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진단법을 상용화하면 시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강 대표는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애크론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코넬대에서 유학하던 안성수 박사(현 가천대 바이오나노학과 교수)를 만나 2002년 피플바이오를 세웠다.
조 하지만 광우병 진단은 제품 포트폴리오에 없지 않나요?
강 2002년부터 6년 동안 연구를 했습니다. 초기 2년은 완전히 실패였고, 이후 연구를 거듭하다 간신히 기술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한 회사와 기술수출 계약도 맺었죠. 유럽은 광우병 검사가 의무여서 상품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시장이 없어졌습니다. 동물 사료 통제와 도축 연령 통제로 광우병이 사라진 것입니다.
조 바이오 회사 입장에선 가장 나쁜 경우의 수였군요. 대부분의 대표들은 “제품은 개발했는데 시장이 없어지면 어쩌지”란 걱정을 달고 살잖아요.
강 돈 한 푼 남지 않은 상황이 됐습니다.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였지만, 그래도 여태 쌓아온 기술력을 활용할 방법이 없을지 찾기 시작했습니다.
조 그렇게 알츠하이머 진단 시장에 뛰어든 것이군요. 뇌에 단백질이 쌓이는 방식의 질병 원인이 비슷하긴 합니다.
“뇌에 있는 단백질이 쌓이면 알츠하이머가 된다”는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은 알츠하이머 발병 원인 중 전문가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가설이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뇌에 존재하는 평범한 단백질이다. 단백질 자체는 몸에 나쁘지 않다. 그러나 해당 단백질이 뭉쳐 신경세포 표면에 끈적한 퇴적층(플라크) 형태로 쌓이면 문제가 돼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플라크에서 나온 독성이 알츠하이머 발병에 영향을 준다는 논리다.
강 맞습니다. 정상적인 프리온 단백질은 광우병의 원인이 되지 않고,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병을 유발합니다. 따라서 변형된 단백질만 검사를 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했죠. 당시 개발한 것이 일종의 플랫폼 기술인 MDS입니다. MDS는 쉽게 말하면 혈액 내 단백질의 형태 중 변형된 형태만 검출하는 기술입니다. 광우병 혈액진단키트 개발에 성공한 MDS 플랫폼을 알츠하이머에 적용한 겁니다.
조 역시 바이오 기업은 축적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6년 동안의 광우병 진단 연구가 헛되진 않았네요.
강 그렇습니다. 광우병에서 완벽한 실패를 맛본 후에야 알츠하이머병 등 다른 퇴행성 뇌질환에서도 변형 단백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까요.
이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응집해 올리고머를 형성합니다. 올리고머란 수 개 또는 수십 개의 단량체(모노머)가 연결된 분자를 말합니다. 이 올리고머가 뇌 속에 축적돼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파킨슨병에서는 알파시누클레인이 문제가 되는 것이죠.
조 MDS 플랫폼을 활용해 아밀로이드 베타와 알파시누클레인을 모두 걸러낼 수 있는 것이군요.
강 그렇습니다. 퇴행성 뇌질환 중 가장 흔한 질환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바로 알츠하이머입니다. 치매와 알츠하이머를 혼동하는데, 알츠하이머는 전체 치매 환자의 70% 정도를 차지합니다.
*MDS 혈액 내에 단백질의 형태 중 변형된 형태만 검출하는 기술. 피플바이오는 광우병 혈액진단키트 개발을 성공하게 한 MDS 플랫폼을 알츠하이머에 적용해 알츠하이머 조기진단 시장에 뛰어들었다. MDS 플랫폼을 활용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파킨슨병에서 문제가 되는 알파시누클레인을 모두 걸러낸다.
차별화된 올리고머 단백질 선별 기술로 시장 공략
조 그럼 알츠하이머 혈액검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강 혈액 내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올리고머를 찾아내는 것이죠. 일각에선 해당 단백질만 찾아내면 되는 것이니 ‘쉽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혈액에는 올리고머 단백질이 극소량만 있는 탓에 기존 기술로는 진단이 쉽지 않습니다. 저희는 혈액 내 다른 단백질을 걸러내는 방식으로 올리고머 단백질을 선별하는 기술을 확보했습니다.
