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치료제 시장이 커지면서 진원생명과학의 플라스미드 DNA(pDNA) 생산 능력이 부각되고 있다. 진원생명과학은 바이오업계의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은 mRNA의 생산도 가능해 관련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도 직접적으로 입을 전망이다.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 /  사진=이승재 기자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 / 사진=이승재 기자
진원생명과학은 미국 VGXI를 통해 pDNA를 생산한다. VGXI는 진원생명과학이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다. 미국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cGMP)급 위탁생산(CMO) 시설을 갖췄다.

박영근 대표는 “VGXI는 미국 알데브론, 코브라 바이오로직스 등과 함께 플라스미드 DNA 생산의 핵심 기업 중 하나”라며 “유수의 빅파마에게 플라스미드 DNA를 공급 중이며, 대기 수요도 많다”고 말했다. 업계는 mRNA 코로나19 백신 등장으로 핵심 원료인 pDNA의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pDNA, 공장 증설로 생산량 늘린다
pDNA는 유전자 치료제의 핵심 원료다. DNA 백신 완제품이자, mRNA 백신과 아데노 바이러스, 키메릭항원수용체-T세포(CAR-T) 치료제, 유전자가위 등의 원료로 쓰인다.

pDNA 생산의 핵심은 고순도·고농도·고수율이다. VGXI는 이 부분에서 차별화된 생산기술을 갖고 있다. ‘에어믹스(AirMix)’다. pDNA는 대장균 발효를 통해 만들어진다. 기존 기업은 플라스미드를 대장균 안에 주입해 배양한 후, 물리적인 충격을 가해 대장균에서 플라스미드를 꺼낸다.

이때 물리적인 충격때문에 플라스미드 이외의 다른 물질도 추출된다. 순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이에 정제 단계가 필요하고, 이 단계에서 플라스미드 농도도 옅어진다. 박 대표는 “VGXI는 공기를 이용해 플라스미드를 꺼내 고순도·고농도의 플라스미드만 추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VGXI는 현재 신공장을 증설해 pDNA의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증설로 pDNA CMO 매출 확대뿐만 아니라, 회사가 자체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DNA 백신도 대량생산을 할 수 있다. 증설로 시설면적은 기존 2694㎡에서 약 1만3000㎡로 늘어난다. 배양기 기준 생산능력은 기존 500ℓ에서 5000ℓ로 증가할 예정이다. 여기에 추가로 3000ℓ를 더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연내 증설을 마치고, 내년 1분기 시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검증(밸리데이션) 등의 과정을 거쳐 내년 2분기부터 본격 가동한다.

연말부터는 2차 증설도 진행한다. 박 대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pDNA 수요에 맞춰 당초 계획보다 2년여를 앞당긴 것”이라고 했다. 2차 증설 규모는 시설면적 기준으로 1차와 같다. VGXI는 2차 증설로 총 생산능력을 9500ℓ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2차 증설까지 마치면 연간 pDNA 생산량은 현재 300g에서 내년 6㎏, 2023년 12㎏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박 대표는 “1차 증설 후 연간 매출 규모는 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께 2차 증설을 마치고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장을 가동하면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VGXI는 mRNA 백신 및 치료제 생산의 핵심인 원액 공정기술도 갖고 있어 원료부터 원액까지 모두 생산할 수 있다.

VGXI는 2018년 미국 휴스턴의 메소디스트병원 연구소로부터 mRNA 원액생산 공정기술을 이전받았다. 이 기술을 갖고 있으면 전염병이 발병했을 때 빠른 속도로 높은 효능의 백신 및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란 박 대표의 선구안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회사는 이전받은 mRNA 원액생산 공정기술을 몇 년간 최적화했다. 현재 대량생산 공정개발의 마무리 단계다. 박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mRNA 백신 및 치료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mRNA 원액생산 공정기술이 회사가치 상승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및 치료제 임상…코로나19 이후에도 이용 가능”
진원생명과학은 백신 개발에도 강점이 있다. 과거 지카바이러스, 에볼라, 메르스 백신 등 각종 백신을 개발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 국내에서 코로나19 DNA 백신(GLS-5310)의 임상 1·2a상을 진행하고 있다. 박 대표는 “현재 임상 1상 접종을 마친 후 분석 단계에 있다”며 “이달 말께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한 후 임상 2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GLS-5310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도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백신들이 겨냥하는 스파이크 항원 단백질 이외에 항원 ‘ORF3a’를 추가했기 때문이다. ORF3a는 코로나19 감염에서 회복된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는 면역 반응 우세 항원이다. 돌기 부분과 세포의 수용체가 결합해 세포 안으로 바이러스를 끌고 들어갈 때 관여하는 단백질로, 변이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백신 접종 과정에서 통증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통증 접종용 기기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DNA 백신은 DNA의 세포 내 전달을 위해 전기천공법을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전기천공법에 사용되는 바늘 전극의 크기가 커서 통증이 심하고, 심한 경우 조직 괴사도 생긴다. 박 대표는 “회사가 개발한 무바늘·무통증 접종용 기기는 비용이 저렴하고 신속한 생산이 가능하다”며 “현재 이 기기를 사용한 투여법에 대해 동물실험에서 효능을 확인하고, 코로나19 DNA 백신 투여에도 이용한다”고 했다.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여러 제형의 코로나19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GLS-1200’을 코 스프레이 제형으로, ‘GLS-1027’을 먹는 약(경구용) 제형으로 개발 중이다.

GLS-1027은 현재 5개 국가에서 글로벌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코로나19 중증 폐렴을 유발하는 햄스터 감염 모델에서 폐 염증 표지 감소를 확인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발(發) 변이에 대해서도 유사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이 약물은 면역세포가 분비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를 억제해 과도한 면역반응을 조절한다”며 “후천성 면역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T세포 면역반응으로 감염된 바이러스만 제거해 모든 바이러스와 변이에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코 스프레이 제형은 현재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약물을 코에 뿌리면 비강 부위 세포의 쓴맛 수용체와 결합해 세포에서 산화질소가 생성 및 분비된다. 산화질소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사멸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물론, 모든 호흡기 바이러스에 적용 가능해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병의 범용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는 즉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망기업] 진원생명과학 “pDNA CMO 증설로 2023년 매출 1조 원 달성할 것”
김예나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7월호에 실렸습니다.