조 현재 알츠하이머를 진단하려면 보통 뇌 영상 촬영을 하죠?
강 맞습니다. 알츠하이머 진단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인지기능 저하가 의심되면 병원으로 가서 문진검사를 합니다. 다만 문진검사에서 문제가 있으면 이미 질병이 진행된 겁니다.
이후 대학병원으로 갑니다.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은 뇌에서 나오는 단백질을 검출하기 위해선 뇌척수액을 추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척추에 바늘을 찔러 추출하기 때문에 질병 발생 정도가 애매한 사람들은 거부감이 큽니다. 양전자 컴퓨터 단층촬영기(PET-CT)를 통한 진단도 가능하지만 검사 비용이 120만~180만 원으로 비싸죠.
우리 회사의 혈액검사는 3일이면 진단 결과가 나옵니다. 정확도는 90% 수준입니다.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공급을 할 예정인데 가격은 15만~20만 원 정도로 보고 있어요.
조 혈액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된 사람이 비싼 돈을 들여 PET-CT 등 정밀검사를 받으면 되겠군요. 조기 검사가 가능하겠어요. 알츠하이머는 조기 치료가 중요한 질병 중 하나죠?
강 알츠하이머는 15~20년 전부터 장기간에 걸쳐 병이 진행됩니다. 멀쩡해 보여도 몸 안에선 병이 진행되고 있죠. 아밀로이드 베타가 뇌 속에 서서히 쌓이는 것이죠. 조기에 발견할 경우 진행 정도를 늦추거나 단백질이 쌓이는 것 자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올 하반기 세상에 본격 출시, 미국 시장 공략 나선다
조 아직 병원에서 해당 제품을 찾아볼 순 없습니다. 출시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강 올해 말이면 국내 대형 검진센터에서 검사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상위 10개 검진센터에 들어가는 게 목표입니다. 내년부터는 매출도 본격적으로 나오고요. 필리핀 대형 종합병원에서는 2019년부터 사용하고 있습니다.
조 투자자들은 미국 시장에 관심이 많을 것 같아요.
강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와 미국실험실표준인증 연구실(CLIA LAB·클리아랩)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클리아랩을 통하면 허가를 받지 않고도 바로 쓸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허가를 받기 전에 과도기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죠. 이미 대화를 나누고 있는 클리아랩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이미 많은 환자들이 임상을 한 제품입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을 공략할 겁니다.
파킨슨병, 당뇨병 조기진단 넘어, 알츠하이머 신약까지
조 다음 파이프라인은 역시 파킨슨 진단 제품이겠죠?
강 네, 맞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해 파킨슨병 위험도 검사를 할 예정입니다. 파킨슨병의 원인인 알파시누클레인의 올리고머화 정도를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올해 내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이후 식약처 허가를 받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당뇨병 조기진단 검사도 연구 중입니다. 당뇨병의 원인인 아밀린의 변형 정도를 혈액에서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모두 MDS 플랫폼이 쓰입니다.
조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 등 치료제가 나오는 게 회사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강 맞습니다. 치료제가 있으니 검사를 하는 수요가 당연히 늘 겁니다. 헬스케어 시장도 기존에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돌봄에 치중됐지만 앞으론 조기진단을 통한 치료가 목적이 될 겁니다. 이와 함께 동작분석 등을 통한 새로운 방식의 진단방법이나 인지 중재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회사와 협력할 계획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에도 나설 겁니다.
조 후보물질도 나와 있다고 들었습니다.
강 가천대와 공동연구를 통해 1200개의 후보물질 탐색을 했습니다. MDS 기술을 활용해 아밀로이드 베타의 올리고머화 등을 억제하는 저분자 화합물 12종을 도출했죠. 이 중 두 개는 동물실험을 마쳤습니다. 아밀로이드 베타가 줄어들고 뇌염증 완화 효과가 있었습니다. 임상 진입이 가능한 약물을 발굴할 예정입니다.
김우섭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7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